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에서 “한국 사회의 변화 방향에 대한 청사진을 기본소득 의제를 중심으로”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기본소득 쟁점토론회”를 진행합니다. 이 쟁점토론회는 기본소득을 둘러싼 여러 이슈와 기본소득 실현을 위한 로드맵을 검토하는 자리이며, 2020년 2월부터 2021년 7월까지 진행될 예정입니다.
아래의 글은 2020년 6월 13일 <쟁점토론 5. 기본소득과 부동산 불평등>을 위한 발제문입니다.

쟁점 토론 5. “기본소득과 부동산 불평등” 발제문

부동산 투기를 막는 토지배당

발제자: 강남훈 이사장

Note. 표와 그래프가 많은 관계로, 발제문 전문을 게시글로 담지 못했습니다. 아래 게시글은 발제문 가운데 “토지보유세-토지배당의 재분배효과” 부분의 발췌입니다. 위의 “PDF 다운로드”를 클릭하면 발제문 전문을 볼 수 있습니다.

토지보유세- 토지배당의 재분배 효과

본 연구가 제안하는 ‘기본소득형 국토보유세’를 디자인하기 전에 지금까지 국토보유세라는 이름으로 제출된 연구들을 검토해보자. 최초의 국토보유세 제안자는 경북대 행정학과 김윤상(2009) 명예교수다. 그는 2009년에 자신의 저서 『지공주의: 새로운 토지 패러다임』에서 토지투기를 완전히 차단하는 하나의 대안으로 모든 토지의 지대(land rent)에서 현재 지가의 이자를 공제한 부분, ‘이자 공제형 지대세’를 제안하면서 이를 국토보유세로 명명했다. 김윤상이 제안한 국토보유세의 과세표준은 <지대 – 현재 지가의 이자>이며 세율은 100%이고 비례세이다. 그러나 김윤상의 방안은 기본소득과 연계되지는 않았다.

두 번째는 남기업·전강수·강남훈·이진수(2017)가 제안한 국토보유세다. 이 방안은 구체적인 과세구간과 세율을 확정해서 제시했고, 2017년 기준으로 국토보유세 징수액을 15.5조 원을 추산했다. 그리고 이 제안은 김윤상(2009)과 달리 모든 국민에게 연 30만 원씩 지급하는 기본소득과 연계시켰다. 즉, ‘기본소득형’을 붙인 국토보유세인 것이다.

세 번째는 전강수·강남훈(2017)이 제안한 것인데, 이것은 민간토지에 0.6%의 비례세율을 적용해서 31조 원을 징수하고, 환경세, 시민세, 기존예산 대체와 합쳐서 185조 원을 기본소득의 재원으로 활용한다는 방안이다. 이것은 국토보유세가 아니라 ‘토지세’라는 이름으로 제안했지만, 성격은 기본소득형 국토보유세라고 할 수 있다. 특이한 것은 전강수·강남훈(2017)이 제시한 토지세의 과표는 공시가격이 아니라 한국은행이 제공한 시가로 했다는 점이다.

이처럼 국토보유세는 민간이 보유한 토지, 다시 말해서 ‘국토’ 전체에 부과한다는 의미에서 사용하고 있으며 과표나 과세체계는 다르게 설계되어 제시되어왔다.

본 연구가 제안하는 국토보유세는 기존 연구와 달리 과표는 공시지가, 세율은 0.8%의 비례세, 용도별 차등 과세와 비과세 감면은 폐지, 징수액 전액을 전 국민에게 지급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중략)

그렇다면 좀 더 자세하게 기본소득형 국토보유세를 살펴보도록 하자. 먼저 국토보유세가 無토지세대인 38.7%세대는 국토보유세와 관계가 없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국토보유세를 부담하는 세대비율은 61.3%이다. 국토보유세 징수액은 민간토지 전체에 0.8%의 비례세율을 적용하면 31.2조 원을 징수할 수 있고(2018년), 이것을 국민 전체에게 나누면 매년 60만 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대한민국 평균 세대에게 지급한다고 하면 세대당 매년 156만 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할 수 있게 된다.

3) 100분위 세대별 수혜액 추정

그렇다면 세대별로 부담과 수혜의 실상을 검토해보도록 하자. 다행히 통계청이 올해부터 면적과 가액기준별로 100분위 통계를 제공하고 있는데, 그 통계에는 모든 분위의 평균세대원과 소유한 토지의 평균가액도 포함되어 있다. 이를 기초로 0.8%의 비례세율을 적용하고 부담액과 수혜액을 고려한 순수혜(수혜액-부담액)와 순부담세대를 계산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토지를 소유하고 있지 않은 850만 세대는 부담은 없고 평균적으로 156만 원의 순수혜 세대가 된다. 순부담 세대는 78~100분위 세대이고 전체세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4.1%세대이다. 즉 전체세대의 85.9%세대는 순수혜 세대라는 것이다.

