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초, 갑자기 찾아온 코로나19 대유행과 그 재난대책인 재난기본소득(재난지원금)으로 인해 한국사회에서 기본소득에 대한 관심과 지지가 더욱 높아졌습니다. 그러자, 대표적인 기본소득 반대론자인 양재진, 이상이 교수 등이 2020년 5월부터 온라인매체 <프레시안>을 통해 기본소득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고 부당한 억측과 대립구도를 만들어내는 양상으로 이어졌습니다. 느닷없이 벌어진 기본소득 논쟁을 마주하며,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구성원들도 각자의 방식으로 발언했습니다.
여기에, <프레시안> 기본소득 논쟁에 참여한 우리의 발언들을 공유합니다. 아래의 글은 2020년 6월 30일, 유종성 회원의 연재기고 [기본소득 시대를 향해] 네 번째입니다.

기본소득이 전국민 고용보험과 같이 가는 방법
[기본소득 시대를 향해] ②-下 기본소득으로 복지 강화가 정답

유종성 가천대 리버럴아츠컬리지 교수

필자는 앞에서 대표적인 소득보장 사회보험인 고용보험과 공적연금이 이중 노동시장의 양극화를 보다 심화하며, 대표적인 공적부조인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빈곤층 가운데 극히 일부만 지원하고 있음을 밝혔다. 이러한 이중 사회보장의 문제가 기존 제도의 점진적 확대를 통한 사각지대의 해소로 해결될 것 같지는 않다.

지난 20년간 사회보험 가입자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왔음에도 별 성과가 없었는데, 같은 시도를 되풀이하기보다는 보편적 기본소득을 도입할 때다. 제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를 기다릴 필요도 없이, 이미 표준고용관계의 점진적 해체와 함께 증가하는 저소득 불안정 노동자들을 더는 고용관계에 기반한 전통적 사회보험으로 보호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기본소득을 중심으로 21세기 소득보장제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제 기본소득론자들은 단지 기본소득 도입을 주장하는 데 그치지 말고, 기본소득을 중심으로 기존의 소득보장제도를 전면적으로 재구조화하는 방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즉, 기본소득을 도입할 때 기존의 사회보험과 공적부조를 기본소득으로 전면 또는 부분 대체할 것인지, 부분 대체한다면 어떤 원칙을 가지고 어떻게 할 것인지, 그리고 부분 대체 후에 남는 부분은 기존 제도를 그대로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어떻게 개혁할 것인지 등의 문제를 검토해야 한다. 특히, 기본소득이 기존 사회보장제도의 약화를 가져올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에 답하는 것이 필요하다. 일각에서 우려하는 바대로 낮은 수준의 기본소득이 기존의 소득보장제도를 대체한다면, 빈곤층 가운데 일부는 더 열악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또, 기본소득에 막대한 재원을 사용하면 기존 사회보장의 사각지대 해소에 필요한 재원은 더욱 압박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에도 응답할 필요가 있다.

우선 한 가지 분명히 할 것은 기본소득 도입이 기존 사회보장제도 중에서 공공 서비스를 약화하거나 대체하지는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기본소득이 기존 복지를 대체한다손쳐도, 교육이나 의료서비스 등의 분야가 아니라 소득보장을 위한 현금급여에 국한할 것이다. 기본소득론자 중 가장 우파라고 할 수 있는 찰스 머레이(Charles Murray)조차도 미국의 기존 현금복지를 기본소득으로 전면 대체할 것을 주장하지만, 공교육과 의료서비스를 축소하자고 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의료보험과 관련해서는 기본소득의 일부로 모든 미국인의 의료보험료를 충당하여 전 국민 의료보험을 실현하자고 한다.

기본소득을 중심으로 한 소득보장제도의 전면적 개편은 너무나 크고 어려운 주제다. 다만, 이제부터 본격적인 연구와 논의가 필요하다고 보아 필자 나름대로 생각하는 바를 시험적으로 공유하고자 한다. 지면관계상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네 가지 급여 중 생계급여, 공적연금 중 가장 많은 국민을 포괄하는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그리고 고용보험(과 실업부조)을 어떻게 개편 또는 개혁할 것인가에 한정해서 검토하고자 한다.

