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초, 갑자기 찾아온 코로나19 대유행과 그 재난대책인 재난기본소득(재난지원금)으로 인해 한국사회에서 기본소득에 대한 관심과 지지가 더욱 높아졌습니다. 그러자, 대표적인 기본소득 반대론자인 양재진, 이상이 교수 등이 2020년 5월부터 온라인매체 <프레시안>을 통해 기본소득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고 부당한 억측과 대립구도를 만들어내는 양상으로 이어졌습니다. 느닷없이 벌어진 기본소득 논쟁을 마주하며,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구성원들도 각자의 방식으로 발언했습니다.
여기에, <프레시안> 기본소득 논쟁에 참여한 우리의 발언들을 공유합니다. 아래의 글은 2020년 6월 24일, 유종성 회원의 연재기고 [기본소득 시대를 향해] 세 번째입니다.

기본소득은 복지국가의 적이 아니라 구원투수
[기본소득 시대를 향해] ②-上 기존 사회보장제도 확대가 우선인가?

유종성 가천대 사회정책대학원 교수

(2) 복지 원리와 현실의 괴리: 이중 노동시장의 불평등을 강화하는 이중 사회보장

최근 기본소득에 대한 반대론이 일부 사회복지 전공 학자들로부터 제기되고 있다. 기본소득 도입을 위해 필요한 막대한 재원을 기존 사회보장제도의 보완, 강화에 사용하는 것이 불평등과 빈곤 완화에 더 효과적이라는 반론이다. 한정된 복지재정을 생각할 때 전 국민에게 소액의 기본소득을 똑같이 나눠주는 것보다, 취약계층과 실업, 질병, 은퇴 등의 사회적 위험에 빠진 소수의 인원만 후하게 도와주는 게 낫다는 것이다. 모두에게 정액을 지급하는 기본소득은 소득재분배 효과가 없지만, 경제사회적 약자를 주 대상으로 하는 기존 사회보장 급여는 소득재분배 효과가 크다는 게 사회보장제도 강화론자의 주장한다. 나아가서 “기본소득과 복지국가 원리가 상충한다”든지 “전국민 기본소득보다 전국민 고용보험이 더 정의롭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러한 주장은 현실과 크게 괴리되어 있다. 실상 기존 사회보장 급여는 경제사회적 약자보다 강자에게 더 후하게 주어지고 있다. 또 취약계층과 위험에 빠진 이들의 숫자는 결코 소수가 아니며, 이들을 선별하기가 쉽지 않다. 이중 노동시장에서 대기업 정규직은 고용안정성과 높은 임금을 누리지만, 중소기업 비정규직을 비롯한 하층 노동계급과 영세 자영업자는 불안정 고용과 낮은 소득으로 어렵게 생활한다. 사회보장제도가 이중 노동시장의 승자보다는 패자를 더 잘 보호해주어야 하지만, 실제로는 정반대다. 특히 소득보장제도의 중추인 고용보험과 공적연금에서 다수의 약자들은 배제되어 있거나 미약한 보호만을 받고 있어 사회보장제도가 노동시장의 양극화를 오히려 증폭하고 있다.

기본소득 반대론자들은 정액지급(기본소득)이 소득재분배 효과를 낸다는 것을 심지어 부정하기도 하지만, 정작 현재의 사회보장 급여가 저소득층보다 고소득층에게 더 많이 주어지는 사실은 모르는 것 같다. 통계청이 매년 분기별로 4회씩 실시하는 가계동향조사를 보면, 작년까지는 소득 하위 20%가 소득 상위 20%보다 공적이전소득(정부로부터의 현금 급여)을 조금 더 많이 받았는데, 올 1분기에는 상위 20%가 하위 20%보다 더 큰 금액의 공적이전소득을 얻었다. 소득 1분위의 가구당 월평균 공적이전소득은 전년 동기보다 10% 증가한 51.1만 원이었던 반면, 소득 5분위의 공적이전소득은 36% 증가한 월 51.8만 원이었다.

물론 그럼에도 소득재분배 효과는 있다. 근로소득, 사업소득, 재산소득을 합한 시장소득은 1분위가 가구당 월평균 78.6만 원이고, 5분위가 976.8만 원이다. 1분위 가구가 받은 51.1만 원의 복지급여는 5분위가 받은 51.8만 원보다 절대금액은 작지만, 상대적으로는 훨씬 큰 소득 향상 효과가 있다. 하지만 제도의 취지와 달리, 고소득자가 더 큰 공적이전소득을 가져간다는 사실은 변함 없다.

