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에서 “한국 사회의 변화 방향에 대한 청사진을 기본소득 의제를 중심으로”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기본소득 쟁점토론회”를 진행합니다. 이 쟁점토론회는 기본소득을 둘러싼 여러 이슈와 기본소득 실현을 위한 로드맵을 검토하는 자리이며, 2020년 2월부터 2021년 7월까지 진행될 예정입니다.
아래의 글은 2021년 6월 26일 <쟁점토론 18. 돌봄과 기본소득>을 위한 발제문입니다.

쟁점 토론 18. “돌봄과 기본소득” 발제문

아동돌봄에 대한 지원체계 구조화 방안: 양육지원체계 개편논의를 중심으로

발제자: 김은지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

* 본 발표문은 김은지 외(2019) ‘양육지원체계 개편방안 연구’(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주요 내용을 요약, 재구성한 것임.
Ⅰ. 서 론

○한국사회에서 ‘가족의 위기’, 또는 ‘저출산의 위기’ 논의가 이루어져 온 이래, 양육지원정책은 ‘보육사업’, ‘모성보호정책’ 등의 개별 정책으로 각각 확장되어 왔으며, 2018년 ‘아동수당’이 도입됨. 일반적으로 일컬어지는 가족정책의 세 영역인 현금, 서비스(현물), 시간정책은 이제 한국사회에서 그 외형을 갖추게 되었으며, 국제비교 맥락에서 볼 때 서구 복지국가들에 비해 크게 부족하지 않은 외형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보임.

○그러나 개별 정책들이 별도의 사업으로 진행되어옴에 따라, 정책들 간의 지향점이 일치하지 않고, 정책간의 모순과 경합이 발생. 실제로 한국사회의 양육지원정책은 대상, 욕구, 자격기준을 구조화하고 이에 따른 합리적 지원 패키지를 설계하기보다는, 제한된 예산 안에서 정책의 확장 자체를 목표로 한 정책발달이 이루어져 옴.

○정책의 규모가 작고 초기 시범적으로 도입할 때에는 정책의 확대 자체가 목표가 될 수 있지만, 어느 정도의 확대를 달성한 시점에서는 정책들 간의 방향과 우선순위를 조정하는 것이 필요함. 이는 가족정책 뿐만 아니라 사회정책 전반적으로 한국의 복지국가가 당면한 큰 이슈임.

○새로 출범한 제6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사람 중심의 정책’으로 패러다임 전환을 선언하고, 새로 발표한 ‘보완대책(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2018)’에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아젠다로 ‘양육지원체계 및 육아휴직제도 개편’을 제시하고 있는 것은 이와 같은 정책정비의 필요성과 부합함. 본 연구는 양육지원체계에 대한 기존 연구들을 바탕으로 정책방향과 우선순위 설정을 위한 정책프레임을 설정하며, 이러한 프레임에 따라 정책들 간의 연속성과 모순점을 살펴보고자 함. 이를 통해 정책의 일관된 방향성과 정책개선 방안을 제안하고자 함

Ⅱ. 양육지원체계 개편방향 기존 논의 검토

1. 저출산 시대의 양육지원체계 방향: ‘성평등 기반 아동투자전략’

가. ‘성평등 기반 아동투자전략’ 이론적 논의

○지난 10여 년간 지속적인 양육지원체계 확장에도 불구하고, 최근에 더욱 심화된 저출산 문제는 기존의 양육지원체계가 주는 메시지로는 청년세대를 설득하기 어려움을 보여줌. 한국사회가 경험하고 있는 극단적인 수준의 저출산 현상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인구구조의 변화와 저성장 시대에 대응하는 복지국가의 지속가능한 전략을 새로이 모색해야 하며, 이러한 경험에 대한 다른 나라들의 정책적 실험에 주목할 필요가 있음.

○복지국가 비교연구의 대가인 Esping-Andersen 외(2002)는 이와 같은 저성장 시대, 인구・가족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복지국가 전략을 제안한 바 있음.

-Esping-Andersen 외(2002)에 따르면 2000년대 초반 서구 국가들에서는 가족 측면의 변화와 노동시장 측면의 변화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음. 가족 측면의 변화는 인구와 가족형태의 대대적 변혁으로, 결혼은 개인선택의 문제가 되어가고 있고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지 않는 가구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며, 노동시장 측면의 변화는 기술적 변화와 서비스업 중심의 고용에 따른 것으로 저임금 노동시장과 실업, 불안정 노동의 증가라는 특징을 보임. 이러한 두 변화의 결과 새로운 복지국가는 “엄청난 규모의 인구학적 불균형을 얼마되지 않는 노동세대를 가지고 맞이해야” 할 상황에 놓여 있음.

-이와 같은 상황에서 Esping-Andersen 외(2002)는 여성고용확대에 기반한 “아동중심 사회적 투자전략”을 제안함. 이는 아동에 대한 소득보장정책과 여성고용을 최대화하는 정책을 하나로 통합한 것임. 이 전략은 성평등에 기반한 여성고용의 최대화를 주장하는데, 고용과 모성의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심각한 노동공급 부족이 발생하거나 또는 출산율 감소로 이어지는 결과를 낳는다는 것임. 또한 이 전략은 아동에 대한 투자를 강조하고 있는데, 생애주기 전반에 걸친 자원부족과 빈곤 문제의 뿌리는 아동기로부터 시작되며, 따라서 청년기 실업지원이나 노년기 연금제도보다도 더 좋은 근본적 재정투자는 아동기에 대한 투자임을 주장함

○이후 Esping-Andersen(2009), Esping-Andersen(2016:10), Esping-Andersen & Billari(2015)는 이러한 논의를 발전시켜 여성역할의 변화와 출산율의 관계를 ‘다중균형이론’이라는 이론체계를 만들어 제시함.

-아래 그림에서 보여주는 것과 같이, 성평등주의와 출산율 간의 관계는 여러 가지 ‘균형점’이 존재. 전후 복지국가 체계에서 유지된 ‘균형점’이 남성 생계부양자-여성 전업주부 모델에 기반한 높은 출산율 균형점(A)이었다면, 여성 역할의 혁명은 일어났으나 사회는 적응지체되어 낮은 출산율에 머무르는 불완전 균형점(B)이 존재하며, 여성 역할의 혁명이 성숙하여 성평등 사회로 진전하여 사회규범이 되면 출산율이 회복되는 새로운 균형점(C)이 존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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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성평등 기반 아동투자전략’의 한국사회 적합도

○한국에서 ‘사회투자국가’ 논의는 노무현 정부에서 활발히 이루어진 후 지난 10년간 정체상태에 있었다고 할 수 있음. 그러나 여성고용과 아동투자 논의의 적합도는 2000년대 초반이 아닌 2020년을 앞둔 현재의 한국사회에 더 정확히 부합하는 것으로 보임.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한국사회에서 ‘가족의 위기’, 또는 ‘저출산의 위기’ 논의가 이루어져 온 이래, 양육지원정책은 현금, 서비스(현물), 시간정책이 개별 정책으로 도입, 확장되어 왔으며 예산도 큰 폭으로 확장되어 옴. 아래 OECD 자료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가족에 대한 공공지출은 상당히 증가하였으며, 지출규모로 볼 때 2001년에 비해 약 600배 증가함. 특히 서비스지출이 크게 확장되어 2017년을 기준으로 할 때 서비스 지출은 서구 국가들의 평균규모에 도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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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이 상대적으로 높은 가족지출에도 불구하고 출산율이 회복되지 않고 있는 상황은 지출의 수준이 아니라 지출의 방향이 재구성되고 재구조화되어야 할 필요성을 보여줌. 정책들 간의 지향점이 일치하지 않고, 정책간의 모순과 경합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으로, 정책들 간의 방향과 우선순위를 조정함으로써 정책의 메시지를 분명하게 만들어갈 필요가 있음.

○한국사회를 Esping-Andersen & Billari(2015)의 그림에서 위치시켜 본다면 불완전 균형점(B), 즉 여성 역할의 혁명은 일어났으나 사회는 적응지체되어 낮은 출산율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음.