기본소득과 국민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

기본소득은 소득과 자산에 대한 심사 없이 보편적, 무조건적으로 모든 개인에게 일정액이 지급되는 반면,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는 빈곤선 미만의 빈곤가구에게 부족한 소득을 보충해주는 보충급여 방식을 취한다. 아래 [그림 1]은 1인 가구의 생계급여(현재 1인 가구 중위소득의 30%에 해당하는 월 52만7000원에 미달하는 부족액 지급) 지급 후의 가처분소득과 기본소득 (1인당 국내총생산(GDP)의 10%에 해당하는 월 30만 원) 지급 및 10%의 소득세 납부 후의 가처분소득을 비교해 보여준다. 기초생활보장 예산은 고소득자에게 부과되는 세금으로 마련된다고 보아 이 그림에서 월 150만 원 소득자까지는 소득세 부담이 전혀 없는 것으로 간주했고, 기본소득의 경우 재원 마련을 위해 모든 시장소득에 10%의 정률 소득세를 부과하는 것으로 하였다(150만 원 시장소득자의 경우 가처분소득=150*0.9+30=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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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x 축은 시장소득, y 축은 가처분소득을 나타냄.
* 기초생계급여액은 AB선과 OB선 간의 차액. 1인 가구 기준으로 월52만7000원. 엄밀하게는 OB선이 시장소득이 아니라 ‘소득인정액’이지만, 편의상 시장소득으로 함.
* 기본소득은 월 30만 원, 시장소득에 10%의 소득세를 부과. 가처분소득은 y=30+0.9x
ⓒ유종성

이 그림에는 나타나지 않지만, 월 300만 원 소득자는 기본소득 30만 원을 받고 자신 시장소득의 10%를 세금으로 내고 나면 가처분소득이 300만 원으로 된다(300*0.9+30=300). 월 300만 원보다 더 큰 소득을 누리는 고소득자일수록 기본소득보다 더 큰 금액의 세금을 내어 순부담 계층이 된다(가구단위로는 부양가족 1인이면 월 600만 원까지, 부양가족 2인이면 월 900만 원까지 순혜택).

이 경우 월 300만 원 이하의 소득자는 기본소득 도입으로 이득을 보게 되지만, 만일 기초생활보장제도를 폐지한다면 월 25만2000원 이하의 소득자는 손해를 보게 된다. 기본소득이 빈곤선보다 높게 충분한 수준이라면 기존 소득보장제도를 전면 대체해도 빈곤층 중에 손해 보는 사람이 없겠지만, 낮은 수준의 기본소득으로 기존 현금복지를 완전히 대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일부 기본소득 반대론자들이 기본소득이 빈곤을 심화할 수 있다고 비판하는 논거다.

그러나 이 문제는 쉽게 해결할 수 있다. 기초생활보장제도를 그대로 유지하면 된다. 기본소득을 소득인정액에 포함하면, 시장소득이 월25만2000원 이상인 1인가구는 기초생활 생계급여에서 졸업하게 되고(25.2*0.9+30=52.7), 그 이하인 경우에는 부족분을 생계급여로 지급받지만 기본소득이 없을 때보다 30만 원 적은 금액을 지급받아도 된다. 이 경우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 예산은 [그림1]에서 기존의 OAB 큰 삼각형 면적으로부터 CAD 작은 삼각형 면적으로 줄어들게 된다.

이 원리는 다른 모든 소득보장제도에 적용할 수 있다. 즉, 낮은 수준의 기본소득 도입 시 기존소득보장제도 중 기본소득보다 낮은 급여 프로그램은 완전 대체할 수 있지만, 기본소득보다 높은 급여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기본소득 금액 아랫부분만 대체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기본소득 도입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빈곤계층은 생기지 않는다.