노인소득 불평등 심화시키는 공적연금

이처럼 5분위의 공적이전소득이 증가한 가장 큰 이유는 공적연금이다. 아직 올 1분기 가계동향조사 원자료를 분석할 시간 여유가 없어서 지난 2018년 4분기 가계동향조사 원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아래 [표 2-1]로 정리했다. 이 표를 보면 공적연금은 저소득 노인들의 노후소득 보장에 거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으며, 오히려 노인 간의 소득불평등을 확대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2인 이상 가구의 공적연금 월평균 수급액은 1분위는 16.2만 원, 5분위는 24.1만 원으로 고소득 가구가 더 크다. 노인 1인당 수급액을 보면 그 차이가 더 커진다. 1분위는 노인 1인당 월 19.2만 원, 5분위는 월 235.1만 원으로 고소득 가구 노인이 저소득 가구 노인에 비해 평균 12.3배에 달하는 공적연금을 수급하였다. 1인 가구 중 독거노인에 대한 공적연금 지급액이 1분위는 평균 5.2만 원, 5분위는 평균 209.2만 원으로 5분위 배율이 40.3에 달해 공적연금이 노인 소득불평등 확대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독거노인의 경우 4, 5분위에 속한 소수(독거노인의 대다수는 1~3분위에 몰려 있음)를 빼고는 공적연금 월 평균 수급액이 5.2만 원(1분위)에서 23.6만 원(3분위) 사이에 불과해 빈곤해소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저소득층 노인은 국민연금 수급에서 제외되거나 소액을 수령하는 반면, 고소득층 노인은 공무원연금이나 사학연금 같은 직역연금을 수령하거나, 상대적으로 큰 금액의 국민연금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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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종성

반면 기초연금은 노인의 소득불평등과 빈곤을 다소나마 완화하는 기능을 하고 있다. 특히 1분위 노인단독가구의 기초연금 수급액(21.4만 원)은 처분가능소득의 87%에 달하며, 2분위도 기초연금 수급액(22.6만 원)이 공적연금 수급액(11.9만 원)보다 더 크고 처분가능소득의 37%에 달해 노인빈곤 완화에 약간의 역할을 하고 있다.

다만, 기초연금의 금액이 작아 노인빈곤 해소를 위해서는 부족하다. 또한, 기초연금은 소득하위 70% 노인에게 지급하는 것으로 돼 있으나, 2인이상 가구에 속한 노인의 경우 1인당 월평균 수급액이 소득 1분위(19.6만 원)를 제외하고는 소득 2분위(15.5만 원)부터 5분위(17만 원)에 이르기까지 거의 차이가 없고 오히려 고소득층 노인이 조금 더 받는 것으로 나타나 소득 수준에 따른 선별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보여준다. 이럴 바에야 기초연금을 모든 노인에게 지급하고, 공적연금처럼 과세소득에 포함시켜 고소득 노인들로부터 누진적 세금으로 일부를 환수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보다 심각한 문제는 국민연금이 성숙함에 따라 양극화가 줄어들기는커녕 점차 더 확대, 강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아이러니컬한 것은 국민연금을 설계할 때 보험적 성격 외에 재분배효과를 많이 넣었음에도 이 같은 결과가 나타난다는 점이다. 국민연금 지급액 산식에는 기여에 비례하는 부분과 함께 전체 가입자의 평균소득액(이른바 A값)에 따라 균등하게 지급하는 부분을 합하도록 했다. 그리하여 국민연금의 소득수준별 소득대체율(2018년 가입 기준, 40년 가입시)은 50만 원 소득자는 100%, 100만 원 소득자는 65%, 평균소득자(227만 원)는 40%, 300만 원 소득자는 35%, 상한소득자(468만 원)는 30%로 저소득자일수록 더 큰 혜택을 받도록 되어 있다. 다만 이는 40년간 연금보험료를 불입할 때의 소득대체율로, 보험료 불입기간이 짧을 수록 혜택이 줄어든다.

