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에서 “한국 사회의 변화 방향에 대한 청사진을 기본소득 의제를 중심으로”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기본소득 쟁점토론회”를 진행합니다. 이 쟁점토론회는 기본소득을 둘러싼 여러 이슈와 기본소득 실현을 위한 로드맵을 검토하는 자리이며, 2020년 2월부터 2021년 7월까지 진행될 예정입니다.
아래의 글은 2020년 9월 12일 <쟁점토론 8. 재정원리, 시민소득세(지급수준 논의 포함)>를 위한 발표문(초고)입니다.

쟁점 토론 8. (1) “기본소득 재정원리” 발제문(초고)

기본소득 재정원리

발제자: 금민 이사

제1절. 기본소득 재정의 특성

I. 조세기반 기본소득과 공유부의 선분배

기본소득은 “자산 심사나 노동에 대한 요구 없이 무조건적으로 모두에게 개별적으로 주어지는 정기적 현금 이전”(BIEN, 2016)이다. 즉 무조건성, 보편성, 개별성, 정기성은 현금이전의 한 종류인 기본소득의 종차를 드러내는 지표들이다. 이 중에서 정기성 지표는 성년이 되었을 때 종자돈을 한꺼번에 지급하는 기초자산제(basic capital: 사회적 지분급여)와 기본소득을 준별하는 기능을 가진다. 반면에 무조건성, 보편성, 개별성 지표는 기존의 공적 이전소득들에 대한 기본소득의 유형적 차별성을 보여준다. 즉 기본소득은 사회보험(social insurance)처럼 기여의 원칙을 전제하지도 않으며 공공부조(public assistance)처럼 필요를 심사받지 않는다. 무조건성, 보편성, 개별성은 기본소득에만 나타나는 특징적인 이전방식을 드러낸다. 기본소득의 원천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하면 이러한 이전방식은 자연스러운 귀결로 이해된다. 즉 기본소득의 원천은 모두에게 돌아가야 할 몫으로서 공유부라는 관점은 무조건적, 보편적, 개별적 소득이전이라는 기본소득 특유의 이전방식에 대하여 정당성을 부여한다. 즉 모두의 몫에 대하여 조건을 달고 선별한다면 분배정의가 왜곡될 것이라는 점이다. 모두의 몫은 재정당국의 재량에 따라 누구에게는 주고 누구에게는 주지 않고 할 수 없으며 개별적인 시민 모두에게 무조건적으로 동등하게 분배되어야 한다. 공유부의 무조건적, 보편적, 개별적 분배가 이루어질 때에만 시장소득도 성과에 따라 분배될 수 있다. 즉 기본소득 방식으로의 공유부 분배는 투입성과에 따른 분배라는 시장소득에서의 분배정의가 지켜지기 위한 선결 조건이다. 따라서 기본소득은 모두의 몫을 시장소득의 분배에 앞서 모두에게 무조건적 개별적으로 분배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 조세형 기본소득 모델의 경우, 과세를 통한 시장소득의 환수와 재정지출을 통한 소득이전이라는 점에서는 기존의 공적 이전소득들과 아무런 차이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시장소득에 대한 과세로 재원을 마련하며 소득이전을 통해 세후 가처분소득을 조정하는 2차 분배라는 점에서는 기본소득도 다른 종류의 공적 이전소득과 마찬가지이며 단지 이전방식이 무조건적, 보편적, 개별적이라는 점만이 다른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조세기반 기본소득에 나타나는 불가피한 특성은 과세 후 이전이며, 이로 인하여 기본소득은 자산소유나 노동성과에 따른 시장소득 분배를 국가가 사후적으로 교정하는 이차적인 규제원리(secondary regulative principle of income distribution)처럼 보인다. 여기에서 무조건적, 보편적, 개별적 이전이라는 특유의 지출방식도 공유부 분배의 고유한 원칙이 아니라 다른 종류의 공적 이전소득들에 대한 차별성으로서만 부각될 뿐이다. 하지만 이는 재원 마련에서 조세제도에 의존하기 때문에 생기는 형태상의 특징일 뿐이다(금민, 2020: 221).