그러나 이처럼 기본소득으로 기존 생계급여를 부분 대체하는 것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 “줬다 빼앗는 기초연금”처럼 “줬다 빼앗는 기본소득”이란 비판이 나올 수 있다. 기존에 기초생활보장의 사각지대에 있던 빈곤층의 80%에게 30만 원의 기본소득이라도 지급하는 것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들이 기본소득으로 아무런 혜택도 못 받는 문제보다 더 중요하다는 점에서 이러한 불만은 사소한 것으로 간주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생계급여 수준이 매우 낮아 중위소득의 30%에 불과한데, 기본소득 도입과 함께 생계급여의 기준을 중위소득의 35%나 40%로 높이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아니면 기본소득 전액을 소득인정액에 포함하지 말고, 가령 30만 원 중 20만 원만 소득인정액에 포함시켜 기존 생계급여 수급자들이 10만 원의 수급액 증가를 누릴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기초생활보장은 부자에게서 세금을 걷어 가난한 사람을 도와주는 개념이고, 기본소득은 모두가 능력에 따라 일정 비율의 소득을 함께 나누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기초생활보장제도 하에서는 “진짜 가난한 사람”을 선별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의심과 낙인효과가 생기고, 도움을 받는 사람은 자신이 진짜 도움을 받아야만 하는 불쌍한 사람임을 끊임없이 증명해야 한다(박정훈, 2020). 근로소득에 30% 소득공제를 해주긴 하지만, 일을 해서 소득이 증가하는 반면 근로소득의 70%만큼 급여액이 삭감되므로 일할 유인이 없다. 이들에게 보다 두려운 것은 빈곤선 기준을 조금 초과해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에서 졸업하는 것이다. 한 번 생계급여를 졸업하면 이후 소득이 다시 감소해도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해, 진짜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 되었음을 증명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비슷한 빈곤층 가운데 기초생활보장에서 탈락했거나 제외된 사람들과 바로 위의 차상위계층들은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다.

반면, 기본소득은 납세의 의무를 전제로 하여 공동체의 성원 모두가 누리는 기본권이기 때문에 이런 문제들이 없다. 기본소득 지급액이 깎일까봐 노심초사할 필요가 없고, 일해서 추가 소득을 올리면 10%의 소득세만 떳떳하게 내면 되니 근로유인이 떨어지지도 않으며, 자존감에 손상이 가지도 않는다. 또한 노동시장에서 교섭력도 강화된다. 무엇보다도 송파 세모녀 사건과 같은 비극이 재발하지 않게 된다. 이상적으로는 기본소득의 수준이 높아져서 기초생활보장을 완전 대체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위와 같이 월 30만 원으로도 기초생활 수급자의 숫자가 많이 줄어들고 수급액도 줄어들어 기초생활보장 의존도가 전반적으로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노인기본소득과 국민연금의 개편방향

국민연금은 그동안 두 차례의 개혁을 거쳐 소득대체율이 70%에서 60%로, 다시 40%로 낮춰졌다. 최근 정부는 현행유지를 포함한 네 가지 안을 제시한 바 있으나 이후 논의가 실종된 상황이다. 일반적으로 거론되는 문제는 낮은 소득대체율에도 불구하고 고령화 추세로 인해 국민연금의 재정적 지속가능성이 위협을 받고 후세대에게 큰 부담을 지울 수 있어 보험료 인상 등 개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의 재정적 지속가능성 문제는 보험료 인상만으로 해결하기보다는, 기대수명의 연장에 따라 은퇴연령과 연금수급연령을 동시에 점차 조정해나가는 방법을 취해 해결해야 한다. 이러한 조정이 쉽지는 않겠지만, 결국은 이루어질 것이라고 본다.

국민연금의 재정적 지속가능성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노인소득 불평등을 심화한다는 것이다. 현재 노인들의 공적연금(국민연금과 공무원, 사학, 군인, 우체국연금 등 직역연금) 평균 수급액은 2인 이상 가구 중 저소득층(소득하위 20%)의 경우 고소득층(상위 20%) 노인의 12분의 1에 불과하다. 독거노인인 경우 격차가 더 크다. 저소득 독거노인의 공적연금 수급액이 고소득 독거노인의 40분의 1에 불과하다. 공적연금이 노인소득 불평등을 심화하고 노인빈곤 해소에 별 역할을 못 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가 현행 제도의 유지는 물론 세 가지 개혁안 중 어느 것을 취해도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미봉적 개혁이 아닌 근본적 개혁이 요구된다.

