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에서 “한국 사회의 변화 방향에 대한 청사진을 기본소득 의제를 중심으로”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기본소득 쟁점토론회”를 진행합니다. 이 쟁점토론회는 기본소득을 둘러싼 여러 이슈와 기본소득 실현을 위한 로드맵을 검토하는 자리이며, 2020년 2월부터 2021년 7월까지 진행될 예정입니다.
아래의 글은 2020년 4월 25일 <쟁점토론 3. 기본소득과 빅데이터 공동소유권>에 대한 현장 질의와 답변입니다.

쟁점 토론 3. “기본소득과 빅데이터 공동소유권” 질의-답변

“기본소득과 빅데이터 공동소유권” 쟁점에 대한 현장 질의와 답변 

정리: 김수연 이사

질문 1. 빅데이터는 무엇인가? 왜 빅데이터는 콘텐츠 생성자 또는 플랫폼 소유자에게만 귀속되는 것이 아니라, 모두에게 배당되어야 하는가?

첫째, 마이크로페이먼트(micropayment)만이 정당한 데이터 배당의 형식인가?

마이크로페이먼트는 데이터를 개별적 노동의 결과로 전제하는 보상체계이다. 콘텐츠로서 가치 있는 데이터들은 개별적인 디지털 활동에 귀속시킬 수 있다. 하지만 마이크로페이먼트는 빅데이터가 형성됐을 때만 가치를 지니게 되기 때문에, 어느 누구의 데이터 중요도를 따지기 힘들다. 사회구성원 모두가, 데이터 활동을 하지 않았던 사람들까지 데이터를 간접 구성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회구성원 모두가 빅데이터의 공동소유권을 가진다.

둘째, 플랫폼 없이는 빅데이터가 생성되지 못하는 것 아닌가?

플랫폼 알고리즘의 소유자, 즉 플랫폼 회사가 수익을 가져가는 게 맞다는 반론이 있다. 물론 황무지인 땅은 개간을 하고 나서야 가치를 지니게 된다. 하지만 개간 주체가 모든 것을 다 가져갈 순 없다. 기술적으로 플랫폼 알고리즘은 (콘텐츠 알고리즘과 달리) 빅데이터를 떠나 존재할 수 없을 뿐더러, 빅데이터 없이 가동되지 않는다. 따라서 일부 수익에 대해서는 빅데이터 공동 소유권자들이 배당받을 권리를 충분히 갖는다. 비물질노동/정동, 기계가 제공하는 사물인터넷 데이터 등 빅데이터는 모든 경제활동에서 나오는 것으로, 데이터 제공자를 특정할 수 없으니 사회 공통 자산이라고 보아야 한다.

질문 2. 공공플랫폼(공공앱)이 공기업 형태를 취하면서 시장에서 이른바 효율성, 수익성 등을 어떻게 추구할 수 있을 것인가? 민간 시장에서의 경쟁력은 어떻게 확보 가능한가?

최근 경기도가 배달 주문앱 배민(배달의민족)의 수수료 체계 변경에 항의하면서 공공앱 개발을 공표했지만 공공앱의 경영 구조나 이윤 배당에 대한 윤곽은 제시되지 않았다. 공공앱은 민간 경쟁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첫째, 노동조건이 동일해야 한다. 즉 공기업의 친노동 정책이 플랫폼 노동 전체에 대한 규범성을 갖도록 플랫폼 노동에 대한 노동법적 보호가 필요하다. 노동 규범이 새롭게 형성되어야만 민간 기업과의 경쟁 조건에서 유리해지기 때문이다. 주문형 앱 노동의 경우 클라우드 노동과 달리 대면 서비스로 이루어지고, 노동자성을 어느 정도, 또는 완전히 보장해 줄 수 있다. 배민은 라이더들이 교통 규범 위반하면 수익이 안 맞춰지도록 설계하는데, 공공앱은 친노동적 정책을 펼친다면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다.

