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의 글은 2020년 4월 25일 월례 쟁점토론회의 토론내용을 반영하여 고쳐쓴 <쟁점토론 3. 기본소득과 데이터 공동소유권> 발표문 수정본입니다. (참고. 아래 글은 원문의 주석을 포함하고 있지 않습니다. 주석을 포함한 전체 논문은 PDF 파일에서 볼 수 있습니다.)

‘쟁점 토론 3. 기본소득과 데이터 공동소유권’ 발제문 수정본

기본소득과 빅데이터 공동소유권

발제자: 금민 이사

I. 서론

오늘날의 경제에서 거의 모든 경제활동은 데이터로 기록되며 기록과정 그 자체와 기록물은 가치화되어 이윤생산에 기여한다(금민, 2020: 3장). 때로는 데이터 그 자체가 거래 대상이 되기로 한다. 데이터 주도 혁신은 모든 산업부문과 공공영역 및 소비생활 전체에 걸친 디지털화에서 가장 중요한 특징이다(OECD. 2014). 이 점에서 데이터는 곧잘 원유(Srnicek, 2017: 40; Haskel and Westlake, 2017)에 비유된다. 이로부터 또 하나의 비유가 탄생하는데, 데이터 채굴(data mining)이 바로 그것이다. 데이터는 천연자원이라는 비유에는 은연중에 데이터를 누구나 가져다 쓸 수 있는 자유재로 간주하는 관점이 깔려 있다. 물론 이러한 비유는 기업이 플랫폼을 통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아무런 대가 없이 활용하고 있는 현 상태에 부합된다. 천연자원으로서 데이터의 비유는 플랫폼 자본주의의 현실에 부합되며 그 만큼 적절하게 서술적인 개념일 수 있다. 그런데 여기에서 중요한 점은 디지털 경제에서 데이터의 역할이 설령 천연자원과 비슷하다고 할지라도 채굴자가 데이터로부터 얻은 수익을 독점할 필연성은 전혀 없다는 점이다. 석유와 같은 천연자원의 경우에도 채굴자가 천연자원 소유자가 아니라면 수익을 독점하지 못한다. 채굴자는 천연자원 소유자에게 수익 일부를 지불하여야 한다. 만약 천연자원이 사회구성원 모두의 공동소유(common ownership)라면 채굴자는 채굴 수익의 일부를 개별적인 모든 사람에게 조건 없이 배당하여야 한다. 천연자원이 사적 소유물이거나 국가의 공공소유(public ownership)도 아니며 사회구성원 모두의 공동소유인 경우는 이미 현실에 존재한다. 알래스카 영구기금(Alaska Permanent Fund)이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Widerquist and Howard, 2012). 알래스카 유전은 법률적으로는 알래스카 주의 공공소유이지만 수익을 주민 모두에게 조건 없는 기본소득으로 분배함으로써 실질적으로는 공동소유로서의 성격을 가진다. 따라서 천연자원의 비유는 데이터를 자유재로 보는 관점을 내포한다는 비판(이항우, 2014)은 타당하지 않다. 데이터는 천연자원이라는 비유에 의지하더라도 해당 천연자원이 사회구성원 모두의 공동소유라면 채굴자는 수익 일부를 모두에게 배당해야만 한다.

빅데이터 배당(big data dividend)이란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창출한 수익의 일부를 개별적인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조건 없이 분배하는 제도이다. 빅데이터 배당은 무조건적, 보편적, 개별적, 정기적인 현금이전이라는 점에서 기본소득의 일종이다. 이와 같은 빅데이터 배당의 정당성은 오늘날의 경제의 새로운 이윤원천이 된 빅데이터의 소유자는 사회구성원 모두이며, 따라서 빅데이터를 사회공통자산으로 볼 수 있으며 이로부터 창출된 수익은 공통부라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먼저 짚어 둘 점은 빅데이터 배당은 마이크로페이먼트(micropayment)와 다르다는 점이다. 마이크로페이먼트는 데이터를 제공하는 디지털 활동에 대한 개별적인 보상방식인 반면에 빅데이터 배당은 데이터 활용에 의한 수익의 일부를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무조건적, 보편적, 개별적으로 배당하는 제도이다. 마이크로페이먼트는 기여 또는 성과에 따른 분배 원칙에 근거하지만, 빅데이터 배당은 공통부 수익은 개별적인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조건 없이 분배되어야 한다는 원리, 곧 공통부 분배정의에 근거한다. 두 제도는 데이터에 대한 상이한 관점에 근거한다. 마이크로페이먼트는 ‘노동으로서의 데이터’(data as labour) 패러다임에 근거하는 반면에 빅데이터 배당은 ‘공통자산로서의 빅데이터’ 패러다임에 근거한다.

물론 두 가지 방식, 곧 마이크로페이먼트와 빅데이터 배당을 모두 도입하자는 제안도 있다. 가상현실(VR)의 창시자 래니어(Lanier, 2013)는 데이터의 창조자인 개인들 및 사회 전체가 ‘디지털 로열티’(digital royalties)를 받는 나노페이먼트(nano payemnt)를 주장한다. 래니어의 ‘디지털 로열티’ 중에서 개인들에게 할당되는 부분은 마이크로페이먼트로 볼 수 있으며, 반면에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할당되는 부분은 기본소득으로 볼 수 있다(Andrade, 2019). 하지만 래니어는 이와 같은 구상을 ‘자본으로서의 데이터’(data as capital) 패러다임으로부터 ‘노동으로서의 데이터’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으로 설명한다. 이 때 노동이란 데이터를 창조한 개인들 및 집단의 양 측면을 모두 의미한다(Arrieta et. al., 2017). 즉 데이터가 개별적 노동의 산물인 경우에는 마이크로페이먼트로, 반면에 데이터가 사회적인 집단노동인 경우에는 기본소득 방식으로 해결한다는 것이다. 개별적 귀속관계가 분명한 데이터로부터 발생한 수익에 대해 마이크로페이먼트로 보상하는 것은 이미 부분적으로 도입되고 있다. 아울러 기본소득 방식의 디지털 로열티는 환영할 만한 주장이다. 하지만 데이터를 노동 패러다임으로 바라보는 래니어의 관점은 많은 문제점을 낳을 수 있다. ‘노동으로서의 데이터’ 패러다임은 여기에서 ‘노동’이 개별적 노동을 의미하든 혹은 사회적 노동을 의미하든 데이터의 사회적 존재형태를 간과하고 데이터를 디지털 활동 그 자체와 혼동한다. 사회적 노동으로서의 데이터 개념은 기본소득을 보상체계로 언급하지만(Hardt and Negri, 2000: 403; 이항우, 2017), 개별적 노동으로서의 데이터 개념은 기본소득이 아니라 마이크로페이먼트(micropayment)가 보상체계로 제시된다. 개별적 노동으로서 데이터 개념은 대표적으로 마이크로소프트 리서치에 의해 제안되었다. 글렌 웨일(Glen Weyl)과 동료들은 데이터가 특정 플랫폼의 고정자본으로 소유되는 것은 비효율적이므로 데이터를 노동으로 간주하고 데이터 생성에 기여한 개별 노동에 보상해야 효율적이라고 주장했다(Arrieta Ibarra et al., 2017). 두 경우 모두 디지털 기록물이라는 데이터의 존재형식을 간과한다는 점에서는 문제가 있다. 데이터가 창출한 가치의 원천은 디지털 기록물로서의 데이터이지 이러한 데이터를 디지털 기록물로서 남기는 개인들의 디지털 활동이 아니다. 디지털 활동이 보상받아야 하는 경우는 유튜버들처럼 개인들의 디지털 활동이 콘텐츠로서 가치화되는 경우일 뿐이다. 반면에 수익이 디지털 기록물로서의 데이터의 활용에서 나오는 경우에 개별적인 사회구성원 모두가 조건 없이 배당을 받아야 한다. 따라서 ‘노동으로서의 데이터’ 패러다임 대신에 ‘사회공통자산으로의 빅데이터’ 패러다임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이 글은 ‘사회공통자산으로서 빅데이터’ 패러다임을 논증하고 빅데이터 배당의 다양한 실현형태들을 검토한다. 비록 조세형 빅데이터 배당은 글로벌 플랫폼 기업에 대해 과세 난점을 가지지만 충분히 설계할 수 있으며, 조세형 모델의 대안적인 형태로서 플랫폼 기업에 대한 공유지분권 모델 및 공동소유형 빅데이터 배당의 경우에는 이와 같은 과세 난점이 전혀 없다.

II. ‘노동으로서의 데이터’ 패러다임인가 ‘사회공통자산으로서의 빅데이터’ 패러다임인가?

데이터는 천연자원이라는 비유(Srnicek, 2017: 40; Haskel and Westlake, 2017)는 자본이 플랫폼을 통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며, 아무런 대가 없이 활용하는 현 상태, 플랫폼 자본주의의 현실에 부합된다. 데이터의 수집, 빅데이터의 형성, 이윤창출을 위한 활용의 전 과정에서 플랫폼 알고리즘은 맑스가 「기계에 관한 단상」(Maschinenfragment)에서 말한 ‘고정자본으로서의 일반지성’(Marx, 1983[1857–1858]: 590-609)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관점에 대해서는 플랫폼 알고리즘은 데이터에 의존하기 때문에 오히려 ‘살아 있는 노동으로서 대중지성(분산지성)’으로 바라보아야 한다는 비판(Virno, 2007; Vercellone, 2007; Hardt and Negri, 2004)도 제기된다. 이와 같은 비판에는 데이터는 살아있는 노동이라는 관점이 전제되어 있다. 물론 여기에서 노동은 임금노동만이 아니며 비임금노동을 포함한 활동 일반을 뜻하며, 더욱 중요한 점은 그것은 개별적 노동자의 노동이 아니라 공장과 기업을 넘어 사회 전체로 확장된 노동, 나아가 인간주체와 비인간주체를 가를 수 없는 잠재적인 힘이라는 것이다(Lazzarato, 2014: 43). 언뜻 보기에 이와 같이 확장된 노동 개념은 데이터 기반 가치창출에서 데이터의 중심성에 대해 보다 분명한 윤곽을 부여하는 듯하다. 즉 데이터 및 플랫폼 알고리즘은 상품에 가치를 이전할 뿐인 고정자본이 아니고 능동적인 가치산출자라는 관점은 오늘날의 경제에서 데이터의 중요성을 가장 극적으로 표현하는 것 같다. 하지만 이와 같은 이해방식은 분명한 결함을 가지고 있다.

