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에서 “한국 사회의 변화 방향에 대한 청사진을 기본소득 의제를 중심으로”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기본소득 쟁점토론회”를 진행합니다. 이 쟁점토론회는 기본소득을 둘러싼 여러 이슈와 기본소득 실현을 위한 로드맵을 검토하는 자리이며, 2020년 2월부터 2021년 7월까지 진행될 예정입니다.
아래의 글은 2020년 4월 11일 <쟁점토론 2. 생태적 전환을 고려한 기본소득> 발표에 대한 질의 (1)입니다.

쟁점 토론 2. “생태적 전환을 고려한 기본소득” 질의 (1)

“생태적 전환과 기본소득”에 관한 제안 또는 질문 (1)

작성자: 이건민 이사
작성일: 2020년 4월 11일

“기본소득만으로 생태적 전환을 이룰 수 있으며, 그러므로 기본소득은 생태적 전환의 충분조건이다”라는 주장은 분명 잘못입니다. 하지만 금민 이사님의 입장과 마찬가지로, “기본소득은 생태적 전환의 필요조건”이며 “생태적 전환을 위한 핵심 구성요소 중 하나”라는 주장은 충분히 가능하며, 우리가 적극적으로 논증해야 할 주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입장에서 아래와 같이 제안 또는 질문 드리고자 합니다.

1.

기본소득의 생태적 효과와 관련하여 주목해야 할 기제는 크게 세 가지가 있습니다(Howard, Pinto and Schachtschneider, 2019).

①일반적으로 저소득층의 한계소비성향이 고소득층의 한계소비성향보다 크므로 유의미한 소득재분배효과를 낳는 기본소득은 사회 전체적으로는 소비를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이는 빈곤과 불평등을 완화시키며 특히나 저소득층과 사회취약계층의 자유와 선택, 기회집합을 확장시킨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변화이지만, 적어도 ‘생태/환경’ 면에서는 부정적으로 평가될 수도 있습니다).

②기본소득이 소득 및 자산 불평등을 감소시킨다면 과시적 소비 욕구와 지위재에 대한 수요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생태적 효과를 가질 수 있습니다.

③더 근본적인 차원에서 생태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낳는 기제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녹색기본소득’ 제안들이 주목하는 바입니다. “다양한 녹색기본소득 제안들은 기본소득이, 특히나 충분한 수준으로 지급될 경우, 개인들로 하여금 생산주의적 및 성장에 기반 한 패러다임 외부에서 다양한 삶의 형태들을 실험하도록 허용할 것이라는 사실에 토대”하고 있으며, “그들에 따르면, 그러한 기본소득은 개인들에게 그들의 활동들을 자율적 영역으로 이동시키기 위한 보장을 제공할 것이다.” “공식경제의 외부에서, 사람들은 생태적 및 감정적 가치들에 더 초점을 맞출지 모르고, 오직 기본소득만으로 생활하는 사람들은 더 많은 여가와 더 적은 물질적 소비를 선택할 수 있을 것이며, 일자리나누기는 성장에 의존적인 완전고용에 비해서 실현가능성이 더 높을 것이고, 노동은 노동집약도는 높아지는 대신 자연자원집약도는 낮아질 수 있을 것이다.” 금민 이사님께서도 다음과 같이 말씀하신 바가 있습니다. “더 평등한 소득 분배, 더 평등한 일자리 분배, 사회적 시간의 더 평등한 분배는 생태적 전환에 기여한다”(금민, 2020: 360).

그런데 여기서 첫 번째 기제는 생태/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는 하지만 다른 면에서는 바람직한 변화를 추동하는 것이고, 이러한 첫 번째 기제로 인하여 근본적인 세 번째 기제가 가능하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첫 번째 기제, 두 번째 기제, 세 번째 기제를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면, (다른 정책패키지와 함께 바람직한 형태로 도입된) 기본소득은 긍정적인 생태적 효과를 낳으며 생태적 전환에도 도움이 된다는 ‘적극적인 주장’이 가능하지 않을까 합니다.

2.

물론 여기에 더하여, ‘생태적 전환’을 위하여 ‘기본소득’은 그 자체로 어떠한 형태가 되어야 하며(기본소득의 지급수준(완전기본소득 vs. 부분기본소득), 재원마련 방안(단지 기본소득의 지급액수를 극대화하기 위함이 아니라, 생태적 전환을 촉진하기 위한 재원 구성), 생태세-생태배당 모델에서의 세율(예컨대, 생태배당의 액수를 극대화하기 위한 세율이 아니라 에너지 전환, 생태적 전환을 촉진하기 위한 세율) 등등), 어떠한 추가적인 정책들(직접규제, 녹색 기술 및 인프라 개발, 공공서비스 등)이 조화롭게 동반되어야 하는지가 논의되면 좋겠습니다(즉 “생태적 전환을 위한 조건/배치”에 대한 논의).

3.

탈성장의 정의에 대한 명확하게 합의된 입장이 아직 정리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지만, ‘탈성장’을 ‘소규모 집단을 중심으로 한 문화적 변화와 실천을 추구하는 입장’으로만 바라보는 것은 조금 곤란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탈성장론자들이 결코 기술개발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탈성장론자들은 생태합리적인 기술개발만으로도 생태적 위기에 충분히 대처할 수 있다는, 즉 ‘절대적 탈동조화’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생태근대화론자들의 입장에 대해 분명히 반대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생산주의, 성장주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고자 한다는 점에서 탈성장론은 주체의 변화와 구조의 변화를 모두 겨냥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합니다. (그러한 점에서 로버트 폴린은 탈성장 패러다임에 대해서 지나치거나 그릇된 비판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참고문헌

금민(2020). 『모두의 몫을 모두에게: 지금 바로 기본소득』. 동아시아.

Howard, Michael W. Jorge Pinto and Ulrich Schachtschneider (2019). “Ecological Effects of Basic Income”. In The Palgrave International Handbook of Basic Income, Cham: Palgrave Macmillan, pp.111~1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