국민연금의 소득재분배 기능은 저소득 불안정노동자들이 국민연금 가입기간을 40년 거의 다 채울 경우 높게 나타날 것이지만, 현실은 전혀 다르다. 아래 [표 1]이 보여주는 바와 같이 현재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이 40년 가입기간을 다 채울 때 평균소득자에게는 40%, 저소득자에게는 100%, 고소득자에게는 30% 이하가 되어 보험기능과 함께 소득재분배 기능이 크게 설계되어 있다(486만 원이 상한소득, 따라서 그 위의 고소득층은 소득대체율이 30% 미만으로 떨어진다). 그러나 다수의 저소득 불안정 취업자들은 미래소득을 위해 현재소득을 희생할 여유가 없다 보니 국민연금 가입기간을 10년도 못 채워 연금 대신 일시금 수령에 그치거나 겨우 10여년을 채워 용돈연금밖에 못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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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종성

노후소득보장제도 개혁의 핵심에 기초연금의 보편화 및 금액 인상을 통한 노인기본소득 도입이 자리해야 한다. 개혁의 기본방향은 국민연금에서 소득재분배 기능을 담당하는 A값(국민연금 가입자 전체의 최근 3년간 평균소득월액, 현재 약 245만 원)을 떼어내어 노인기본소득에 포함하고, 국민연금은 소득비례형으로 재구조화하는 것이다. 현행 제도는 40년 가입 시 자신의 평균소득(B값)과 A값에 각각 20%의 소득대체율을 적용하여 저소득자를 우대하지만 많은 저소득자가 짧은 가입기간으로 인해 이러한 혜택을 받지 못하므로, 국민연금 가입기간에 관계없이 모든 노인이 A값의 20%(현재 49만 원)를 다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국민연금은 소득재분배 기능 없이 순수 소득비례(즉, 기여비례) 연금으로 바꾸어도 된다. 가입자들이 자신들의 기여금에 비례하여 노령연금을 수급 받게 되면, 보험료율과 수급액, 수급연령 등을 둘러싼 논의도 쉬워질 것이다.

아래 [표 2]는 A값(계산상 편의를 위해 250만 원으로 함)의 20%(50만 원)와 기초연금(2021년부터 월 30만 원=A값의 12%, 부부동시수급 시 20% 감액하여 각 24만 원, 국민연금 수급액에 따라 감액)을 노인기본소득으로 통합하여 소득과 자산에 관계없이 모든 노인에게 A값의 30%(75만 원)를 동일하게 지급하고, 국민연금은 B값의 20%를 완전 소득(기여)비례로 지급하는 방안과 노인기본소득의 수준을 A값의 24%(60만 원)로 하되, 소득비례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30%로 높이는 경우에 소득수준별로 국민연금 가입기간 10년과 40년의 경우에 수급할 노인기본소득+국민연금(노령연금) 수급액을 보여준다. A값의 20%는 국민연금 40년 가입을 기준으로 한 것이고, 기초연금도 A값의 12%는 최대 금액이므로 둘을 합해 모든 노인에게 A값의 30%를 지급하려면 재정적 부담이 클 것이나 A값의 24% 수준은 그렇게 큰 부담을 주지는 않을 것이다. 또한, 소득비례의 국민연금에 대한 재정지원은 행정비용에 그치거나 최소화하는 것을 전제로 하여 소득상한액을 높여 평균소득월액 800만 원까지 소득비례로 연금을 수급할 수 있는 것으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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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개혁안의 결과는 현행 유지방안(명목대체율 국민연금 40%+기초연금 12%=52%, 실질대체율=34.7%, 실질급여액 86.7만 원)은 물론 기초연금 강화방안(명목대체율 국민연금 40%+기초연금 15%=55%, 실질대체율=40.7%, 실질급여액 101.7만 원), 노후소득보장 강화방안①(명목대체율 국민연금 45%+기초연금 12%=57%, 실질대체율=36.8%, 실질급여액 91.9만 원), 노후소득보장 강화방안②(명목대체율 국민연금 50%+기초연금 12%=62%, 실질대체율=38.8%, 실질급여액 97.1만 원)에 비해 모든 소득계층에게 더 유리한 결과를 가져다 준다(실질급여액과 실질대체율은 평균소득자(250만 원)가 해당 소득대체율에서 25년 가입했을 경우 국민연금급여와 기초연금급여액을 계산한 수치). 정부의 네 가지 대안 중 기초연금 강화방안이 노후소득보장 강화방안보다 명목 소득대체율은 낮지만 실질대체율은 더 높은 것을 보아도 기초보장을 두텁게 하는 것이 보다 나은 방향임을 알 수 있다. 노인기본소득을 중심으로 한 필자의 개혁안은 기초보장을 강화하고, 그 위에 재분배기능 없는 순수 소득비례 연금을 덧붙임으로써 저소득자와 고소득자의 노후소득보장 욕구를 동시에 충족시키는 것이다.