-개인 차원의 여성역할의 혁명은 이미 상당히 진행됨. 2005년 여학생의 대학진학률이 남학생보다 높아진 이후, 여성의 대학진학률은 지속적으로 남성보다 높았으며, 차이는 점점 더 확대되고 있음(교육부・한국교육개발원, 2018; 통계청, 2019.7.1.에서 재인용). 그러나 제도적 차원의 대응은 이와 같은 여성의 새로운 역할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음. 높은 여성 교육수준에도 불구하고 여성들의 경제활동상태는 여전히 초기 양육기에 노동시장에서 퇴장하는 M자형 곡선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와 같은 M자형 곡선은 2010년 이래 OECD 국가 중 한국과 일본에서만 발견되는 현상임(여유진 외, 2013). 이는 한국의 제도적 상황이 여성의 생애주기 전반에 걸친 고용을 중심으로 구축되어 있지 않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음.

○최근의 자료들은 한국의 청년들이 더 이상 ‘남성생계부양자 모델’에 기반한 정책에 동의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음. 이러한 경향은 특히 청년 여성들에게 두드러짐.

-김은지 외(2019, 2020)에 따르면, 한국의 청년들은 청년기에 일・개인생활에 높은 비중을 부여하는 반면, 파트너십과 자녀에 낮은 점수를 부여하고 있었으며, 이러한 경향은 남성보다도 여성에게서 더욱 뚜렷함. 무자녀 청년들으로 좁혀 분석할 때, 남녀 모두 자녀계획이 없는 비율이 가장 높은 가운데, 여성들 중 출산후 일을 하지 않거나 시간제로 일하겠다는 비율은 10% 수준에 머무름. 즉 청년여성들은 “개인 단위로 생존을 판단”하고, 개인의 생존이 유지될 수 있는 “노동중심적 생애”를 기획하고 있었으며, 이러한 생애기획에서 일과 삶에 매우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자녀는 기피되고 있음. 청년남성들은 여성만큼 긴박하게 결혼, 자녀갖기의 위협을 느끼고 있지는 않았지만, 불안정한 삶의 여건들 속에서 여성들도 함께 일하고 남성들도 양육에 참여하는 모델에 대한 지지도가 높음. 결과적으로 ‘남성이 부양하고 여성이 돌보는 정책’보다는 ‘남녀 모두 일하고 돌보는 정책’에 대해 남녀 모두 압도적 동의도를 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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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상황을 살펴볼 때, 한국의 양육지원체계가 지향해야 할 정책적 메시지는 여성고용과 아동투자를 기반으로 한 “아동 중심의 사회적 투자전략”으로 전환되어야 할 필요. 즉 기존의 ‘남성 생계부양자 모델’에 기반한 정책으로는 청년들, 특히 결혼과 자녀갖기를 거부하고 있는 청년여성들의 선택을 변화시키기 어려운 상황임. 이제 한국사회에서 새로운 여성역할을 제도화하고 아동에 대한 사회적 투자를 강화하는 전략은 한국 사회의 균형점을 불완전 균형점(B)에서 새로운 균형점(C)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유일한 전략으로 보임.

2. 양육지원체계의 분석틀: 시민권의 근거와 정책구조

가. 복지국가와 시민권의 근거

○사회정책이 지향하는 방향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역으로 정책이 ‘누구에게 급여를 제공하고 있는가’를 살펴보아야 함. 급여를 제공하는 기준으로서 가장 중요한 기준의 하나는 ‘보편주의’와 ‘선별주의’의 기준임(송근원・김태성, 2004; 이인재 외, 2010)

-양육지원체계 또한 모두에게 같은 권리를 제공할 것인가, 소득수준이나 특정한 욕구에 따라 상이한 권리를 부여할 것인가를 중요한 지원체계 구축의 틀로 설정할 필요

○한편 양육지원체계는 젠더적 차원이 중요한 이슈로서, 어떤 기여에 근거하여 수급권을 설정할 것인가가 중요한 기준임. ‘보편주의’와 ‘선별주의’ 사이에서 ‘기여’는 주로 사회보험에 대한 노동자(worker)로서의 기여를 의미한다면, 양육지원의 근거는 Sainsbury (1996)가 적시한 바와 같이 아내(wife)로서의 권리, 노동자(worker)로서의 권리, 양육자(carer)로서의 권리로 분리하여 ‘수급권의 근거’를 살펴볼 필요

-‘아내’로서의 권리는 ‘남성생계부양자 모델’에 기반한 권리로서 정책적 메시지를 혼선시킬 수 있는 권리로 축소해나가야 하는 반면, ‘노동자’로서의 권리나 ‘양육자’로서의 권리는 개인적 권리로서 확장이 필요.

-한국의 양육지원체계가 ‘소득계층’의 변수와 ‘취업지위’의 차원이 혼재되고 구조화되어 있지 않으므로 이러한 분석틀은 기준의 재구조화와 재정립을 위해 더 필요

나. 양육지원체계의 구조: 시간, 서비스, 현금

○일반적으로 일컬어지는 가족정책의 세 영역인 현금, 서비스(현물), 시간에 대해 다음과 같이 구조화(김은지 외, 2018a)

-(‘시간’ 정책) 돌봄책임이 있는 노동자를 기준으로 일 시간을 재구성함. 돌봄책임이 있는 노동자뿐 아니라 모든 노동자의 전반적인 근로시간 단축과 유연성 제고와 함께, 돌봄활동을 위한 출산휴가, 배우자출산휴가, 육아휴직, 가족간호휴가 등 휴가・휴직과 근로시간 단축 유연성을 보장하는 정책 필요

-(‘서비스’ 정책) 안정적이고 질이 높으며 고용친화적인 돌봄서비스 제공. 서비스 정책은 성평등 기반 아동투자전략의 핵으로서, 질높은 서비스 제공을 통해 초기 아동발달을 보편적으로 지원함과 동시에 여성 고용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방향으로 제공되어야 함. 질높은 서비스 제공을 위해서는 서비스의 공공성을 높이는 것이 매우 중요하며, 돌봄서비스는 미취학아동의 보육에 머무르지 않고 취학아동의 교육까지 확장되어 체계적으로 제공될 필요

-(‘현금’ 정책) 지급대상이 보편적이면서 다층적 욕구를 포괄하는 수당체계를 구축. 인구학적 요건만으로 지원되는 보편적인 수당체계를 확립함과 함께, 가족유형이나 소득수준에 따른 추가적인 지원필요에 대응하는 수당체계가 부가적으로 갖추어질 필요

○이와 같이 양육지원체계, 즉 가족정책은 시간, 서비스, 현금으로 일반적으로 구분되지만, 각 정책이 양육지원체계의 어떤 필요(need)에 대한 지원인지는 사실 분명하지 않음. 이러한 모호함으로 인해 한국에서는 ‘양육수당’과 같은 제도적 혼종이 크게 확대되는 결과가 발생. 여기서는 시간, 서비스, 현금지원 정책에 대응하는 양육필요(need)를 다음과 같이 구조화함.

-(아동양육에 소요되는 직접비용에 대한 지원) 아동수당과 돌봄(보육)서비스를 통해서 지원. 돌봄서비스는 교육, 의료 등과 같이 집합재의 성격을 띠므로 안정적인 집합적 소비체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서비스로 제공. 집합재의 성격이 약한 개별재의 경우에는 서비스가 아닌 현금으로 지원. 이와 같은 분류에 따를 때 돌봄은 현금지원이 아닌 서비스 지원으로, 개별재 비용에 해당되는 것은 아동수당으로 지원하도록 구조화(김은지・최진희, 2017). 이렇게 구조화하면, 집합재인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경우 현금지원을 하는 양육수당은 정책욕구와 지원형태가 맞지 않는 형태

-(아동양육에 소요되는 간접비용(기회비용)에 대한 지원) 아동양육의 기회비용 중 가장 결정적인 것은 양육으로 인한 소득단절 위험으로, 이러한 위험에 대한 보장은 육아휴직급여를 통해서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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Ⅲ. 양육지원체계 개선방안

1. 양육지원체계 개편방향

가. 함께 일하고 함께 돌보는 사회, 아동기 돌봄의 질 제고

○새로이 제안되는 양육지원체계는 여성고용과 아동투자를 기반으로 한 ‘아동 중심의 사회투자전략’의 메시지를 분명하게 할 필요가 있음. 이에 따라서 ‘함께 일하고 함께 돌보는 사회의 아동기 돌봄의 질 제고’를 양육지원체계 개편의 목표로 설정할 것을 제안함. 무엇보다 여성이 평생고용되는 사회에서 질높은 양육지원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돌봄주기에 따른 지원체계가 섬세하게 구축되어야 함.