하지만 사태를 달리 볼 수도 있다. 재산권이나 경제적 효율성 등 여러 가지 이유로 공유부가 시장소득의 분배 차원에서 모두에게 평등하게 분배될 수 없기 때문에 조세기반 기본소득과 같은 사후적 재분배제도가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즉 기본소득을 원래는 선분배(predistribution) 되었어야 할 모두의 몫을 모두에게 무조건적 개별적으로 되돌려 주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나의 반사실적 가정(counterfactual assumption)은 이 점을 명백하게 해 준다. 곧 제임스 미드가 제안했던 공유지분권 모델(Meade, 1989: 38, 40), 곧 주식회사의 수익 중 일부에 대해서 사회구성원 모두가 배당권을 부여받는 경우에는 공유부의 분배가 사후적 재분배가 아니라 선분배로 나타난다. 물론 이렇게 하려면 국가가 상장주식의 일부를 소유하고 지분수익은 국민 모두에게 사회배당(social dividend)으로 나눠주어야 한다. 미드는 국가공유지분을 50%라고 보았는데, 이렇게 사회를 재조직하려면 소유권 변화가 전제되어야 한다. 조세기반 기본소득 모델은 기업의 소유권 문제를 건드리지 않는다. 하지만 공유지분권 모델에서와 동일한 선분배 과정이 과세와 이전의 연동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조세기반 기본소득은 선분배 되었어야 할 공유부를 사후적으로 모두에게 되돌려준다. 여기에서 선분배 되었어야 할 공유부에는 법인소득뿐만 아니라 개인소득까지 포함된다. 이러한 점으로부터 설령 공유지분권 모델이 도입된다고 하더라도 개인소득에 포함된 공유부의 과세와 재분배를 위해서는 여전히 조세기반 기본소득이 필요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오늘날의 복지국가에서 노령, 질병, 산재, 실업 등 소득단절의 위험을 방지하는 사회보험은 기여의 원리를 전제하며, 사후적인 빈곤구제 기능을 맡는 공공부조는 필요의 원리에 입각한다. 기본소득의 원리는 이와 전혀 다르다. 원리적으로 기본소득은 공유부 분배정의에 기초하며, 조세형 모델은 선분배 되었어야 할 공유부를 과세와 이전의 연동에 의해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되돌려주는 것이다.

