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 토론 5. “기본소득 부동산 불평등 ” 질의-답변
“기본소득과 부동산 불평등” 쟁점에 대한 질의와 답변
정리: 김수연 이사
1. (시스템 다이내믹스를 통해 부동산 불평등을 설명하는 방식은 토지 보유세가 기여하는 방식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토지 보유세의 장점으로, 토지 불로소득 중에 정확한 크기를 빼 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17년 이후에 토지 불로소득이 어느 정도 증가했는가? 토지보유세와 토지배당을 실시할 경우 증가한 토지 불로소득은 얼마나 감소할 수 있는가?
한국에서는 매년 국내총생산(GDP) 약 1800조 원 가운데 약 500조 원, 즉 30% 안팎의 부동산 불로소득이 발생한다. 부동산 불로소득은 매매차익(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을 매각해서 현금으로 손에 쥔 소득. 실현 자본이득)과 임대소득으로 구성되는데 매매차익이 조금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 임대소득에 과세만 제대로 하면 기본소득의 세원으로 포착하여 활용 가능하고, 매매차익은 과세가 따로 이루어진다. [전강수, 강남훈(2017)에 따르면 한국은행의 국민소득통계는 부동산 임대소득 전체를 포괄하지 못한다. 부동산 임대소득의 하나인 ‘임료’는 ‘토지’(주택과 일반 건축물의 부속 토지 제외)의 임대료만 포함되어 주택과 상가의 임대료는 제외되어 있다. 게다가 경제력의 차이를 드러낼 수 있는 자가 소유 부동산에서 발생하는 임대소득, 즉 귀속임대소득은 포함되지 않는다.]
먼저 토지보유세가 가격을 조정하는 원리에 대해서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토지보유세는 가격에 세율을 곱한 것이다. 토지가 당해년도 가격이 확정된 후 1년 뒤에 과세한다고 하자. 작년 12월에 가격이 확정되면, 올해 상반기 보유 당시 가격에 세율 0.5를 곱하면 되는 것이다. 가령 내야 할 토지보유세가 1,000만 원이라고 하자. 부동산 시장에서 세금 납부는 바로 자본화된다. 즉 매년 1000만 원씩 세금을 낸다면, 토지나 부동산을 새로 매입하는 사람 입장에서 매년 1000만 원씩 세금 납부 의무를 안고 사게 되는 것이다. 시중 이자가 1%면 토지/부동산의 가치는 10억 원이라 볼 수 있다.
만일 시중 이자율이 이보다 높은 10%라면 1억 원을 예금하면 매년 1000만 원의 이자를 받을 수 있다. 이자율이 10%라면 1000만 원의 보유세는 1억 원으로 자본환원이 되면서 토지/부동산 가치가 뚝 떨어지게 된다. 자본시장, 주식시장도 마찬가지이다. 삼성전자에서 가령 매년 1000억 원씩 수익을 내면, 그 이익이 지속될 것으로 가정하여 자본환원이 되고 10억 원으로 (주식 가격이) 쑥 올라간다. 이러한 원리가 부동산 시장에서는 1회적으로 작동하여 환원된다. 자본 환원은 이자율에 매우 민감하고, 시장에서는 여기에 근접하려는 경향이 있다. 집값이 떨어진 다음에는 다소 오르는 등 약간 진동하겠지만, 한꺼번에 떨어지고 조정되기 때문에 정확한 지점에서 멈추어 부작용이 작다.
부동산 보유세를 부과하고 가격이 대폭락하는 현상은 보유세로 인한 것이 아니라, 이어져 오던 투기 바람의 거품이 꺼지는 현상이다. 거품이 꺼진 후 가격이 계속 떨어지면 세율을 낮추면 된다. 세율을 낮춘 만큼 (부동산 가격은) 상승하고, 거품이 꺼지는 속도를 어느 정도 통제 할 수 있다. 가계부채를 고려하여 부동산 하락폭을 30% 정도까지만 설정하자는 목표를 세우면 달성 가능하다.