아래 [표 2-2]는 국민연금의 소득별, 가입기간별 순혜택을 보여준다. 40년 가입시(연금보험료 납부시) 순혜택은 100만 원 소득자(1억3942만 원)와 468만 원 소득자(1억8594만 원) 사이에 큰 차이가 없다. 그런데, 대체로 안정된 직업을 가진 고소득자들과 달리 저소득자의 다수는 국민연금에 가입을 못 하거나 불입 기간이 짧아서 제대로 혜택을 못 받는다. 이승윤 외(2019)가 한국노동패널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중 노동시장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격차는 물론 국민연금 가입 기간의 격차가 매우 크게 나타났다. 지난 15년간(2002~2016년) 정규직의 국민연금가입기간 평균은 14.5년이었는데, 비정규직의 평균 가입기간은 4.2년에 불과했다. 이로 인해 정규직과 비정규직 출신 은퇴자들의 국민연금 수령액에 큰 차이가 발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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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건호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국민연금제도의 근본적 개혁 없이 이러한 양극화 문제는 해결할 수 없다. 이승윤 외(2017)는 현재 정부가 제시한 공적연금의 네 가지 개혁안들이 2020년부터 시행될 경우 분절된 노동시장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격차를 얼마나 완화 또는 심화할 지를 두고 40여년 후인 2063년의 결과를 시뮬레이션 분석하였다. 분석 결과, 모든 연금개혁 대안들에서 비정규직의 연금급여 수준은 정규직의 20~30% 수준에 불과해 현재 두 집단의 노동시장 임금격차보다 연금급여의 격차가 더욱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현 제도의 근본적인 개혁 없이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 인상이나 기초연금 급여의 소폭 인상으로는 연금제도의 이중화가 고착됨을 보여준다.

다만, 시뮬레이션 결과 소득대체율 인상보다는 기초연금 인상이 더 큰 비정규직 소득인상 효과를 나타났는데, 이는 기초연금의 대폭 인상 또는 노인기본소득제 도입이 고려되어야 할 필요성을 시사한다. 이는 최영준(2014)이 국제적인 비교를 통해 소득대체율이나 공적연금 지출규모가 노인빈곤과 별 상관관계가 없으며, 낮은 빈곤율을 기록한 국가들은 상대적으로 보편적이고 두터운 기초보장을 가지고 있음을 발견한 것과도 부합한다.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 인상에 집착하기보다는 사각지대 해소에 힘쓰고, 기초연금 지급대상의 보편화(노인 기본소득으로) 및 금액의 대폭 인상이 바람직한 방향임을 시사한다.

이중 노동시장의 양극화를 더욱 심화하는 고용보험

근로연령층의 소득보장을 위한 사회보험인 고용보험도 심각한 이중화의 문제를 안고 있다. 최근 행정데이터를 연계, 분석한 성재민(2000)의 “근로연령층의 사회보장정책 현황 및 효과”를 보면, 저소득 취업자일수록 고용보험 가입률이 낮음을 극명하게 알 수 있다. 소득수준별(2017년, 근로, 일용근로, 사업소득 있는 가구 대상) 고용보험 가입률이 소득 1분위는 6.0%, 2분위는 12.1%, 3분위는 23.8%, 4분위는 40.4%로 5분위 62.4%, 6분위 73.1%, 7분위 76.7%, 8분위 76.4%에 비해 낮게 나온다.

저소득층일수록 불안정 고용일 가능성이 큰 만큼 이들이야말로 고용보험을 가장 필요로 하는데, 정작 이들은 고용보험의 사각지대에 있다. 반면에 상대적으로 고용안정과 중간 이상의 소득을 누리는 이들이 고용보험의 주된 보호대상이다. 소득수준별 실업급여 수급률을 보면, 가장 실업이 많을 것으로 추정되는 저소득 가구의 실업급여 수급률이 가장 낮다. 소득 1~2분위의 실업급여 수급률은 1.2%, 3분위는 3.3%밖에 안 되어 6.4%~9.2%에 달하는 4분위~8분위의 실업급여 수급률에 비해 매우 낮다.

고용보험은 실업자에게 실업(구직)급여를 제공할 뿐 아니라 육아휴직 급여와 출산전후 휴가급여 등 모성보호 급여도 제공한다. 소득계층별 모성보호 수급자 비율을 보면 소득수준이 올라갈수록 수급률도 올라가는 경향이 더욱 뚜렷하다. 전체 평균 수급률은 1.02%인데, 소득 1~2분위는 0.13%, 3분위는 0.39%, 4분위는 0.66%, 5분위는 0.95%로 평균보다 낮은 수급률을 보이는 반면, 소득 6분위 1.20%, 7분위 1.60%, 8분위 1.70%까지 꾸준히 증가한다. 다만 9분위 1.53%, 10분위 1.27%의 모성보호 수급자 비율은 약간 낮아진다.