지금 당장 기본소득이 도입되었다는 또 하나의 반사실적 가정을 해보자. 기본소득의 선분배적 성격은 개인의 가처분소득 차원에서 보다 명확하게 나타난다. 기본소득이 도입되면 그 액수가 크든 작든 개별적인 가처분소득(disposable income)은 두 가지 원천을 가진 복합소득(income mix)으로 바뀐다. 가처분소득의 한 부분은 여전히 시장소득(market income)일 것이다. 즉 노동소득, 사업소득, 재산소득과 여기에 추가적으로 상속 및 증여소득 등 사적 이전소득의 합계(OECD, 2016; 이병희, 반정호, 2008: 69: 박종규, 2017, 각주 2)에서 납세액을 뺀 액수이다. 다른 한 부분은 기본소득 및 여타 공적 이전소득으로 이루어진다. 가처분소득은 ‘공적 이전소득 지급과 과세가 모두 반영된 상태’(after transfers and taxes)의 소득(OECD, 2016)을 뜻하는데, 가처분소득의 개인별 구성요소들의 비중은 전적으로 개별적인 시장소득 크기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즉 어떤 사람의 시장소득이 많으면 많을수록 가처분소득에서 공적 이전소득의 비중은 줄어들 것이다. 사회 전체적으로도 조세제도의 변화, 기본소득 재정의 GDP 비중의 증감, 경기상황 등에 따라 두 가지 소득원천의 구성 비율은 변화할 수 있다. 개별적인 가처분소득에서 어떤 부분이 항상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해야 한다는 원칙은 있을 수 없지만, 기본소득 도입 전과 비교할 때 중요한 변화가 일어난다. 즉 모든 개인의 가처분소득에 기본소득이라는 보편적 공적 이전소득이 필수적 구성요소로 추가되었다는 변화이다. 변화의 핵심은 공적 이전소득의 보편화이다. 설령 특정한 인구집단에 대한 추가적인 공공부조가 존속하더라도 그것은 사회구성원 일부에게만 지급될 뿐이고, 반면에 기본소득은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지급된다. 공적 이전소득의 보편화라는 변화는 지급되는 기본소득 액수와 상관없는 질적 변화이다. 즉 지급수준이 낮은 부분기본소득(partial basic income)이든 생계수준 이상을 지급하는 완전기본소득(full basic income)이든 모든 개인의 가처분소득에서 기본소득은 필수적인 구성요소가 된다(금민, 2020: 229). 기본소득에서 ‘기본’(basic)의 의미는 모든 사람에게 예외 없이 주어지는 선차적 소득이라는 것이며, 여기에 추가적으로 다른 종류의 소득이 덧붙여질 수 있다는 뜻이다(Van Parijs, 1995: 30). 이 점에서 기본소득은 모든 사람에게 시장소득 이전에 무조건적인 소득최저선(income floor)이 사전에(ex ante) 부여된다는 뜻이다. 현재의 공공부조도 소득최저선을 부여하지만 시장소득 분배 이후에 조건을 심사하여 사후적으로(ex post) 부여된다는 차별성이 있다. 기본소득과 함께 모든 개인에게 소득최저선이 부여된다는 점은 조세형 모델도 공유부의 선분배 기능을 가진다는 점을 보여준다.[주석 1]

[주석 1]『베버리지 보고서』 출간 2년 후인 1944년에 펴낸 책에서 콜은 “현재의 생산력은 현재의 노력과 사회적 유산의 공동결과(a joint result)”이며 “모든 시민들이 이러한 공통유산(common heritage)의 수익을 공유해야 한다”고 쓴다(Cole, 1944: 144). 이러한 전제 위에서 콜은 기본소득의 선(先)분배적 성격을 강조했다. “(공통유산의) 배분(allocation) 이후에 남은 생산물의 잔액만이 […] 보수의 형태로, 유인으로서 분배되어야 한다.”(1944: 144)

II. 과세와 이전의 연동 – 세수 전액의 무조건적, 보편적, 개별적 이전지출

오늘 당장 기본소득이 도입되었다는 반사실적 가정을 다시 한 번 해 보자. 재원은 기본소득 지급을 위해 증세를 했다고 가정하자. 다른 지출이 늘어나지 않았다는 가정 아래 증세로 얻은 수입은 그대로 국민 모두에게 무조건적, 개별적으로 이전될 것이다. 이 점은 기본소득을 위한 세수는 국가의 재정충용을 위한 일반조세와 다르다는 점을 보여준다. 기본소득을 위해 증세를 한 후 국가가 이를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없다. 바로 이러한 재정 특성, 곧 거둔 세수 그대로 모두에게 1/n로 분배된다는 점이야말로 기본소득의 선분배적 성격을 가장 분명하게 드러낸다. 세액을 그대로 기본소득으로 지출한다는 특성은 국가당국의 정책적 고려와 무관하게 원래의 몫을 그대로 사회구성원 개개인에게 되돌려준다는 뜻이다. 이는 기본소득의 주인은 국가가 아니라 개별적 시민들이라는 점을 명확하게 드러내며, 아울러 기본소득 제도를 통해 국가는 시민들에게 원래 선분배되었어야 할 공유부를 과세에 의해 이전한다는 점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기본소득 재정과 관련하여 국가는 재정적 재량권을 가지지 않으며 단지 조세추출 기구이자 소득이전 기구로서 매개적 기능을 수행할 뿐이다. 세수 전액의 무조건적, 보편적, 개별적 이전지출은 기본소득 재정의 특성이다.

