쟁점 토론 14. “의료와 기본소득 (1) 상병수당” 발제문
상병수당의 도입 배경 및 함의, 기본소득과의 연결 고리
발제자: 김기태
이 글에서는 한국에서의 상병수당 도입 과정 및 배경을 짚고, 상병수당이라는 다소 복잡한 개념을 이와 연관된 유급병가와 함께 짚어본 뒤, 상병수당의 도입에 따라 짚어봐야 할 대목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직은 도입되지 않는 두 제도, 상병수당과 기본소득이 적용될 경우, 검토해볼 수 있는 모델들을 간단히 살펴보도록 하겠다.
1. 상병수당 제도 도입 논의의 배경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에 따른 사회적 여파가 커지면서 ‘아프면 쉬는’ 문화 정착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이를테면, 참여연대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한국진보연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등 시민단체들은 ‘코로나19-사회경제위기 대응 시민사회대책위원회’를 출범하면서 2020년 7월 7일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 2차 대유행에 대비해서 상병수당 도입을 요구했다(최나영, 2020). 정부도 2020년 7월 14일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발표하면서 한국형 상병수당 도입안을 제시했다. 정부의 안을 보면, 2021년에 상병수당 도입을 위한 연구용역을 시행한 뒤, 2022년부터는 저소득층 등을 대상으로 하는 시범사업을 벌이게 된다. 정부는 시범사업 결과를 토대로 상병수당의 지급방식, 지원조건 등 구체적인 도입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관계부처 합동, 2020. 7. 14.).
상병수당의 도입을 위한 논의는 때늦은 감이 있다. 한국은 90년대 후반 이후 대부분의 사회적 위험에 대응하는 복지정책들을 구비해 왔다. 그에 따라 한국의 복지국가는 적어도 형식적으로는 기틀을 마련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Powell & Kim, 2020).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병수당제도는 한국의 복지제도 안에서 수용되지 않았다. 그 결과, 한국은 국제사회보장협회(ISSA)의 182개 국가 가운데 상병수당을 갖추지 않은 19개 국가 가운데 하나였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는 미국과 더불어 상병수당이 없는 2개 국가 가운데 하나로 남았다(임승지 외, 2019). 그나마 미국에서는 1993년에 마련된 ‘가족 및 의료 휴가법(Family and Medical Leave Act)’이 규정하는 내용에 따라 업무 외 상병으로 업무를 수행하기 어려운 노동자를 대상으로 무급 휴직을 보장해 주고 있다(Gault, Hartmann, Hegewisch, Milli, & Reichlin, 2014; Rho, Schmitt, Earle, & Heyman, 2009). 따라서 미국의 노동자들은 업무 외 상병으로 아프더라도 휴직이 끝난 뒤에는 일터로 돌아올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되고 있다.
상병수당의 부재는 한국에서 적지 않은 부작용을 낳았다. 많은 아픈 노동자들이 업무 외 상병으로 아플 때, 고용이 보장되지도 않았고, 아픔으로 인한 공백기에 소득이 보장되지 않은 결과, 빈곤화했다(김수진 외, 2018). 그와 같은 빈곤화를 피하기 위해서 많은 노동자는 아픔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노동을 지속하고 있다(김종훈, 2020).
한국에서 상병수당의 부재는 개인 및 사회적인 차원에서 다양한 문제를 야기했다. 이와 같은 문제점은 크게 네 가지 차원에서 설명할 수 있다. 첫째, 상병수당의 부재는 인간이면 누릴 수 있는 기본적인 인권, 그 가운데 건강권에 대한 심각한 침해다. WHO(1946)는 “인종, 종교, 정치적 신념 및 경제적 혹은 사회적 조건의 구별 없이 성취 가능한 최고 수준의 건강을 누리는 것은 모든 사람의 기본적인 권리”(p. 1)임을 명시했다. 한국에서 많은 노동자는 상병수당이 없는 자리에서 해고 혹은 소득상실이 두려워서 아픔을 참으면서 일터로 향하고 있다.
둘째, 노동자들이 쉴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되지 않으면서, 노동자들의 건강이 회복될 수 있는 기회도 차단당하는 부작용이 발생한다. 상병수당제도가 있었다면 노동자들은 쉬면서 혹은 치료를 통해서 건강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이들은 아픈 노동을 지속하면서 건강이 악화하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적으로는 의료 총비용의 증대와도 연관된다. 노동자들이 상병을 참고 일했을 때, 건강 악화로 추가적인 의료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Scheil- Adlung & Sandner, 2010).
