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7월, 온라인매체 <프레시안>에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릴레이 기고”가 시작되었습니다. 이 기고를 통해,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이사와 운영위원을 비롯한 여러 회원들이 다양한 시각에서 기본소득 옹호론을 펼칠 예정입니다. 아래 글은 2020년 8월 11일, 김수연 이사의 네 번째 릴레이 기고문입니다.

토지와 대기, 그리고 플랫폼까지…’공유부’ 기본소득을 말한다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릴레이 기고]

김수연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이사)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일상에 도사리던 재난이 이빨을 드러내며 실물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2008 금융위기 때 취해진 조차와 달라진 점 한가지는, (비록 가구 단위이지만) 전국민이 긴급재난지원금이라는 현금을 아무 조건 없이 받고 쓰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제4차산업혁명과 불안정노동의 일상화에 더해 기후위기로 말미암은 전염병까지, 가까스로 지탱되던 일상은 재난 속에서 급속히 무너져 내리는 와중에 기본소득 논쟁이 다시 한번 지펴졌다.

현재 복지국가와 기본소득 성격에 대한 논쟁을 세 가지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기존 복지제도 패러다임 안에서 기본소득 도입보다 기존 사회보장제도를 강화해야 한다는 관점, 둘째, 기본소득과 기존 사회보장제도의 정합적이고 상호보완적인 관계 구축에 집중하는 관점, 셋째, 권리로서의 공유부(Common Wealth)를 강조하면서 기존 복지국가의 틀 밖에서 실질적인 자유와 시민권의 확장으로 바라보는 변혁적인 관점이다. 기본소득을 반대하는 논자들도 원론적으로 ‘공유부’의 존재를 부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기본소득 ‘정명’ 논란은 기본소득이 시원적 권리에서 비롯되는 1차적 선분배라는 점을 간과하면서 빚어진다. 공유부에서 비롯되는 기본소득은 공유지(commons) 배당이기에 선별 지급되지 않고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게 배당되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고용보험과 사회서비스 등 기존 사회보장제도 확충과 기본소득을 대치시키는 주장은, 공유부에서 도출되는 사회구성원의 권리로서 기본소득의 본질을 등한시한 것이다. 더 나은 기본소득 논쟁을 위해서는 탈취된 공유부를 준별하고 탈환하는 방법에 논쟁을 집중해야 한다.

자연적 공유부: 토지와 대기

매년 약 500조 원의 부동산 불로소득이 발생하는 한국에서도 ‘평등지권’을 실현하는 방식의 개혁이 실행된 적이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이승만 정권하 농림부 장관 조봉암이 단행한 농지개혁은 토지 자체를 농민들에게 균등하게 분배하여 평등지권을 실현하는 방식으로 고도 경제 성장의 기반을 마련했다. 하지만 농지개혁 이후 한시적으로 실현되었던 평등지권 상태는 후퇴하고 토지 소유 집중이 현저하게 심화된다(전강수 2019). 최근 극심한 자산 불평등과 함께 지대추구사회에서 부각되는 국토보유세-토지배당 연계형 기본소득은 토지를 공유 자산으로 보고 그 소득을 징수하여 모든 국민에게 지급해야 한다는 토지 공유부 사상에 기반한다.

궁극적으로 천부 자원인 토지는 공급량이 고정되어 있어서, 보유세를 강화하더라도 세금 부담이 토지 사용자(임차인)에게 전가되지 않고 전적으로 토지 소유자에게 귀착된다는 점, 토지 거래를 위축시키지 않는 장점이 있다.

공유부 배당 형식의 기본소득은 한정된 자원뿐 아니라 맑은 공기와 깨끗한 강과 바다 등을 향유할 권리에까지 생태적 관점에서 적용 가능하다. 석유와 같은 고갈자원의 경우 공유기금(fund)을 마련하여 기금의 운용에서 나오는 수익의 일부를 해당자원의 대체재 개발에 사용하고 일부는 기본소득으로 분배하여 다음 세대까지 생태 공유부를 평등하게 향유하게 만들 수 있다. 깨끗한 공기, 지구 대기의 탄소 자정력을 지속가능한 수준으로 모두가 평등하게 향유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탄소세-탄소배당 또는 생태세-생태배당으로 온실가스 배출 저감을 유도할 수도 있다.

인공적 공유부: 플랫폼이 독점하는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이 자체 알고리즘을 활용하여 데이터를 수집, 분석하여 이윤을 창출하는 것은 정당화될까? 빅데이터는 ‘공유부 배당’으로 어떻게 확장될 수 있을까?

금민(2020)에 따르면 플랫폼 자본은 네트워크 외부효과를 만들어내고 이윤을 창출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데이터 인클로저를 가능케 하는 기술적 장치가 필요하다. 이러한 장치가 바로 데이터 추출기구인 플랫폼이다. 그러나 기술적으로 플랫폼 알고리즘은 (콘텐츠 알고리즘과 달리) 빅데이터를 떠나 존재할 수 없을 뿐 더러, 빅데이터 없이 가동되지 않는다. 따라서 일부 수익에 대해서는 빅데이터 공동 소유권자들이 배당 받을 권리를 충분히 갖는다. Null 데이터, 비물질/정동 노동, 기계가 제공하는 사물 인터넷 데이터 등 빅데이터는 모든 경제활동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데이터 제공자를 특정할 수 없으니 사회 공통 자산이라고 보아야 한다.