이 점은 기본소득을 위한 과세를 재정적 과세로 볼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낳는다. 엄격하게 말하자면, 기본소득 재정은 거둔 세수 그대로 이전 지출되기 때문에 그 이외의 세입, 그 이외의 재정지출, 결국 재정수지 전체에 대해서 중립적이다. 이는 마치 거둬들인 탄소세수를 그대로 탄소배당으로 나눠주는 것처럼 세수 중립적이다. 기본소득 재정은 기본소득이 도입되기 이전의 재정수입과 지출에 대해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기본소득 재정은 그 크기와 상관없이 국가의 재정적 재량권과 무관하기 때문에, 만약 재정적 재량권을 중심으로 작은 정부인가 큰 정부인가를 따진다면 기본소득 지급수준은 이 문제와 무관하다. 20세기 초 영국 노동당의 기본소득 운동가였던 밀너(Dennis Milner)는 기본소득을 위한 과세는 여타의 재정적 조세와 달리 재정당국의 재량권이 개입하지 않고 시장소득의 재분배효과만을 낳기 때문에 차라리 소득재분배 ‘기여금’(contribution)으로 규정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고 말했다(Mabel and Milner, 1918[2004]: 126). 거둔 세수 그대로 이전 지출한다는 점에서는 이는 타당한 지적이다. 그럼에도 따져보아야 할 점은 남는다. 밀너의 주장은 자칫 소득재분배를 기본소득의 효과가 아니라 목적 그 자체로 바라보게 만든다. 기본소득의 소득재분배 효과에 대해서 일반적인 재정과세의 소득재분배 효과와 구별되는 엄밀한 이론적 윤곽이 부여될 때 이 문제는 명확해질 것이다.

기본소득은 시장소득의 재분배 기능을 가진다. 많은 연구들은 기존의 공적 이전소득보다 기본소득의 재분배효과가 탁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강남훈, 2011; 2017; 백승호, 2010; 이건민 2018; 2019; 최태훈, 염영배, 2017; Garfinkel, Huang and Naidich, 2003; Torry, 2016). 빈곤층에 몰아주는 이전지출은 재분배 규모를 늘리기 어렵다(Korpi and Palme, 1998: 강남훈, 2019: 27-30). 시장소득의 순위보전(rank preservation) 때문에 저소득층의 이전소득의 크기는 열등처우의 원칙(principles of less eligibility)의 적용을 받는다. 공공부조는 유급일자리를 얻을 경우에 수급권 박탈이나 높은 한계암묵세율로 이어져서 실업의 덫(unemployment trap)에 빠지게 되며 근로장려세제(EITC)에서도 빈곤의 덫(poverty trap)을 빠져나오는 효과는 점증구간에서만 나타난다. 반면에 추가적인 노동소득을 올릴 수 있는 기본소득의 경우 이러한 문제는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 노동시장 효과를 뺀 1차적인 소득재분배에서도 기본소득은 시장소득의 순위를 보전하면서 격차를 비례적으로 줄여서 위에서 아래로 시장소득을 재분배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간편하게 일체의 조세감면이 없고 모든 소득에 평률세(flat tax)로 과세한다는 가정 하에서 t%를 증세하여 전액을 1/n로 분배하면 지니계수(Gini coefficient)는 정확하게 t% 개선되는데, 이러한 개선효과는 수학적으로 증명 가능하며 소득분포와 상관없이 항상 성립한다(A. Miller, 2017: 245-246; 이건민, 2017). 만약 평률세로 과세하기만 하고 이를 1/n로 분배하지 않는다면 지니계수 개선 효과는 0%이며, 이와 반대로 소득원천에 따라 차등을 두어 자본소득에 대해서는 더 높은 세율을 적용하거나 근로소득에 대해 누진세율을 채택한다면 지니계수는 t%보다 더 많이 개선될 것이다. 따라서 소득재분배 효과에 대한 논증은 기본소득론의 중요한 일부를 이룬다.