1. 데이터의 존재형식은 디지털 기록물

데이터란 과연 무엇인가? 노동으로서의 데이터 개념은 데이터를 디지털 활동 그 자체와 혼동한다. 하지만 데이터는 디지털 활동 그 자체가 아니라 디지털 활동의 기록물일 뿐이다. 삶의 대부분의 활동은 디지털화되어 기록된다. 데이터의 원천인 디지털 활동에는 비물질 노동만 속하지 않는다. 비물질적 활동이나 정동뿐만 아니라 전통적인 생산노동도 디지털 기록으로 쌓여간다. 사물인터넷의 발전과 함께 인간 활동뿐만 아니라 생산과 소비의 물리적 과정도 디지털 기록물로 남는다. 빅데이터 배당과 관련하여 중요한 점은 데이터는 디지털 기록의 형태로 특정한 서버에 보관되며, 바로 이러한 물질성 때문에 플랫폼 자본의 저장소(silo)에 보관되고 배타적으로 활용된다는 것이다. 이 점에서 데이터는 지식이나 정보와 구별된다. 지식도 기록되어야 전승되겠지만, 기록되지 않은 지식은 지식이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다. 보다 중요한 점은 지식인가 아닌가의 기준은 지식내용이겠지만, 데이터인가 아닌가의 기준의 디지털 기록물이라는 물질적 형식을 취하는가에 놓여있지 데이터의 내용이 아니라는 점이다. 마찬가지로 정보도 특정한 기록형식을 취할 수 있지만 본질적으로 물질적 기록형식과는 전혀 상관없는 질적 개념이다.

데이터는 디지털 기록물이지만, 정보와 지식은 물질적 기록형태와 상관없는 개념이다. 이 점으로부터 데이터와 정보, 데이터와 지식은 개념적으로 구별 가능하다. 중요한 점은 기록물로서의 데이터는 천연자원으로서의 데이터처럼 비유가 아니라 데이터의 실제적인 형태, 곧 데이터의 기술적 사회적 존재형식이라는 점이다. 노동으로서의 데이터 개념은 디지털 기록물로서 데이터의 물질성을 간과한다. 활동과 기록 간의 존재적 간극을 무시하게 될 때 나타나는 문제점은 데이터의 사회적 존재형태를 시야에서 놓치게 된다는 것이다. 데이터는 플랫폼에 의해 수집되고 서버에 저장되는 디지털 기록물이기 때문에 플랫폼 자본에 의해 울타리 쳐진다. 데이터의 물질성은 플랫폼 회사가 데이터에 대한 사실상의 소유권을 획득하게 되는 기술적 과정을 결정짓는다. 이처럼 플랫폼 자본에 의한 데이터 인클로저는 기록물로서 데이터라는 물질적 존재형태에 뿌리를 둔다. 디지털 서버에 기록된다는 성격은 데이터가 언제든지 고정자본이 될 수 있음을 뜻한다. 이는 데이터 인클로저를 자연적이며 어쩔 수 없는 기술필연성으로 이해하게 만들며 빅데이터의 소유권이 디지털 회사에 있다고 오해하게 되는 근거가 된다.

하지만 디지털 서버의 데이터 인클로저는 복잡한 이해관계와 사회적 대립의 장이며 뺏고 빼앗김의 관계임에도 불구하고 기록물로서의 물질성은 데이터 인클로저를 자연화하고 기술적으로 어쩔 수 없는 것처럼 왜곡시킨다. 하지만 이러한 왜곡과 오해를 깨는 작업, 곧 플랫폼 물신주의라 부를 만한 자연화 과정의 비밀을 파헤치는 일도 자연화 과정의 객관적 조건이 되고 있는 데이터의 물질성을 이해하는 데에서 출발해야 한다. 데이터를 제공하는 살아있는 활동과 기록물로서의 데이터를 동일시하는 입장은 오히려 인공적으로 형성된 모든 것은 인간활동의 결과물이라는 무비판적 환원론에 불과하다. 플랫폼 자본의 운동에 관한 분석이 없을 경우, 가치원천에 대한 해명은 무비판적이다. 비판적 분석의 중심은 형태분석이며 원천과 기원에 관한 해명은 오직 형태분석의 틀 위에서만 비로소 비판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기록물이라는 점, 곧 데이터의 사회적 기술적 형태규정에서 출발할 때에만 빅데이터의 형성에서 디지털 기업의 역할에 대한 적절한 이해에 도달할 수 있으며 어떤 근거로 빅데이터 배당을 주장할 수 있는지도 좀 더 명확하게 짚을 수 있다.

여기에서 빅데이터 배당은 알고리즘 소유형태에 대해 중립적이라는 점도 미리 밝혀둘 필요가 있다. 기록물이라는 성격은 데이터가 언제나 고정자본이 될 수 있음을 뜻한다. 하지만 이는 반드시 자본주의적 사적 소유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산업기계는 지식을 체화한다. 체화된 지식으로서 기계는 그 물질성으로 인하여 고정자본이 될 수 있다(Marx, 1983[1857–1858]: 590-609). 하지만 이 말은 기계가 반드시 산업자본가의 소유물이어야 한다는 뜻은 전혀 아니다. 데이터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의 말을 할 수 있다. 플랫폼 자본이 플랫폼을 통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알고리즘에 체화시키지만 데이터도 알고리즘도 반드시 플랫폼 자본의 소유물이어야 한다는 어떤 경제법칙도 없다. 플랫폼 알고리즘의 공공적 소유방식도 언재나 열려 있으며 그런 경우에 데이터는 공공적 소유의 고정자본이 된다. 뒤에 살펴 보겠지만, 이러한 경우에도 공공적 알고리즘 소유자는 빅데이터 공동소유자인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수익의 일부를 무조건적, 개별적으로 분배해야 한다. 빅데이터 공동소유자가 보유하는 수익 배당권은 알고리즘 소유가 공공소유인가 사적 소유인가와 무관하다.

2. 빅데이터는 끊임없이 갱신되는 기록물

데이터는 디지털 기록물이다. 기록물로서의 데이터는 비유가 아니라 데이터의 기술적 존재형식이자 동시에 사회적 존재형식이다. 데이터는 디지털 기록물이기 때문에 디지털 자본의 서버에 저장되고 고정자본이 된다. 그런데 데이터 고정자본이라는 개념을 쓸 때 데이터가 산업기계처럼 상당히 긴 갱신주기를 가지고 고정된다는 뜻이 아니라는 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또한 디지털 기록물이라는 존재형식을 인쇄물처럼 정지된 형태로 이해할 필요는 없다. 물론 과거의 산업기계도 파괴적 혁신을 통해 교체되어 갔지만, 이와 비교할 수 없을 속도로 데이터도 실시간 업그레이드된다. 디지털 기록물의 존재형식은 흐름으로서의 기록물, 실생활세계의 변화에 따라 끊임없이 갱신되는 기록물이다. 갱신되는 기록형태라는 특징은 데이터 수집에 의존하는 플랫폼 알고리즘도 수시로 업그레이드 되도록 만든다. 데이터와 플랫폼 알고리즘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데이터 없이는 플랫폼 알고리즘도 있을 수 없지만, 플랫폼 알고리즘이 없다면 빅데이터는 형성되지 않을 것이다.

빅데이터이든 플랫폼 알고리즘이든 사회적 존재형태는 고정자본이지만 과거의 산업기계와 달리 가치를 이전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 하지만 가치를 창출하기 때문에 데이터를 사회적 노동으로 보아야 할 이유는 전혀 없다. 가치화를 수행하는 측은 디지털 자본이며, 여기에서 빅데이터 형성 이전의 개별 데이터들은 해양이나 원시림처럼 가치화되기 이전의 자연적 부와 비슷한 위치를 가진다. 이 점에서 천연자원으로서의 데이터라는 비유는 크게 틀린 말이 아니다. 천연자원의 비유를 쓰더라도 자본의 무상활용을 은폐하는 효과가 있다는 말은 타당하지 않다. 천연자원이 채취자의 사적 소유물이나 국가의 공공소유(public ownership)이 아니라 모든 개별적 시민에게 무조건적으로 배당되는 공동소유(common ownership)인 경우는 현실에 이미 존재한다. 알래스카 영구기금(Alaska Permanent Fund)이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천연자원이나 토지공통부와 비교하자면 데이터는 오히려 인공적 자연, 인공적 공통부로 볼 수 있다. 이 점에서 데이터는 가치의 경제가 아닌 부의 경제에 속한다. 빅데이터 형성은 부의 경제를 가치화하는 것으로 디지털 자본의 개입에 의해 이루어진다.

빅데이터는 끊임없이 갱신된다는 사실은 빅데이터가 개별 데이터의 단순한 총합이 아니라는 점도 드러내준다. 빅데이터는 개별화될 수 없으며 개별적 디지털 활동에 귀속시킬 수도 없으며, 아울러 개별 데이터가 수집되는 흐름을 떠나서는 아무런 가치를 가지지 못한다. 이 점에서 빅데이터는 누구의 성과로도 배타적으로 귀속시킬 수 없는 사회적 공통부로서 사회 전체의 활동에 의해 생산되고 부단히 갱신되어 가는 2차적 자연이라고 말할 수 있다. 플랫폼 자본은 이러한 공통부를 가치의 경제의 영역 안으로 끌어들여 네트워크 외부효과를 만들어내고 이윤을 창출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데이터에 대한 인클로저를 필연적으로 만들어줄 기술적 장치가 필요한데, 그러한 장치는 바로 데이터 추출기구인 플랫폼이다.