물론 근로빈곤층을 대상으로 지원하는 근로장려금과 같은 공적부조도 있다. 그러나, 근로장려금마저도 소득 1~2분위 가구의 수급률은 2.2%에 불과하여 3분위 28.1%, 4분위 30.0%, 5분위 24.4%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즉, 빈곤층 중에서도 최하위 빈곤층은 근로소득이 없거나, 소액의 근로소득을 비공식부문에서 벌어 근로장려금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근로장려금의 경우 실업급여나 모성보호에 비해 상대적으로 빈곤가구의 수급률이 높은 편이다. 하지만 근로장려금 평균 수급액(2017년)은 82.1만 원에 불과하다. 실업급여 평균 422.5만 원, 모성보호 평균 450.6만원의 5분의 1 이하인 작은 금액이다. 상위 10% 소득계층이 근로장려금 예산의 11배 이상에 해당하는 근로소득세 감면 혜택을 누린 것(지난 회 참조)을 고려하면, 한국의 근로빈곤층 지원은 너무나도 인색한 편이다.

사회적 위험에 빠진 사람이 소수에 불과할까?

이중 노동시장의 문제를 완화하기는커녕 심화하는 고용보험의 양극화 문제를 생각할 때,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는 시급하다. 기본소득 반대 및 기존 사회보장 강화론자들이 자주 드는 예가 기본소득보다 전 국민 고용보험이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고용보험은 실업자에게만 실업(구직)급여를 지급하니 최소 월 165만 원에서 최대 월 198만 원까지 후하게 줄 수 있는데, 금년도 고용보험 예산 9.6조 원을 전 국민에게 기본소득으로 나누어주면 1인당 월 1만5000원밖에 안 되어 소득보장의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전 국민 고용보험 도입 주창자들은 현재 취업자의 절반 정도가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있으니 10조 원 정도의 재정을 추가로 투입해 고용보험 예산을 두 배로 늘리면, 전 국민 고용보험으로 이같은 소득보장을 해 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일반적으로 복지의 원리는 사회적 위험에 빠진 ‘소수’에게 두터운 보장을 해주는 것인데, 기본소득은 위험에 빠지지 않은 대다수 사람들까지 포함해 전 국민에게 미미한 금액의 급여를 지급하니 가성비가 떨어진다고 한다.

이러한 주장은 공식 통계에 잡히는 실업자가 아닌, 사실상의 실업자 규모가 얼마나 큰 지를 모르거나 무시한 데서 나왔다고 여겨진다. 실업자는 미취업자와 다르다. 실업자는 취업을 희망하지만 취업하지 못한 사람이다. 통계청은 “(15세 이상 인구 중) 조사대상기간(1주)에 일하지 않았고, 적극적인 구직활동(지난 4주간)을 하였으며, 즉시 취업이 가능한 자”만을 실업자로 간주한다.

따라서 비경제활동인구로 간주되는 많은 미취업자들은 실업자가 아니다. 연중 취업과 미취업을 반복하는 사람들 중 상당수는 조사대상기간 중 일시 취업 중이었으면 취업자로 간주되고, 미취업중이었지만 지난 4주간 구직활동을 하지 않았거나 즉시 취업이 가능하지 않은 이는 실업자가 아닌 비경제활동인구로 간주된다. 일자리 전망이 좋지 않아서 적극적인 구직활동을 하지 않고 쉬고 있거나 취업 준비를 하고 있어 즉시 취업이 불가능한 사람들은 모두 비경제활동인구가 된다. 만일 전 국민 고용보험이 되거나 많은 유럽 국가들처럼 고용보험 미가입자에게도 관대한 실업부조 급여가 지급된다면,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된 많은 미취업자와 취업준비생들이 자신들도 구직활동을 할 테니 실업급여를 달라고 신청하게 되어 실업자가 큰 폭으로 증가할 것이다. 복지선진국들의 실업률이 높은 데에는 관대한 실업급여가 그 배경으로 있다.