둘째, 수수료 문제이다. 수수료도 시장 내 우위를 얻어서 수수료 측면에서도 일정하게 표준적 지위를 획득해야 한다. 물론 어려움이 많다.

셋째, 전체 경기도민에게 배당한다면 1년에 1,000원이라도 배당한다면, 공공성, 일정한 주인의식을 통해서 앞서 말한 노동조건과 수수료 문제의 규준 역할을 추진할 힘 또한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시장 경쟁에서도 경제적 유인보다 정치적 도덕적 공동체적 동기부여가 더 효과적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공앱이 이윤을 0으로 맞추는 방식의 경영을 하면 안 되고, 최소한 채산성을 기한을 정해 두고 맞추겠다는 계획이 있어야 할 것이다. 낮은 금액의 배당액까지 포함되는 게 좋다. 공공 배달앱을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사람이 천 원, 2천 원의 배당을 받는다면 어쩔 수 없이 가족 모임 등에서 음식을 주문할 때 공공앱을 사용하는, 공동체적, 정치적 유인이 생길 것이다.

질문 3. 민간의 배달 주문 시장을 잘 규제해서 건전한 경제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낫지 않은가?

플랫폼 자본주의 본령은 스마트팩토리, 산업 플랫폼, 그리고 아마존 웹서비스 같은 클라우드 플랫폼(cloud platform)이다. 가장 많은 데이터를 수집하는 곳은 구글, 페이스북과 같은 광고 플랫폼이다. 린 플랫폼(lean platform)은 플랫폼 자본주의의 본질이 아니다. 플랫폼 자본주의가 추진하고 있는 것은 인공지능 혁명인데, 인공지능 혁명의 본질이 린 플랫폼이 추구하는 노동 비용과 고정 비용의 절감인가? 아니다. 실제 산업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어떤 기술 혁신을 만들어 내야 인공지능 혁명이 성공한다.

일련의 린 플랫폼들, 우버, 에어비앤비, 배달앱이 노동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혁신이라고 주장할 순 있다. 매우 촘촘하게 디지털 노동관리 기술을 발전시키고, 데이터를 모아서 라이더/수익 데이터를 가지고 촘촘한 노동 관리, 촘촘한 수익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배달앱을 없애자고 말할 수도 있다. 이런 주장은 영국 노동당 코빈 지도부나 바르셀로나에서 집권한 포데모스(Podemos)도 했다. 집에서 밥을 해 먹는 게 낫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당장 배달앱이 당장 없으면 불편한 가구들이 너무 많다. 어떻게 보면 필요악인 것인데, 이에 대한 대안은 무엇이 될까?

질문자가 말하는 규제는 일종의 라이더의 보호를 염두에 둔 듯한데, 노동법적 국제 규준은 필요하다. 하지만 노동법적 규제를 하기 위해서도 공공앱의 등장은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또 하나는 수수료 규제이다. 지금의 독과점을 공정위가 심사해야 하는데, 예를 들어 수수료를 과도하게 올리지 않는다는 제한을 두고 허용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제한이 그냥 생겨났을까?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공공앱 만들겠다고 공표하고 나서 생겨났다.

지금까지 사회 진화의 프로세스, 시장 경쟁과 법률적인 제재의 상호관계 측면에서 이야기했다. 근본적인 관점에서 린 플랫폼을 모두 기생적이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자원을 절감하는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우버의 경우는 아니지만) 승용차가 없는 사람들이 모빌리티 서비스를 이용한다면 자원이 절약된다. 문제는 그 모빌리티 서비스가 사기업의 독과점 소유일 때, 이윤으로 표현되는 자원 절감 효과는 전부 사기업 차지라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공공앱의 기여가 클 것이다.

질문 4. 산업 플랫폼은 린 플랫폼과 어떻게 다른가? 산업 플랫폼에서의 빅데이터 기능은 무엇인가?

