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에서 “한국 사회의 변화 방향에 대한 청사진을 기본소득 의제를 중심으로”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기본소득 쟁점토론회”를 진행합니다. 이 쟁점토론회는 기본소득을 둘러싼 여러 이슈와 기본소득 실현을 위한 로드맵을 검토하는 자리이며, 2020년 2월부터 2021년 7월까지 진행될 예정입니다.
아래의 글은 2020년 10월 10일 <쟁점토론 9. 누진 모델 등 모델, 소득세 제외 공유부 재원>을 위한 발표문(초고)입니다.

쟁점 토론 9. (1) “소득세 제외 공유부 재원 모델” 발제문(초고)

소득세 제외 공유부 재원 모델

발제자: 금민 이사

I. 기본소득형 탄소세

– 목적과 정당성

▲ 탄소세의 목적은 탄소배출량 감축으로 기후온난화를 방지하는 것이다.

▲ 2015년 체결된 파리기후협약은 지구 평균온도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2℃ 이하로 유지하고 온도 상승 폭은 1.5℃ 이하로 제한하기 위해 공동으로 노력할 것을 약속했다.

▲ 탄소세 장점: 탄소배출이 많은 상품의 가격을 올리고 저탄소 산업이 가격경제력을 가진다. 산업 전체의 생태적 전환에 기여한다.

▲ 탄소세 단점: 에너지 가격과 제품 가격이 탄소세만큼 상승하여 저소득층에게 불리하다. 따라서 도입하기 어렵고, 도입되더라도 세율을 올리기 어렵다.

▲ 기본소득형 탄소세에서는 탄소세의 단점이 사라진다. 탄소세수 전액을 모두에게 무조건적, 보편적, 개별적으로 나눠주기 때문이다. 탄소배당을 받게 되는 저소득층은 탄소세 부과에도 불구하고 구매력을 유지하며 재정적으로는 더 많은 이익을 얻는다.

1. 탄소세의 과세 목적, 과세표준, 과세방식

탄소세의 과세 목적은 온실가스 감축으로 기후재앙을 방지하는 것입니다.

탄소세의 과세 표준은 이산화탄소 환산톤(Carbon dioxide equivalent: CO2e)입니다. 환산톤이란 이산화탄소, 메탄, 아산화질소, 수소불화탄소, 과불화탄소, 육불화황 등 6개 온실가스의 배출총량을 이산화탄소 배출량 수치로 환산한 것입니다. 탄소세는 CO2e 1톤 당 x원으로 정액 과세됩니다.

반면에 에너지세는 에너지원에 대하여 에너지 함량에 비례하여 부과되는 세금이며, 한국에는 제품별로 부과되는 개별소비세 형태로 「교통·에너지·환경세」가 도입되어 있습니다. 에너지세의 과세표준은 에너지 함량이지만 탄소세의 과세표준은 탄소배출량입니다.

탄소세 과세는 생산단계에서 원천세로 과세하는 방식도 있지만 생산, 유통, 소비, 재처리의 전 과정에 걸친 탄소배출량을 계산하여 과세하는 방식이 과세 누락이 적고 배출량 감축효과도 가장 확실합니다. 전 과정 계산으로 탄소세를 부과하면 모든 제품에 탄소세가 표시되고 최종소비자는 개별 제품의 탄소배출량을 알 수 있게 됩니다.

2. 탄소세는 유도적 조정적 조세

조세는 재정적 조세와 조정적 조세로 나눌 수 있습니다. 국가 활동에는 비용이 듭니다. 필요한 비용을 충용하기 위한 과세를 재정적 조세라고 부릅니다. 반면에 조정적 조세는 납세의무자의 행위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유도하기 위한 수단입니다. 곧 국가비용을 마련하기 위한 조세가 아니라 바람직한 행위, 바람직한 경제를 위한 조세입니다.

탄소세를 걷는 이유는 국가활동의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탄소배출량을 줄여서 기후파국을 막기 위해 탄소세를 걷습니다. 장기적으로는 탄소세가 적게 부과되면 될수록 탄소배출량 감축이라는 입법목적이 달성된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탄소세는 경제활동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유도하는 환경정책 수단 중의 하나입니다.