셋째, 상병수당이 없는 공간에서 노동자의 아픔은 곧 빈곤화로 이어졌다(김수진 외, 2018). 상병수당이 부재한 자리에서 아픈 노동자는 실업 및 소득상실을 경험하게 된다. 이들은 소득상실과 더불어 치료비 부담이라는 이중고를 겪으면서 빈곤화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사회적인 차원에서도 빈곤인구 증가로 인해 사후적인 비용이 발생하는 부작용으로 이어진다.
넷째, 코로나바이러스가 확산하는 상황에서 상병수당의 부재는 감염병의 확산을 부채질할 수 있다. 지난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H1N1)가 전 세계를 강타했을 때, 독일에서는 파급효과가 상대적으로 미미했던 반면, 미국에서는 무려 700만 명의 감염자가 발생했다. 이 두 나라의 차이점을 만든 제도가 상병수당이라는 해석이 있다(Scheil-Adlung & Sandner, 2010). 미국의 노동자들은 전염병 확산 상황에서도 벌이를 위해 일터에 나온 반면, 독일의 노동자들은 적극적으로 병가를 포함한 휴가를 활용했다. 한국에서도 다수의 노동자들이 발열 등의 증상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일터를 찾았다가 코로나바이러스가 확산되는 사례가 발견됐다.
아파도 쉬지 못하는 한국의 노동 현실에서 다음과 같은 극단적인 사례가 나타나기도 했다.
“저 집에 가면 (새벽) 5시 밥 먹고 씻고 바로 터미널 가면 한숨 못 자고 나와서 터미널에서 또 물건 정리해야 해요…. 저 너무 힘들어요.” (김종훈, 2020).
지난 2020년 10월 12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한진택배 기사 김 아무개 씨가 사고 며칠 전 동료에게 남긴 문자였다. 김 씨가 이 문자를 보낸 시간이 새벽 4시 28분이었다. 문자를 보낸 전날에도 김 씨는 새벽 2시에 귀가했다. 그는 극단적인 노동의 상황에서 몸이 상해도 쉴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되지 않았다.
이는 특정 회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 사회의 장시간 노동은 만연했고, 그 와중에 피로하고 아픈 노동자가 쉴 수 있는 여지는 적었다. 업무 외 상병으로 아픈 노동자가 쉴 수 있는 권리는 보장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OECD 회원국 가운데 한국은 멕시코, 코스타리카와 함께 노동자들이 가장 오랜 시간 노동하는 나라다. 한국의 노동자는 2019년 1967시간을 일해서 OECD 평균(1726시간)보다 241시간을 더 일했다(OECD, 2020a).
〔그림 1〕 한국 노동자의 노동시간
자료: OECD. (2020a). Hours Worked. https://data.oecd.org/emp/hours-worked.htm에서 2020. 10. 28. 인출.
이를 시정하기 위한 노력도 있었다. 지난 2018년부터 정부는 연장근로를 포함한 주당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면서 노동시간 감축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제도 변화의 혜택은 안정적인 일자리에 주로 돌아가고 있다. 택배 노동자와 같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처지에 있는 이들에게 여전히 노동의 여건은 혹독하다. 2020년 10월 택배 노동자 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택배 노동자들의 주당 평균 노동시간이 71.3시간이었다(구민주, 2020). 배달량이 많은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하루 평균 12.7시간이었다. 이들의 평균 점심 식사 시간은 12분이었다. ‘점심 끼니를 거를 때가 많다’고 답한 이들도 세 명 가운데 한 명 이상이었다.
한국의 노동자들은 장기노동 속에서도 쉴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되지 않았다. OECD(2020)를 보면, 1년 가운데 노동자들이 스스로 ‘아파서 쉰’ 날이 며칠이었는지 확인할 수 있다. 한국의 노동자들은 지난 2018년 기준으로 아파서 쉬었다고 답한 날이 이틀에 불과했다. 자료가 확보된 OECD 국가들 가운데 가장 적었다. 리투아니아(24.4일)나 오스트리아(17.3일) 등에서 노동자들이 자주 병가를 쓸 수 있는 것과 매우 대조되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김수진, 김기태(2020)도 한국의 노동자들이 더 일하고, 덜 쉬는 상황을 드러내 보였다. 한국의 노동자들 가운데 아파도 출근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노동자의 비율은 23.5%였는데, 이는 이들이 아파서 쉰 경험이 있다고 답한 비율(9.9%)의 2.37배였다. 이 비율은 다른 유럽 국가들의 평균(0.81배)보다 매우 높은 수준이었다. 유럽 등 다른 나라의 노동자들과 비교했을 때, 똑같이 아픈 상황에서 한국의 노동자들이 출근하는 경향이 더 높다는 의미다.