이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흥미로운 점은 1~7분위 세대는 평균 순수혜액이 100만 원 미만인데 반해 8~48세대는 평균세대의 순수혜액이 100만 원을 넘고, 다시 49~77세대까지는 순수혜액이 100만 원 이하가 되는데, 이는 세대원과 소유한 토지의 평균가액의 비율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순부담 세대만 따로 분리해서 살펴보자. 순부담이 100만 원이 안 되는 세대는 78~86세대, 즉 전체세대에서 5.5% 세대이고, 순부담 100만 원이 넘는 세대는 87~100세대, 즉 8.6%세대가 된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일반 세대의 평균 형태인 세대원이 4인인 1주택의 경우 주택가격에 따라서 순수혜 혹은 순부담이 어떻게 되는지 살펴보자.

1억 원의 주택을 소유한 경우에는 208만 원의 순수혜액이, 5억원 상당의 주택소유세대는 78만 원의 순수혜액이 10억 원 상당의 주택소유세대에게는 85만 원의 순부담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온다. 결론적으로 순수혜액이 0인 세대의 주택가격은 7억 4천만 원이고, 그 이상의 주택을 소유한 1주택 세대의 경우에는 순부담이 되지만, 그 이하는 순수혜 가구가 된다. 물론 세대원이 많으면 기준은 더 올라간다.

이렇게 국토보유세 세액을 기본소득으로 지급하면 제도 도입의 수혜자는 자신이 누리는 혜택이 바로 그 세금 때문임을 직접 인식하게 된다. 비례세이기 때문에 수혜액(혹은 부담액)이 얼마인지도 바로 계산할 수 있다. 이렇게 설계하면 국민 86%의 세대가 기본소득형 국토보유세를 지지하게 될 것이고, 이것은 순부담 세대의 조세저항을 극복하는 데 상당한 역할을 할 것이다. 종합부동산세가 강남 등 일부 지역에 밀집한 소수 부동산 부자들의 조세저항을 견디지 못하고 후퇴한 까닭은 그 세금의 수혜자들이 무엇으로 혜택을 누리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남기업·전강수·강남훈·이진수 2017, 132). 이처럼 기본소득형 국토보유세는 종합부동산세보다 성공 가능성이 높고, 한번 실행되면 적극적 지지층이 생기기 때문에 되돌리기가 매우 어려우며, 오히려 보유세를 더 강화해서 기본소득액을 높이자는 쪽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4) 사회경제적 효과

기본소득형 국토보유세를 실시하면 다음과 같은 사회경제적 효과가 예상된다. 첫째는 토지 때문에 발생하는 불평등이 줄어든다. 무엇보다 지가가 안정되고 투기목적으로 소유하고 있던 토지가 시장에 나오면서 실수요자 중심으로 토지소유가 재편되고 결과적으로 토지 소유 불평등도가 줄어든다. 그리고 매매차익과 임대소득이 줄어들기 때문에 토지 불로소득이 초래한 소득불평등도 크게 완화된다.

두 번째로 지가 안정과 소득분배 개선으로 경제가 활성화된다. 경제에 큰 부담이었던 지가가 안정되면 지가에 짓눌렸던 생산의 용수철이 튀어 오르게 된다. 그뿐 아니라 소득분배가 개선되고 기본소득이 지급되면 하위계층의 소득이 크게 늘어 내수, 즉 소비가 지금보다 훨씬 늘어나게 될 것이다.

세 번째로, 각 경제주체의 지대추구행위인 토지투기행위가 줄어든다. 법인도 불필요한 토지를 소유할 유인이 크게 줄고, 개인도 투기목적으로 주택을 소유할 이유가 줄어든다. 이를 통해 중소기업과 신규기업의 기업활동은 수월해지고 전 국민이 주거권을 누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네 번째로 토지의 효율적 사용을 촉진된다. 도시 내에 저사용(under-use)되거나 방치되는 토지의 소유자는 국토보유세 자체를 비용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효율적으로 이용하거나 효율적 이용자에게 소유권이 이전된다.

다섯 번째로 재벌기업의 토지투기를 억제하여 재벌개혁에 도움이 된다. 재벌이 누릴 토지 불로소득이 감소하고 재벌기업이 토지투기보다는 생산적 투자에 집중하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국토보유세를 기본소득과 연계시키게 되면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은 대한민국 국토의 실질적 주인의 지위를 갖게 된다. 기본소득형 국토보유세는 마치 주식회사의 주주가 회사의 주인으로서 권리를 누리고 배당을 갖는 것 같은 효과를 발휘할 것이다(남기업·전강수·강남훈·이진수 2017, 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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