배출권거래제는 기업의 탄소배출 상한을 정하고 초과량을 거래하는 방식으로 배출총량을 규제하는 반면에, 탄소세는 탄소배출량에 톤당으로 과세됩니다. 배출권거래제는 배출량 상한에 미치지 못하는 탄소배출에 대하여 무상 할당합니다. 무상 할당은 기후위기의 원인제공자에게 보조금을 지급해주는 꼴입니다. 하지만 탄소세가 도입되면 무상 할당되는 배출량에 대해서도 세금을 내게 됩니다. 탄소세의 메시지는 기후위기에서 무임승차자는 있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탄소세와 배출권거래제는 서로 보완적입니다. 배출권거래제가 배출총량을 규제하는 반면에 탄소세는 가격에 반영되어 탄소배출량이 감축되는 시장 메커니즘을 만듭니다. 탄소세는 탄소배출량이 많은 제품의 가격을 올리고 저탄소 제품은 가격경쟁력을 가지게 됩니다. 가격경쟁력을 가지기 위하여 기업은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지속적인 기술 개발과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하게 됩니다. 탄소세의 가격 효과는 경제 전체를 저탄소 경제로 전환하게 됩니다.

탄소세는 배출권거래제처럼 배출총량을 규제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탄소세로 탄소배출량 감축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직접적 보장은 없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세율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면 이러한 문제는 충분히 극복됩니다. 먼저, 국가는 배출량 감축계획을 제시합니다. 만약 전년도 목표치에 미달하면 세율을 올리고 초과 달성하면 세율을 인하합니다. 탄소세율이 올라가는 상황에서 저탄소 제품과 고탄소 제품의 가격격차는 더욱 벌어지게 됩니다. 같은 품질이라면 저탄소 제품이 소비자에게 선택되고 고탄소 제품은 시장에서 퇴출됩니다.

탄소세의 배출량 감축효과는 연간 탄소배출량 감축 목표치와 연동하여 탄소세율을 매년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기본소득형 탄소세는 바로 이 문제를 해결해 줍니다.

3. 기본소득형 탄소세의 핵심은 탄소배당

기본소득형 탄소세는 세수 전액을 개별적 시민 모두에게 동일하게 나눠줍니다. 이렇게 나눠 주어야 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탄소배당은 저소득층의 구매력을 유지시킬 뿐만 아니라 탄소세율이 높아지면 재정적 이득도 안겨줍니다. 탄소세는 가격에 반영하기 때문에 최종소비자에게 세부담이 전가됩니다. 탄소세수를 모두에게 평등하게 배당하면 탄소세로 에너지 가격과 제품 가격이 상승하더라도 저소득층에게 추가적인 부담은 없습니다. 탄소배당과 연동될 때 저소득층은 탄소세 도입에 반대할 이유가 없어집니다.

둘째, 탄소배당은 탄소세율을 탄력적으로 조정하여 탄소배출량 감축 목표에 도달할 수 있도록 해 줍니다. 여기에서 탄소세율을 올리는 목적은 저소득층에게 더 많은 탄소배당을 안겨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탄소배출량 감축이라는 점을 반드시 기억해야 합니다. 그렇지만 탄소세수를 무조건적, 보편적, 개별적으로 배당하면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탄소세율을 올리는 일에 저소득층이 반대할 이유는 없어지게 됩니다.

셋째, 탄소세는 에너지와 제품 가격에 영향을 끼쳐 경제주체들에게 바람직한 행위를 이끌어내려는 조정적 조세입니다. 탄소세수를 모두에게 평등하게 배당하면 탄소세로 인한 가격상승의 수혜자는 단위 제품 당 탄소배출량이 적은 기업이 되고 피해자는 탄소를 많이 배출하여 가격경쟁력을 잃은 기업이 됩니다. 소비자는 탄소배당을 받기 때문에 피해를 입지 않습니다. 탄소세수를 기존의 복지지출에 사용하면 복지지출은 증가하겠지만 에너지 및 제품 가격 상승 때문에 소득분배 개선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기본소득형 탄소세가 없다면 에너지 전환과 기후위기 종식에서 저소득층이 손해를 볼 수 있습니다. 기본소득형 탄소세는 저소득층이 이익을 보게 되는 ‘정의로운 전환’을 만들어냅니다.