2. 토지보유세 세율은 기본소득 재원을 조달하기 위한 것이지만 토지 가격의 하락이라는 목표도 있다. 한편에서는 가격을 하락/안정화하고, 한편에서는 재원을 조달하는 것. 이 두 가지 목표를 아울러 0.5%를 세율로 책정한 것인가?
토지보유세의 목표는 토지 가격의 하락이다. 미국은 1.0%인 것을 감안하여, 미국의 반만큼이라도 해보자 해서, 어림잡은 수치이다. 공동부의 관점에서 기본소득을 얘기할 때, 모든 시민 소득의 10%를 가계소득에 내서 나눠 기본소득으로 나누어 분배하자는 계산을 하기도 했다. 이 10%에 대한 근거로 ‘성경책에 십일조가 나온다’고도 했는데, 실은 부동산도 성경책을 따른다면, 50년마다 n분의 1로 나누어야 한다. 유효보유기간이 50년이고, 세율로 환산하면 2%. 따라서 성경책에 나오는 토지세는 2%이다. 하지만 성경의 말씀을 다 못 지키니까 0.5%부터 시작해서 가보자는 뜻이다.
3. 보유세를 부과하면 오히려 부동산 가격을 올려서 팔지 않을까? 보유자가 손해를 보는 부분에 대해서 가격을 상승시켜 되파는 게 아닌지?
전가의 문제(임대료 수익으로)도 함께 논의할 수 있다. 부동산을 사는 사람은 균형가격으로, 적정한 가격으로 사려고 한다. 부동산 거래라는 건 부동산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의 계약인데 계약의 종류에 따라서 다르다. 월세 거래에서는 세입자가 약자이다. 반면 30억 원의 부동산을 사고팔 때, 양측의 힘은 거의 비슷하다. 오히려 사는 사람이 힘이 더 세다. 파는 사람은 빚을 갚으려는 사정이 있기도 하고 오히려 힘이 약해서 균형가격에 팔아야 한다.
4. 토지보유세가 부과돼서 상당수가 부동산을 되팔면, 사실상 도심에서는 초고소득자만 주택을 가질 수 있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지 않은가. 이러한 현상이 벌어진다면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인가?
전체적인 집값이 떨어지니까 청년 세대가 여태까지는 30년 저축에 집을 마련했다면 20년이나 15년 안에 집을 구매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토지보유세로 인한 토지배당의 순수혜계층이 85%에 이르기 때문에 토지보유세를 내더라도 더 많은 사람에게 이득이다. 85%의 국민 대다수는 집을 팔 이유가 없는 것이다(이 중 30%는 집이 없고, 나머지 55%는 집을 팔 필요가 없음).
사실 0.5%의 세율은 대폭락을 우려할 정도는 아니다. 현대화폐이론에서 주장하듯이 통화 발행을 통해 정부가 모든 토지와 부동산을 시가의 40% 이하로 무제한 매입, 공공토지를 채권으로 늘려 가겠다면 100% 국유화도 가능하다. 매우 저렴한 공공임대주택으로 다시 공급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것도 여의치 않으면 보유세를 약간 다시 내리면 된다.
5. 부동산보유세와 기존의 부동산 관련 세금(토지세, 양도소득세 등)과의 관계는 어떻게 되는가?
장기적으로 조정해야 한다. 기존의 복지제도와 기본소득을 조정하는 것처럼, 부동산 관련 세제 개편도 매우 어렵다. 처음 도입할 때 약 0.5%를 부과하되 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는 폐지하고 토지세(재산세)는 환급해야 한다. 종합부동산세의 경우 예외가 너무 많고, 세율이 높다. 토지세는 지방자치단체, 지방 정부의 수입이기 때문이다. 걷은 토지세를 기본소득으로 전 국민에게 분배하면 지자체 예산이 모자라게 된다. 토지에 대해서는 이중과세가 되지 않게 하거나, 지방정부의 예산을 확보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토지세를 환급해 주어도 토지보유세 0.5%면 30조 원을 마련하여, 전 국민에게 연 60만 원의 토지배당이 가능하다.