노동자들이 아플 때 쉴 수 있는 권리의 측면에서 한국에서 취약한 노동집단이 주로 배제됐다. 김수진, 김기태(2020)가 한국노동패널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상용직 노동자 가운데는 77.2%가 작업장에서 병가를 제공해 준다고 답한 반면, 임시직은 15.9%, 일용직은 6.9%만이 그와 같은 권리를 누릴 수 있었다. 또 정규직(65.6%)에 견줘 비정규직(34.4%)이 병가의 혜택을 누릴 가능성이 낮게 나타났다.
〔그림 2〕 OECD 회원국 노동자들이 1년 중 ‘아파서 쉬는 날’
자료: OECD. (2020b). Health Status: absence form work due to illness.
https://stats.oecd.org/index.aspx?queryid=30123에서 2020. 10. 28. 인출.
한국에서 상병수당의 도입은 때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과중한 노동시간, 아파도 일하는 문화를 바꾸기 위한 시발점이 될 수 있다. 물론, 상병수당이 현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만능열쇠가 될 수는 없다. 상병수당이 도입된다고 할지라도 노동자의 업무량에서 변화가 없다면, 또 병가를 얻을 때 여전히 눈치를 봐야 하는 노동문화가 바뀌지 않는다면, 새로운 제도는 그 실효성에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상병수당제도는 노동자의 쉴 권리 증대, 한국의 과중한 노동시간 및 노동 강도의 조절과 함께 안착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2. 상병수당의 개념
한국의 복지국가라는 거대한 조각그림(jigsaw puzzle)에 빈자리가 있다면, 아마도 그 자리를 채우는 마지막 조각 가운데 하나는 상병수당일 것이다. 한국의 복지국가는 형식적으로는 대부분의 제도를 구비하고 있지만, 상병수당은 아직 도입되지 않은 제도이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상병수당제도의 개념에 대한 다소의 혼란이 있다. 특히, 상대적으로 자주 쓰이는 ‘상병수당’, ‘상병급여’, ‘유급병가’ 외에도 ‘병가휴가’(이재훈, 2020), ‘질병휴가’(고경환, 장영식, 강지원, 2008), 사상병 시 소득보장제도(정진우, 2009), 상병소득보장제도(신기철, 2011) 등으로 그 명칭이 매우 다양함을 알 수 있다.
용어가 이와 같이 다소 복잡하게 사용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상병수당이 지닌 제도적인 복잡성에 있다. 상병수당제도에서 어떤 한 측면을 강조하느냐에 따라 용어와 쓰임새가 다소 다르기 때문이다. 간단히 살펴보면 다섯 가지 측면에서 그러하다.
첫째, 상병기간에 받는 소득을 강조하느냐(상병수당, 상병급여, 사상병 시 소득보장 등), 혹은 상병기간에 보장되는 병가기간을 강조하느냐(유급병가, 병가휴가, 질병휴가 등)에 따라 용어의 쓰임이 다르다. 때로는 용어가 소득을 지칭하는지, 기간을 지칭하는지가 다소 혼란스럽게 혼용되는 경우도 있다. 이는 상병수당이 지닌 복합적인 성격, 즉 소득보장, 휴가보장 및 고용보장의 성격이 모두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볼 수 있다.
둘째, 수당 혹은 병가의 제공 주체가 국가인가 기업인가에 따라 용어가 달라진다. 이를테면, Spasova, Bouget, & Vanhercke(2016)는 국가가 수당 지급의 주체가 되면 ‘Sickness benefit’을, 기업이 주체가 되면 ‘Sick pay’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한국에서는 두 용어를 나누어 쓰는 경우가 흔하지 않다. 특히, 기업이 유급병가기간에 노동자에게 주는 급여(sick pay)에 대한 한국어 번역어가 별도로 제시된 바가 드물다. 흔히 ‘유급병가’라는 표현을 기업복지의 일환으로 제공하는 상병수당을 통칭하는 의미로 자주 사용했다. 그러나 유급병가는 기간을 가리키는 표현이지, 급여를 가리키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일부 혼란의 여지를 남긴다.
셋째, 기업에서 노동자에게 제공하는 병가도 법에 규정된 것인지, 기업이 노사 간의 단체협상 등으로 제공하는 것인지에 따라 표현이 다르다. 전자에는 주로 법정이라는 표현이 붙어서, 기업 유급병가의 경우에 ‘법정유급병가’ 혹은 ‘유급병가’로 표현이 나뉘었다(신기철, 2020).