끝으로 국민연금을 순수 소득비례, 또는 기여비례로 하면 보험료율과 연금수급액 및 수급연령 등의 조정을 둘러싼 이해관계 조정이 쉬워질뿐 아니라, 일정한 기여를 소득에서 원천징수하여 사각지대를 완전 해소하고 기여기간도 소득이 있는 기간 전체로 만드는 방안을 보다 쉽게 도입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가 기본소득의 재원마련 방안으로 소개한 바 있는 사에즈와 주크먼(Saez & Zucman)의 국민소득세(national income tax)를 활용하는 방안이다. 노동소득에 원천징수함은 물론, 기업이윤을 포함한 자본소득에까지 과세하여 이 중 일부분은 기본소득 재원으로, 일부분은 소득비례 연금의 재원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또한 국민연금을 현재의 확정급여형에서 스웨덴과 노르웨이가 채택하고 있는 명목확정기여형으로 바꾸어 추가적 기여의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재정적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전 국민 기본소득과 모든 취업자의 고용보험 또는 소득보험

전 국민 고용보험이 먼저냐 기본소득이 먼저냐 라는 잘못 프레임된 논쟁이 던져졌다. 결론부터 말하면 전 국민 기본소득 도입 없이 전 국민 고용보험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기본소득은 전 국민 고용보험의 실질적인 도입을 보다 쉽게 할 것이다. 고용관계의 특정이 어려운 경우가 점점 더 증가함을 고려하여 고용보험을 소득보험으로 개편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보편적인 고용보험을 이루는 길이 될 것이다. 그러나 소득보험만으로는 저소득 불안정노동자의 소득 안정을 기할 수 없으므로 기본소득도 필요하다. 즉, 기본소득으로 일정한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하고, 소득비례의 소득보험을 그 위에 얹자는 것이다. 이 경우 기본소득의 수준이 올라갈수록 소득보험의 부담은 줄어들 것이다.

전 국민 고용보험은 모든 취업자의 고용보험을 뜻하는 것으로 이해하지만, 취업자와 비경제활동인구를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비경제활동인구 중 구직포기자나 소극적 구직자, 취업과 비경제활동을 반복하는 사람, 경력단절 여성, 취업준비생 등도 사실상의 실업자 또는 준실업자로 볼 수 있으며, 이들을 배제한 취업자 고용보험은 사실상의 사각지대를 양산한다. 또한, 취업자 중에서도 임시일용직과 영세 자영업자 등 저소득 취업자가 너무 많다. 따라서 현재의 고용보험(실업급여 기간 4월 내지 9월, 급여액 165만 원 내지 198만 원)을 확대하여 모든 취업자를 포괄하는 것이 불가능함은 전 국민 고용보험 주창자들도 인정하고 있다.

장지연.홍민기(2020)는 고용주를 특정하기 어려운 노동자와 자영업자를 포함해 모든 취업자를 포괄하는 ‘소득중심 고용보험’을 제안하고 있다. 상당히 획기적인 좋은 제안이다. 먼저 이들은 고용관계 특정이 어려운 경우가 많아 고용주의 보험료 분담을 요구하기 어려운 점, 그리고 고용에 대해 보험료를 요구하는 것이 고용을 줄이는 유인으로 작용하는 점 등을 고려하여 고용보험료를 조세방식으로 전환하되, 사업주에게는 임금이 아니라 이윤에 과세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즉, 근로자의 보험료는 지금처럼 원천징수 방식을 유지하되, 사업주의 경우 이윤에 비례하여 법인세와 사업소득세로 기여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고용을 많이 창출하지만 이윤이 적은 중소기업은 부담이 줄고, 고용은 적게 하고 이윤은 많이 내는 대기업은 부담이 커져 고용회피 유인을 없앨 뿐 아니라 부담의 형평성도 개선될 것이다. 이는 사회보장 재원마련을 위해 모든 노동소득과 자본소득(기업이윤 포함)에 정률로 과세하자는 사에즈와 주크먼의 국민소득세와 일맥상통하는 제안으로서, 노동소득에만 과세하는 유럽 여러 나라의 사회보장세보다 우월한 방안이다.