-출생 직후 1~2년간 아동은 집중돌봄이 필요한 시기로, 돌봄의 수준은 가장 높은 수준으로 제공되어야 함. 또한 이 시기 아동이 경험하는 계층적 차이는 다른 어떤 시기보다도 기본적인 아동의 건강과 안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계층간 차이가 최소화되도록 충분한 재정적 지원과 계층 고려가 필요함. 한편 부모의 입장에서 이 시기는 돌봄의 성별 분업이 극대화되는 시기로, 경력단절과 고립육아가 시작되는 본격적인 시점임. 따라서 여성이 지속적으로 일을 유지하면서 남성은 돌봄에 충분히 참여할 수 있도록 정책설계가 필요함.

-이 시기를 지나 취학 전 시기까지는 돌봄의 사회화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져 계층 차이가 본격화되기 시작하는 시점으로, 포괄적이고 보편적이면서 질높은 제도 운용을 통해 제도 이탈을 방지하고 중산층이 만족할 수준의 돌봄생태계가 구축될 필요가 있음. 부모의 입장에서 이 시기는 부모가 모두 일에 복귀할 수 있도록 안정적인 돌봄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하는 시기임. 나아가 질병이나 돌봄기관의 필요 등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유연한 노동시간 구조와 휴가・휴직 시스템이 확립되어야 함.

-마지막으로 초등학령기는 대부분의 아동이 공교육에 포괄되는 시기임. 이 시기는 노동시장에서 어렵게 버텨온 여성들의 2단계 경력단절이 나타나는 시점으로서, 학교의 시간과 공간이 돌봄친화적으로 설계될 필요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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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의 양육지원체계가 양적으로 확대되어 왔는데도 불구하고, 다른 자원의 동원 없이 공적인 양육지원체계만으로 일하면서 양육하는 삶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음. 가장 중요한 원인은 우리나라의 공적인 양육지원체계의 질적 수준이 “최소한으로 적정화된”(김진석, 2017)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는 점임. 이러한 수준의 돌봄서비스에 만족하지 않는 경우 추가적으로 사적인 양육자원(조부모나 민간 베이비시터)을 동원하고, 이러한 자원활용이 한계에 달하면 결국 여성의 경력단절로 이어지게 됨. 특히 돌봄의 질 문제는 중산층에게 중요한 이슈로서, 중산층을 포괄할 수 있는 수준의 돌봄의 질이 확보될 때 양육지원 예산지출에 대한 정치적 지지가 유지되어 양육지원체계의 정치적 지속가능성이 확보될 수 있음.

-보육과 관련해서는 ‘교육공적지출의 두 개의 균형’ 이론이 있음. 질높은 교육서비스를 위한 큰 공적 지출에 대한 지지는 저소득층보다 고소득층에서 오히려 높게 나타난다는 것임. 아래 그래프와 같이, 사(private)교육 지출이 높은 균형(A)을 이룬 사회로, 공적지출이 비교적 낮은 품질 수준에서 저소득층에게 (선별적으로) 집중되기 때문에 저소득층의 지지가 높은 반면 고소득층의 교육공적지출에 대한 지지는 낮게 나타남. 또 다른 균형점은 공(public)교육 지출이 높은 균형(B)을 보이는 사회로, 이런 사회에서 고소득층은 고품질의 교육을 위해 더 많은 정부지출을 지지하며, 공교육에 대한 지지도 저소득층보다 오히려 높게 나타남(Busemeyer & Iversen, 2014:308-309; 김은지 외, 2018b에서 재인용).

-한국의 양육지원체계 또한 ‘무상보육’과 ‘양육수당’으로 연결된 ‘질 낮은 돌봄’의 A균형에서 ‘질 높은 돌봄’의 B균형으로 균형점을 이동하는 방향으로 양육지원체계 개편이 필요함. ‘질높은 돌봄서비스’ 체계를 구축하는 것은 단기적으로 재정적 지속가능성을 제약할 것으로 생각되지만, 실제로는 보육서비스의 정치적 지속가능성을 높임으로써 제도의 안정화에 기여할 수 있음(김은지 외, 2018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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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양육필요(need)에 대응하는 양육지원체계 합리화

○양육지원체계를 정책욕구의 구조화와 이에 대응하는 정책과제로 구상하도록 지원체계의 합리화가 필요함.

-아동을 양육하는 데에 필요한 정책욕구를 양육에 따른 소득단절 위험으로 인한 간접비용과 아동양육에 직접적으로 소요되는 직접비용으로 구분하고, 전자의 경우 시간 지원정책으로, 후자의 경우 집합적인 공급이 필요한 경우 서비스로, 개별재 차원의 경우 현금으로 지원하도록 함.

-수급권의 근거는 ‘노동자(worker)’로서의 권리와 ‘양육자(carer)’로서의 권리가 함께 고려되어야 하는데(Sainsbury, 1996), 두 권리는 대체(trade-off) 관계가 아니라 보충(top-up) 관계로 설정되어야 함. 즉 ‘취업모 권리’와 ‘전업모 권리’로 양분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아동)부모에게 부여되는 권리’ 위에 ‘취업 부모에게 부여되는 권리’가 결합되는 방식으로 수급권의 근거가 구조화되어야 함. 또한 ‘노동자’로서의 권리 또한 한 차원이 아니며, ‘근로자성’이 보다 낮은 비임금근로자나 노동시장의 경계를 오고 가면서 사회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주변부 노동자들이 증가함을 고려해야 함.

○(시간) 노동자로 일하고 있는 부모에게 발생하는 간접비용으로서 노동자 권리에 근거

-(노동자 권리) 노동시간 단축이나 출산휴가・육아휴직 권리와 관련된 부분은 기본적으로 근로자성이 인정되는 경우에 해당되는 정책임.

-(보편주의 vs 선별주의) 출산휴가・육아휴직 권리의 경우 근로자성이 보다 낮은 비임금근로자나 노동시장의 경계를 오고 가면서 임신・출산기에 노동시장 경력이 단절되는 경우에도 인정할 필요가 있음. 근로자 중심의 휴가・휴직제도는 지속적 고용이 어려운 여성들의 고용경력을 급여로 연결시키지 않는 단절적 구조로서, 지원이 더 필요한 집단을 지원에서 배제하는 문제를 발생시킴(강민정 외, 2019). 출산・양육기에 노동시장에서 이탈하게 되더라도 이전의 사회보험 기여경력이 있다면 이에 근거하여 휴가휴직급여의 권리를 부여하여야 사각지대의 범위가 줄어들 수 있을 것임. 현재는 근로자성과 급여의 권리가 강하게 연결되어 있지만, 장기적으로 근로자성을 넘어 일정한 소득과 세금 기여를 기반으로 급여의 권리를 넓혀갈 필요. 2018년부터 지급하기 시작한 고용보험 비적용자를 위한 ‘출산급여’는 근로자 중심의 출산휴가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제도적 경로를 연 첫 시도임.

※ 안정된 근로자성을 인정받아 출산휴가・육아휴직급여를 받을 수 있는 비율은 전체 출산한 여성의 25% 수준에 불과하며, 이보다 더 많은 30%의 여성들이 노동시장의 경계를 오고 가면서 노동 경력에도 불구하고 출산휴가・육아휴직급여를 받는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음(류정희 외, 2018; 강민정 외, 2019)

※ 이 연구(김은지 외, 2019)의 3장 분석결과에서도 지속적으로 고용을 유지하는 경우는 (증가추세이기는 하나) 미성년자녀를 둔 여성의 20%에 불과, 30%는 노동시장을 오고 가고 있음

○(서비스) 양육자로서의 보편적인 권리 위에 노동자로서의 추가적인 권리 구성 필요

-(노동자 권리 & 양육자 권리) 기본보육시간은 모든 아동에게 동일한 형태의 보편적 서비스로 제공하고, 기존의 무상보육 개념을 유지. 연장보육에 대해서는 일하는 부모를 둔 아동에게 우선적인 권리를 부여하도록 하고, 정책욕구를 적절히 반영하면서도 서비스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수준으로 단계적으로 이용자부담금을 도입할 필요가 있음.