전 국민 고용보험으로 모든 취업자(근로소득자와 자영업자 포함)에게 실업 또는 폐업시 월 165만 원 내지 198만 원을 일정기간 지급해준다면 어떻게 될까? 국세청의 2018년도 통합소득(개인별로 연말정산 근로소득과 종합소득을 합산한 소득) 자료에 의하면 2325만 명의 통합소득자 중에서 41%에 달하는 950여만 명이 월평균 165만 원(연 1980만 원) 이하의 소득을 올렸다. 22%에 달하는 510여만 명은 연 1000만 원 미만의 소득을 올렸다. 순수 일용근로소득자는 제외한 숫자다(순수일용근로소득자 454만 명 중 83%인 378만 명이 연소득 2000만 원 미만, 73%인 330만 명이 연소득 1000만 원 미만임).

이들이 힘겹게 일해서 실업급여 최소액에도 못 미치는 소득을 얻느니 실업자가 되어 실업급여를 받으려 하면 어떻게 될까? 한국은 실업급여의 기간이 최소 4개월에서 최대 9개월로 짧은 편이어서 이들이 전부 위장 실업자가 되려 하지는 않겠지만, 지금도 이런 사례들이 있다고 한다. 최근 실업급여 하한액을 최저임금의 90%에서 80%로 낮춘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라고 본다.

실업이라는 사회적 위험에 빠진 사람 중 3% 내외의 공식 실업률(최근 코로나19 창궐 이후 실업률 증가로 지난 5월은 4.5%)에 포착된 인구를 90만 명 정도라고 보고, 취업자 중 절반은 고용보험 가입자이니 나머지 절반인 45만명 정도만 위험에 빠지고도 고용안전망에서 제외된 숫자라고 생각한다면, 이는 현실을 전혀 잘못 보는 것이다. 공식 통계에 잡히는 실업자 외에 연 1000만 원 미만의 통합소득자(대부분 상용근로자와 자영업자) 510만 명(더 넓게는 월평균 165만 원 미만의 950만 명)과 순수 일용근로소득자 중 단순 알바생을 제외한 상당수, 비경제활동인구 중 상당수의 실망실업자와 장기간의 취업준비생도 사실상 실업 또는 준실업의 사회적 위험에 빠져있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필자는 ‘전 국민'(자영업자와 프리랜서 등을 포함한 모든 취업자를 뜻하는 말로 해석) 고용보험, 또는 보편적 고용보험 도입 논의를 매우 환영한다. 다만, 전 국민 고용보험이 현재의 고용보험을 모든 취업자에게 그대로 확대해서 적용하는 방식으로는 도입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취업자와 비경제활동인구 간의 경계가 모호하고 저소득 취업자 내지는 준실업자가 1000만 명 내외로 추정되는 상황에서 이들에게 관대한 실업급여를 보장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실업급여 기간을 연장할수록 저임금/저소득 취업보다 실업을 택하는 사람이 증가해서 경제적으로 감당이 되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일을 멈추고 실업급여에 의존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일하는 사람들과 놀고먹는 사람들 간의 대립과 갈등이 심해질 것이다. 이러한 남용을 막기 위해 비자발적 실업자 여부에 대한 심사를 강화하고 구직활동에 대한 보고 의무 및 감시를 강화하면 행정비용과 낙인효과 등 부작용이 커질 것이다.

정부가 생각하는 방향은 ‘전 국민 고용보험’이라기보다는 특고, 프리랜서, 자영업자 등도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하여 사각지대를 축소하는 동시에 “낮은 수준의 실업부조”를 결합하는 방식으로 보인다. 만일 복지 선진국들처럼 고용보험 미가입자나 고용보험에 의한 실업급여 기간이 끝난 장기실업자에게 “관대한 실업부조”를 장기간 지급한다면, 실업부조 급여액 이하의 근로소득자는 일할 이유를 상실할 것이다.