3. 개별적 노동으로서 데이터 개념의 문제점

데이터를 사회적 노동으로 보는 입장은 데이터 노동에 대한 보상체계로서 기본소득을 언급한다(Hardt and Negri, 2000: 403; 이항우, 2017). 반면에 데이터를 개별적 노동으로 보면 기본소득이 아니라 마이크로페이먼트(micropayment)를 보상체계로 제시해야 한다. 개별적 노동으로서 데이터 개념은 대표적으로 마이크로소프트 리서치에 의해 제안되었다. 글렌 웨일(Glen Weyl)과 동료들은 데이터가 특정 플랫폼의 고정자본으로 소유되는 것은 비효율적이므로 데이터를 노동으로 간주하고 데이터 생성에 기여한 개별 노동에 보상해야 효율적이라고 주장했다(Ibarra et al., 2018). 이들은 플랫폼 소유를 통해 데이터를 고정자본처럼 활용하는 현재 상태 대신에 데이터 거래가 자유롭게 이루어지는 급진적 데이터 자유시장과 데이터 가격에 대한 사회적 협약체결의 당사자로서 데이터 노동조합이 등장한 상태가 훨씬 더 효율적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주장의 배경은 자동화로 인한 일자리 감소 위험과 불평등의 증가이며 목표는 원천 데이터의 보유자들에게 적절한 보상체계를 마련하는 것이지만, 여기에는 두 가지 간과할 수 없는 문제점이 따른다. 첫째는 개별 데이터와 빅데이터의 구별을 무시하고 빅데이터를 개별 데이터로 환원할 수 있다고 전제하고 있는 점이다. 두 번째 문제는 설령 개별적인 데이터에 대한 가격책정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매우 헐값일 것이라는 점이다. 웹-브라우징 과정에서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에 의해 개인식별가능정보(PII)의 프라이버시 침해가 발생한다는 점에 착안하여 스페인인 168명의 개인식별가능정보(PII)의 가치를 제2가격 역경매(reverse second price aution) 방식으로 측정한 어떤 연구(Carrascal et. al., 2013)에 따르면 오프라인 정체성에 관한 PII(연령, 성별, 주소, 경제상태)의 가치는 €25, 단순 검색정보는 €2로 나타났다. 비록 이 연구의 참여자들은 자신의 PII가 인터넷 무료서비스와 교환되는 것보다는 금전적 보상이나 서비스 개선과 교환되는 것을 선호했지만 PII의 가치가 헐값이라는 것만은 사실이었다. 이는 웹-브라우징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기록되는 데이터에 대한 마이크로페이먼트를 도입해도 보상액은 미미할 수밖에 없음을 시사한다. 이는 데이터에 대한 개별적 재산권 체제와 결합된 데이터 자유시장이 디지털 시대의 거대한 탈동조에 대한 해법이 될 수 없다는 점도 암시한다. 무엇보다도, 가치원천은 개별 데이터들이 아니라 빅데이터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 점으로부터 개별 데이터와 빅데이터의 현격한 가치차이는 필연적일 수밖에 없으며, 이는 개별 데이터에 보상하는 방식의 가치할당을 무의미하게 만든다.

좀 더 심각한 문제점은 개별적 노동으로서 데이터 개념은 궁극적으로 데이터에 대한 개별적 소유권 개념이 정립되어야만 사회적 유효성을 얻게 된다는 점과 관련된다. 데이터는 기록물이기 때문에 소유권의 문제는 충분히 따질 수 있는 문제이다. 데이터 소유권 개념은 누구나 자신의 노동력에 대한 사적 소유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노동력 상품을 시간 단위로 팔 수 있다는 발상보다도 훨씬 더 자연스럽다. 이러한 점에서 개별적 노동으로서의 데이터 개념은 자연스럽게 데이터 소유권 논의로 이어지게 된다. 물론 데이터 소유권 논의는 데이터가 기록물이며 언제나 플랫폼 회사의 고정자본이 될 수 있는 물질적 존재형식을 가지고 있는 한에서 언제든지 등장할 수 있는 논의이기도 하다. 하지만 데이터에 대한 개인 소유권 설정에 관한 논의는 빅데이터 배당이 아니라 정반대로 빅데이터 자본의 데이터 지배권을 잘 정의된 사유재산권으로 보호하는 것으로 귀결될 공산이 크다. 아래에서는 데이터 소유권 논의의 현황을 살펴보고 ‘사회공통자산으로의 빅데이터’ 패러다임에 입각하여 이 논의에 개입하고자 한다.

III. 개별 데이터에 대한 소유권 논의

1. 빅데이터 인클로저와 개인정보보호

플랫폼 자본주의에서 데이터 문제는 개인정보보호라는 좁은 차원을 벗어나지 못했다. 물론 프라이버시의 침해야말로 플랫폼 자본주의 시대의 특징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Rushkoff, 2016). 사적 영역의 끊임없는 침해는 더 많은 데이터를 추구하는 플랫폼 기업의 이윤메커니즘에서 기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Zuboff, 2019). 더 많은 데이터를 추구하는 플랫폼 자본주의는 데이터보호의 스캔들을 필연적으로 낳는다. 하지만 플랫폼 자본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점은 빅데이터 인클로저이다. 레니어의 말을 빌리자면, “당신의 프라이버시의 결핍은 다른 사람의 부”(your lack of privacy is someone else’s wealth)이고 여기에서 우리는 프라이버시 침해뿐만 아니라 점증하는 ‘다른 사람의 부’라는 측면에도 주목해야 한다(Lanier, 2013: 99). 개인 데이터와 관련된 스캔들은 빅데이터 인클로저를 목적으로 하는 데이터 수집 과정에서 발생하게 된다. 빅데이터 인클로저는 플랫폼자본주의의 근본 동학이고, 토지 인클로저와 달리 공간적 한계를 가지지 않으며 부단히 갱신되는 과정이다. 토지 인클로저와 함께 진행된 자본의 원시적 축적과정은 빅데이터 인클로저와 함께 자본의 항상적인 순환과정으로 변모한다. 따라서 플랫폼 자본주의에 대한 진보적 대안은 두 방향에서 수립되어야 한다. 하나는 개인 데이터에 대한 보호이며, 다른 하나는 빅데이터에 대한 공동소유(Common property)의 확립이다. 아래에서는 데이터 소유권과 관련된 최근 논의들을 살펴보고 빅데이터 배당의 근거를 탐색한다.

2. 데이터 소유권 논의의 현황

데이터 경제가 팽창하면서 데이터 소유권 논의도 활발해졌다. 하지만 논의는 데이터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하여 개별적 데이터 소유권에 대한 엄밀한 법적 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과 데이터 소유권은 개인정보보호를 위협할 것이라는 반론의 대립구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위에서 밝혔듯이 데이터를 인공적 공통부로 보고 빅데이터가 사회구성원 전체의 공동소유임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려는 논의는 채 시작되지 않았다. 현재 진행되는 논의는 개별적인 데이터 소유권에 대한 찬반 논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먼저 개별적 데이터 소유권 논의의 목적은 데이터 자유시장을 형성하여 데이터 거래를 원활하게 하는 것이다. 법률적 논의는 주로 두 방향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하나는 데이터를 생성한 사람의 권리를 일종의 비물질적 재산권, 곧 저작권과 유사한 지적재산권으로 보호하는 방향이고(Schwartmann and Hentsch, 2015), 다른 하나는 데이터 소유권을 민법상의 물권에 준하는 방식으로 보호하는 것이다. 정부기관 중에서 독일 교통부는 자율주행과 관련된 제도를 정비할 목적으로 데이터 소유권에 관한 전략문서를 작성했고, 거기에 따르자면 데이터는 물권법상의 물건(Sache)과 같은 것으로 취급된다(Bundesministerium fur Verkehr und Digitale Infrastruktur, 2017). 이는 동산이나 부동산과 같은 물권법상의 소유권과 마찬가지로 디지털 데이터에도 자연인이나 법인에게 명확한 소유권을 줄 수 있다는 뜻이다. 물권으로서의 데이터 권리보호는 데이터 자유시장 형성에 가장 강력한 방안이지만 데이터에 대한 권리를 누구에게 부여해야 할 것인가와 관련하여 해결해야 할 많은 난점을 안고 있다(Schwartz, 2004). 즉 원천 데이터를 제공한 사람에게 권리를 부여할 것인가, 데이터의 데이터라고 볼 수 있을 빅데이터를 형성한 사람에게 권리를 부여할 것인가의 문제가 제기된다. 아울러 기록물로서 데이터의 속성을 염두에 둔다면 서버 소유자의 법적 지위는 무엇인가 등의 문제점이 남아있다. 플랫폼 기업들이 데이터에 대한 사적 소유권 제도화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 이유는 현재도 플랫폼의 소유를 매개로 하여 데이터를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활용하고 있는 반면에 법률적 제도화에는 아직 많은 난점들이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 있기 때문이다. 데이터 소유권 논의는 이러한 난점들을 제거하고 빅데이터에 명확한 소유권을 부여함으로써 데이터 시장을 활성화하려는 것이다. 이는 18세 중엽 영국의 2차 인클로저, 곧 의회가 입법을 통해 사실상의 공유지 인클로저를 명확한 법률적 소유관계에 의해 뒷받침해 주고자 했던 것에 비유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데이터에 대한 사적 소유권 설정은 개인정보보호의 조건이 완전히 변한다는 뜻이다. 개별 데이터를 자유재로 간주하고 완전 공개하는 것과 비슷한 나쁜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다. 이는 시민단체들이 데이터 소유권 논의를 경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오늘날의 플랫폼 기업들도 데이터에 대한 법률적 소유권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사물인터넷에 투자하기 시작한 산업플랫폼들은 데이터 소유권 논의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Drexl, 2016). 주된 이유는 현재도 플랫폼의 소유를 매개로 하여 데이터를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활용할 수 있는 반면에 법률적 제도화를 위해서는 많은 난점들이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 있기 때문이다(Duch-Brown et al. 2017).유럽연합(European Union, 2016)이 데이터 소유권 제도화에 앞서 「유럽 일반 개인정보 보호법」(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 GDPR)을 먼저 제정한 것도 이러한 두 가지 맥락과 관련된다. GDPR은 개인정보의 삭제와 이동을 보장해 주지만 개인 데이터에 대한 명확히 정의된 양도가능 소유권을 제시하지 않음으로써 결과적으로는 과도한 데이터 파편화를 피할 수 있게 해 주고 기업들이 개인 데이터를 더 쉽게 수집할 수 있도록 해 주는 효과를 낳는다. 데이터에 대한 사적 소유권은 데이터 자유시장의 전제조건이며 데이터 소유의 불평등을 낳을 것이다. 데이터 소유는 플랫폼 기업들에 의해 독점될 것이며 그 반대편에는 자신의 개인정보조차 보호받지 못하면서 끊임없이 원천 데이터를 기업에게 넘겨야만 하는 처지에 내몰린 보통 사람들이 위치하게 될 것이다.