그런데 기본소득 재정과 관련하여 가장 중요한 점은 소득재분배는 기본소득의 목적이 아니라 경제적 효과라는 점이다. 지금까지 존재했던 조세기반 소득재분배 제도들과 기본소득의 차별성에 주목한다면 이 점은 쉽게 이해된다. 소득재분배는 조세의 일반적 기능 중의 하나이다. 과세와 이전지출을 통한 소득재분배는 과거에도 존재했으며 굳이 ‘모두의 몫은 모두에게’라는 공유부의 분배정의에 근거하지 않더라도 사회적 안정성이나 경제성장에서 근거를 찾아왔다. 고소득자가 더 많은 세금을 부담하여 저소득자에게 더 많은 혜택을 부여함으로써 세후소득 재분배 효과가 크게 나타날수록 사회적 안정성은 높아진다는 주장이나 과세와 복지지출을 통해 소득불평등을 완화할수록 성장에 유리하다고 주장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입장은 과세 및 지출의 타당성을 사회적 경제적 효과의 관점에서 판단한다. 앞서 언급한 많은 연구들이 보여주듯이, 기본소득은 종래의 과세 및 이전지출보다 소득격차에 대한 시정 효과가 가장 확실하다. 하지만 기본소득 재정의 원리는 기본소득 방식의 이전지출이 소득격차와 불평등 완화에 가장 효과적이라는 점이 아니라 권리와 정의의 문제로부터 나온다. 무조건적, 보편적, 개별적 이전지출은 기본소득의 원천이 공유부라는 점으로부터 나오는 당연한 이전방식이다. 공유부의 분배에 조건을 달고 선별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기 때문에 자산 심사에 따른 선별적 이전소득 형태로 분배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 사회 전체의 차원에서 소득이 각자에게 각자의 성과에 따라 분배되려면 먼저 특정인의 성과로 배타적으로 귀속시킬 수 없는 모두의 몫은 개별적인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조건 없이 되돌려져야 한다. 개별적인 노력이나 성과로 귀속시킬 수 없는 공유부의 크기가 GDP의 10%라면 10%를, 그러한 몫이 엄청나게 커서 거의 90%라면 90%를 모두에게 무조건적 개별적으로 배당해야만 공유부 분배정의가 실현된다.

물론 이 크기는 국가가 정한다. 조세법률주의에 따라 국회가 구체적인 공유부 세목과 세율을 결정하며, 이러한 결정으로 국민총소득에서 공유부의 크기가 정해지게 된다. 하지만 그 크기가 어느 정도이든 조세기반 기본소득은 공유부 과세를 통해 거둬들인 세수 전액의 무조건적, 보편적, 개별적으로 이전 지출함으로써 공유부 분배정의를 실현한다. 국가가 정하는 기본소득 재정규모는 국민총소득 중에서 시장소득 분배에 앞서 선분배되어야 할 공유부 몫을 정한다는 의미를 가지며, 이와 같은 선분배에 의해 소득불안정성이 사전에 제거된다(Cole, 1935: 228, 231). 인공지능 개발과 데이터 기반 가치생산이 증대하고 있는 오늘날의 경제 현황은 기본소득, 곧 공유부의 무조건적, 보편적, 개별적 이전을 점점 더 중요하게 만들고 있다.