한편 빅데이터 인클로저는 플랫폼 자본주의를 운용하는 원리인 동시에 부단히 갱신되는 과정으로,데이터 공유부에 대해 공동 소유를 확립하고 개인 데이터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 조세형 빅데이터 기금, 공유지분권에 근거한 배당, 완전한 공유소유형 플랫폼의 수익 배당 모두 분배와 할당 방식을 바꿈으로써 자본주의를 벗어날 가능성을 제시한다.

국경을 넘어선 부의 공유

코로나19 팬데믹은 기후위기에서 비롯된 인수공통감염병으로 전세계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다시 한번 일깨웠다. 지난 22일 유엔개발계획(UNDP)은 전 세계 132개 개발도상국의 빈곤·취약계층 약 27억 명에게 일시적인 기본소득 지급을 제안하며 코로나19 사태 여파를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한시적 지원을 넘어서 공유부에 기초한 지구기본소득은 근대 자본주의 발전 과정에서 전지구적으로 발생한 착취와 수탈의 역사를 톺아보고 대안으로 모색하며 새로운 논의의 물꼬를 틀 수 있다. 오늘날 정치공동체의 사회구성원으로서 받는 기본소득 수급 자격으로 시민권/거주권이 여부가 문제시되고 있지만, 지구의 ‘공유부’는 국경처럼 마름질될 수 없기 때문이다.

타이드먼과 발렌타인(Tideman & Vallentyne, 2013)은 자연 자원의 가치에 대한 평등한 소유권에서 출발하여 자연 자원에 대한 지대를 거두어서 지구기본소득으로 분배하자고 주장한다. 판 파레이스와 반더보르흐트(Van Parijs & Vanderborght, 2017)는 인류 모두의 자연자원으로서 지구 대기의 자정능력은 인류 모두의 자원으로 심각하게 위협받는 상황에서 탄소배출권 경매수익을 지구기본소득으로 지급하자고 주장한다. 임경석(2011)은 모든 국가가 전체 국내총생산(GDP) 가운데 균일하게 일정한 비율을 글로벌 기본소득으로 연방적 세계공화국에 준하는 국제기구에 지불하고 펀드형식으로 기금을 관리ㆍ운영하는 방식을 제안하기도 했다. 현실적으로 지구기본소득은 이주자에게도 수급 자격을 부여함으로써 발달된 복지국가로 이주가 집중되는 ‘복지의 자석’ 현상을 막을 수 있다.

물론 국가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오늘날, 글로벌 기본소득이 국가와 하위 정치공동체와 상생적으로 작동하고, 특정 참여 국가에 일방적인 불이익을 요구하는 결과로 귀결되지 않으며, 지구기본소득의 경제적 〮정치적 실현 가능성을 모색하는 토론과 협상의 과정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기존 근대 국민국가와 전통적 복지국가의 틀 바깥에서 ‘공유부 지구기본소득’이 어떻게 가능할 것인지 고민하는 과정은 삶과 사회에 대한 상상력을 확장시킨다.

공유와 연대에 기초한 기본소득 공론화

필자는 2019년 기본소득신진연구자네트워크에서 <청년기본소득이라는 사회적 의미와 감각>에 대한 공동 연구를 진행하며 경기도 청년기본소득 수급자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한 청년은 노인 복지 정책에 회의적이었으나, 경기도 청년기본소득을 받고 복지 정책에 대한 공감도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데이터배당, 탄소배당, 또는 토지배당처럼 공유부에서 비롯됨을 명시하지 않았지만 국가로부터 아무 조건 없이 개인에게 주어진 현금을 자유롭게 사용함으로써 세대와 계급 넘나드는 사회에 대한 감각이 움튼 것이다. 긴급재난지원금 경험을 바탕으로 기본소득 공론장은 이전보다 다양한 이야기로 채워질 수 있을 것이다.

신광영(2012)에 따르면 한국 복지정치의 발전은 권위주의 국가 중심의 통치를 위한 1단계, 외환위기 이후 IMF와 같은 국외 행위자가 개입한 신자유주의적 개혁과 궤를 같이한 2단계에 이어, 2010년 무상급식 논쟁으로 시민사회의 복지정치에 대한 개입이 정식화되었다. 오늘날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국 가구에 지급된 긴급재난지원금은 아동과 노인, 중앙정부와 지자체를 넘어서 ‘현금복지’에 대한 경험을 공유하게 만들었다. 경제정책과 복지정책이라는 근대 국가의 관료주의 구분 틀을 전복하며 ‘공유부’에 대한 권리로서 기본소득을 공론장에서 이야기할 수 있는 적기이다.

참고문헌

권정임, 곽노완, 강남훈 (2020). 『분배정의와 기본소득』. 진인진.

금민 (2020). 『모두의 몫을 모두에게』. 동아시아.

신광영 (2012). “현대 한국의 복지정치와 복지담론” <경제와사회> 통권제95호, 39-66.

전강수 (2019). 『부동산 공화국 경제사』. 여문책.

전강수·강남훈 (2017). 기본소득과 국토보유세. <역사비평> 통권 제120호.

임경석 (2011). “글로벌 기본소득”. <시대와철학> 제22권4호.

기본소득신진연구자네트워크 (2019). “기본소득이라는 돈의 사회적 의미와 감각”. 2019 한국 기본소득 포럼 발표문.

Tideman and Vallentyne (2013). “Left-libertarianism and a Global Rent Payment.” In Widerquist, Noguera, anderborght and Wispelaere (eds.), Basic Income: An Anthology of Contemporary Research. John Wiley & Sons.

Van Parijs and Vnaderborght (2017). Basic Income: A Radical Proposal for a Free Society and a Sane Economy. Harvard University Pr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