3. 데이터 소유권 논의는 디지털 경제의 권력논의

데이터에 대한 개별적 소유권 논의에는 상당히 많은 경제학적 문제와 법률적 쟁점이 정리되지 않은 채 남겨져 있지만 여기에 대해 자세히 다룰 필요는 없다. 강조해야 할 점은 오히려 데이터 소유권의 논의는 단순히 법기술적 차원의 논의가 아니라는 점이다. 소유권의 원래의 뜻은 지배권(dominium)이다. 결국 데이터 소유권 논의는 디지털 경제와 디지털 민주주의의 권력문제를 논의하는 것이다. 그것은 누가 데이터를 집적하며 활용하여 이윤을 취득할 적법한 권리를 가지는가에 관한 논의이며, 빅데이터에 의존하게 된 경제회로에서 개인정보는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에 관한 논의이다. 개인정보는 데이터에 대한 개별적인 소유권을 인정하지 않을 때 오히려 효과적으로 보호된다. 데이터를 집적하는 플랫폼 자본과 웹에 접속하는 것만으로 이미 데이터를 넘겨주고 있는 일반 이용자들의 비대칭성에 의하여 데이터 소유권 도입의 결과는 이미 결정된 것처럼 보인다. 대다수의 이용자들은 헐값의 보상에 데이터 소유권을 양도함으로써 개인정보를 넘겨주지 않으면 안 될 상황에 봉착할 것이다. 매우 역설적인 상황은 데이터 소유권에 입각하여 몇몇 이용자들이 개인정보 활용에 저항하더라도 그 자체가 이미 개인정보 활용에 어느 정도의 저항이 발생하는가에 관한 데이터를 넘긴 꼴이 된다는 점이다.

나아가 개인 데이터에 양도 가능한 소유권적 성격을 부여하는 것은 인격의 보호와 인간존엄의 원리에 어긋난다. 예컨대 개인의 진료기록은 환자 개인의 소유권도 아니며 의사의 소유권도 아니지만, 임상 연구에서는 다수의 개별적 임상기록의 집합을 ‘개인 데이터(personal data)’라고 부른다. 개인의 진료기록은 매우 개인적인 신상 데이터이기 때문에 보호받아야 하며, 이러한 보호는 데이터를 누가 점유하고 있느냐와 무관하다. 하지만 ‘개인 데이터’가 합법적으로 양도가능한 소유권의 대상이 되면 사정을 크게 달라진다. 개인정보는 물권법상의 소유권처럼 소유자의 자의에 따라 이용, 수익, 처분될 수 있는 배타적 권리가 아니라 인격화된 권리이다. 만약 앞으로 데이터를 물권법상의 물건과 유사한 어떤 것으로 취급하게 되면 데이터의 개인성에 위배되는 모든 종류의 양도가 합법적이게 된다. 데이터에 대한 개별적 소유권 설정은 개인정보보호라는 양도불가능한 인격권을 교환가치로 환산하게 만들고 개인정보가 헐값에 팔리도록 할 것이다.

반면에 의료분야의 빅데이터는 개별적 환자의 진료기록과 분명히 구별되는 집합적 데이터이며, 제약회사는 이를 상업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결국 소유권 문제를 따져야 할 대상은 개인 데이터가 아니라 빅데이터이다. 개별 데이터는 개인정보로서 보호되어야 하며 상업적 활용은 비식별화를 전제로 해야 한다. 빅데이터에 대한 공동소유는 개별 데이터에 대한 인클로저를 막고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데에서도 효과적이다. 그 이유는 빅데이터에 대한 공동소유는 개인 데이터는 사고 팔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는 관점과 상통하기 때문이다. 개인 데이터가 사고 팔리는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경제적 가치를 낳는 빅데이터가 사회구성원 모두의 공동소유일 수 있다. 소유권 문제를 따져야 할 대상은 개별 데이터가 아니라 빅데이터이다.

IV. 빅데이터는 누구의 것인가?

1. 빅데이터는 어떻게 성립되는가?

빅데이터에 대한 사회구성원 모두의 공동소유의 논증에는 빅데이터에 의존하는 가치화 과정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가 관건적 문제이다. 따라서 빅데이터는 누구의 것인가를 따지기 전에 빅데이터가 어떻게 성립하는가를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째, 원천 데이터 없이 빅데이터는 성립하지 않는다. 빅데이터의 경제적 가치는 원천 데이터의 속성인 규모, 다양성, 속도, 신뢰성 등에 의하여 좌우된다. 둘째, 빅데이터가 이윤생산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데이터 분석이 필요하다. 즉 빅데이터는 오직 알고리즘과 결합함으로써 경제적 가치를 낳는다. 이는 빅데이터에 의존하는 가치생산의 결과물을 알고리즘 개발자인 기업이 가져가는 것이 자연스럽고 정당하다는 관념으로 이어진다. 마치 주인 없는 천연자원의 채굴자가 채굴된 자원의 가치를 독점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듯이 빅데이터에 의해 창출된 가치는 기업이 가져간다. 이러한 수익독점이 자연스럽게 여겨지는 것은 빅데이터란 알고리즘에 의해 형성된 것이지 처음부터 존재했던 것은 아니라는 점 때문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원천 데이터의 집합 없이는 빅데이터란 애당초 형성되지 못했을 것이라는 사실이 숨겨져 있다. 빅데이터를 개간된 농지에 비유할 수 있다면 원천 데이터는 대지 그 자체에 비유할 수 있다. 이러한 비유는 빅데이터 공동소유권 논의를 토마스 페인에게로 이끌어 간다. 토지공유부 배당론의 출발점인 토마스 페인의 이중적 소유권 이론은 빅데이터 공동소유의 논증에 충분히 활용될 수 있다.

2. 페인의 이중적 소유권 이론이 빅데이터 공동소유권 입론에 주는 시사점

페인은 ‘자연적 소유’(natural property)와 ‘인공적 소유’(artificial Property)를 구분하는 이중적 소유권(dual ownership) 이론을 펼친다(Paine, 1969[1796]: 606; 금민, 2020: 3장). 이 구분의 합리적 핵심은 a) 토지의 창조와 인공적 가치증대의 구분, b) 개간되기 이전의 토지 그 자체에 대해서 모든 인류가 보유하고 있는 ‘원천적 공유’와 토지가 개간된 후인 문명상태에서 모든 사람이 보유하고 있는 ‘자연적 소유’는 명확하게 개념적으로 구분된다는 점, c) 이와 같은 ‘자연적 소유’와 개간에 의해 획득하게 되는 ‘인공적 소유’는 개념적으로는 구분되지만 서로 뗄 수 없도록 합체되어 있어서 현실적으로 분리할 수 없다는 점(1969[1796]: 612), d) “개인적 소유도 사회의 효과(effect of society)이며 사회의 도움 없이 한 개인이 개인적 소유를 획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Paine, 1969[1796]: 620)는 관점이다. 이 네 가지를 빅데이터에 적용해 보자.

a) 토지의 가치를 증대시킨 사람이 토지 그 자체를 창조한 것은 아니라는 페인의 주장을 빅데이터에 대해서도 적용할 수 있다. 디지털 기업은 플랫폼을 통해 원천 데이터를 수집하고 빅데이터를 형성하지만 원천 데이터 그 자체를 창조한 것은 아니다. 즉 데이터를 디지털 기록물로 볼 때 디지털 기업은 기록형식을 부여했지만 기록자는 아니다. 토지를 개간한 사람도 비록 ‘질료’로서 토지를 창조하지는 않았지만 개간을 통해 토지에 경제적 ‘가치형식’을 부여했다. 페인은 이를 개간에 의해서 토지가치가 증대했다고 설명하지만, 엄밀하게 말하자면 개간 이전의 황무지는 가치대상이 아니었고 개간에 의한 기치증대는 동시에 가치형식의 부여를 의미한다. 즉 개간은 단순히 토지가치를 증대시키는 것만이 아니라 원래는 가치체가 아니던 것을 가치화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시원적 황무지는 아무런 가치를 가지지 않지만 토지가 개간되는 시대에는 황무지도 가치대상이 되고 가치를 가진다.

b) 페인은 토지를 개간한 사람은 ‘인공적 소유권’을 가지지만 다른 모든 사람도 토지에 대한 ‘자연적 소유’을 여전히 보유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여기에서 ‘자연적 소유’는 태초에 인류 모두에게 대지가 공유물로 주어졌다는 시원적 관념이 아니다. 개간된 토지에 대해서도 모든 사람은 ‘자연적 소유’를 보유하며 이러한 소유권에 근거하여 토지수익의 일부를 무조건적으로 배당받을 자격을 가진다. 달리 말하자면, 시원적 황무지가 개간될 때 개간한 사람의 ‘인공적 소유’와 다른 모든 사람들의 ‘자연적 소유’가 동시에 성립한다. 즉 개간은 토지소유자에게는 법률적인 사유재산권을 발생시키지만, 다른 모든 사회구성원들에게도 토지사유로 인한 수익 일부를 배당받을 권리를 발생시킨다. 이 말은 원천적 공유권이 토지의 개간에 의해 가치화되며, 가치화된 상태에서는 ‘자연적 소유권’으로 변화한다는 뜻이다. 가치화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자연적 소유’ 개념은 ‘원천적 공유’ 개념과는 확실히 구별되며, ‘인공적 소유’와 동시에 탄생한다. 빅데이터 형성에 이를 적용한다면, 개발자의 ‘인공적 소유’인 알고리즘과 모든 사람의 ‘자연적 소유’인 빅데이터가 기계학습에 의해 동시에 형성되며 가치창출에서 상호 의존적이라는 말로 바꿀 수 있다.

c) ‘자연적 소유’는 ‘인공적 소유’와 합체되어 현실적으로 분리할 수 없다(Paine, 1969[1796]: 612). 플랫폼 알고리즘에 의한 빅데이터 형성도 토지 개간과 비슷한 가치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알고리즘과 빅데이터를 동시에 탄생시키는 가치화 과정에 의해 애초에는 가치대상이 아니었던 원천 데이터가 빅데이터로 변화하며 이를 통해 빅데이터는 비로소 몫을 배당받을 수 있는 재산권적 성격을 얻게 된다. 데이터 분석이라는 가치화 과정 이전의 개별 데이터는 개인정보 보호의 대상이기는 하지만 경제적 가치대상일 수 없다. 앞에서 서술했듯이, 이 점이야말로 개별 데이터에 대한 소유권 논의가 불필요하며 반면에 빅데이터에 대한 공동소유권 논의는 절실하게 필요한 이유이다.