넷째, 병가가 유/무급 여부에 따라서도 표현이 나뉘었는데, 그때는 비교적 간단히 무급/유급이라는 표현이 붙었다. 다섯째, 상병수당이 고용이 보장된 상태에서 지급되는지 여부에 따라서 표현이 달라졌다.
아래 <표 1>은 상병수당제도의 다섯 가지 차원에 대해서 매우 간결하고 종합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참고로, 가장 오른쪽 열에서 실직 상태의 인구에 대해서는 아예 빈칸으로 제시하고 있다. 표에 제시된 기준으로는 상병수당과 관련한 용어는 아픈 노동자의 고용이 보장된 상태에서만 사용될 수 있다. 바꾸어 말하면, 퇴직한 노동자에게는 상병수당이 지급될 수 없다는 의미이거나 퇴직 노동자에 대한 상병수당성 급여에 대해서는 적절한 용어가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다수의 국가에서 실직 혹은 퇴직 이후에도 상병수당이 지급되는 점을 고려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 한국에서도 실업자는 구직활동 중에 상병으로 아프면 상병급여를 받고 있다. 따라서 퇴직 혹은 실직 이후 받는 상병수당의 용어도 필요하다.
상병수당 개념의 다소 복잡한 쓰임새를 살펴보았다. 이는 국외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상병수당(Sickness benefit)의 개념은 나라마다 다르게 쓰인다. 나라마다 제도의 연원 및 역사적 경로가 다른 탓이다. 특히, 상병수당은 재정적인 기반이 나라마다 다르다. 건강보험(일본, 독일 등), 고용보험(네덜란드, 캐나다), 별도의 상병보험(스웨덴 등), 조세 기반(덴마크, 아이슬란드), 법정기업복지(스위스, 이스라엘), 상병수당 없음(미국) 등 나라마다 차이가 크다.
<표 2>는 나라별로 다른 상병수당 개념을 제시했다. 이를테면, 독일의 사회법전에서는 상병수당의 지급 조건을 중심에 두고 급여를 설명하는 반면, 프랑스는 대기일, 일본은 급여수준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상병수당을 운영하는 국가들은 급여의 조건, 대상자의 범위, 급여의 수준 및 지속기간, 고용보장의 수준 등에서 매우 상이하다. 따라서 해외 사례는 한국에서 상병수당의 개념 및 제도의 세부 내용을 구상할 때, 전범이 된다기보다 참고 사례로만 보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표 3>은 국내 연구에서 제시하는 상병수당 개념들이다. 비교적 과거 연구들의 일부는 상병수당을 건강보험의 테두리 안에서 이해한 점이 눈에 띈다(김연명, 류만희, 박순우, 장혜림, 안현미, 2004; 최인덕, 김진수, 공경열, 2005; 신기철, 2011). 국내 연구들이 제시하는 상병수당의 개념을 요소별로 나누어서 보면, 상병수당의 지급주체, 지급대상, 지급의 조건, 보장의 내용 등으로 나뉜다.
앞선 연구들이 제시하는 상병수당제도의 정의를 종합해서 상병수당제도의 개념을 제시하자면, “상병수당은 노동자가 업무 외 상병으로 비롯되는 일시적인 근로능력상실로 휴가 혹은 휴직을 쓰는 동안 발생하는 소득의 상실분을 정률 혹은 정액의 현금으로 보전해 주는 공적 제도”다. 상병수당은 아픈 노동자가 건강회복 후 다시 일자리로 복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만, 노동자가 업무 외 상병으로 실직하는 경우에도 일정 기간 지급된다.
상병수당에 대한 위와 같은 정의에 근거해서 신기철(2020)의 <표 1>을 수정ㆍ보완한 개념도는 <표 4>와 같다.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상병수당은 공적 기관에서 집행하며 노동자의 고용보장기간 및 실직 이후에도 일정 기간 제공된다. 참고로 <표 4>에서는 공공에서 제공하는 상병수당과 기업이 제공하는 상병 관련 급여 및 휴가 개념도 제시했다. 먼저, 기업이 업무 외 상병으로 근로능력을 일시적으로 잃은 노동자의 병가기간 동안 지급하는 급여는 ‘기업상병급여(sick pay)’로 제시했다. 굳이 ‘기업상병급여’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급여 지급의 주체가 공공이 아니라, 사용자임을 명확히 하기 위해서다. 둘째, 고용보험에서 실직자를 대상으로 지급되는 실업급여의 ‘상병급여’와 혼동을 피하기 위해서다.