현행 양도소득세와 거래세의 세율은 매우 높다. 세율은 높은데(양도소득세의 경우 최고 세율이 50%) 예외가 너무 많아서 소용이 없다. 이럴 바에야 예외를 없애고 세율을 낮춰야 한다. 토지보유세를 0.5% 부과하면서까지 양도소득세를 곧바로 개혁하는 건 큰 부담이 되지만 언제든지 개혁은 가능하다. 1가구1주택이라는 양도소득세의 예외를 없애는 대신, 양도소득세율을 낮추거나 양도소득세율을 소득세에 합쳐 소득세법에 따라서 과세하는 방식의 개혁은 가능하다. 1가구 1주택자처럼 세금 안 내던 사람들에게 과세하는 데에도 오랜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6. 법인 토지불평등 자료에서 99%인 법인과 100%인 법인의 차이가 10배나 되는 게 놀라웠다. 큰 공장을 짓고 많은 노동자를 고용하는 기업에 인센티브가 주어져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직관적으로 큰 공장은 외곽에 드넓은 토지 가운데 있을 듯하다. 100%에 위치한 대기업들이 토지 자산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데 공장 부지가 전부인가? 그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은 정의로운가?
노무현 정부 말기 종합부동세로 공격받았던 이유 중 하나가 강남의 아파트 한 채를 평생 하나 마련해서 사는 60대 노인이 어떻게 매년 1000만 원의 세금을 내느냐는 것이었다. 최근 현물 납부를 가능하게 하자고 다시 제안했다. 집을 납부하라는 것이다. 세율이 0.5%면 200년 동안 살거나, 매년 0.5%의 지분을 납부하거나, 집을 팔 때 납부하라는 것. 이 원칙은 법인의 업무용 토지에도 적용 가능하다. 법인은 100년 이상 존속 가능하고, 잠시 사업을 중단하거나 고용을 갑자기 50% 이상 감소할 때, 다른 목적으로 이전할 때 등의 경우에도 납부할 수도 있다. 고용 축소보다도 사업을 중단할 때, 법인을 팔 때 그렇게 하면 현실적으로 납득한다. 보유세에는 예외가 없어야 한다. 이때 대기업의 저항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장부에 기록만 해두고, 사업을 해산할 때 납부하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7. 토지보유세를 통해서 부동산 가격의 하락과 안정화를 꾀하게 되면, 다음 해 토지보유세는 그전보다 감소할 수밖에 없다. 기본소득의 재원 마련 차원에서 토지보유세를 도입한다기보다는 부동산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서 기본소득을 실시하는 것이 현재 더 유의미한 것인가?
매년 조금씩 진동한다. 다만 토지보유세가 감소하더라도 모든 개인에게 1년에 60만 원은 안정적으로 지급 가능하다. 보유세가 많이 걷힌 해에는 남겨두고, 적게 걷힌 해에는 보충해서 재정을 몇 년 단위로 균형을 이룰 수 있다. 기금을 조성하거나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애초에 60만 원의 토지배당을 지급할 수 있더라도, 40만 원으로 축소 지급하면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기본소득 지급이 가능할 것이다. 순수혜가구 비율을 유지하기 위해 (토지배당이) 너무 적어지는 해는 일반 재정으로 지급해도 된다.
이 방법의 장점은 집값이 떨어진다면 기본소득에 대한 청년들의 지지가 높아질 수 있다는 점, 먼저 토지가 우리 공동의 몫이라는 것을 명확하게 하면, 다른 환경, 인공지능, 데이터 등으로 공유부를 확장하기 쉽다는 점이다. 국토보유세를 파일럿으로 삼고, 기본소득으로 끌고 오는 시간을 고려하면, 차후 토지배당 액수가 감소하더라도 기본소득 설계가 가능하다.
8. 토지국유화라는 대안에 대해서는?