지멘스(Siemens)의 예를 들어 보자. 전자제품을 판매하는 지멘스를 산업 플랫폼 회사라고 이야기할 때 지멘스가 하는 일은 (상품 판매를 통해 수집되는 개별 소비자 데이터가 아니라) 공장에 프로그램을 설치해 주는 데이터와 연관된다. 생산 공정 전반에 걸친 공정의 합리화, 즉 에너지와 인적 투입 등을 관리하는 것이다. 산업 플랫폼은 물적 생산에 있어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역할을 한다. 이때 독일의 경우 노사 공동의 결정과 산업의 사적 결정 사이에서 충돌이 생길 수 있다.

자본주의에서 산업 플랫폼은 광고 플랫폼, 린 플랫폼을 넘어서는 핵심이 될 것이다. 산업 플랫폼의 관리를 받는 것이 이윤 창출에 훨씬 더 기여한다면 데이터를 넘겨주고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에 도움을 받는 방향으로 발전하는 것이다. 새로운 경영 기법이나 기술 혁신은 경쟁을 통해서 일어난다. 미국에서는 GE가 한다면 유럽연합 차원에서도 지멘스가 스마트팩토리 사업을 진두지휘하는 것에 대해서 개별 산업 자본이 동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더 많은 이윤이 생산된다고 하면 할 것이고, 그렇게 진화하고 있다. 이때 제공되는 데이터에는 사물데이터가 훨씬 많다. 공장의 물적 운동과정, 에너지를 언제 썼고, 가동이 언제 중단됐는지 등이다.

또 재고 문제를 다루는 데에도 데이터 기반으로 의사 결정을 하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가끔씩 불거지는 대기업의 사내 유보는 마치 재벌이 곳간에 쌓아 두는 것처럼 여겨지는데, 금융 채널에 들어가 있을 것이다. 유휴 화폐자본, 재고 문제를 다루는 방식도 훨씬 더 합리화될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수익으로 표시될 때 사회 모두의 데이터가 총합적으로 기능하게 된다. 빅데이터에는 굉장히 오래된 데이터, 인간 활동 전반이 지식으로 쌓여서 기계에도 응고돼 있다. 기계를 통해서 전달되는 사물 데이터까지, 누구의 것으로 특정할 수 없는 데이터들이 총합적인 역할을 한다.

질문 5. 많은 기업들이 데이터 산업에 뛰어들고 있는데, 실패한 기업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지 않으면서 성공한 기업에 대해서 배당을 요구하는 것이 합당한가?

기업의 수익에 있어서 데이터의 기여는 매우 중요해졌고, OECD까지 인정을 하고 있다. 사실상 데이터 기반 혁신이 일어나고 있고, 혁신을 하지 않으면 도태당하는 게 오늘날의 자본주의이다. 데이터 기반의 혁신, 자동화는 나쁠까? 나쁘다고 생각하는 것은 러디즘(Luddism, 러다이트 운동)과 다름없다. 우리는 다음과 같이 문제를 전환해서 보아야 한다. 어떻게 기술 혁신의 열매를 사회구성원 전체가 모두 몫으로 바꿀 것인가? 아니면 최소한 자신의 몫이라도 되찾아올 것인가?

따라서 데이터 산업에 뛰어들어서 실패한 산업을 도와줄 의무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기업의 실패로 인한 일자리 감소, 노동자 보호, 나아가 소비 기반의 잠식에서 비롯된 소득 단절과 같은 문제에는 개입할 수 있다. 이 부문에는 사회 정책적인 차원의 보장, 기본소득이 필요하다. 기업이 성공했다는 것, 데이터 기반 혁신에 성공했다는 것은 사실 사회 구성원 모두의 공통자산인 빅데이터를 사적으로 자유재처럼 가져다 쓴 결과이다. 사업주가 잘해서 기업이 성공한 게 아니라, 빅데이터는 본래 우리 모두의 것인데, 기업이 배타적으로 사용해서 수익을 냈다고 관점을 바꾸면 배당의 이유가 충분히 생긴다.