유급병가의 개념도 네 가지 범주로 나누었다. 이는 신기철(2020)이 제시한 기준에 따라 네 가지 범주를 그대로 가지고 왔다. 즉, 유급병가가 1) 고용의 유지 여부가 법적인 강제성이 있는지 혹은 기업의 단체협약, 취업규칙, 근로계약 등에 근거한 것인지와 2) 기업이 병가기간에 노동자에게 기업상병급여를 지급하는지 혹은 지급하지 않는지에 따라 네 가지 범주를 썼다. 이들은 ① 법정유급병가, ② 약정유급병가, ③ 법정무급병가, ④ 약정무급병가로 명명했다.
정리하면 상병수당은 노동자가 업무 외 상병으로 비롯되는 일시적인 근로능력상실로 휴가 혹은 휴직을 쓰는 동안 발생하는 소득의 상실분을 정률 혹은 정액의 현금으로 보전해 주는 공적 제도다. 다만 여기에서 ‘휴가’ 및 ‘휴직’이 일반적으로 사업장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법적 개념이라기보다는 폭넓은 의미에서 노동자가 자신의 일을 일정한 기간 동안 쉬는 휴가(休暇) 혹은 휴직(休職)을 의미한다. 즉, 상병수당제도의 대상은 사업장 근로자가 아닌 자영업자와 실업자 등을 포함할 수 있다.
상병수당제도는 기업이 제공하는 유급병가제도와 따로 떼서 이해하기 어렵다. 따라서, 상병수당제도 자체보다는 기업유급병가와의 관계에 따른 유형화가 필요하다. 신기철(2021)의 유형화는 그래서 필요하다. 이를 보면, 상병수당 제도가 국가별로 매우 상이하게 적용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으며, 동시에 상병수당 제도의 개념화도 쉽지 않다.
3. 상병수당이 도입될 때 예상되는 변화
1) 도입의 의미 및 한계
한국에서 상병수당이 도입될 경우, 한국에서 아파도 일하는 노동문화가 일부 완화될 가능성은 있다. 여기서 ‘일부’라고 한정지은 이유는 상병수당이 한국에서 노동자의 휴식권 혹은 건강권 문제를 해결해주는 만병통치약이 되는 데는 분명한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상병수당이 도입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근로기준법 등 노동 관계 법률에서 노동자의 병가 규정을 넣을 필요가 있다. 참고로, OECD 국가 가운데 아픈 노동자의 쉴 권리가 보장되지 않은 나라는 일본과 멕시코, 한국 등 일부 국가에 한정된다. 노동자의 쉴 권리가 법적으로 보장되지 않는다면, 상병수당 제도 도입은 그 효과를 보이는 데 일정한 한계가 있을 것이다.
물론, 노동자의 쉴 권리가 보장되고, 상병수당이 도입된다고 해서, 한국에서 노동자의 쉴 권리가 온전하게 보장된다는 뜻도 아니다. 한국의 오랜 노동문화가 바뀌지 않는 한, 이러한 권리의 실질적인 보장으로 이어진다고 단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례로, 노동자의 유급병가가 관련 법이나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서 보장된 공무원, 공공기관, 일부 대기업에서 노동자들이 아플 때 쉴 권리를 적극적으로 보장하지 않거나 못하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 이유는 크게 두가지로 풀이될 수 있는데, 첫째, 과중한 노동강도가 문제다. 노동자의 입장에서 업무량이 과다한 경우에는 쉬고 싶어도 그 권리를 행사할 여지가 적다. 둘째, 경쟁적인 노동문화다. 작업장의 성격에 따라 내용은 일부 다를 수 있지만, 일부 노동자들은 아플 때 쉴 권리를 주장해서 실제로 병가를 얻은 경우에 결과적으로는 일터로부터 배제되거나 승진이나 고과 등에서 불이익을 당할 가능성이 높다. 이와 같은 노동문화가 변화하지 않는 한, 병가에 대한 권리와 병가 기간 동안 소득이 보장이 된다고 할지라도 실질적인 쉴 권리의 보장으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물론, 위와 같은 근거를 들어서 상병수당 도입의 의미를 과소평가할 이유도 없다. 노동문화의 변화도 결국 상병수당 도입과 같은 제도의 변화를 통해서 견인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노동시간이 더디지만 서서히 줄어드는 데는 주 5일 근무제 도입과 같은 제도적인 변화가 일부 영향을 미쳤다. 물론, 그 혜택이 보편적으로 돌아가지 않았다는 점도 명시할 필요는 있다. 그러한 수준에서 상병수당 도입의 의의와 한계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2) 제도 간 연계 및 조정 지점
한국에서 상병수당 도입이 오랫동안 지연되면서, 많은 제도들이 상병수당의 빈 자리를 채웠다. 상병수당이 도입된다면 해당 제도들과 ‘충돌’이 불가피할 것이고, 그에 따른 제도간 연계 및 조정이 필요하다 (김수진 외, 2020). 그와 같은 제도들이 적지 않다. 예를 들자면 다음과 같다 (이승윤, 김기태, 2018).