d) 페인이 말한 “사회의 효과”(1969[1796]: 620)는 ‘자연적 소유’에 대한 배당의 원천이 무엇인지를 설명해 준다. 그것은 개간 이전에도 토지가 원래 가지고 있었으리라고 추정되는 가치를 돌려주는 것이 아니라 개간의 직접적 효과로 돌릴 수 없는 외부효과나 협력의 효과를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평등한 몫으로 돌려주는 것이다. 최초의 개간 이전에 토지는 가치대상이 아니었지만 개간에 의해서 비로소 가치화된다. ‘자연적 소유’에 따른 배당을 토지가 가진 원래의 자연적 가치를 돌려주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은 적절한 해석이 아니다. 그렇게 해석하면, 개간이 개시되기 이전의 황무지는 가치를 전혀 가지지 않기 때문에 ‘자연적 소유자’에게 돌려줄 몫은 아예 없다고 말해야 옳을 것이다. 이러한 논변도 빅데이터 공동소유의 정당화에 적용될 수 있다. 플랫폼 자본에 의해 개별 데이터가 빅데이터로 가치화되기 이전에 데이터에 가치를 매기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다. 하지만 플랫폼 기업은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여 경제적으로 활용한다. 이 과정에서 빅데이터가 형성되며 이를 기반으로 플랫폼 기업은 수익을 낸다. 하지만 동시에 이 과정은 수익 배당에 대한 요구권을 가진 빅데이터 공동소유권을 성립된다. 이는 토지 개간으로 ‘인공적 소유권’만 탄생하는 것이 아니라 개간한 사람의 ‘인공적 소유권’에 합체된 상태로 존재하는 ‘자연적 소유권’도 탄생시켜서 모든 사람이 토지공유부의 일정한 몫을 배당받을 권리를 가지게 된다는 페인의 설명과 동일한 논증구조를 보여준다.

빅데이터에 대한 공동소유권은 개별적 데이터 소유권의 집합이 아니며 플랫폼에 의한 빅데이터의 형성과 함께 탄생한 권리이다. 페인의 이중적 소유권 이론은 플랫폼 기업이 개별 데이터를 가치화하여 빅데이터를 형성하는 순간 동시적으로 빅데이터에 대한 사회구성원 모두의 공동소유권이 부여된다는 관점에 매우 분명한 논증구조를 부여한다. 이렇게 볼 때, 마치 토지공개념이 토지보유세의 과세 근거이자 토지배당의 정당성 근거가 되듯이 빅데이터 공동소유권은 빅데이터세의 과세 근거이자 기본소득으로 지급되는 빅데이터 배당의 정당성 근거가 된다.

3. 빅데이터 공동소유권의 법률적 성격

빅데이터 공동소유권의 법률적 형태는 빅데이터 기금(big data fund)과 같은 기관을 만들고 이러한 기관이 빅데이터에 대한 소유권을 가지도록 하는 것이 가장 명확하다. 빅데이터 기금은 빅데이터 소유권을 기초로 하여 기업의 데이터의 운영과 관리에 대한 지침을 만들며 감시자본주의의 폐해를 억제하고 개인정보를 보호할 수 있으며, 나아가 플랫폼 기업에 대해 공유지분권을 획득하고 영업이익 일부를 거두어들여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무조건적 개별적으로 배당한다. 원칙적으로 사회구성원 모두가 빅데이터의 공동소유자이며 빅데이터 기금은 모든 공동소유자의 사무를 위탁받은 것에 불과하지만, 빅데이터 공동소유권은 주주권처럼 개별화될 수 없다는 점도 강조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법인이 소유권을 가지고 있고 개인들은 마치 주식처럼 사고 팔 수 있는 지분권을 가지고 있는 소유형태일 수 없다. 그런 방식이라면 개별적 데이터 소유권을 도입한 것과 별로 다르지 않은 결과를 낳게 된다. 논리적으로도 빅데이터는 재산적 가치를 가진 채 개별 데이터로 분해될 수 없다. 개별 데이터로 환원한다면 재산적 가치가 사라지게 되며 이는 빅데이터 그 자체가 사라지는 것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빅데이터 공동소유권에서 발생한 수익은 나눠질 수 있지만 빅데이터 공동소유권 그 자체는 나눠질 수 없으므로 주식처럼 사고 팔 수 없도록 해야 한다. 마찬가지의 이유에서 빅데이터 공동소유권은 하나의 소유대상에 대해 개별적인 공동소유자들이 각각 처분가능한 지분권을 가지고 있는 형태가 아니라는 점도 밝혀둘 필요가 있다. 빅데이터 공동소유권에 대해서는 처분권의 수준에서 개별화 될 수 있는 하위 개념을 설정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빅데이터 공동소유권과 관련하여 개별화 될 수 있는 것은 오직 빅데이터 활용에 의해 창출된 수익의 개별화일 뿐이다. 사회구성원 모두는 빅데이터 공동소유권에 입각하여 무조건적이고 개별적인 배당을 받는다.

공유지분권 모델이 아니라 빅데이터세를 통해 빅데이터 배당을 실현할 경우에 굳이 빅데이터 기금을 설립할 실익은 없다. 국가가 빅데이터 기금을 대신하며 ‘과세와 이전의 연동’이라는 기본소득 재정원리에 의해 빅데이터 배당이 실현된다. 빅데이터세로 마련한 재원이 전액 기본소득으로 지불된다는 점은 빅데이터 세수의 주인은 빅데이터의 공동소유자로서 사회구성원 모두이기 때문에 국가가 재정적 재량권을 가지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과세와 이전의 연동’은 빅데이터 기금의 이상을 조세국가를 통해 실현한다.

4. 빅데이터 공동소유권에 배당될 몫은 어느 정도인가?

원칙적으로 보자면, 자본이나 노동투입의 효과가 아닌 외부효과로 인한 몫, 페인은 말한 “사회의 효과”(Paine, 1969[1796]: 620)로 인한 수익은 모두 빅데이터 공동소유자에게 분배될 수 있다. 이와 같은 규모의 빅데이터 배당이 이루어질 때 비로소 ‘각자에게 각자의 몫을 주라’(suum cuique tribuere)는 성과의 원칙이 충족될 수 있다. 하지만 플랫폼 알고리즘 없었다면 수익창출이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알고리즘의 소유자와 빅데이터 공동소유자 사이의 협력게임으로 수익분배를 재해석할 수 있다. 강남훈(2019: 151-153; 2016)은 새플리(Shapley) 가치에 따라 빅데이터 공동소유자가 인공지능 가치의 50%의 몫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면서, “토지와 같이 순수한 지대라면 지대 전체를 균등하게 분배하는 것이 새플리 가치에 따른 공정한 분배”(155)라는 점을 덧붙인다. 새플리 가치에 의한 접근법은 몫의 분배 문제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 이에 따르자면, 플랫폼 자본에 대한 공유지분권은 이윤생산에서 빅데이터의 기여에 대한 보상이며 이윤창출 과정이 플랫폼 알고리즘과 빅데이터의 협력게임이라는 점에서 50%의 공유지분이 빅데이터 기금에 돌아가더라도 플랫폼 소유자에게는 어떠한 부정의가 발생하지 않는다.

우연찮게도 공유지분권에 입각한 사회배당 모델을 가장 정밀하게 제시했던 미드도 전체 주식자본의 50%를 공유지분권으로 돌리자고 제안했다(Meade, 1989: 38, 40; 1993[1964]: 63-4). 일찍이 콜(Cole, 1935; 1944)도 사회적 총자본의 일정 비율을 공유주식자본(Commons Capital Stock)으로 전환하자고 주장했지만 구체적인 비율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이에 반하여 미드는 50%라는 구체적인 비율을 제시했지만 그 근거를 명확하게 하지는 않았다. 뿐만 아니라 미드는 공유지분권 모델의 정당성 근거를 아예 다루지 않는다. 다만 미드의 이론적 목표는 자산소유가 가져다주는 ‘안전’과 ‘독립성’을 ‘공정한 분배’와 함께 통합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경제모델을 제시하는 일이기에(Meade, 1993[1964]: 63), 공유지분권 구상도 이러한 기획의 일환이었을 것이다. 따라서 미드(1993[1964]: 95)의 설명은 주로 공유지분권 모델이 ‘자유’와 ‘효율성’의 통합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최근에 미드와 비슷한 주장을 펼친 바루파키스(Varoufakis, 2016: 2)는 공유주식자본으로 돌려야 할 비율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대신에 정치적 결정의 문제로 남겨둔다. 미드와 달리 바루파키스는 공유주식자본 설정의 정당성 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부는 언제나 집합적으로 생산되며 기업은 과학기술이나 주식회사제도를 통해 대가 없는 이득을 취하고 있다는 일반적 설명을 넘어서지 않는다. 바루파키스는 18세기 말의 페인과 크게 다르지 않은 방식으로 부의 형성에서 사회의 기여라는 매우 익숙한 논거를 들고 있을 뿐이다.

V. 빅데이터 배당의 실현형태: 조세형, 공유지분권형, 공동소유형

『토지 정의』에서 개간에 의해 발생하는 인공적 소유자와 자연적 소유자의 이중적 소유권 구조와 매우 유사하게 데이터 경제의 가치화 과정은 빅데이터 공동소유자와 플랫폼 알고리즘의 사적 소유자의 이중적 소유구조를 발생시킨다. 페인은 ‘인공적 소유’와 ‘자연적 소유’의 분리불가능성(1969[1796]: 612)을 토지공통부 배당의 주요 논거로 들고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빅데이터와 플랫폼 알고리즘의 분리불가능성은 재산적 가치로서 빅데이터 공동소유권의 보장이 두 요소의 분리가 아니라 결합에 의해 발생하는 수익 분배에서 찾아져야 할 것이라는 점을 알려준다.

분리불가능성의 조건 하에서 빅데이터 공동소유자에게 수익을 배당하는 방법은 크게 보면 두 가지가 있을 것이다. 하나는 빅데이터로 발생한 수익 일부를 조세로 거둬들이고 모든 사회구성원에게 무조건적 개별적으로 배당하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빅데이터 기금이 공동소유권에 입각하여 플랫폼 기업에 대해 일종의 공유지분권을 획득하고 수익을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배당하는 것이다. 하나는 페인의 모델을, 다른 하나는 미드의 공유지분권 모델(Meade, 1989: 38, 40)을 플랫폼 자본의 수익분배에 적용한 것이다. 물론 공공플랫폼을 만드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런데 플랫폼이 공공소유(public ownership)라고 해도 빅데이터 배당 문제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금민, 2018c). 공공플랫폼이 수익을 낸다면 그 일부는 당연히 빅데이터 공동소유자인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무조건적 개별적으로 배당되어야 하며 나머지는 공공소유자의 판단에 따라 사용되게 된다. 하지만 플랫폼의 소유 그 자체가 사적 소유나 정치공동체의 공공소유가 아니라 사회구성원 모두의 공동소유(common ownership)인 경우에는 수익의 전부가 사회구성원에게 배당될 것이다. 공유지분권 모델이나 공동소유형 빅데이터 배당은 조세형 빅데이터 배당의 난점을 피할 수 있는 대안 모델로 검토할 수 있다.