-(보편주의 vs 선별주의) 이용자부담금의 수준을 소득계층별로 부담할 필요. 이는 양육수당의 폐지와 함께 적절한 수요의 신호를 반영하기 위한 것이며, 다른 한편으로 이 서비스가 잔여적인 공짜 서비스가 아닌 내실화되고 부모의 선호를 반영할 수 있도록 서비스 질을 제고하기 위한 두 가지 목표를 가짐. 더욱이 본 연구의 3장에서 분석된 바와 같이, 기관이용 자체가 아동발달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반면, 아동의 소득계층변수는 다른 어떤 요인보다도 아동발달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었음을 고려할 때 소득계층별 이용자부담금 도입이 필요함.

○(현금) 모든 아동에게 보편적으로 제공되는 권리로 부모의 고용지위와는 무관함.

-(양육자 권리) 정액의 보편적인 수당으로 제공하되, 현재 아동수당의 지급연령도 제한적이고 금액도 높지 않은 수준이므로 향후 예산범위에 따른 확대가 단계적으로 요구됨.

-(보편주의 vs 선별주의) 보편적 아동수당에 더하여 소득계층별로 지급하는 2층의 수당을 구상해볼 수 있음.

○그 외에 노동자 또는 양육자 지위에 근거한 개인별 수급권이 아닌 별도의 인프라와 관련된 중요한 과제들

-(시간) 성평등한 노동시장의 확립과 주52시간 근무제의 정착

-(서비스) 돌봄의 공공성을 높이기 위한 국공립 돌봄기관(어린이집, 유치원)의 확충 및 돌봄일자리의 질 제고

-(현금) 지자체의 출산장려금 정비

-(재원) 저출산 시대에 양육지원체계를 안정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재원구조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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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양육지원정책 간 조정방안

가. 양육수당 개편방안

○양육수당을 개편해야 하는 필요성은 제도의 목표 측면과 제도의 효과 측면으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음.

-(제도의 목표 측면) 정책욕구와 지원영역을 대응시켜보면, 안정적인 소비체계 구축이 중요한 집합재에 해당하는 서비스 영역을 비이용자에 대한 현금지원으로 지원하는 현재의 양육수당은 적절한 지원형태가 아님. 이와 같은 양육수당의 도입 이유는 아동수당이 없고 현금수당 형태의 지원에 매우 인색했던 우리나라의 복지 역사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음. 그때그때 시류에 따라 부각되는 정책욕구에 따라 임시방편으로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정책욕구의 구조화와 이에 대응하는 정책과제로 구상한다면, 지원의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양육수당은 조정이 필요함. 더욱이 이제 한국사회에 본래의 목적에 부합하는 아동수당이 도입되었기 때문에, 양육수당은 빠른 시간 내에 조정이 필요함.

-(제도의 효과 측면) 양육수당이 저소득 여성들의 노동시장참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서구 연구들과는 달리,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여성 노동시장참여에 미치는 영향은 명확하지 않으며, 일부 계층에만 관찰되고 있음. 이 일부 계층의 경우 양육수당의 존재가 서비스 이용의 권리를 박탈하는 효과를 지님. 양육수당의 계층화 효과는 다른 측면에서 더 분명하게 발생하고 있는데, 유아 대상의 양육수당 수급계층을 분석해보면 고소득층에서 양육수당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남(김은지 외, 2018b). 즉 양육수당은 부모의 사교육 ‘선택’을 정책적으로 보상하는 효과를 가져오고 있으며, 이는 계층화 효과를 발생시키고 보육의 보편성을 훼손하는 결과를 낳고 있음. 양육지원체계를 전반적으로 재구조화한다는 입장에서 볼 때, 보육・유아교육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비용을 지급하기보다는, 보육・유아교육의 질을 올리는 쪽으로 비용을 조정하는 것이 양육지원체계의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적절함(단 농어촌 양육수당과 같이 실제로 보육시설을 이용할 수 없는 지역에서는 양육수당을 유지)

○양육수당의 조정방안으로는 세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음

-(양육수당 일괄 폐지) 이제 아동수당이 도입되었기 때문에 기존에 변형적으로 도입되었던 양육수당은 특정한 시점을 기준으로 일괄 폐지하는 방안임. 이러한 맥락이라면 원칙적으로 양육수당은 아동수당이 도입된 시점에서 정리되었어야 하나, 그 시기를 놓쳤기 때문에 이제 아동수당과 양육수당은 별개의 급여로서 부모들에게 받아들여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음. 따라서 일괄 폐지가 가능하기는 하지만 여러 논란을 일으킬 위험이 있는 대안으로 볼 수 있음.

-(아동수당을 확장하여 양육수당 흡수) 아동 중심의 사회투자전략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아동의 연령이 어릴수록 생애주기 전반에 걸친 효용이 높게 발생하기 때문에, 초기아동기에 보다 집중적인 아동투자를 하는 것은 사회적 효용 측면에서 바람직함. 우리나라에서 아동수당은 아직까지 지급기준도 낮고 급여수준도 높지 않기 때문에 확장의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됨. 이에 따라 양육수당을 조정하여 아동수당 2층으로 전환하고 양육수당을 폐지하는 방법이 가능할 것임. 이 때 양육수당의 전환은 기존 서비스지원과 현금지원의 애매한 경계에 있었던 지원을 분명하게 현금으로 전환하여 지원구조를 분리하는 것이며, 장기적으로 서비스는 지속적인 투자확대가 이루어지지만 현금지원은 일정한 수준에서 관리되어 서비스투자, 특히 기관의 인프라구축 투자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개편되어 나갈 것을 기대할 수 있음. 단 단기적으로는 새로운 수당범위 내에서 서비스 이용부담을 부과하도록 하여 제도 저항성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음(자부담 구조에 대해서는 뒤에서 더 논의)

⦁1안(‘영유아 아동수당’): 현재의 양육수당을 아동수당 2층으로 바로 전환(10∼20만원)

⦁2안(‘영아 아동수당’): 유아기에는 추가적인 수당을 제공하지 않고 영아기에만 수당을 제공, ‘영아 아동수당’을 도입(10~20만원)

⦁3안(‘영아 부모수당’): 만 5세까지의 양육수당에 상당하는 금액을 1~2년간 집중적으로 제공하는 방식(예컨대 50만원을 1년간 제공). 이와 같이 제공하게 되면 아동수당은 이미 아동수당이 아닌 생계비의 성격을 지니게 되어 일종의 육아휴직 급여의 의미가 됨(실제로 2019년 새로 도입된 고용보험 비적용자 대상의 출산급여 금액이 이정도 수준(고용노동부, 2019.6.24.).

⇒ 아동수당은 아동에게 소요되는 필수 개별재에 대한 비용을 보전하는 제도로, 노동자가 노동에 기반한 기여를 근거로 양육으로 인해 기존의 소득이 단절된 기간동안 보장받는 육아휴직제도와는 제도적 위치를 달리 하여야 할 것으로 판단함. 궁극적으로 육아휴직제도의 커버리지를 최대한 확대한다면 이와 같은 제도적 종착역에 도달할 수도 있지만, 아직까지 여성의 노동시장 경력단절 비율이 높은 한국사회에서 정책 우선순위를 두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임.

※ 이상의 안들은 양육수당을 아동수당으로 전환하는 안들로, 아동수당과 합산할 때 현금급여 수준이 지나치게 높아질 우려 존재. 이 경우 보편적 수당은 적정수준으로 높이되 소득수준에 따라 고소득층을 제외하고 저소득층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아동수당의 2층을 설계할 수 있음. 또는 현재의 부가급여 형태의 급여들 중 장애아동수당이나 한부모가족아동양육비 등을 아동수당 2층으로 전환하는 방법도 가능. 즉 아동과 관련된 수당체계를 전반적으로 정비하면서 양육수당을 흡수, 통합하는 방식임.

-(양육수당을 바우처 방식으로 전환) 양육수당을 폐지하고 일정한 수준의 바우처를 지급하고, 그 바우처로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다양한 돌봄지원체계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이러한 방안은 현금급여가 가져올 수 있는 위험성을 방지할 수 있고 제도변화의 폭이 가장 좁은 안이기 때문에 현실에서 구현하기는 가장 쉬울 것임. 또한 서비스로 대응해야 하는 지원영역에 현금형태를 걷어내고 서비스를 자리매김하는 수단이 될 수 있음. 단 이 경우 서비스 비용인상은 바우처와 기존 기관지원이 유사한 수준으로 지원될 것이므로 향후 인프라구축 지원예산이 더 커지는 방향으로 제도가 확장되어 나갈 가능성은 낮음.