4. 기본소득형 탄소세 모델

1) 탄소세 적정세율

탄소세의 과세표준은 이산화탄소환산톤(CO2e)입니다.

세계은행의 ‘탄소가격에 관한 고위급 위원회 보고서’(High-Level Commission on Carbon Prices, 2017)는 다른 정책을 추진하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 파리기후협정의 합의대로 지구온도 상승 2℃ 억제 목표를 달성하려면 톤당 탄소가격은 2020년 40~80달러, 2030년에는 50~100달러가 되어야 한다고 추정했습니다.

2014년 IMF는 세계 상위 20개의 고배출국가의 탄소 배출량과 환경오염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을 감안하여 효율적인 탄소기초가격을 산정했습니다. 탄소기초가격은 2010년 기준으로 중국은 톤당 63달러, 나머지 국가는 평균 톤당 57.5달러를 적정 탄소가격으로 책정되었습니다.

2019년 IMF는 탄소세 과세를 기후위기에 대처하는 가장 효과적인 정책수단으로 규정하고, 상위 20개 고배출국가가 파리기후협정에서 약속한 배출량 감축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는 탄소세율을 책정하였습니다. 이에 따르면 한국은 톤당 75달러를 적용해도 2030년 전망치(BAU) 기준 37% 감축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러한 추정은 한국에서 탄소세 도입시 세율이 최소한 노르웨이 수준(톤당 52유로) 이상이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2) 모델 1과 모델 2

여기에서는 노르웨이 수준의 세율인 CO2e 톤당 7만 6000원을 모델 1로 하고, 그 절반인 CO2e 톤당 3만 8000원의 세율을 모델 2로 삼아서 세수규모와 탄소배당액을 살펴봅니다.

모델 2는 영국 수준의 탄소세율입니다. 모델 2에서 출발하더라도 탄소배당이 결합되어 있기 때문에 세율은 탄력적으로 올릴 수 있습니다.

모델 1

과세 표준은 CO2e 환산톤이며, 전 과정 계산으로 최종소비 단계에서 제품별 환산톤에 부과됩니다.

2017년 한국의 농업분야 탄소배출량과 임업분야(Land-Use, Land Use Change and Forestry, LULUCF) 탄소배출량을 뺀 총배출량(CO2e)은 7억 9백만 톤입니다.

CO2e 톤 당 7만 6000원을 과세할 때 탄소세 세수규모는 대략 60조 원입니다. 전 과정 계산에 의해 부과하기 때문에 총배출량에 탄소세율을 곱한 값이 그대로 세수규모와 일치합니다. 전액을 탄소배당 재원으로 활용하면 1인 당 월 10만원의 탄소배당을 지급할 수 있습니다.

모델 2

CO2e 톤당 3만 8000원을 정액 과세하고 과세방식은 모델 1과 동일하게 전 과정 계산에 의해 과세한다면, 대략 30조 정도의 재원이 조성되며 1인 당 월 5만원의 탄소배당을 지급할 수 있습니다.

3) 탄소기초가격 변화

2017년 한국의 분야별 온실가스 배출비중은 에너지 86.8%, 산업공정 7.9%, 농업 2.9%, 폐기물 2.4% 순입니다(환경부, 2019). 산업분야 별 비중을 살펴보면 에너지산업 44.0%, 제조업·건설업 30.3%, 수송 16.0%, 기타 및 미분류 9.1%, 탈루/고체연료 0.1%, 탈루/석유·천연가스 0.6%로 나타납니다. 이러한 현황은 탄소세가 에너지생산에 가장 강력한 영향을 미치게 되며 산업부문 별로는 에너지·제조·건설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점을 보여줍니다.

탄소세는 에너지원별 기초가격을 변동시킵니다. 탄소세는 다양한 에너지원에 대해 일종의 탄소기초가격(Carbon basic price)로 기능하며 고 재생에너지를 값싼 에너지로 만들어 에너지 전환을 촉진합니다.