1) 공무원을 위한 유급휴직 제도: 공무원들은 국가공무원법 71조에 따라 신체 및 정신상의 장애로 장기 요양이 필요할 때 1년까지는 봉급의 70%를, 1년 초과 2년 이하의 경우에는 봉급의 50%까지 보장받을 수 있다. 상병수당 도입 과정에서 참고가 되는 지점이다.
2) 출산전후휴가급여제도: 여성 노동자가 임신이나 출산 등으로 소모된 체력을 회복하기 위해서 부여하는 유급병가 제도다. 90일 동안 급여가 지급되는데, 고용보험에서 재원을 조달한다. 다만, 500인 이상 사업장의 경우에는 최초 60일은 사업주가, 나머지 30일은 고용보험에서 지급한다. 한국에서 상병수당 도입 과정에서 민간 기업의 유급병가와 국가의 상병수당의 역할 분담을 고려할 때, 참고가 될 만한 지점이다. 다수의 OECD 회원국에서는 상병수당 제도 안에 출산을 포괄하는 점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3) 상병급여제도: 한국에서 아픈 노동자를 위한 소득보장제도는 없지만, 아픈 실업자를 위한 소득보장제도는 있다. 고용보험법 상의 상병급여제도가 실업자를 위한 상병수당이다. ‘상병급여’의 수급조건은 이직일 이전 18개월 동안 피보험단위기간이 통산 180일 이상인 노동자의 경우로 한정돼 있다(고용보험법 40조). 다만, 실업자가 상병급여를 받게 되면, 구직기간 동안 받는 구직급여의 수급기간은 그만큼 단축된다.
4) 감염병 의심 혹은 확진 노동자에 대한 소득 보장: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감염병 예방법)에서는 41조의2 (사업주의 협조의무)에서 “사업주는 근로자가 이 법에 따라 입원 또는 격리되는 경우… 입원 또는 격리기간 동안 유급휴가를 줄 수 있다. 이 경우 사업주가 국가로부터 유급휴가를 위한 비용을 지원 받을 때에는 유급휴가를 주어야 한다”라고 적시했다. 실제로 정부는 코로나 19 상황을 맞아 보건소로부터 격리 혹은 입원 치료 통보를 받은 노동자에게 유급휴가를 제공한 사업주에 대해서 1일 최대 13만원의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5) 가족 돌봄 휴직: 아픈 사람이 노동자 본인이 아니라, 본인의 자녀, 배우자, 부모, 조부모 등의 가족이라면 노동자는 쉴 권리가 부여된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라, 사업주는 노동자가 가족돌봄휴직을 신청하는 경우에 이를 허용해야 한다(22조의 2). OECD 일부 국가(예, 독일)에서는 상병수당의 사유로 자녀의 상병을 포함하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한국에서 가족 돌봄 휴직은 무급이다.
6) 서울형 유급병가 지원: 서울시에 사는 건강보험 지역가입자 가운데 기준 중위소득 100% 이하인 근로소득자 혹은 사업소득자는 서울형 유급병가지원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들은 연간 최대 14일(입원 13일, 공단 일반건강검진 1일)까지 병원을 이용할 때, 서울시 생활임금(21년 8만5610원)을 지급받을 수 있다. 서울에 이어서 대전, 울산, 경기도 등에서 사업을 확정하거나 추진 중이다.
7) 긴급복지지원제도: 한국의 상병수당 부재의 상황에서 그 빈 공간을 가장 많이 채운 제도를 들자면, 긴급복지지원제도가 될 것이다. 긴급복지지원제도는 “갑작스러운 위기상황으로 생계유지가 곤란한 저소득층에게 생계·의료·주거지원 등 필요한 복지서비스를 신속하게 지원하여 위기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돕는 제도”다. 긴급복지지원제도의 혜택을 받기 위한 소득 기준은 기준중위소득의 75% 이하이며, 재산은 대도시 기준 1억8800만원이고, 금융재산은 500만원 이하다. 위기상황에서 식료품비, 의복비 등 1개월 생계유지비로 123만원(4인 기준)이 지급된다. 최대 6회까지 지급될 수 있다. 지난 2013년 기준으로 보면, 긴급복지지원제도의 지원 대상이 되는 여덟가지 위기의 사유 가운데 ‘중한 질병 또는 부상’이 전체 지원의 약 3분의 2를 차지했다.