⦁1안(기관 비이용자에게 별도로 ‘양육 바우처’ 지원): 기존의 양육수당과 동일한 형태로, 기관 비이용자에게 별도로 ‘양육 바우처’를 지원하는 방식. 이는 기존의 양육수당 수급자에게 지원했던 내용과 형식을 그대로 바우처 형식으로 변경하여 지원함.

⇒ 기존의 양육수당과 동일한 한계, 즉 기관 이용자와 비이용자를 분리하여 기계적 형평에 따른 지원을 구상하는 방식이 그대로 잔존하기 때문에 양육지원체계 개편이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할 방향으로 보기 어려움.

⦁2안(기관이용에 관계없이 ‘양육 바우처’ 지급): 기존의 양육수당 형태가 아닌 모든 부모에게 동일한 금액을 바우처로 지원하도록 하고, 기존의 무상보육체계 내에 일정한 자기부담을 도입하여 바우처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 양육수당의 지원대상이 한정되는 문제는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나 개인별 지원 수준은 그대로 유지되어 계속적으로 ‘이용자 비용 지원’의 성격이 강조될 우려가 있음. 바우처 방식의 한계를 여전히 지닌 제도로서 수요자지원을 합리화하고 공급자를 안정화시켜야 하는 돌봄정책의 재정비방향(김은지 외, 2018b)에는 부합하지 않음.

○본 연구는 이와 같은 다양한 방안 중에서 아동수당을 확장하면서 양육수당을 흡수하는 방식, 특히 현금급여 수준이 지나치게 높아지지 않는 구조의 ‘영아 아동수당’ 또는 ‘영유아 아동수당’ 방식을 가장 바람직한 안으로 제안함.

나. 무상보육・무상교육 개편방안

○한편, 양육수당을 조정하는 방안은 현재의 무상보육・무상교육 체계의 조정과 함께 검토될 필요가 있음. 형식적으로는 ‘누구에게나 보육서비스 또는 양육수당을 무상으로’ 지급하는 형태를 띠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보육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으면 양육수당을 받고 있기 때문에 양육수당이 보육서비스의 ‘이용자부담금’ 역할을 하고 있는 상황임. 따라서 양육수당의 폐지는 ‘보육료 이용자부담금’의 폐지를 의미하게 됨. 이에 따라 우회적인 형태의 ‘이용자부담금’이 아닌 실질적인 ‘이용자부담금’을 도입하는 방안이 함께 검토될 필요가 있음. 이와 같은 이용자부담금 도입과 관련해서는 상당히 많은 논쟁지점이 있는 것으로 보임. 논쟁지점을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볼 수 있음.

○0∼2세 어린이집 이용의 폭발적 확대효과? ‘가수요’ 논란

-(아동발달) 아동발달의 관점에서 현재의 0-2세 어린이집 이용률이 이미 높고, 무상보육을 유지하면서 양육수당을 폐지할 경우 이용률이 더욱 급증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음. 이러한 주장은 초기 양육기의 아동발달이 중요하고, 이를 위한 가장 적합한 양육환경은 가정이라는 주장임. 실제로 최근의 OECD(2017a)의 자료에서는 최근의 뇌과학 연구들을 검토하면서 출생 첫 3년의 발달이 매우 중요함을 아래 그래프와 같이 보여주면서, 이 시기의 발달에서 뒤처지는 경우 이후에 따라잡기가 매우 어려움을 보여주고 있음. 그러나 이 보고서는 이와 같이 출생 초반의 발달이 중요하기 때문에, 오히려 보육서비스의 이용이 필요함을 강조하고 있음(OECD, 2017a:149). 김은지 외(2019)에서 제시되고 있는 바와 같이, 최근의 연구들은 어린이집 이용 자체보다는 돌봄의 질이 중요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고, 한국을 대상으로 한 본 연구의 분석에서도 만 1세 또는 만 2세의 어린이집 이용은 사회경제적 요인을 통제하였을 때 아동발달에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음. 따라서 영아기의 돌봄서비스 이용이 아동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기 어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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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고용) 여성의 취업률보다 어린이집 이용률이 높기 때문에 현재의 영아의 어린이집 이용은 ‘가수요’라는 주장 또한 있음. 이러한 주장은 일견 타당하지만, 한국적 상황에서 노동시장의 문제로 인해 당장 ‘취업’으로 집계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취업준비를 위한 ‘실수요’로 보아야 한다는 반론이 있음. 더욱이 복지국가 경험들을 고려할 때 영아의 어린이집 이용률은 여성고용과 직결되어 있기 때문에, 영아의 어린이집 이용률을 낮추려는 시도는 이제 어느 정도 마련된 여성고용의 한 필요조건을 훼손시켜 느린 속도로 개선되고 있는 여성고용률을 다시 낮출 위험이 있다는 지적에도 귀기울일 필요가 있음.

-(이용확대 효과) 더 나아가 입장의 차이를 논하기에 앞서, 양육수당의 폐지가 0-2세 아동의 어린이집 이용을 확대시킬 것인가에 대한 예측 자체가 분명하지 않음.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양육수당은 실질적으로는 ‘보육료 이용자부담금’의 역할을 수행해 왔기 때문에, 양육수당의 폐지는 ‘보육료 이용자부담금’의 폐지를 의미하므로 어린이집 이용률의 확대라는 시나리오는 이론적으로 가능할 수 있음. 그러나 최근 자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영유아의 최초 어린이집 평균 이용연령은 만 22.7개월로(이정원 외, 2018) 만 1~2년 사이에 어린이집을 보내는 것이 이미 보편화되어 있기 때문에, 만 2세아의 경우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임. 양육수당의 폐지가 만 0세와 만 1세 초반 아동의 어린이집 이용률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올 여지가 있으나, 이 시기 어린이집의 이용여부의 결정은 단순히 비용 측면만이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실제로 양육수당을 없애는 것이 얼마나 어린이집 이용의 확대를 가져올 것인지 확정하기는 어려움.

○이용자부담금 도입은 공공성의 저해 vs 질높은 서비스 제공을 위한 수단?

-이용자부담금으로 인해 저소득 부모를 둔 아동의 보육서비스 접근성이 떨어질 수 있으며, 전반적인 어린이집 이용률이 낮아짐으로써 보편적 보육 인프라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주장도 존재함. 즉 수요자의 접근성 측면과 공급자의 안정적 운영 측면에서 공공성이 훼손될 여지가 있다는 것임. 이와 같은 우려는 타당성을 가지고 있으나, 이용자부담금을 적절히 도입하면 수요자의 접근성과 공급자의 안정적 운영이 가능한 방식으로 운용이 가능할 수 있음.

⦁(수요자의 접근성) 현재의 ‘무상’보육은 실질적으로는 무상이 아니라 양육수당이라는 ‘이용자부담금’을 부담하고 있음. 그런데 현재 ‘양육수당’은 가구소득을 고려하지 않은 동일한 비용을 ‘이용자부담금’으로 지불하게 하고 있어, 가구소득이 높은 가구에는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을, 가구소득이 낮은 가구에는 상대적으로 높은 비용을 지불하는 효과를 낳고 있음. 이러한 ‘이용자부담금’은 저소득층의 비용접근성은 제한하고 고소득층의 비용접근성은 용이하게 만들고 있는 상황으로, ‘양육수당’을 ‘아동수당’으로 전환하여 모든 가구에 지불하고, 소득계층에 따른 ‘이용자부담금’을 부담하도록 하면, 오히려 소득계층에 따른 비용접근성의 문제가 공평한 형태를 띄게 됨.

⦁(공급자의 안정적 운영) 기관 직접지원과 부모지원의 비율을 적정하게 조정하면 보육인프라의 훼손을 막을 수 있음. 바우처에 해당하는 보육료 지원단가를 기관지원금으로 전환하고, 부모가 현금으로 지급하는 범위는 기존의 양육수당의 범위 수준으로 한정하도록 하면 현재의 작동방식과 거의 차이가 없어지게 됨. 특히 기관지원금은 단가 상승에 따라 우선 인상되고 현금지원은 일정한 수준에서 관리된다면 장기적으로 인프라구축 투자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제도개편을 기대할 수 있음.