한편 공공앱은 어떻게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인가? 공공앱에 조세를 쏟아붓지 않기 위해서 오히려 경쟁 정책을 잘 활용해야 한다. 그중 한 가지 선택지는 공공앱이 노동법상 모범사용자 역할을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모범사용자가 나오면 법이 바뀐다. 처음부터 모범사업자가 되면 라이더들의 쏠림 현상이 생겨나고, 경쟁 정책으로 효과적이다. 마지막으로 모두에게 주어지는 배당은 가장 탁월한 광고술이다. 기본소득으로 배당하는 것이야말로 경쟁 정책적 측면에서 탁월한 전략인 것이다.

질문 6. 유전 정보나 생물학적 데이터는 민간 사업자에게 소유권을 맡기기에 민감하고 근본적인 정보이다. 프라이버시를 최우선으로 고려하면서 사회적으로 다루기 위한 법적 원칙이나 개념에는 무엇이 있을까?

민간 사업자에게 빅데이터 소유를 넘기지 말아야 한다. 현재 민간사업자는 빅데이터 소유권이 없고, 단지 데이터를 실효적으로 지배할 뿐이다. 데이터는 인격권의 대상으로 현행 법체계에서 개인정보보호를 받는다. 오늘날 개별데이터에 소유권을 주자는 논의가 있는데 이렇게 되면, 우리가 경제생활을 하기 위해 개별데이터의 소유권을 포기하거나 팔아야 한다. 데이터를 생산하지만 데이터를 소유하지 못한 무산자가 생길 것이다. 마치 토지에 대한 사적 소유권을 인정하면서, 토지 없는 노동자 계급이 형성된 것과 비슷하다.

데이터 소유권에 대해서 우리는 단 한 가지, 빅데이터는 우리 모두의 공동소유라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나머지는 소유권 또는 재산권 문제가 아니라 인격권 문제다. 개별데이터는 인격권의 대상일 수는 있다. 이것이 특별한 콘텐츠가 돼서 경제적 가치를 띠면 소유권이나 재산권이 되지만, 빅데이터를 만드는 원천으로서의 개별데이터는 개인 정보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인격권의 대상이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이 개인 정보에 장난치면 기분 나쁘다. 개인 정보에 장난치는 것의 경제적 가치는 없지만 인격권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개인 정보 보호는 별도의 문제고, 활용권과 수익권을 개별 기업에 주는 것은 옳지 않다.

그래서 활용과 수익 둘 모두에 공공이 개입해야 한다. 단순히 수익에 대한 배당만 받는 게 아니라, 활용 방식에 개입해야 하고, 그래야 개인 정보를 보호할 수 있다. 빅데이터에 대한 사회구성원 모두의 공동소유권을 주장하면, 데이터 활용에 대한 준칙적인 지침, 가이드라인도 제시 가능하다. 나아가 식별화와 비식별화 문제도 관리할 수 있다. 활용 방식에 대해서는 경영 문제니까 개입하지 않는다 해도, 개인정보보호와 관련된 사안에 대해서는 얘기할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 수익 배당의 문제이다. 빅데이터가 가치창출의 원천이면, (모두가) 수익 배당을 받을 권리가 있다. 물론 플랫폼 알고리즘은 전부 개발자의 소유물이 아니다. 허버트 사이먼(Herbert Simon)식으로 얘기하면 공통의 지식, 1930년대 영국의 기본소득 논의를 이끌었던 G.D.H. 콜(G.D.H. Cole)의 이론에도 지식 공통부가 끼어 있다. 엄밀하게 얘기하면 플랫폼 사업자가 가져가야 할 몫은 5%이다. 50%는 빅데이터로, (사이먼의 의견을 대입하면) 나머지 45%는 지식공통부, 나머지 5%를 사업자가 가져가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사업을 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이런 규범적인 논의 말고, 우리에게 필요한 이야기는, 이행 과정에 개입하는 방법들이다. 공유지분권, 공공앱 모델 등의 방식으로 실행 가능한 방안을 꾸준히 제안하는 것이 유효적절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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