III. 기본소득 특별회계: 공유부 세입과 기본소득 지출의 견련관계

기본소득의 재원은 공유부 과세이며, 세입은 전액 무조건적, 보편적, 개별적으로 이전 지출된다. 세입과 세출 간의 특별한 견련관계(牽聯關係)가 성립한다. 모두의 몫인 공유부 분배에 대해 조건을 달고 선별할 수 없다는 점이 이러한 견련관계의 근거이다. 세입과 세출의 견련관계를 확보하려면 기본소득 재정은 “특정한 세입으로 특정한 세출에 충당함으로써 일반회계와 구분하여 계리”(국가재정법 제4조)하는 특별회계로 관리하는 것이 타당하다. 특별회계에서 세입과 세출의 견련성은 단지 지출을 위한 세원을 특정해 둔다는 의미에서의 형식적 견련성에 지나지 않을 경우도 있다. 반면에 기본소득 특별회계는 내적 견련관계를 가진다. 내적 견련관계란 단지 특정 세입을 특정 세출에 충당한다는 형식적 견련관계보다 강한 견련성을 의미한다. 즉 그것은 기본소득 이외에는 과세로 회수된 공유부를 분배하는 정당한 방식이 없음을 표현한다.

반면에 총수입과 총지출을 단일 예산으로 편성하는 일반회계에서는 수입과 지출 간의 특별한 견련관계가 단절되며 모든 세수를 일괄하여 이로부터 일체의 세출이 책정된다. 만약 기본소득 재정을 일반회계로 관리하면 기본소득 재정의 특징인 세입과 세출 간의 견련관계가 단절되어 여러 가지 불필요한 오해가 발생한다. 일반회계에서는 기존의 공적 이전소득이든 기본소득이든 사회복지지출 항목 중의 하나로 취급되며, 그 차이는 오직 전 국민을 대상으로 조건 없이 개별적으로 지출하는가의 여부로만 표시되게 될 것이다. 기본소득이 사회공공서비스나 기존의 현금복지를 구축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는 현재의 세입을 고정적인 상수로 두고 부당한 예산제약을 두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일반회계로 기본소득 재정이 관리될 경우에는 세입이 늘어난다고 가정해도 기본소득 지출의 증대가 다른 복지지출의 증대에 제약이 되될 것이라는 염려가 생길 수 있다. 따라서 기본소득 재정은 특별회계로 관리하는 것이 공유부 분배의 취지에도 맞고 재정지출의 우선순위나 구축효과와 관련된 불필요한 오해와 갈등도 피할 수 있다. 기본소득 재정을 특별회계로 계리하기 위해서는 국가재정법 제14조에 따른 입법절차가 요구된다. 지자체 차원의 기본소득 재정도 지방재정법 제9조 상의 특별회계로 계리하는 것이 합당하고 이를 위해서는 조례 제정이 필요하다.

IV. 재정환상의 제거

기본소득 재정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거둔 세수 그대로 개별적인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무조건적으로 1/n로 분배된다는 특징이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하여 기본소득 도입으로 추가 부담하는 세금과 지급되는 기본소득 액수를 누구나 명료하게 비교하여 명확한 손익계산을 할 수 있게 된다. 이는 과세와 혜택의 상관관계가 직접적으로 계산되지 않는 일반조세와 달리 기본소득을 위한 과세에서는 세금은 많이 내지만 혜택은 적다든지 또는 조세부담보다 많은 혜택을 받고 있다는 오해, 곧 재정환상(fiscal illusion)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는 뜻이다(강남훈, 2017: 16-17; 금민, 2020: 223).