-본 연구는 이용자부담금의 도입이 질높은 서비스 제공을 위한 수단이 될 수 있음을 제안하고자 함. 이상적으로는 필요한 모든 부모, 아동에게 질높은 보육서비스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할 수 있지만, 질높은 돌봄서비스는 고비용과 직결되므로 ‘모든 아동에게 무상의 돌봄’이라는 형식적 보편성은 역설적으로 질낮은 돌봄서비스로 귀결되기 쉬움. 이러한 현상이 가장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은 오후 4~5시 이후의 보육서비스임. ‘2018년 보육실태조사’에 따르면, 미취학 아동의 평균 기관(어린이집+유치원) 이용률은 오전 10시에 73.0%에 달하지만, 오후 5시에는 기관에 남아있는 비율이 13.3%에 불과함(이정원 외, 2018:130). 즉 ‘12시간 무상보육’이라는 원칙에도 불구하고 오후 5시 이후에 어린이집에 남아있는 아동은 거의 없는 상황이고, 잔여화된 ‘질낮은 서비스’를 원하지 않는 부모들은 조부모나 학원, 다른 돌봄인력을 고용하고 ‘무상보육서비스’를 회피하고 있음.

-결국 ‘질높은 돌봄’ 제공을 위해서는 돌봄의 필요가 더 큰 아동・가족을 선별하는 기제가 필요하며, 선별된 아동에 대해서는 상당한 수준의 재정투자가 필요함. 기존의 ‘양육수당’과 ‘무상보육’의 결합은 이와 같은 ‘질높은 돌봄’이 이루어지는 데에 양쪽으로 한계로 작용함.

⦁(선별기제 한계) 돌봄의 필요가 더 큰 아동・가족을 선별하는 기제로서 ‘양육수당’은 적절하지 않음. 돌봄서비스에 가구소득 대비 일정한 비율의 비용을 지불하도록 할 경우 서비스 수요가 큰 가구일수록 비용지불 의사가 높음. 그러나 ‘양육수당’은 가구소득을 고려하지 않은 동일한 비용을 ‘이용자부담금’으로 지불하게 하여, 가구소득이 높은 가구는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을, 가구소득이 낮은 가구는 상대적으로 높은 비용을 지불하는 효과를 낳게 됨. 이러한 ‘이용자부담금’은 돌봄의 필요를 정확하게 반영하기 어려운 구조임.

⦁(재정의 제한 효과) 다음으로 ‘무상보육’과 ‘양육수당’의 결합은 소득수준에 따라 부담할 수 있는 재정여력을 반영하지 않음으로써 보육에 투자할 수 있는 재정범위를 제한하는 한계를 가지게 됨.

○‘무상’보육이 이미 정착한 후 이용자부담금 도입의 정치적, 현실적 가능성

-이미 ‘무상’보육이 자리잡은 상황에서, 보육료의 일정부분을 부담하게 하는 것이 정치적으로, 현실적으로 가능한지에 대한 우려가 존재. 이와 함께 이용자부담금을 소득계층별로 차등화하여 부담하도록 한다면, 근거가 되는 소득계층을 어떻게 파악할 것인지, 이와 관련된 사회적 저항은 없을 것인지에 대한 우려도 존재함.

-우선 ‘무상’보육에 대한 법률 규정을 확인해 볼 수 있음. 현재의 법령 규정상 ‘무상보육’, ‘무상교육’은 그 내용과 범위가 명확하게 규정화되어 있지 않음. 법제가 규정하는 ‘무상’보육의 내용은 표준적인 보육, 유아교육 과정을 제공받는 경우로 정의되며, 비용 수납이 완전히 불가능한 것으로 정의하고 있지 않음.

-이에 따라 실제로 부모들은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이용하면서 비용을 지불하고 있음. 앞서 3장의 분석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용자 입장과 공급자 입장에서 ‘보육비용’에 대한 인지가 다르며, 부모들은 명목적으로 ‘무상보육’이 선언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비용의 보조이지 전액 무상보육이 아닌 것으로 인지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음. 이에 따라 부모들이 낮은 비용의 ‘질 낮은’ 보육보다는, 보육료를 다소 부담하더라도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데에 동의할 가능성이 큼.

※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이용하는 부모들은 해당 기관에 매월 약 15만원(어린이집 약 6만원, 유치원 약 24만원)을 지출(‘2018년 보육실태조사’)

※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이 있다면 더 많이 비용을 내더라도 추가비용을 부담하겠다’에 동의한 비율은 2009년 26.6%, 2012년 23.5%, 2015년 29.6%, 2018년 40.5%로 증가함. 즉, 저렴한 비용만이 아니라 서비스 질을 점점 중시하는 경향이 증가하고 있음(‘2018년 보육실태조사’, 이정원 외, 2018).

※ 서울시 조사에서도 무상보육에 대한 예산투여에 대해 ‘소득수준에 따라 각각 다르게 보육료가 차등지원 되어야 한다’ 42.3%로 1순위(안현미 외, 2018).

-부수적으로, 소득수준을 파악할 수 있는 행정인프라가 있는가의 문제도 존재함. 이미 보육인프라는 소득을 기준으로 하지 않는 체계로 바뀌었는데, 이를 재도입하는 것이 가능한지 여부와 관련된 문제임. 소득파악의 기준으로 주로 사용되는 건강보험 산정기준의 정확성에 대한 논란도 발생하고 있는 상황임. 그러나 이는 향후 복지제도 확대의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할 문제로서, 수급권의 근거가 되는 소득기준은 양육지원체계 개편과 별도로 지속적으로 확립되어 나가야 복지확대의 재정안정성이 확보될 것임. 건강보험료의 산정기준이 정확하지 않다면 정확도를 높이고, 향후에도 조세 자료 등을 통해 소득확인 인프라를 마련해나가야 할 것임. 이미 시작된 ‘전국민 고용보험’의 도입을 위한 인프라 구축은 이와 같은 문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됨.

○새로 추진될 보육지원체계 개편과의 정합도

-정부는 기존의 맞춤형 보육의 현실적인 문제점을 해결하고 질높은 돌봄을 제공하기 위해 2019년 시범사업을 거쳐 2020년 보육지원체계 개편을 예고함. 2020년 보육지원체계 개편의 핵심은 기존 오전 7:30∼오후 7:30 운영하던 보육과정을 기본보육시간(오전 9:00∼오후 4:00)과 그 이후의 연장보육시간으로 구분하고, 연장보육시간에 전담교사를 추가로 배치하는 것임. 기존에 맞춤반 시간이 실제 영유아의 생활시간과 맞지 않아 불필요하거나 부적절한 종일반 신청이 많았던 보육현장의 혼선을 줄이고, 연장보육시간에 교사를 추가배치함으로써 보육서비스의 질을 높인다는 것이 목표임.

-이와 같이 연장보육시간에 전담교사를 배치하는 것은 교사 대 아동 비율을 개선함으로써 보육의 질을 제고하고자 하는 바람직한 방향의 출발로 보임. 또한 단순한 비용지원에서 돌봄의 질로 관심을 이동시킴으로써, 돌봄의 질을 높이기 위해 부모들이 일정한 이용자부담금을 지불할 수 있는 제도적 경로를 열어두었다고 볼 수 있음. 즉 이용자부담금의 구조는 새로운 보육지원체계 개편의 취지와 함께 운용될 수 있음. 단 보육시간과 관련된 문제 등 보다 구체적인 제도 운용의 이슈가 남아있으며, 이는 다음 절에서 구체적으로 논의함.

다. 연령별 돌봄시간의 표준화

○본 연구는 ‘무상보육’을 일정한 기본보육시간으로 재정의하고, 그 외의 시간은 소득계층별 이용금액을 부담하는 방식으로 보육지원 시간구조를 재구성할 것을 제안함. 이용자부담금이 발생하는 시간대는 우선적으로 서비스의 질을 높여야 하는 시간대부터 적용할 필요가 있음. 즉 기존의 ‘무상보육’을 완전히 철회하기 어렵다면, 일정한 연령대의 모든 아동에게 일정한 시간대동안 보편적인 권리가 제공되도록 하여 이를 ‘무상보육’으로 정의한 다음, 그 외의 시간에 대해서는 돌봄의 필요가 인정되는 아동을 선별하여 소득계층별로 일정한 보육료를 부담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양육지원체계를 재편하는 방안을 제안함.