토지국유화는 토지의 사용 및 처분을 국가가 정한다는 것이다. 토지보유세 역시 토지가 공유(부)라는 것을 전제하지만 사용·처분·활용을 시장 경제에 맡긴다는 차이점이 있다. 토지국유화가 잘 이루어지면 좋지만, 국유화가 되더라도 토지보유세는 필요하다. 만약 국가가 활용·처분한다고 해도 토지에는 선제성이 있고, 중앙 토지와 지방 토지가 다르다. 국가가 국민의 거주지를 정한다 해도 토지 가치는 각기 다르며, 보유세는 필요하다. 토지보유세 없는 토지국유화 모델이 구 소비에트 사회주의인데, 소비에트 사회주의가 무너진 여러 가지 비효율의 원인 중 하나가 토지국유화이다. 한편 한국처럼 그리 넓지 않은 국토의 쿠바에서는 결혼하면 신혼부부에게 아파트를 지급하도록 헌법에 명시되어 있다. 30평의 아파트를 간부에게는 시내에, 일반 시민에게는 1시간 거리에 있는 것을 지급한다. 싱가포르의 경우, 독립 당시 국가 소유의 토지가 50%였는데, 공공개발 과정에서 정부가 계속 사들이면서 현재 95%까지 증가했다. 토지는 국가 소유라서 토지 사용료를 내야 한다(중국/홍콩 방식).
9. 법인 토지 불평등의 경우, 대토지를 가진 법인이 이른바 전통 산업일 가능성이 높고, 점점 디지털화되는 최신 산업들은 이러한 공간이 불필요해 보인다. 이때 보유세의 의미는 무엇인가?
플랫폼이라든가 서비스 중심의 기업들이 점점 시가총액 순위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반도체의 경우 공장을 짓고 생산을 해야 하는 제조업이기도 하다. 데이터에 대한 공정성은 다른 관점에서 접근해야겠지만, 법인 토지에 대한 과세는 그 자체가 대토지를 갖고 있는 법인들에게 분배를 요구하거나 강요하는 모양이 된다. 걷은 보유세는 지역 균형 개발 차원에서 대규모 SOC 또는 교육에 투자할 수도 있다. 한국 사회에서 가장 큰 문제는 부동산 투기를 일으켜서 집 가진 사람들만 더 큰 부자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보유세를 걷으면 그중의 일부는 전 국민에게 분배되니, 균형 발전이라는 목적으로 (사회간접자본) 투자에 흘러가도 어느 정도 안심이 된다. 예를 들면 곽노완 교수는 한국전력 부지를 판매한 수익이 서울시 수입이 되면, 부지 주변의 88도로를 지하화해도 된다고 말한다. 불균등 발전은 어디에나 어느 정도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10. 부동산 시장의 안정화는 어떻게 기술혁신에 기여하는가?
기술혁신을 위해서 국가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일은 부동산 투기를 막아주는 것이다. 기업이 부동산으로 돈 벌 기회를 막으면 된다. 두 번째는 생산에 필요한 대출금을 꾸어주는 게 아니라 기업의 혁신적인 제품을 구매해야 한다. 기술혁신의 수요자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현대는 한전 부지를 수년 전에 10조 원 주고 샀다. 이 어마어마한 돈을 토지가 아니라, 전기자동차 생산에 투자했어야 했다. 기존 자동차의 주요 부품은 엔진이고, 전기자동차의 주요 부품은 모터이다. 현대는 기존 자동차의 엔진을 만드는 능력은 세계 최고인데, (전기자동차) 모터를 만드는 능력이 중국에 뒤떨어진다. 기술이 이렇게 뒤쳐져 있는데, 한전부지 10조짜리 한전 부지에 100층 사옥을 짓겠다는 것이 역설적이다. <승자의 저주>라고도 불리는데 이미 매입한 토지 가치는 10조를 넘어섰고, 건물을 지으면 10조가 더 되어서 저주가 아니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현대자동차의 주력 업종은 부동산업이라는, 이것이 시장의 원리라는 농담이 통용되는 현실에서 기술 혁신은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