이와 같은 제도들은 모두 상병수당이 도입될 경우 모두 연계 및 조정이 필요한 제도들이다. 서로 보완이 되는 부분도 있다. 제도마다 급여의 수준 및 조건이 달라서 조정 및 연계의 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되는 부분도 있다.
3) 기본소득과 병행돼야 할 추가정책
한국에서 상병수당과 기본소득은 모두 도입이 되지 않은 제도다. 따라서, 아직 실현되지 않는 두 제도의 집행을 염두에 두고 추가정책을 제언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기본소득과 상병수당이 도입된다는 전제 아래, 두 제도가 어떻게 조정 및 연계가 될지는 다소 추상적이지만 밑그림은 그려둘 수는 있다. 이를 위해서 기본소득을 구성하는 다섯 가지 지표를 기준으로 상병수당과 기본소득을 비교해보고자 한다. 두 제도의 정의까지 포함해서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 표와 같다. 두 제도는 개별성과 정기성, 현금이전이라는 측면에서는 크게 차이점이 없다.
자료: 필자가 정리해서 작성.
두 제도를 가장 크게 가르는 기준은 무조건성과 보편성에 있다. 물론, 이 차이점에 대해서도 이견의 여지는 있다.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에서는 무조건성의 기준으로 “노동의무나 노동의사”를 기준으로 무조건성을 제시하는데, 이와 같은 기준에 따르면 상병수당 역시 무조건성을 따른다고도 볼 수 있다. 상병으로 인해서 노동의 의무로부터 면제되고, 본인의 노동의사와 무관하게 노동으로 배제되기 때문이다. 또한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에서는 보편성의 기준으로 자산심사를 제시하는데, 이 기준대로라면 상병수당 역시 보편성을 가지게 된다.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의 기준이 다소 추상적이기 때문인데, 금민(2021)이 제시하는 대로 무조건성과 보편성을 사회의 구성원 모두를 대상으로 하는 보편성의 단일한 측면으로 이해한다면, 기본소득과 상병수당의 차이점은 오히려 간결하게 드러난다.
이와 같은 점을 염두에 두고, 상병수당과 기본소득이 도입된다면, 두 제도가 연계될 수 있는 모델은 크게 네가지 정도로 제시할 수 있을 듯하다. 이는 매우 거친 모델로, 앞으로 토론의 여지를 남긴다. 또한, ‘상병보험’이 도입된다고 하더라도, 전국민 대상 실시간 소득 파악이 되지 않는 한, 사회보험에서 배제되는 무수한 노동 인구는 모델에서 배제하는 한계가 있다. 또, 사회보험의 급여일수 기간에 한정한 모델이라는 점도 밝혀둔다.
두 제도와의 관계에서 핵심은 기본소득과 상병수당의 급여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상병수당 특유의 대기기간과 초기 유급병가 기간 동안에는 기본소득이 소득을 일정 부분 보장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 글에서 이 대목은 다루지 않도록 한다.
[그림 3] 기본소득과 상병수당의 공존 모형
주: 그림에서 굵은 붉은색의 선이 소득구간 별로 상병수당 혹은 기본소득으로 받게 되는 수급액임.
먼저, 기본소득과 상병수당을 별도로 지급하는 독립형을 고려할 수 있다(<그림 3>에서 첫 번째 유형). <표 7>에서 제시되는 바와 같이, 기본소득과 상병수당은 보장의 근거 (권리 및 욕구), 재원 (공유부, 기여금)에서 차이가 난다. 두 가지 현금급여를 함께 묶어서 고려할 이유가 적다. 기본소득이 공유부에 대한 균등한 배당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누군가 상병으로 인해서 소득이 보전됐다는 이유로 기본소득을 삭감한다면, 같은 이유로 근로소득이 있는 노동자에 대한 기본소득을 삭감해야 한다는 논리로 귀결된다. 이는 기본소득의 원리와 부합하지 않는다. 상병수당 급여액도 기본소득을 근거로 삭감할 이유가 없다. 일부 공적부조 형태로 운영되는 국가를 제외하고는 수급자의 사업 및 노동 소득 외 다른 소득 수준을 수급 조건으로 심사하지 않는다. 따라서, 상병수당의 지급에 기본소득은 고려 대상이 될 수가 없다. 제도의 원리만을 따진다면, 두 제도는 서로의 수급 내용을 따지지 않고 운영되는 것이 타당하다. 문제는 두 제도를 광의의 사회보장제도라고 볼 때, 사회보장의 재원 확보의 문제는 남는다.