1.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 및 과세의 난점

전통적인 다국적기업에 대한 법인세 과세는 고정사업장(permanent establishment) 소재국이 과세권을 행사한다. 물리적 고정사업장 없이 인터넷망을 통해 서비스 상품을 판매하는 기업들의 경우에는 서버 소재지를 고정사업장으로 보는 국제규범이 존재한다. 하지만 구글, 페이스북 등의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은 고정사업장 회피, 법인세 관할국에서의 소득 최소화, 공제액 최대화, 원천징수세 회피 등의 조세회피 전략을 적극 행사하면서 과세기반을 침식하고 있다(OECD, 2015). 유럽연합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의 조사에 따르면, 유럽연합 안에서 전통적인 다국적기업들의 법인세 실효세율이 23.2%였던 것에 비해 디지털 다국적기업들의 그것은 절반도 못 미치는 9.5%에 불과하다(European Commision, 2018).

OECD도 2013년부터 ‘과세기반 침식과 이익 이전 프로젝트’(Base Erosion and Profit Shifting Project; BEPS)를 통해 종래의 고정사업장 개념을 대신하는 새로운 법인세 과세기준을 수립하고자 했다. OECD기 제안한 새로운 과세연계점(new nexus)이나 가상 고정사업장(Virtual PE) 개념이나 유럽연합이 제안한 ‘중대한 디지털 실체’(Significant Digital Presence; SDP) 등은 그러한 노력의 일환이다. 이러한 제안들의 공통점은 과세관할권을 서버 소재지가 아니라 실제로 매출과 이익이 발생한 장소의 당국에 부여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기준을 적용할 경우에 자국의 법인세수의 축소가 예상되는 미국은 BEPS 프로젝트의 목표 시한이었던 2019년 말에 종래의 논의를 뒤집는 ‘글로벌 초과이득’ 개념을 들고 나왔고, 이러한 미국의 제안에 대해 OECD 국가들은 이해관계에 따라 찬반 기류가 나뉜 상태이다. 현재로서는 글로벌 인터넷기업들의 법인세 과세에 대한 새로운 국제규범의 도입은 요원한 상태이다. 설령 어떤 합의가 도출되더라도 이들 기업들의 실효 법인세율이 적정 수준으로 회복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플랫폼 기업을 전통적인 반독점법으로 규제하는 것도 쉽지 않다. 인터넷 플랫폼은 전형적인 양면시장(two-sided markets)의 특성을 가진다. 양면시장에서는 특정 기업의 시장지배력 판단에서 중요한 준거였던 러너 조건(Lerner Condition)이 성립하지 않는다. 이는 상품 가격과 그 가격에 대응하는 한계비용의 차이로 기업의 시장지배력을 측정하는 러너 지수(Lerner index)가 양면시장에서는 무용하다는 의미다. 플랫폼의 교차보조금(cross-subsidization) 정책은 단면시장이라면 한계비용보다 낮은 가격책정으로 일종의 약탈적 가격책정(predatory pricing)에 해당하겠지만 양면시장에서는 교차 네트워크 외부성을 이용한 정당한 가격책정이 된다. 따라서 오늘날 양면시장에 대한 경쟁이론은 약탈적 가격책정은 물론 시장 획정(market definition), 효율성(efficiencies), 수직적 경쟁제한(vertical restraints) 등과 같은 중요한 분석 도구들 전체에 걸쳐 단면시장에 적용된 기존의 반독점 정책들의 유효성이 재검토되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OECD, 2018). 교차 네트워크 외부성을 내부화하는 플랫폼 비즈니스 본질은 독점 자체를 반시장적으로 보는 종래의 이론과 관점의 유효성을 상당 부분 무력화한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주로 유럽연합을 중심으로 논의된 것이 디지털세(Digital Tax)이다. 디지털세는 ‘구글세’로도 불리며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등 글로벌 디지털대기업의 조세회피에 대응하기 위해 고안된 조세이다. 디지털세는 고정사업장 소재지 여부와 무관하게 매출이 발생한 국가에 의해 자국 내 매출액에 대해 일정 세율로 부과되며, 결국 일종의 소비세를 디지털 기업에 부과하는 것인데 해외 기업에 대해서는 일종의 관세로서의 성격도 가진다. 이와 같은 디지털세는 법인세와 관련된 새로운 국제규범이 나오기 전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임시세로서 제안되었다. 예컨대 2012년 12월 유럽연합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법인세 규칙이 제정되기 이전에 일종의 임시세로서 온라인 타깃광고, 디지털 중개활동, 데이터 판매 등의 매출액에 3%의 디지털서비스세(Digital Service Tax)를 부과하자는 제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2018년 12월 유럽연합 경제재정이사회(ECOFIN)는 디지털서비스세 합의에 실패한다. 덴마크, 스웨덴, 아일랜드 등은 이윤이 아닌 매출에 과세하는 것에 반대했고 이중과세방지협약과 양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비록 디지털서비스세를 유럽 차원에서 도입하려는 시도는 실패했지만 개별 국가 단위에서 디지털서비스세 도입이 시작되었다. 프랑스는 2019년부터 글로벌 총 750백만 유로, 프랑스 내 매출액 25백만 유로 이상인 디지털대기업의 타깃광고, 통신 중개 등의 매출액에 3%의 디지털서비스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영국은 2020년 4월부터 영국 내 매출액이 최소 500백만 파운드를 넘는 페이스북, 구글, 아마존 등 글로벌 대기업의 소셜 미디어, 검색, 온라인 마켓플레이스 매출액에 2%의 세금을 부과한다. 한국 정부는 네이버 등 매출규모가 큰 국내기업이 존재하므로 중복과세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미국과의 조세분쟁의 가능성 때문에 디지털서비스세 도입에 대해서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2018년 12월 「부가가치세법」 제53조의2, “전자적 용역을 공급하는 국외사업자의 용역 공급과 사업자등록 등에 관한 특례”를 두어 국외사업자의 “전자적 용역”의 범위를 클라우드컴퓨팅, 광고게재, 중개용역 등으로 확장하여 국내외 사업자 간 과세형평성을 제고했다. 그 결과 2019년 7월부터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웹서비스와 공유숙박 플랫폼인 에어비앤비 등은 중개수수료의 10%를 부가가치세로 납부한다.

디지털서비스세 또는 디지털세 도입의 근거는 디지털기업과 전통적 기업에 대한 법인세 과세가 공정하지 않다는 것이며, 특히 글로벌 차원의 법인세 규칙이 제정되기 이전에 플랫폼 기업의 법인세 회피에 대항한다는 것이었다. 디지털세의 과세 목적이 법인세 과세기반의 침식에 대응한다는 조세기술적인 측면에 방점이 찍힌다. 이는 빅데이터라는 새로운 이윤원천에 대해 과세하여 빅데이터가 사회공통자산, 곧 사회구성원 모두의 공유자산임을 확인하는 조세형 빅데이터 배당과 무관한 과세목적이다. 과세 목적의 차이는 과세에 의해 마련된 재원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의 문제에서도 커다란 차이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빅데이터세로 마련된 재원은 전액 빅데이터 배당으로 무조건적, 보편적, 개별적으로 환급되어야 하지만, 디지털서비스세로 마련한 재원을 반드시 기본소득 재정으로 활용해야만 한다는 내적 근거는 없다. 디지털서비스세의 도입은 사회공통자산의 수익 환수가 아니라 과세형평성의 확보와 세수 확충에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서비스세는 과세대상의 확정이 쉽지 않고 과세기반을 정의하기도 어렵다는 난점이 있다. 법인세를 내고 있는 국내기업에 대한 중복과세 및 이중과세 문제도 발생한다. 매출액에 부과되기 때문에 세부담이 소비자 및 중소기업에게 전가되면서 데이터 주도 혁신을 저해할 수도 있다. 이러한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유럽연합이 제안한 방식의 디지털거래세를 국외기업에 대한 빅데이터세의 우회적인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고정사업장을 국내에 가지고 있지 않은 국외기업의 영업이익에 과세할 수 없다는 한계는 빅데이터세가 도입되더라도 국외기업을 과세 범위 바깥에 있도록 하고 과세형평성의 문제를 낳는다. 따라서 디지털서비스세를 도입할 경우에도 국외기업에 대한 빅데이터세의 임시적 형태로 볼 필요가 있다. 물론 빅데이터에 의존하는 수익에 대한 과세 이슈에 대한 국제규범이 제정된다면 디지털서비스세는 즉각 폐지될 수 있다.

2. 빅데이터세와 빅데이터 배당의 연동 모델

데이터 이용을 활성화하는 「개인정보 보호법」,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약칭: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약칭: 신용정보법)」 등 3가지 법률을 데이터 3법으로 통칭한다. 프라이버시 보호와 관련된 데이터 3법의 주요 내용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가명정보를 조건으로 정보주체의 ‘동의’라는 보편적인 안전장치를 해체했다. 데이터 3법으로 인해 통신사는 예를 들면 가입자의 월평균 통화 시간이나 통화 빈도, 납부 요금, 연체 여부, 보유한 단말기 등의 정보를 포털사, 금융사 등에 가입자의 이름이나 주민등록번호를 제거한 채 팔 수 있게 되었다. 둘째, 데이터 3법은 개인정보를 보유한 조직들 사이에 고객 정보를 공유하고 결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활용할 법한 예를 들자면, 생명보험사의 고객 정보와 통신사의 고객 정보가 서로 결합되어 새로운 상품의 마케팅 용도로 활용될 수 있다.

