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경기도 재난기본소득의 효과에 대하여

재난은 기존의 삶이 무너지는 경험이지만, 생존의 모색 속에서 새로운 삶의 방식이 떠오를 수 있는 시공간이 될 수도 있다. 물론 이는 재난을 함께 당하는 ‘우리’가 서로를 얼마나 신뢰하는가에 달려 있다. 그리고 이 신뢰는 우리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느냐에 달려 있다.

경기도가 지급한 재난기본소득이 지역 경제에 미친 효과를 보면 최소한 지역 경제의 적절한 순환에 지역화폐 형태의 보편적 긴급 지원금이 상당한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4월 30일 기준으로 경기도와 31개 시군이 그동안 지급한 재난기본소득 총액은 1조 5천억 원이며, 이 가운데 38.26퍼센트인 5,739억 원이 사용되었다고 한다. 4월 9일부터 신청을 받은 것을 감안하면 20일 정도 기간에 이 정도의 돈이 지역 상권에 투입된 것이며, 당연히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경제 위기에 대한 응급처치의 효과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3월 초와 4월 말을 비교할 때 경기도와 기타 지역을 포함해서 재난 지원금 사용가능 매장의 매출이 사용불가 매장에 비해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더 많이 늘어났다는 사실로도 알 수 있다.

더 흥미로운 것은 같은 재난지원금 사용가능 매장이라 하더라도 경기도가 다른 7대 도시에 비해 매출이 7퍼센트포인트가 더 높다는 사실이다. 이는 모든 경기도민에게 지급했기 때문에 지급 총액이 다른 지역에 비해 훨씬 많으며, 또 이런 이유로 가장 빨리 지급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가구별이 아니라 개인별로 지급했기 때문에 빠르고 다양한 소비가 가능했다는 점도 덧붙일 수 있겠다.

물론 더 많은 변수를 고려해야만 이런 차이가 발생한 이유를 좀 더 정확하게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크게 보면 보편적 지급과 지역화폐 형태가 결합해서 만들어낸 효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보편적 지급은 공동체, 즉 ‘우리’에 대한 신뢰를 굳건히 하고 관계에 대해 고려하게 만든다. 지역화폐은 우리가 수행하는 경제 활동의 관계를 새롭게 볼 수 있는 계기, 즉 우리가 어디 살고 있고, 누구와 거래를 하는 것이 더 나은 일인지를 살피게 한다.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은 시간이 지나면 진정될 것이다. 문제는 이 재난이 지나간 다음 우리가 어디에 서 있는가이다. 함께 겪은 재난 이후에 우리는 좀 더 나은 삶을, 좀 더 평등한 삶을, 좀 더 서로를 돌보는 삶을 살게 될 것인가? 이것은 우리가 재난을 어떻게 겪는가에 달려 있다. 모두에게 아무런 조건 없이 개별적으로 주어지는 ‘재난기본소득’이 당장의 응급처치를 넘어서서 그런 삶을 지향할 수 있는가?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이 끝나려면 아직 멀었다고들 한다. 기본소득이 디딤돌이 되는 좋은 삶도 그리 가까이 있지는 않다. 그때까지 우리는 함께 견뎌야 한다.

2020년 5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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