가령 핀란드처럼 고용보험에 의한 실업급여보다는 낮은 실업부조(기초실업급여)를 월 75만 원(연 900만 원) 수준으로 무기한 지급하면, 연 900만 원 미만의 통합소득자 465만 명은 물론, 일용근로소득자 중 상당수가 실업부조 수급자가 되려 할 것이다. 실업부조 급여액을 월 50만 원(연 600만 원) 수준으로 해도 연 600만 원 미만의 통합소득자가 325만 명에 달하는 상황에서 실업부조를 장기간 지급하는 것은 상당한 재정을 필요로 할 뿐 아니라, 경제적 부작용이 더 큰 문제가 될 것이다. 현재 한국 정부는 한국형 실업부조를 새로이 도입하면서 실업부조의 지급조건을 아주 까다롭게 하여 가구소득 기준 중위소득 60% 이하의 실업자에 한해 월 50만 원에 6개월로 기한을 설정했다. 너무 인색하기는 하지만, 우리 노동시장의 상황을 보면 이해되는 점도 있다.

이와 같이 현 상황을 냉철하게 분석해 볼 때 전 국민 고용보험은커녕, 고용보험과 실업부조를 결합한 전 국민 고용안전망을 제대로 구축하는 일도 쉽지 않은 과제가 될 것이다. 실업급여 외에 육아휴직급여 등 모성보호와 직업훈련, 취업알선, 일자리 창출 등 적극적 고용안전망까지 모든 취업자에게 보장하려면 더 지난한 과제가 된다. 청와대가 전 국민 고용보험을 꺼냈다가 곧바로 전 국민 고용안전망이라는 개념으로 바꾸고, 그것도 현 정부 임기내 실현이 아니라 장기적 과제로 제시한 것은 시사적이다.

일각에서는 전 국민 고용보험과 기본소득을 대립시켜 기본소득보다는 전 국민 고용보험이 더 정의롭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전 국민 기본소득과 전 국민 고용보험은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며, 기본소득 도입이 전 국민 고용보험의 실현을 보다 쉽게 할 것이라고 본다. 기본소득을 두텁게 지급할수록 실업부조는 불필요해지고 고용보험에 의한 실업급여의 부담도 줄어들 것이며, 근로의욕을 저하시키지도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허울뿐인 국민기초생활보장

김대중 정부가 도입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과거의 생활보호제도와 달리 최저생계 보장을 국민의 기본권으로 법적으로 명문화했다. 그러나 이는 공허한 언어가 되고 말았다. 강신욱(2017)의 2015년 복지패널 자료 분석에 의하면 빈곤가구 중 실제로 기초생활보장 급여 네 가지(생계, 주거, 교육, 의료급여) 중 하나라도 받는 가구의 비율은 23%에 불과하였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비율이 지난 20여년간 3% 수준에 정체되어 있는데, 과거 생활보호 수급률과 별 차이가 없다. 2018년의 경우 총 116.5만 가구, 174.4만 명이 기초생활보장 수급을 하여 수급률이 3.4%로 조금 올랐는데, 이 중 생계급여는 83.7만 가구로 기초생활 전체 수급가구의 72%에 불과하다. 가처분소득 중위소득 50% 기준으로 2018년 빈곤율이 16.9%였음에 비추어 기초생활보장의 사각지대가 너무 넓다. 많은 빈곤가구가 부양의무자 조건 등으로 인해 선별과정에서 배제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제도와 절차의 복잡성 등으로 인해 많은 잠재적 수급대상자가 신청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즉 빈곤층 가운데 운 좋은, 또는 연줄이 좋은 소수만이 기초생활 수급의 ‘특혜’를 누리는 것이다.

서울복지실태조사(2018)에 의하면 조사대상 가구 중 2.0%만이 기초생활보장 수급을 하고 있었고, 비수급자 중 최근 1년간 신청경험이 있는 자는 1.7%에 불과했다. 즉, 전체의 96.3%는 기초생활 신청을 하지 않았다. 이들 가운데 68.4%는 경제적으로 불필요해서 신청하지 않았지만, 경제적 필요성을 느끼는데도 “부양의무자 기준 때문에”(13.2%), “신청방법을 몰라서(18.2%) 신청하지 않은 이가 많았다.

생계급여는 소득인정액(재산의 소득환산액 포함)이 중위소득의 30%(1인 가구 52.7만 원, 2인 가구 89.8만 원, 3인 가구 116.1만 원, 4인 가구 142.5만 원)에 미치지 못하는 가구에 그 부족액을 지급해주는 보충급여 형식이다. 의료급여는 중위소득 40% 이하, 주거급여(부양의무자 조건 없음)는 중위소득 45% 이하, 교육급여는 중위소득 50% 이하 가구가 수급자격을 지닌다. 그런데 소득인정액을 계산하는 산식이 너무 복잡할 뿐 아니라 재산의 소득환산 비율이 커서 소득 없이 약간의 재산만 있는 경우에도 배제되거나 지급액이 낮아지게 된다.