두 번째, 기본소득이 “생계에 충분하며 문화적 정치적 참여가 가능한 지급 수준이 정책목표”임을 고려할 때, 기본소득 급여의 충분성이 보장된다면 상병수당을 상당 부분 대신하는 대체형 모델을 생각할 수있다. 이에 따르면, 상병보험제도는 사라지거나 기능을 크게 상실하게 될 수 있다. 물론, 기본소득의 수준이 상병보험 급여, 즉 상병수당의 상한액을 넘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참고로, 상병수당의 급여수준에 대해서는 실업급여 수준으로 책정되는 안이 일부에서 제시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월 실업급여의 상한액이 198만원이라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를 초과하는 수준의 기본소득이 되려면,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실현 가능하기 어려운 수준의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다.
셋째, 기본소득이 최저생계비 수준을 밑도는 경우에는. 상병수당에 기본소득액을 차감하고 지급되는 안이 있다(3번 보충형). 앞서 살펴본 대로, 상병수당이 “소득손실 또는 비용발생에 대한 보장으로 사고발생 이전의 생활수준에 비례하여 일정 수준의 생활이 보장되도록 적정한 급여를 제공”한다는 사회보험의 취지를 가지고 있고, 기본소득은 ‘공유부에 대해 개개인을 대상으로 하는 지분 배당“이라는 성격을 가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혀 다른 원리에 근거한 제도이므로, 중복급여라고 명명할 수는 없다. 따라서, 상병수당액에서 기본소득을 차감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해서는 다소 의문의 여지가 있다. 또한, 기본소득을 초과하는 상병수당을 받지 못하는 중·저임금 노동자들이 상병보험 기여와 무관하게 상병수당을 받지 못하게 되는, 보험수리 원칙에 위배되는 문제점이 남는다.
이와 같은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서 네 번째의 수정 보충형I이 제시될 수 있을 듯 하다. 수정 보충형I은 수정형이 해소하지 못한 보험수리 원칙을 일부 반영했다. 이에 따르면, 상병수당 수급액은 기본소득을 일부 차감하는 수준으로 조정될 수 있다. 이럴 경우에는 상병보험료를 내고도 급여를 전혀 받지 못하는 집단은 매우 희소해질 것이므로, 제도에 대한 수용성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상병수당 보험에 따른 보험급여액이 매우 적어지는 문제점이 발생한다. 이를테면, 고용보험의 구직급여액을 기준으로 보면, 상한과 하한 사이의 차이가 2019년 기준 하루 5880원 ( = 6만6000원(상한액) – 6만120원(하한액))으로 매우 적은데, 수정 보충형I에서는 기본소득과 상병수당을 합한 급여액의 최대액과 최소액의 차이가 그보다도 적어지게 된다. 그림 3에 제시된 4) 수정 보충형 1의 그림을 보면, 가장 왼쪽과 오른쪽 소득 구간에서 급여액의 차이가 매우 적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 수정 보충형 II가 제시될 수 있다. 이 모델에서는 상병수당의 하한값 (그림 3의 1) 독립형과 5) 수정 보충형 II에서 b로 제시된 영역)이 기본소득액으로 합산된다. 이를테면, 국민연금 A값에 해당되는 부분 혹은 구직급여에서 하한선 (2019년 기준 6만120원)에 해당되는 급여액이 기본소득을 통해서 지급되는 방식과 유사한 이치가 될 것이다. 다만, 이와 같은 모델은 재원 조달의 측면에서, 상병수당의 기여금 가운데 높은 비율이 기본소득의 재원이 될 수 있다는 점, 매우 소액의 상병수당을 받는 저소득 집단에서 보험료 납부에 대한 저항이 있을 수 있다는 점, 고소득 구간에서도 받게 되는 상병수당 급여 수준이 상대적으로 미미하다는 점 등, 추가적으로 고려할 문제들이 다수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칫 잘못 접근할 경우, 기본소득은 사회보험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위험한 실험이 될 수도 있다. 무수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소득 재분배 및 사회적 위험에 맞서는 소득 및 서비스 보장의 측면에서 사회보험은 일정한 순기능이 있었다는 점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위와 같은 모델들은 기본소득의 급여 수준, 상병수당의 급여 수준 및 급여의 소득 비례 수준에 따라 다소 역동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여지가 있을 듯하다. 여기에 한가지 고려될 내용이 있다. 기본소득이 광의의 사회보장제도의 부분집합으로서 여집합인 기존의 사회보장제도들과 더불어 안착하려면, 사회보장에 대한 새롭고 포괄적인 정의 및 원칙이 성립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자료: 필자가 정리해서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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