탄소세율을 모델 1처럼 CO2e 톤당 7만 6000원으로 했을 때, 에너지원별 기초가격은 다음과 같이 변화합니다.

Topic-9_part-2_min-geum_tables-1

이 보다 세율이 낮은 모델 2로 탄소세를 도입하면, 천연액화가스 1kg 당 105.26원, 휘발유 1ℓ당 82.84원, 등유 1ℓ당 80원, 항공유 1ℓ당 94.24원, 경유 1ℓ당 83.8원, LPG 1Nm3 당 142.12원, 납사 1ℓ당 79.8원, 윤활유 1ℓ당 103.74원, 무연탄 1kg 당 81.7원, 원료탄 1kg 당 102.94원. 연료탄 1kg 당 74.28원, 코크 1 kg 당 124.26원, LNG 1 Nm3 당 82.84원의 탄소세가 붙습니다.

4) 탄소세 도입과 함께 필요한 보완정책

탄소세는 배출권거래제와 혼용하며 유상배출량 중 탄소세율보다 높은 부분에 대해서만 차액을 감면해 줍니다. 무상할당에는 탄소세를 과세합니다.

‘교통·에너지·환경세’는 폐지하여 탄소세로 단일화합니다. ‘교통·에너지·환경세’는 탄소배출량에 과세하는 것이 아니라 에너지원별 중량에 과세하는 방식입니다. 동일한 에너지원에 대하여 한번은 에너지 중량 단위로 과세하고 한번은 배출량 단위로 과세하면 중복과세가 됩니다. 탄소세가 도입되어도 핵발전 단가가 크게 올라가지 않습니다. 오히려 발전단가 차액은 더 커집니다. 발전단가 차액이 없어져야만 탄소세 도입이 핵발전을 촉진하는 결과를 낫지 않습니다. 발전단가 차액을 없애는 방법으로는 노후원자로 폐쇄 비용, 핵연료재처리 비용, 사고위험비용 등을 산정하여 핵발전위험세로 걷는 것입니다. 이러한 비용은 1kwh 당 핵발전위험세 59.8원으로 측정됩니다. 핵발전위험세의 세수는 탄소세수처럼 배당하지 않고 대신에 에너지 전환, 노후핵발전소 폐쇄비용, 핵연료처리 비용 등에 지출하는 것이 옳습니다. 이렇게 지출하는 것이 과세목적에 맞습니다.

II. 공유부 세목별 세수 규모와 배당액 추산

토지보유세, 빅데이터세, 탄소세, 지식소득세의 세수 규모와 배당 규모는 다음과 같다.

Topic-9_part-2_min-geum_tables-2

개별 배당액의 구성 비중은 다음과 같다.

Topic-9_part-2_min-geum_tables-3

공유부 과세에 의하여 합계 월 34만원 또는 39만원 수준의 기본소득을 지급할 수 있다. 하지만 공유부 과세만이 기본소득 재정의 전부는 아니다.

a) 국공유재산의 수익, 기본소득 공유부기금의 수입, 국가투자 공유지분권 수입 등 과세외 수입도 기본소득 재원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7장에서 상론한다.

b) 과세외 수입 이외에도 근로소득세 감면혜택 폐지로 생기는 세수 59.7조 원(2017년 기준)을 일반회계로부터 기본소득 특별회계에 전입하거나, 아동수당, 기초연금, 근로장려세제(EITC) 등 현금급여의 일부를 기본소득으로 흡수함으로써 생기는 7조 원 가량을 기본소득 재정으로 돌리는 것도 생각할 수 있다. 합계 66.7조 원의 세수가 이와 같은 지출개혁에서 생기고 1인당 기본소득 지급액수는 대략 월 11만 원 정도가 커진다.

이상을 합산하면, 탄소세를 적정세율로 도입할 경우 <월 50만원 공유부 과세수입+과세외 수입> 또는 탄소세율을 그 절반으로 낮출 경우 <월 45만원 공유부 과세수입+과세외 공유부 수입>으로 이루어진 기본소득을 매월 모두에게 조건 없이 지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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