○이러한 방식을 제안하기에 앞서, 아동연령별 보육지원체계의 시간구조를 살펴볼 필요가 있음. 아래 [그림 6]은 현행 양육지원체계를 연령별, 기관종류별로 시간구조를 제시한 것임.

-(어린이집) 오전 7:30∼오후 7:30의 12시간을 운영하는데, 만 0∼2세의 경우 ‘맞춤반’은 오전 9시~오후 3시까지 이용할 수 있고, 그 이전과 이후 시간은 ‘긴급보육바우처’ 등을 사용하여 제한적으로 이용. 지속적으로 오후 3시 이후 시간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취업여부 등 자격요건을 확인하여 ‘종일반’ 자격을 얻어야 함. 만 3∼5세의 경우 자격요건에 관계없이 12시간을 무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되어 있음.

-(유치원) 보편적 이용시간인 ‘교육과정’은 오전 9시∼오후 2시까지로 만 0∼2세 아동의 ‘맞춤반’ 이용시간보다 짧음. 그나마 이와 같은 ‘교육과정’ 시간은 본래 1시였으나 무상보육・무상교육의 도입에 따라 1시간 연장된 것(김은지 외, 2017). 유치원의 방과후과정 시간도 일반적으로 어린이집 시간에 미치지 못함.

-(초등학교) 학교의 정규교육시간은 오전 9시∼오후 1시까지로 만 3∼5세 유치원 교육과정시간보다도 짧음. 학교의 돌봄교실 운영시간 또한 일반적으로 어린이집 시간에 미치지 못함.

⇒ 즉 현재 한국의 양육지원체계 시간표는 아동의 연령이 낮을수록 긴 시간을 기관에서 보육하고, 아동의 연령이 높으면 짧은 시간을 기관에서 보육하도록 제도화되어 있으며, 이러한 정책의 불일치는 여성들이 자녀의 초등입학기에 또다른 경력단절을 경험하게 되는 원인이 됨. 정부는 이와 같은 돌봄시간 역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초등학교 정규교육시간을 오후 3시까지 늘리는 안을 추진하였으나, 교육계의 반대에 부딪혀 현실화되지 못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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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제안한 2020년 보육지원체계 개편 시간표는 다음과 같음.

-오전 7:30∼오후 7:30 운영하던 보육과정을 기본보육시간(오전 9:00∼오후 4:00)과 그 이후의 연장보육시간으로 구분, 연장보육시간에 전담교사를 추가로 배치

-개편안은 그동안의 보육현장의 혼선을 줄이고 보육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제도적 토대를 마련하는 데에는 상당한 의미가 있을 것으로 생각되나, 연령별 돌봄시간의 표준화 측면에서는 기본보육시간을 1시간 늦춤으로써 연령별 기관 보육시간의 역전문제가 오히려 심화되는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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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연구는 이와 같이 표준돌봄시간이 연령별로 역전되고 있는 문제에 주목하고, ‘무상보육’을 다음과 같이 재구조화할 것을 제안함.

-우선 국가가 보장하는 제도적 보육・교육시간을 정의함. 그 외의 시간은 소득계층별 이용금액을 부담하도록 하고 교사인력을 추가투입하는 등의 방식으로 질적인 수준을 높이도록 함.

-2020년 보육지원체계 개편과의 정합도를 생각할 때 국가가 보장하는 제도적 보육・교육시간은 오전 9시∼오후 4시로 설정하도록 하고, 2018년 기준 영유아의 최초 어린이집 평균 이용연령이 만 22.7개월임을 고려할 때(이정원 외, 2019) 제도적 보육・교육시간은 만 2세부터로 설정하는 안을 제안할 수 있음. 다만, 이러한 방식에 대해 시간의 적정성과 연령의 적정성 문제를 검토할 수 있음.

⦁(시간의 적정성) 학교시간을 오후 3시로 변경하는 안에 대한 현장 반대가 높았던 점을 고려할 때 오후 4시를 제도적 교육시간으로 설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오랜 시간이 소요될 수 있을 것임. 학교의 정규교육시간은 오후 3시를 목표로 우선 추진하되, 연령에 따른 제도적 돌봄시간의 역전이 발생하지 않도록 보육 현장과 교육 현장의 불일치를 줄여나가는 방식으로 제도적 시간을 조정할 필요가 있음.

⦁(연령의 적정성) 제도적 보육시간의 시작이 만 2세가 적절한가에 대한 논의가 있을 수 있음. 아동발달 측면이나 누리과정과의 양립가능성을 고려한다면 영아/유아의 구분에 따라 만 3세가 적절하다는 논의가 있으나, 최은영(발간예정)은 앞서 [그림 5]의 자료(OECD, 2017a)를 인용하면서, 2세 무렵 영유아는 또래 사회성이 크게 발달하게 되므로 2세 이상의 영유아는 품질높은 기관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또래와 활동하며 성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하고 있음. 한편 여성의 고용연속성 측면에서 만 1세부터는 제도적 돌봄시간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논의가 있을 수 있음. 실제로 만 1세 기간은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에서도 육아휴직과 기관돌봄의 공백이 발생하는 기간이기도 함. 본 연구는 만 2세 아동의 경우 이미 대다수가 보육시설을 이용하고 있음을 고려할 때 향후 최소 만 2세부터는 제도적으로 돌봄시간을 제공할 것을 제안함. 단 만 0~1세 아동에 대해서도 필요하다면 제도적 돌봄시간으로 설정하고, 이용할 수 있는 자격요건을 한정하는 방식을 도입해 볼 수 있음.

-제도적 보육시간 외의 오전 9시 이전의 시간, 오후 4시 이후의 시간에 대해서는 소득에 따른 적정한 수준의 이용자부담금을 지불하고, 집중적 재정투입을 통해 보육의 질을 높이는 데에 주력하도록 함. 이용자부담금의 수준은 앞서서 양육수당을 아동수당으로 전환한다면 최대금액을 그 수준에 맞추어야 제도 변화의 충격을 최소화할 것으로 판단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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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 적정보육 도입안(장기)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2020년 보육지원체계 개편 중에서 연장보육시간에 전담교사를 배치하는 것은 교사 대 아동 비율을 개선함으로써 보육의 질을 제고하고자 하는 바람직한 방향의 출발로 보임. 그러나 무상보육을 유지한 채로 표준보육비용이 가지고 있는 한계 등을 개선하지 못하면 앞으로도 보육서비스의 질에는 일정한 한계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임.

○이에 따라 앞에서 제안한 ‘무상보육’을 기본보육시간에만 적용하는 방식으로 구조화하는 것을 넘어, 장기적으로 제도적 돌봄시간에 대해서도 돌봄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적정보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도입하는 방안을 제시하고자 함. “적정보육서비스”에 대한 국가수준의 가이드라인을 재선정하고 그에 따른 비용을 추산하는 것이 필요함.

○구체적으로 적정보육서비스는 앞서 5년마다 추계하고 있는 “표준보육비용”에 대한 한계점을 개선하고, 과밀한 교사 대 아동비를 축소함으로써 양질의 보육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음.

○적정보육서비스를 토대로 보육비용을 추산하고 그에 따른 비용이 현재보다 증가할 경우 추가 보육비용에 대해서는 소득계층별, 아동 수 등을 고려하여 차등지원을 함. 단, 현재 부모부담인 특별활동, 기타필요경비 중 현장학습 등은 놀이중심 보육과정 개편에 따라 표준보육비용과의 중복성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적정보육서비스로 일원화시킬 필요가 있음. 이렇게 조정될 경우, 부모부담은 적정보육서비스의 10~20%, 실비, 그리고 오후 연장반 이용아동의 경우 그에 따른 비용 등임.

○이와 같은 ‘적정보육’ 패러다임의 도입은 기본보육시간에도 적용하여 ‘무상보육’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는 것으로, 가장 질높은 돌봄이 필요한 만 0~1세 아동에 대해 우선 적용하여 그 제도적 도입 타당성을 점검할 필요가 있음. 부모들이 ‘무상’의 보육보다 ‘질높은’ 보육을 선호할 것인지, 부모들을 설득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제도적 실험의 하나로 제안함.