다음으로 실업과 취업 구분이 점점 더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실업급여의 요건과 지급기간 및 지급률을 정하는 문제가 있다. 장지연.홍민기(2020)는 두 가지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첫째는 고용보험 대상을 일정 소득자 이상으로 제한하고, 그 이하 소득자는 실업부조로 보호하는 방안이다. 가령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을 합산한 2년 간 총소득 1500만 원 또는 2000만 원을 기준으로 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2년에 2000만 원 기준을 적용해도 월평균 소득(83.3만 원)이 실업급여 최저액(월 165만 원)보다 훨씬 낮다. 실업급여 최저액보다 낮은 소득을 올리는 수많은 저소득 불안정 취업자들이 주기적으로 실업급여를 받고자 하면 제도의 안정적 운영이 어려울 수 있다. 지금은 저소득 불안정 취업자는 거의 고용보험에서 배제되어 있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크게 드러나지 않지만, 고용보험이 이들을 포괄할수록 문제가 노정될 수 있다.

최소소득 요건에 미달하여 고용보험에서 배제되는 저소득자는 물론, 실업급여 수급기간이 끝날 때까지 재취업에 성공하지 못한 장기실업자 등에게도 실업부조를 지급해야 하는데, 저소득 취업자가 많은 한국의 현실에서 노동시장에 미칠 충격이 우려된다. 가령 고용보험의 실업급여에서 제외되거나 기간이 지난 모든 실업자에게 월50만 원의 실업부조를 지급한다면 수많은 저소득 일용근로자와 자영자, 플랫폼 노동자는 물론 구직 단념자, 취업준비생까지도 구직자, 즉 실업자로 등록할 유인을 가지게 된다. 그렇다고 현재 정부가 도입하기로 한 한국형 실업부조처럼 중위소득 60% 이하의 실업자에게만 구직활동을 조건으로 월 50만 원을 6개월까지만 지급하는 것으로는 해결책이 안 된다. 6개월 동안에 취업을 못한 실업자들은 그냥 방치할 것인가?

필자는 까다로운 조건으로 제한된 인원에게만 단기간의 실업부조(월 50만 원*6월=300만 원)를 지급하는 현안보다는, 모든 근로연령층 인구에게 연 300만 원(월 25만 원)을 기본소득으로 지급하는 게 낫다고 본다. 이렇게 하면 연 300만 원 이하 통합소득자 163만 명, 일용근로소득자 225만 명을 포함한 380여만 명이 하던 일을 멈추고 실업부조를 받겠다고 하거나, 취업준비생이나 경력단절 여성 등이 우리도 구직활동을 할 테니 실업부조를 달라고 할 일도 없다. 기본소득을 받으면서도 계속 일해서 수입이 생기면 10%의 소득세만 내면 되니까 굳이 하던 일을 멈출 필요가 없다.

핀란드가 실업부조(기초실업급여) 수급자들을 대상으로 기본소득 실험을 한 이유가 여기 있다. 핀란드는 실업보험 미가입자와 실업보험에 의한 실업급여 기간이 종료된 장기실업자에게는 월 75만 원의 실업부조를 무기한 지급한다. 구직활동을 조건으로 하지만 형식적인 보고에 그치고 실업부조에 안주하는 장기실업자가 많다. 핀란드 정부 내에 이들에게 구직활동 보고 및 감시를 강화하고 위반 시 급여삭감 등 제재를 강화하자는 의견과 실업부조와 동일한 금액을 기본소득으로 주어 취업회피 유인을 없애자는 의견이 있었다. 이러한 배경에서 기본소득 실험이 2년간 실시되었고, 실험 2년차에는 고용활성화 정책이란 이름으로 실업부조 수급자들에게 감시와 제재를 강화하는 정책이 실시되었다. 2년간의 한시적 기본소득이 영구적 기본소득처럼 효과를 낼 수 없는 근본적 한계가 있음에도, 실험 2년차에 기본소득 수급자들이 채찍질이 강화된 실업부조 수급자들보다 주관적 행복도와 삶의 질에서는 물론, 고용 측면에서도 유의미한 효과를 얻었음이 드러났다. 고용증진이 기본소득의 주된 목표는 아니지만, 실업부조를 주면서 채찍질을 가하는 것보다는 기본소득이 고용증진에 더 효과가 있었다는 것은 주목할 대목이다.