또한 보충형의 원리에 따라 소득이 증가하는 만큼 지급액이 깎이고(즉, 한계실효세율이 100%), 기준선 이상으로 증가하면 기초수급 자격을 잃게 되기 때문에 이들은 열심히 일할 유인을 상실하게 된다. 일을 해도 비공식부문의 저임금/저소득 일자리만을 찾게 된다. 기초생계 급여를 받게 되면, 지자체와 민간의 다른 복지 프로그램의 중복 수혜자가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차상위 계층과 소득역전이 일어나는 불공정 문제도 있다. 문제는 기초생활보장의 이러한 제도적 특성이 이들을 빈곤으로부터 탈출하도록 돕는 것이 아니라, 빈곤에 안주하고 복지에 의존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수급자격을 잃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가난함을 증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저소득 보장 공적부조가 빈곤층을 다 포괄하지 못하는 것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일본의 경우에도 빈곤선 이하의 인구 중 공적 부조 수급률이 20% 내지 30% 밖에 안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총생산(GDP)의 32%를 사회보장 지출에 사용하는 프랑스에서도 자산조사 기반 최저소득제도의 수급률은 약 50%에 불과하다(유종성, 2018). 부양의무자 기준을 철폐하고 불합리한 재산의 소득환산 기준을 고쳐서 기초생활보장의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지만, 전 국민의 17%에 이르는 빈곤 인구를 전부 포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심각한 사회적 반발과 갈등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차상위 계층의 반발은 말할 것도 없고, 상위층의 조세저항도 예상된다.

따라서 공적부조로 최소소득 보장을 필요로 하는 빈곤인구가 최소화되도록 하는 다른 대안이 필요하다. 즉, 기본소득으로 공적부조의 대상과 역할을 축소하고, 나아가 기본소득의 지급 수준을 높여 공적부조를 전면적으로 대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중 사회보장의 구조적 개혁 없는 기존 제도의 확대에서 탈피해야

이상에서 기존 사회보장제도 중 소득보장제도의 문제점을 고찰하였다. 대표적인 소득보장 사회보험인 고용보험과 공적연금은 이중 노동시장의 양극화를 보다 심화하는 역할을 하며, 대표적인 공적부조인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빈곤층 가운데 극히 일부만을 포괄하고 있음을 보았다. 사각지대를 조금씩 해소하면서 기존 제도를 확대, 강화하는 것으로 이러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불가능함도 보여주었다.

실업, 질병, 은퇴 등 사회적 위험에 대해서 보편적인 보장을 해주고자 한 사회보험은 과거 표준 고용관계가 지배적이었던 산업자본주의 황금기에 맞게 설계되었다. 즉, 남성 생계부양자(male breadwinner)가 가족임금을 벌어들여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구조를 전제했다. 오늘날의 탈산업사회에서 시간제와 0시간 계약, 특수고용직, 프리랜서, 플랫폼 노동 등 비전형의 불안정 노동이 증가하고 정규직 노동자보다도 열악한 자영업자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기존의 사회보험제도는 그 정합성을 상실하고 사각지대를 양산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사회보험료 기여 기반이 축소되고 정부 재정이 그 갭을 메우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면서 한계에 봉착했다. 서구에서도 이중 사회보장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이제는 단지 복지지출 규모를 늘리면 된다는 나이브한 인식을 탈피해야 한다. 정부는 2013년 현재의 사회보장제도를 유지해도 고령화 등 요인에 따라 2060년에는 GDP의 29%까지 복지지출 규모가 늘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문제는 이처럼 복지지출 규모를 확대해도 이중 사회보장의 문제는 전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더 늦기 전에 패러다임적 전환을 고민해야 할 때이며, 기본소득이 그 중심에 자리해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전 국민 고용보험은 단지 기존의 고용보험 제도를 확대 적용하는 것이 아닌 전 국민 ‘소득보험’으로 개편해야 하며,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도 기존의 구조를 유지한 채 모수적 개혁이 아닌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필자는 다음 회에 기본소득을 밑받침으로 하면서 기존 소득보장제도를 개혁하는 방향에 대해 나름대로의 제안을 하고자 한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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