○이상 본 연구에서 제안한 양육지원체계 개편방안을 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음. ‘시간’ 정책의 경우 ‘노동자’로서의 권리로 자리매김하되 출산휴가급여, 육아휴직급여의 대상을 주변부 노동자와 비임금근로자까지 확대하도록 함. ‘서비스’ 정책의 경우 지원형태가 적절하지 않았던 ‘양육수당’은 ‘영(유)아 아동수당’ 등 아동수당체계 내로 전환하도록 함. 기존의 ‘무상’보육・교육은 제도적 돌봄시간인 기본보육시간, 정규교육시간으로 구조화하고, 기존에 존재하였던 실질적 이용자부담은 연장보육시간, 방과후돌봄시간으로 이동하도록 구조화함. 기본보육시간이 비교적 장시간으로 설정됨에 따라 시간제 보육을 이용할 수 있도록 활성화하며, 이용자부담금을 통한 보육의 질 제고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진 경우 ‘무상’을 넘어 ‘적정’보육으로 나아갈 수 있음을 제안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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Ⅳ. 양육지원체계 개편과 기본소득

○(정책의 불가역성에 대한 고려) 양육지원체계 개편 논의는 상당부분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에 반영되었으나, 가장 핵심적인 양육수당 흡수, 폐지에 대한 부분은 명확하지 않은 채로 정리되었음. 일단 정책이 한번 도입된 후에는 이를 되돌리기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보여줌.

– 새로운 현금지원체계를 설계할 때 장기적인 방향과 다른 제도와의 관련성을 함께 고려해야 함. 일단 도입 후 체계를 합리화하는 방안은 한국사회의 정책 관성에서 잘 수용되지 않았음. 특히 현금급여는 급여의 금액을 높게 설정할 경우 이후 여러 가지 backlash를 가져올 우려가 있음(한부모가족 아동양육비의 사례). 도입에 따른 예산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제한된 예산 내에서 새로운 지원체계를 설계할 때, 지원금액보다는 지원대상의 보편화가 더 필요함.

○(지원하고자 하는 need의 명확화) 새로운 현금지원체계를 설계할 때, 이 지원체계는 어떤 need에 대한 지원인 것인지 명확해야 이후 물가에 따른 조정이 가능하며 다른 급여들과의 대체관계도 명확하게 설정할 수 있음.

– 본 연구는 복지국가가 보장해야 할 사회적 위험을 구조화하고, 각 위험에 적합한 형태로 지원해야 할 것을 강조함. ‘욕구기반(need-based)’라는 용어가 저소득층 지원이라는 의미로 활용되는 경향이 있으나, 본 연구는 보편적 지원을 원칙으로 하되, 각 지원이 need의 성격에 맞게 섬세하게 설계되어야 함을 강조함. 본 연구는 양육need의 경우 양육으로 인한 직접비용과 간접비용의 need가 있으며, 직접 비용 중에서 집합재에 해당하는 것은 서비스로, 개별재에 해당하는 것은 현금지원으로 구조화해야 함을 제안함.

○ (현금지원과 서비스지원) 현금지원인 기본소득이 도입될 경우, 다른 정책들과의 관련성이 섬세하게 고려될 필요가 있으며, 특히 서비스지원이 확장될 수 있는 방식으로 지원방향이 설계될 필요가 있음. 서비스를 대체하는 현금지원은 서비스의 보편적 이용을 저해하고 계층화효과, 젠더효과를 발생시키므로 경계할 필요

– 돌봄서비스는 현재와 같은 ‘무상’의 ‘낮은 질’로는 계층화 효과, 젠더 효과가 발생하여 적절한 사회보장 기능을 수행하기 어려움. 돌봄의 질은 돌봄서비스의 핵이며, 이러한 질은 적절한 need의 선별과 지속적인 재정안정성을 고려할 때 담보될 수 있음. 본 연구는 노무현 정부 시기에 도입되었던 계층별 이용자부담금을 복원하는 것이 적절한 서비스 질을 담보하는 방향임을 제언하였음

– 정부정책 기조는 서비스 강화보다 현금지원 중심으로 정책을 구조화하려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음. 특히 코로나 시기 돌봄서비스를 손쉽게 shut down하고 이를 현금급여로 대체하는 경향이 나타남. 본 연구는 양육수당의 사례에서 이와 같은 돌봄서비스 대체적 현금수당의 문제점을 지적하였음. 현금급여의 확대가 서비스의 축소를 가져오지 않도록 섬세한 설계가 필요함.

– 이와 함께 여성의 돌봄노동 전담을 가려올 우려가 없는지에 대한 섬세한 고려가 필요함. 앞서 저출산 연구에서 살펴본 것처럼 향후 돌봄을 전담하는 여성인력은 없어지는 추세이며, 이 추세를 역행할 경우 저출산이 심화되는 단계를 밟을 것임. 이런 차원에서 본 연구는 ‘돌봄수당’과 같이 돌봄을 전일제로 수행할 때 지급하는 낮은 수준의 수당이 신설되는 것에 반대함. ‘돌봄수당’은 표면적으로는 돌봄노동의 가치인정으로 보일 수 있으나, 여성이 돌봄노동을 전담하고 있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성별분업을 강화하는 효과를 가질 것으로 보임. 돌봄은 공식적이며 공공성이 높은 돌봄서비스 지원이 필요하며, 서비스 대체적 현금지원을 통한 비공식 돌봄 지원은 경계되어야 함.

○ (기본소득 도입시 기타 현금지원의 조정 효과 및 재정안정성 문제) 기본소득의 도입은 기존의 적절하지 않은 수당들(예컨대 양육수당, 출산장려금) 등을 정리하는 기제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음. 그러나 기존의 현금지원들과 어떤 관련성을 가질 것인지에 대한 섬세한 논의가 이루어질 필요

– 일정한 활동을 전제로 하지 않는 보편적 수당의 도입은 기존의 적절하지 않은 수당들(예컨대 양육수당, 출산장려금) 등을 정리하는 기제로 활용될 가능성은 있음. 본 연구에서 ‘영아수당’은 양육수당을 정리하는 기제로 제안되었지만 실제 실현되지 못하였음. 서비스 질을 높이기 위한 ‘자기부담금’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현금지원을 통해 지원의 출발선을 기존과 동일하게 맞추는 전략이 필요할 수 있음.

– 기본소득을 도입할 경우 기존의 사회보험이나 공공부조, 사회적 수당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함. 실제로 공공부조는 가구 단위로, 사회적 수당은 개인 단위로 지급되고 있는데, 기본소득을 도입한다면 지원의 대상과 단위가 고민될 필요가 있음. 새로 도입될 ‘영아수당’의 경우 30만원이 책정되었는데, 이 30만원이 가구 단위인지, 개인 단위인지, 무엇을 근거로 측정한 것인지에 대한 고려가 없는 상황임.

– 재정적 지속가능성의 문제는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음. ‘무상’ 정책이 역설적으로 낮은 서비스의 질로 귀결되었다는 것은 조건없는 지원이 복지국가의 성숙에 한계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임. 서비스의 경우, 특히 높은 질과 밀도가 요구되는 돌봄서비스의 경우에는 ‘무상’ 정책은 재검토될 필요가 있음. 현금지원의 경우에 ‘기본소득’은 일종의 ‘무상’ 정책을 도입하는 셈인데, 이 때는 재저의 지속성이 담보될 수 있는지에 대한 심도 있는 고려가 필요함.

– 특히 사회보험 개혁과의 관련성이 고민될 필요가 있음. 본 연구자는 ‘소득 기반 사회보험’이 적절한 방향이라고 판단하고 있는데, 이는 이러한 방향이 지원 대상을 넓히면서 자발적인 세수부담을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임(예: 스웨덴 사례). “증세정치”에서 가난한 사람에게만 지원하던 것을 모든 국민의 복지로 확대한다는 것은 좋은 방향인데, 이보다 더욱 강력한 것은 ‘나에게’, ‘내가 기여한 만큼’ 지원받을 수 있는 것임. 스웨덴에서는 세금을 더 낼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조정을 요청하는 정책지형이 펼쳐져 있음. 이는 과거에 세금을 낸 소득을 기반으로 소득단절 사유가 발생할 때 높은 소득대체급여를 지급받을 수 있기 때문임. 이러한 ‘소득 기반 사회보험’의 도입과 기본소득 간의 관련성이 고찰된 필요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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