장지연.홍민기(2020)의 두 번째 안은 포인트 적립제도인데, 사실상 소득보험이라고 할 수 있다. 개인 총소득을 누적하여 특정한 기준 금액을 넘으면 (예를 들어 5년 동안 1500만 원) 실업급여 수급자격을 부여하고, 실업급여 지급기간과 지급액을 누적 포인트와 연계하는 방안이다. 실업급여를 수급하면 포인트를 차감한다. 실업급여액의 산정은 실업 전 평균소득액과 실업 혹은 준실업상태를 확인하기 위한 현재소득액의 두 가지를 가지고 한다. 이렇게 하면 완전실업만이 아니라 부분 실업으로 인한 소득감소까지 보전해줄 수 있으며, 별도의 실업부조가 필요하지 않게 된다. 더구나, 소득과 실업급여액을 연계함으로써 자영업자들이 소득을 축소 신고할 유인을 없앨 수 있다.

이 방안은 저소득 불안정 취업자를 포함한 모든 소득자를 포괄할 수 있고, 이들에게 실업부조를 받기 위해 실업자가 되도록 하는 유인이 없는 등 장점이 있는 반면, 장기간 불안정한 취업으로 저소득을 오래 지속하는 사람은 실업급여(또는 소득보험 급여)를 받아도 아주 작은 금액밖에 받을 수 없게 된다. 기본소득을 도입하면 이러한 저소득 문제가 완화될 것이다. 기본소득 수준이 너무 높으면 근로유인이 저하될 수 있겠지만, 월 25만 원 내지 30만 원 수준의 기본소득과 함께 소득비례의 전 국민 소득보험(포인트 적립방식의 고용보험)을 도입하면 기초소득 보장과 함께 실업, 질병(상병수당), 출산(산전산후휴가 및 육아휴직급여) 등으로 인한 소득감소를 보전하는 보험기능까지 완비할 수 있을 것이다.

전 국민 기본소득과 소득보험으로 21세기 새로운 소득보장제도의 선도국가로

이상의 제안을 종합하면 전 국민 기본소득으로 GDP의 일정비율(가령 10%에서 시작해서 사회적 합의에 따라 증액)을 똑같이 나누고, 그 위에 기존의 고용보험과 공적연금을 전 국민 소득보험으로 대체하자는 것이다. 노동소득과 자본소득을 포함한 모든 소득원천에 정률 과세하여 사각지대 없이 모든 국민을 완전 포괄하며 소득, 즉 기여에 비례하여 실업, 질병, 은퇴 등의 사회적 위험에 일정한 소득보장을 제공하는 방안이다. 소득재분배 기능과 보험기능이 복잡하게 결합된 기존의 사회보험에서 소득재분배 기능은 분리해내어 순수 소득비례의 소득보험으로 재구조화하는 대신, 소득재분배(또는 ‘선분배’라고 하는 게 더 타당) 기능은 기본소득으로 집중시키는 것이다. 다만, 근로연령층에 소득보험과 노인 소득보험을 필요에 맞게 설계하면 된다. 근로연령층과 노인 간의 경계도 점점 모호해지므로 기존의 실업보험과 공적연금처럼 경직되게 설계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기본소득 만으로 빈곤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공적부조를 유지하되, 점차 기본소득 수준을 높여감에 따라 사회 전체적으로나 빈곤층 개개인으로서나 공적부조 의존도를 줄여나가자는 것이다. 기본소득은 개인단위로 지급하되, 공적부조는 가구단위 지급을 계속 유지하는 것도 보완적으로 기능하는 점이 있을 것이라고 본다. 또한, 기초생활보장 급여 외에 근로장려금도 그 필요성과 효과가 부정되는 증거가 확인되기 전까지는 존치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한다.

참고문헌
박정훈. 2020. ‘진짜 불쌍한 사람’만 지원하자는 사람들에게: 전국민고용보험 vs. 기본소득 논쟁은 허구다. 오마이뉴스 (6월 23일).
장지연.홍민기. 2000. 전국민 고용안전망을 위한 취업자 고용보험. 한국노동연구원, 월간 노동리뷰(6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