재정환상의 제거는 기본소득 재정이 특별회계로 관리되는 경우에는 분명하지만 일반회계인 경우에는 불분명해질 수 있다. 그럼에도 오직 기본소득 도입을 위해서만 증세가 이루어졌다고 가정하면 일반회계에서도 최소한 원년에는 더 내게 된 세금과 기본소득으로 돌려받는 액수의 비교가 어렵지 않으며 분명한 손익계산이 가능할 것이다. 재정환상이란 재정 파라미터에 대한 체계적인 오해이다(Oates, 1988: 67) 재정환상이 사람들이 조세부담을 이해하지 못해서 재정지출을 늘리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도 있으며 반대로 재정지출의 편익을 이해하지 못하여 지출을 줄이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어떤 경우이든 사람들은 과세와 지출을 균형 있게 이해하지 못한다. 특별회계로서 관리되는 기본소득의 도입은 사람들이 명확한 손익계산을 할 수 있도록 해 준다. 개별적인 납세자들이 명확한 손익계산을 할 수 있다는 점은 기본소득 재정의 크기에서도 재정환상이 제거된다는 것으로 이어진다. 사람들은 기본소득 도입에 대한 개별적 부담을 기본소득 특별회계로 인한 과세액에서 기본소득으로 돌려받은 금액을 뺀 금액으로 바라보게 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사람들은 기본소득에 필요한 과세 총액(총조세)이 아니라 기본소득으로 돌려받은 금액을 제하고 실제로 개별 시민들이 부담한 과세액의 총합(순조세)가 기본소득 도입에 필요한 비용임을 깨닫게 된다. 곧 총조세로 기본소득 비용을 판단하는 재정환상이 제거된다.

V. 기본소득의 명목비용과 순비용

과세와 이전의 연동, 특히 거둔 세수 그대로 모두에게 무조건적으로 1/n로 분배된다는 특징은 기본소득의 총비용과 순비용이 불일치하도록 만든다. 기본소득에 필요한 순비용(net cost)은 기본소득 지급총액보다 훨씬 적다(Widerquist, 2017). 기본소득의 순비용은 지급받은 기본소득 액수보다 더 많은 세금을 부담한 사람들이 추가로 부담한 액수의 합계이고, 이 규모가 기본소득으로 인한 재분배규모이다. Widerquist(2017)는 기본소득 순비용(N)을 기본소득(U)에서 시장소득(Y)에 세율(t)를 곱한 값을 뺀 값으로 표시한다.

N = U – (Y x t)

엄밀하게 표시하자면, 전체 순비용(Total Net Cost: TNC)은 다음과 같다(금민, 2020: 396, 후주 8).

TNC = Topic-8_Part-1_formula

여기에서 Y는 시장소득, t는 세율, U는 기본소득을 뜻한다. 전체 순비용(TNC)은 전체 순혜택(Total Net Benefit)과 같고(TNC=TNB), 이 규모가 재분배의 순규모이다.

기본소득의 순비용과 총비용(gross cost)의 차이는 원래 모두에게 선분배 되었어야 할 몫을 조세제도를 통해 재분배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기본소득 지급액보다 더 많은 세금을 냈다면 원래 공유부로서 모두에게 무조건적 개별적으로 배당되었어야 할 선분배 소득보다 더 많은 몫을 시장소득으로 획득한 경우이며, 기본소득 지급액보다 세금을 적게 냈다면 반대의 경우이다.

제2절. 기본소득 특별회계의 수입항목 총람

I. 과세수입

기본소득 특별회계의 세입항목은 우선 시민소득세(사회가치세), 토지보유세, 빅데이터세 등 과세수입이다. 지역 상징자본 과세는 지방세로 걷고 재건축초과이득 환수금과 함께 기본소득 특별회계로 지자체 기본소득의 재정기반으로 삼는다. 탄소세의 경우 배당을 통하여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무조건적, 개별적으로 이전 지출되지만 유도적 교정적 과세가 일차적인 도입 취지이며 배당은 이러한 취지를 뒷받침해 주는 수단이라는 점에서 기본소득 특별회계와 구별되는 별도의 특별회계로 관리하는 것이 좀 더 합리적이다. 탄소세를 원천세가 아니라 경제의 전 과정에 과세할 경우 최종소비자는 소비에서 탄소세로 지출한 총액과 탄소배당으로 돌려받은 금액을 명확히 비교할 수 있고 이는 탄소세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하게 된다. 반면에 토지보유세도 유도적 교정적 과세 기능을 가지지만 일차적 취지는 토지공유부의 배당이므로 기본소득 특별회계의 세입항목으로 편입하는 것이 타당하다. 시민소득세(사회가치세)의 과세방식은 사에즈와 주크먼(Saez and Zucman, 2019)이 제안한 ‘국민소득세’(national income tax)처럼 기존의 소득세와 별도로 이자소득, 배당소득, 임대소득을 포함하여 조세행정상 파악가능한 모든 종류의 소득원천에 평률세로 과세한다. 시민소득세는 개인소득이라는 내부재원(internal funding)에 대한 과세이지만, 과세의 성격은 지식공유부 과세 또는 사회(공동체)가치세로서 이 역시 공유부 과세이다.