한편, 지난 5월 11일 금융데이터 거래소가 출범하여 첫 거래가 이루어졌고 바야흐로 데이터 자유시장의 형성이 눈앞에 다가왔다. 이와 같은 일련의 상황 전개는 한국의 데이터 경제가 데이터 자유재에 가장 근접한 방향으로 편성되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상황은 데이터에 대한 기업의 실효적 지배를 확고하게 해 주며 빅데이터 수익을 전적으로 기업이 가져가는 가치회로를 고착화하게 될 것임을 보여준다. 한편 코로나19 경제대책으로 제시된 한국형 뉴딜의 첫째 과제도 빅데이터 사업 진흥과 디지털 인프라 구축에 맞춰졌다. 이러한 급박한 상황 전개는 데이터 경제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하기 위한 빅데이터세 논의를 시급하게 만든다.

빅데이터세는 이중적으로 설계한다. 한 축은 국내기업을 과세 대상으로 하는 빅데이터 수익에 대한 특별법인세, 다른 한 축은 국내에 고정사업장을 두지 않아 빅데이터세를 과세할 수 없는 국외기업의 디지털 매출에 과세하는 한시적 디지털서비스세이다. 두 종류의 빅데이터세는 모두 기본소득 특별회계에 편입한다.

1) 빅데이터 수익에 대한 특별법인세

데이터산업진흥원이 3월 11일에 발표한 「2019년 데이터산업 현황」에 따르면 국내 데이터산업의 시장 규모는 16조 8700억이고 종사자는 34만 4672명이라고 한다. 이는 좁은 의미의 데이터 경제의 규모를 알려주는 지표이지만 빅데이터세의 세수 기반을 직접적으로 보여주지는 못한다. 과세 기반은 좁은 의미의 데이터 경제가 아니라 업종을 불문하고 전체 경제에서 빅데이터의 활용으로 발생한 영업이익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한국데이터거래소의 거래규모도 세수 추정을 위한 지표가 될 수 없다. 빅데이터세는 데이터 거래 수익만이 아니라 빅데이터 활용으로 발생한 수익에 과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빅데이터세의 취지에 맞는 가장 정확한 과세 방법은 기업이 데이터 수집을 시작한 시점을 기준시점으로 삼고 그 해의 영업이익과 과세연도의 영업이익을 비교하여 그 기간 동안 영업이익 증가분에 대하여 일정 비율로 과세하는 것이다. 법인세 할당에 대한 국제규범의 부재로 국내에 서버를 두지 않은 국외기업에 대해서는 법인세를 과세할 수 없고 법인세 과세표준 200억 이하 기업에 대해서는 중소기업 데이터 경제 활성화를 위해 면세한다고 할 때 과세 대상은 훨씬 좁혀진다. 과세대상은 a) 독자적으로 고객 데이터를 수집하거나 공공데이터를 활용했거나 데이터 거래에 참여한 국내 기업으로 b) 법인세 과세표준 200억을 초과하는 기업들이다. 이러한 두 조건을 충족하는 기업의 c) 결산서상 영업이익의 증가분에 과세하며, d) 증가분의 계산은 데이터를 수집하거나 데이터 거래에 참여한 원년의 영업이익과 현재 시점의 영업이익을 비교하여 계산하며, 과세 기준시점의 확정이 모호할 경우에는 전년도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한다. 빅데이터세가 도입된 후 이미 빅데이터세를 납부한 기업에 대해서는 빅데이터세가 최초로 부과되었던 원년도 영업이익이 아니라 빅데이터세를 납부한 가장 최근 연도의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삼아 이익증가분을 계산한다. 그 이전의 영업이익 증가분은 이미 빅데이터세로 환수되었다고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e) 세율은 순수 이론적으로는 최대 50%까지도 과세 정당성을 가지지만(강남훈, 2019: 151-153), 도입 단계에서는 10%로 정한다. f) 빅데이터 수익에 대한 특별법인세는 기존의 법인세와 별도이고 세수는 전액 기본소득을 위한 특별회계에 귀속시킨다.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삼는 이유는 경상이익이나 당기순이익보다 영입이익이 빅데이터 의존 가치창출의 지표로서 적당하기 때문이다. 영업이익은 기업의 주된 영업활동에 의해 발생한 이익으로 매출총액에서 판매비와 일반관리비를 뺀 것이다. 반면에 경상이익은 영업이익에 금융이나 부동산 등에서 발생하는 영업외 이익과 손실을 반영한 값이다. 당기순이익은 경상이익에 특별이익을 더하고 특별이익과 법인세를 뺀 값이다. 빅데이터 수익에 대한 과세를 가장 정확하게 하는 방법은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하고 영업이익 증가분에 일정 비율을 과세하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가장 적절할 뿐만 아니라 일단 도입되고 나면 현행 법인세 과세표준 200억 초과 기업의 영업이익은 결산서 상에 드러나기 때문에 조세기술적 측면에서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코로나19 위기와 정부의 언택트 사업 지원 방침은 데이터 경제의 대표주자격인 네이버와 카카오의 2020년 1분기 및 2분기 영업이익을 비약적으로 늘렸고 반대로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전통업종의 영업이익은 곤두박질쳤다. 데이터 뉴딜은 앞으로 데이터 주도 혁신에 매진한 기업과 전통제조업, 언택트와 콘택트 간의 영업이익의 양극화 추세를 더욱 강화시킬 것이다. 영업이익 증가분에 과세하는 빅데이터세는 데이터 뉴딜과 언택트 경제의 수익 일부를 모두에게 돌려줌으로써 데이터 주도 혁신을 지속가능하게 만든다.
영업이익 증가분에 과세하는 방식이 빅데이터세의 과세 목적에 더 적합하지만, 대안적인 과세 방식을 생각해 볼 수도 있다. 그것은 빅데이터세를 단순하게 현행 법인세에 대한 추가적인 세제로 설계하는 것이다. 과세대상은 마찬가지로 현행 법인세 과세표준 200억 초과 기업으로 하고 당기순이익에 1%나 2%를 과세한다.

2019년 법인세 과세표준 200억 초과 500억 이하 기업의 당기순이익은 25,724,700(백만원), 1000억 이하 기업의 당기순이익은 17,650,255(백만원), 5000억 이하 기업의 당기순이익은 43,862,729(백만원), 5000억 초과 기업의 당기순이익은 99,720,960(백만원)으로 나타난다. 200억 초과 기업의 당기순이익 합계는 186,958,644(백만원)이다. 합계 186조 9586억 4천4백만원의 1%는 1조 8695억 원 정도이고 2%는 3조 7390억 원이다(국세통계, 2019).

2) 디지털서비스세

과세 대상은 타깃광고, 마켓플레이스 업종의 해외법인으로 세율은 영국의 기준을 따라 국내 매출의 2% 또는 프랑스처럼 3%로 정한다. 구글 페이스북 등 글로벌 플랫폼 기업은 한국 매출을 영업비밀로 하고 있기 때문에 정확한 세수 추정을 불가능하다.
대략적인 추정을 위해 구글플레이를 예로 들자면, 구글플레이의 2017년도 매출추정액은 3조 4232억원 가량인데 구글플레이가 30%의 수수료를 챙기는 구조이기 때문에 1조 이상의 영업이익이 발생했을 것이다. 2017년 추정 매출을 기준으로 2%를 과세하면 684억원 가량, 3%를 과세하면 1026억원 가량이다. 같은 해에 4조 6785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네이버가 4천억 가량의 세금을 부담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프랑스 사례를 따라 국내 매출의 3%의 디지털서비스세를 부과하는 것은 과세형평성에 맞다. 페이스북은 2019년 12월 이후 한국 광고매출을 신고하기 시작했는데 앱매출액이 큰 구글플레이와 달리 광고매출뿐이라서 연간 수천억대이며 조 단위가 아닌 것으로 추정된다. 3%의 디지털서비스세를 부과할 때 추정 세수 규모는 1200억 이상 1450조 가량이 된다. 디지털서비스세는 국외 기업에 대한 법인세 및 특별법인세로서의 빅데이터세를 대체하는 개념이기 때문에 국외 기업의 ‘전자적 용역’에 부과되는 기존의 부가가치세는 그대로 유지한다.

3) 빅데이터세와 빅데이터 배당에 관한 법률

빅데이터세를 재원으로 하는 기본소득은 인공적 공유부의 배당이다. 개인소득세 이외의 외부재원에 기초한 공유부 배당에 관한 기본법을 따로 만들 수는 있지만, 이 경우에도 빅데이터 세를 재원으로 하는 배당법은 별도의 부수 법안으로 입법되어야 한다. 토지세 토지배당 모델을 위한 법률안도 마찬가지이다. 빅데이터세와 빅데이터 배당을 위한 법률에는 a) 빅데이터는 모두의 것이라는 과세 취지와 b) 재원은 전액을 빅데이터 배당으로 개별적인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조건 없이 환급한다는 점이 반드시 명시되어야 한다. 디지털서비스세는 빅데이터세와 별도의 입법을 통해 도입할 수도 있지만 빅데이터 배당의 재원이며 한시적인 입법이므로 빅데이터세의 개별 조항으로 담을 수도 있을 것이다.

3. 공유지분권 모델과 ‘글로벌 빅데이터 기금’

1) ‘글로벌 빅데이터 기금’

글로벌 플랫폼 자본에 대한 과세 난점은 새로운 해법을 요청하고 있다. 공유지분권 모델은 글로벌 차원에서 새로운 해법이 될 수 있다. 인류 모두의 빅데이터 공동소유권에 입각하여 글로벌 플랫폼 기업에 대해 글로벌 차원의 공유지분권을 설정하는 ‘빅데이터 아젠더’는 까마득한 일처럼 여겨질 수도 있지만 개별 국가와 개별 국가 간에 체결된 수많은 조세협약을 조율하는 일과 비교한다면 훨씬 더 손쉬운 일이다. 지적재산권 협의가 국제무역협정의 주요 아젠더였다는 점을 기억한다면 ‘빅데티어 아젠더’를 무역협정의 틀 안에서 논의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합의가 이루어진다면 글로벌 플랫폼의 수익 중의 일부를 ‘글로벌 빅데이터 기금’에 예치되어 글로벌 기본소득의 재원으로 삼을 수 있게 된다. 글로벌 빅데이터 배당이 실현된다면 기본소득은 빅데이터 공유기금이 지급체계가 되는 글로벌 차원, 국민국가가 담당하는 내셔널 차원, 지방정부에 의한 로컬의 중층적 구조를 가지게 될 것이다.