아울러 기본소득 특별회계의 세입항목으로서 일반회계로부터의 전입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 이는 두 가지 이유에서 필요하다. 하나는 역진적인 현재의 조세감면 제도를 폐지하고 기본소득 재원으로 쓸 수 있는데(강남훈, 2019; 유종성과 천우정, 2020), 이는 성격상 공유부 과세가 아니며 일반적인 조세개혁이므로 기본소득이라는 이전지출과 별도의 견련관계를 가지지 않는다. 두 번째 이유는 기본소득 지급수준이 전년도보다 감소하는 상당히 예외적인 상황에 대비하여 소득최저선의 철회불가능성과 지속성을 담보하기 위해서이다. 불황기에는 공유부 세수도 줄어서 기본소득 지급금액이 줄어들게 된다. 하지만 경기회복을 위해서는 기본소득 금액은 더 늘어나야 한다는 역설적 상황에 직면한다. 불황기에 더 많은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방법은 주권화폐제(sovereign money)의 도입(Huber, 1998: Creutz, 2002)이 유력한 대안이지만, 이런 방식이 아니라면 현재의 기본소득을 유지하거나 좀 더 많은 금액을 지급하는 등 경기역행적(Countercyclical) 조절은 일반회계로부터의 차입을 통해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II. 과세외 수입

조세수입 이외에 국공유재산의 수익을 기본소득 특별회계의 수입 항목에 넣는다. 국공유재산을 출연하여 공유부 기본소득기금을 조성하고 기금수익은 기본소득 특별회계로 이전한다. 이를 위해서는 2018년 기준 1,076조 6천억에 달하는 국유재산에 대한 국민 모두의 수익배당권을 부여하는 법률개정이 필요하다. 지자체 차원에서는 지자체 소유의 공유재산, 부동산 재개발, 재건축 등의 개발 수익, 도시재생사업 수익, 지자체 소유 부동산 임대료, 공기업 이윤, 기타 수익을 적립하여 공유부 기본소득기금을 조성할 수 있다(강남훈, 2018; 곽노완. 2020). 국공유재산의 운용을 통해 수익을 얻기 위한 비즈니스 모델도 개발해야 할 것이다(유영성, 천우정 2020; 곽노완, 2020).

공유부 기본소득기금은 수익을 기본소득 재원으로 쓴다는 점에서 일종의 공동소유(common ownership) 형태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기업의 지분의 전부가 아니라 일부만이 공동소유인 공유지분권(common equity)에서도 기본소득 특별회계로 편입될 수익이 나올 수 있다. 간편한 방법은 국가, 개별적 시민, 기업의 투자로 이루어진 기본자분풀(Basic Capital Pool)을 조성하고(유영성, 천우정 2020), 이를 녹색 뉴딜이나 데이터 뉴딜 등에 투자하여 공유지분권을 획득하며, 발생한 수익 중에서 국가지분 수익을 기본소득 특별회계에 전입하는 것이다. 기본자본풀을 설정할 때 개별 시민 및 기업의 투자수익 중에서 일정 비율을 기본소득 특별회계에 기부금으로 전입할 수 있도록 약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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