2) 공유지분권 모델과 플랫폼 자본으로부터 독립적인 데이터 거버넌스

공유지분권 모델이 플랫폼 자본주의에 대한 개혁대안으로 떠오르는 이유는 단지 글로벌 플랫폼 자본에 대한 규제와 과세의 난점 때문만이 아니다. 공유지분권 모델에는 조세형 기본소득이 가질 수 없는 장점이 있다. 가장 중요한 장점은 데이터 거버넌스의 수립 가능성이다. 빅 데이터의 주인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분배차원에 한정된 질문이 아니다. 빅 데이터의 주인이 사회구성원 모두라는 출발점은 개인정보 보호를 포함하여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의 전반적 발전 방향까지 망라하는 포괄적인 데이터 거버넌스 구조가 수립되어야 하며 이러한 거버넌스 구조는 정부와 기업으로부터 독립적이어야 한다는 결론으로 이어져야 한다. 빅 데이터의 주인은 국가가 아니고 사회구성원 모두이기 때문에 빅 데이터 기금의 관리와 운용이 “정부와 기업으로부터 독립된 거버넌스 구조”(Standing, 2017, 185)를 가져야 하듯이 데이터의 집적, 분석, 활용에 대해서도 정부와 기업에 대해 독립적인 거버넌스 구조를 확립하고 민주적 통제를 행할 필요가 있다. 공유지분권 모델의 장점은 소득분배를 넘어 민주주의의 차원까지 빅 데이터 공동소유권의 영향력을 확장할 수 잇다는 점이다. 빅 데이터 기금은 개인정보보호나 플랫폼 노동의 노동통제 방식에 대해 감시 자본주의적 폐해를 없애기 위한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을 것이며 스마트시티의 사회인프라에 대해서도 민주적 통제방식을 확보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빅 데이터 공동소유에 기초한 공유지분권은 소득분배 차원에만 한정된 미드(Meade, 1993[1964])의 모델과 달리 일종의 정치적 차원을 가지게 된다. 물론 미드의 모델과 마찬가지로 빅 데이터 기금도 개별 플랫폼 회사의 경영에는 간섭하지 않는다. 하지만 사회 전체에 걸친 데이터 거버넌스 구조를 통해 빅 데이터 기금은 디지털 전환의 방향, 데이터 주도 혁신의 방향을 좀 더 생태적이고, 좀 더 젠더평등하고, 좀 더 분배평등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틀어갈 수 있다.

4. 공공플랫폼과 빅데이터 공동소유권

최근 배달주문앱 배민의 수수료 체계 변경에 항의하면서 이재명 경기도 지사는 공공앱을 개발하겠다고 선언했다. 비록 배민은 수수료 체계를 원래대로 되돌렸지만 경기도는 공공앱 개발을 계속하겠다고 공표했다. 물론 공공앱의 경영구조나 이윤배당에 대한 윤곽은 아직 제시되지 않았다. 그렇기에 공공앱의 수익 분배 문제를 빅데이터 공동소유권의 관점에서 다룰 필요성이 분명히 있다. 린 플랫폼을 금지하고 이를 공공앱으로 대체하며 경영구조는 노동자협동조합에 위탁하겠다는 발상은 영국 노동당 전 대표였던 제레미 코빈(J. Corbyn) 지도부가 제시했던 적이 있다. 2019년 총선에서도 노동당은 공공투자 형태로 전기자동차를 제공하며 택시운전사들이 결상한 협동조합에 경영을 맡기겠다는 교통공약을 내걸었다. 물론 코빈 지도부는 이윤배당 문제에 대해서는 자세히 말하지 않았다. 코빈 지도부의 구상(Bria, 2020)은 2016년 스페인 바르셀로나 시의 디지털 아젠더(Digital Agenda)에서 유래한다(Barcelona Digital City, 2016).

코빈의 구상과 이재명 지사의 공공앱 구상의 큰 차이점은 전자가 린 플랫폼 기업의 금지를 전제로 한다면 후자는 시장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공공앱을 구상한다는 점이다. 시장경쟁을 전제로 한다면, 더욱더 수익의 일부를 무조건적, 보편적, 개별적으로 배당하는 방식을 채택하는 것이 필요하다. 공공앱이 배달플랫폼 노동자에게 적어도 과속이나 고통법규 위반을 하지 않아도 될 만큼의 수입이 돌아가도록 하며, 나아가 4대보험 등에서 노동자적 지위를 인정하고 여기에 플랫폼 관리비용도 제하고 나면 남는 이윤은 매우 적을 것이다. 이윤이 매우 적을 것이라는 가정에서 무조건적, 보편적, 개별적 배당은 시장경쟁의 전략이 될 수도 있다. 이윤배당에서는 세 가지 방식이 있을 수 있는데, 첫째는 이윤을 경기도의 일반 회계로 사용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이윤을 이용자에게만 배당하는 방식이며, 세 번째는 모든 경기도민에게 배당하는 방식이다. 두 번째 방식이 경제적 유인을 만든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배당되는 금액이 미미하다면 경제적 유인만으로 광범위한 이용을 끌어내기는 어렵다. 공공앱이 우리 모두의 소유라는 점을 공동체적으로 확인시켜 주기 위하여 시민 모두에게 배당하는 방식이다. 배민이 건재한 시장상황에서는 무조건적, 보편적, 개별적 배당방식이 좀 더 적극적인 경쟁정책이 될 수 있다. 아무리 적은 금액이라도 도민 모두에게 배당한다면 일 년에 한 두 번 배달앱을 사용하는 사람도 주인의식을 가질 수 있고 자기 회사인 공공앱을 사용하게 될 것이다. 즉 오늘의 주제로 돌아가서 살펴보자면, 마이크로페이먼트 방식보다 기본소득 방식이 훨씬 더 강력한 경쟁정책일 수 있다는 것이다. 공공앱 이윤의 무조건적, 보편적, 개별적 배당은 민주주의적 주권의식의 경제 영역으로의 확장이며, 시장경쟁에서도 경제적 유인보다 정치적 도덕적 공동체적 동기부여가 더 효과적일 수도 있다. 물론 공공앱 이윤을 기본소득으로 배당해야 할 가장 큰 이유는 빅데이터 공동소유권 때문이다. 배달플랫폼이 수집하는 데이터는 자영업자 데이터, 이용자 데이터, 플랫폼 노동자 데이터이고, 이용하지 않는 사람들도 어떤 사람들이 주로 이용하는지 언제 어떤 지역에서 많이 이용하는지에 대한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다. 빅데이터는 이러한 개별 데이터 전체가 모여서 형성되며, 빅데이터의 주인은 모든 경기도민이다. 따라서 사회구성원 모두는 배달플랫폼의 이윤의 일부를 배당받을 권리를 가진다. 빅데이터라는 인공적 공통부 수익을 배당받을 권리는 공공플랫폼이라고 해서, 곧 플랫폼의 소유자가 경기도같은 정치공동체라고 해서 변경되거나 소멸하지 않는다. 오히려 공공플랫폼이기 때문에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배당할 수 있는 유리한 조건이 형성된다고 보아야 한다.

경기도의 공공앱 계획은 아직 윤곽이 다 드러나지 않았다. 데이터 수익 배당도 아직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공공앱 수익을 무조건적, 보편적, 개별적으로 배당하지 않겠는가는 추측은 가능하다. ‘경기 데이터 배당’은 데이터는 기업이 무상으로 가져다 쓸 수 있는 자유재가 아니라 지역화폐 사용자가 공동소유권을 가지고 있다는 관점에 서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물론 지역화폐 사용자가 모든 경기도민은 아니기 때문에 개별적인 사회구성원 모두에 대한 무조건적, 보편적, 개별적 배당은 아니다. 개념적으로 엄격하게 보면 지역화폐를 사용하여 데이터를 제공하는 사람에게만 보상하는 마이크로페이먼트에 가까울 수도 있다. 하지만 모든 경기도민이 지역화폐를 사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기 때문에 경기 데이터 배당은 단지 이용자만이 아니라 모든 시민에게 열려있다고 말할 수 있다.

물론 ‘경기 데이터 배당’의 사례는 공공앱 수익 배당에 단순하게 적용할 수는 없다. 지역화폐 사용은 권장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배달앱을 통한 음식주문은 부득이 할 수는 있지만 생태적으로나 영양학적으로나 권장할 일은 아닐 수 있다. 이러한 차이는 이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공공앱 수익배당 대신에 모든 경기도민을 대상으로 하는 수익배당의 방향을 가르킨다. 또한 그와 같은 무조건적, 보편적, 개별적 수익배당이 오히려 ‘경기 데이터 배당’의 취지와 정신에 맞는 일일 것이다.

VI. 마치며

마지막으로 덧붙일 말은 빅데이터 배당과 자동화의 관계이다. 빅데이터 배당은 자동화를 가속시킬 뿐만 아니라 방향타 역할도 한다는 점이다. 자본주의와 자동화의 관계는 양면적이다. 자본주의는 경쟁을 통하여 자동화를 촉진하지만, 그 결과로 실업이 증대하고 임금이 하락하면 설비투자비용이 임금부담보다 더 크게 되어서 일정 수준 이상의 자동화를 억제한다. 즉 자동화는 임금을 떨어뜨리고 하락한 임금 때문에 자동화가 억제되는 이중적인 과정이 진행되는 것이다. 반면에 빅데이터 배당은 자동화를 가속시킨다. 이 점에서 빅데이터 배당은 자동화로 인한 일자리 상실에 대한 보상이 아니라 더 높은 단계로의 자동화를 위한 디딤돌이라고 말할 수 있다. 높은 기본소득은 노동공급을 줄이고 임금을 올려 더 많은 자동화 압박을 만들어낸다(Srnicek and Williams. 2016: chap. 5). 하지만 이와 같은 피드백 고리만으로는 어떤 방향으로의 가속, 어떤 방식의 가속인지를 드러내지 못한다. 기본소득은 자동화를 촉진하면서도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는 전환의 수단이 되어야 한다. 빅데이터 공동소유권에 입각한 공유지분권 모델처럼 소유권적 기초에 착근된 기본소득은 자동화가 더 많은 감시를 위한 가속, 더 많은 생태파괴를 위한 가속이 되지 않도록 방향을 설정해 준다. 공유지분권 모델이 아니라 조세형 모델인 경우 이와 같은 빅데이터 기금의 역할은 국가가 대신할 수밖에 없다. 빅데이터는 공동소유(common ownership)라는 인식은 데이터가 이윤원천이 된 새로운 시대에서 플랫폼 자본에 의한 독식경제를 넘어서기 위한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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