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5월 오세훈 서울시장이 “안심소득” 시범사업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한 후, 최근 오세훈 시장과 이재명 경기도 지사를 비롯한 정치권 안팎에서 안심소득과 기본소득 논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 글은 안심소득 주장의 내용과 문제점을 다룬 김찬휘 운영위원(정치경제연구소 대안 부소장)의 “안심소득제 비판” 2부이다. <오마이뉴스> 2021년 6월 3일자 기사로 실렸으며, 기사 전문은 오른쪽 버튼을 클릭하면 볼 수 있습니다.

안심소득 비판 ② 안심소득 핵심은 ‘선별’… 또 갈라치기인가

김찬휘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운영위원,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부소장)

“어려운 사람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나?

안심소득의 주창자들은 어려운 사람일수록 많이 드리기 때문에 안심소득이 소득양극화 개선에 가장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한다. 정말 그런지 살펴보자. 일단 안심소득은 생계급여, 주거급여, 자활급여, 근로장려금, 자녀장려금을 폐지하고 등장한다는 점을 잊지 말자. 다음의 표를 다시 한 번 보자.

[표1] 안심소득제(4인가구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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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오세훈TV ‘우파정권 재탈환의 최종병기 – 안심소득’ 편에서 박기성 교수는 소득이 전혀 없는 4인 가구가 연간 3,000만원의 지원금을 받는다는 점을 강조한다. 2021년 기준으로 4인 가구 생계급여 최대 액은 월 1,462,887원이다. 여기에 12를 곱해 연 수급액으로 바꾸면 17,554,644원이 된다. 생계급여 1,755만원 받던 4인 가구가 안심소득 3,000만원을 받게 되니 수혜가 크게 느는 것으로 박 교수가 생각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런데 박기성 교수가 말하지 않은 것이 있다. 소득인정액이 0이라서 생계급여 최대액을 받는 가구라면 주거급여도 최대액을 받게 된다. 2021년 4인 가구 주거급여 최대액은 서울은 월 48만원이다. 연 수급액으로 하면 576만원이다. 앞의 생계급여와 더하면 연간 2,331만원이다. 그렇다면 안심소득과의 차액은 연 669만원이다. 4인 가구 669만원을 1인으로 환산하면 연 167만원, 월 14만원 기본소득이다.

오세훈 시장은 “기본소득을 주기 위해서는 올해 예산의 60% 이상인 300조원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말하면서 사람들이 두려움을 가질 만한 액수를 제시한다. 300조원은 월 50만원을 모두에게 지급하기 위해 필요한 액수이다. 가장 어려운 사람에게 겨우 월 14만원 주는 제도를 주장하면서 “하후상박으로 어려운 사람일수록 많이” 드린다고 주장하면서 월 50만원 주는 기본소득보다 “소득양극화 개선에 가장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 말이 되는가?

또한 기본소득 주창자들은 당장 월 50만원 기본소득을 실시하자고 주장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작은 액수로부터 시작해서 국민적 합의 수준을 높여가면서 경제 상황도 체크하면서 서서히 높여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기본소득은 월 50만원, 월 60만원, 아니 그 이상으로 기본소득 액수를 높여 가야 한다는 원대한 목표를 가지고 있다. 작은 액수로 절대 충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안심소득은 지금 구상으로 “소득양극화 개선에 가장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한다. 쉽게 말해 53조로 끝내자는 얘기다. 중위소득은 조금씩 오른다. 현재 4인 가구 5,851만 원이 6,000만원, 6,100만원 이런 식으로 매년 올라갈 것이다. 그만큼 안심소득도 찔끔찔끔 늘어날 것이다. 중위소득 증가에 연동해서 안심소득이 늘어날 테니 지금의 생계급여 인상폭과 거의 유사할 것이다. 이게 안심소득 주창자가 생각하는 미래의 복지국가이다.

안심소득 혜택이 상대적으로 높은 구간도 있다. 예컨대 박기성 교수가 방송에서 강조하는 3,000만원 소득인정액 구간이다. 4인 가구 소득인정액 3,000만원 구간은 생계급여, 주거급여를 받지 못하며 맞벌이일 경우 근로장려금/자녀장려금을 최대 94만8천원까지 받을 수 있다. 이 경우 현행 3,095만원을 수령하는 4인 가족이 4,500만원까지 수령할 수 있다. 1인당 월 29만원의 소득 지원에 해당한다.

하지만 지금보다 복지 혜택이 줄어드는 사람도 있다. 박기성 교수의 책(2017)의 내용에 따라 1인 가구 기준으로 안심소득 표를 바꾸어 보자. 아래 표와 같이 소득인정액 1,500만원 미만의 사람만 안심소득을 수령하게 된다.

[표2] 박기성(2017)에 따른 1인가구 안심소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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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심소득제를 하게 되면 근로장려금 제도가 폐지된다는 것을 기억할 것이다. 지금의 근로장려금 제도는 1인 가구 소득인정액 2,000만원 미만인 사람에게 지급한다. 따라서 안심소득을 하게 되면 현재 근로장려금을 수령하던 1,500~2,000 구간의 1인 가구는 한 푼도 못 받게 된다.

[표3] 2021년 근로장려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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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가구인데 소득인정액이 0원인 경우 월 548,349원의 생계급여를 받게 된다. 주거급여는 서울의 경우 월 31만원이다. 두 급여를 합치면 월 858,349원이며 연 1,030만원에 해당한다. 그런데 안심소득이 도입되면 750만원을 받고 끝이다. 1인 가구 중 가장 어려운 사람은 수령액이 줄어든다. 안심소득이 가장 어려운 사람을 위한 것이라는 말은 1인 가구의 경우 거짓말이다. 앞의 경우와 이 경우는 기존보다 복지혜택이 줄어드는데, 이것이 안심소득 주창자들이 항상 1인 가구가 아니라 4인 가구의 예로 안심소득을 설명하는 숨은 이유일 것이다. 문제는 1인 가구가 정말 많다는 것이다. 전국의 1인 가구 비율은 30.2%, 서울시는 33.4%에 달한다.

안심소득은 어려운 사람들에게 지급하던 기존의 5개 복지제도를 폐지하고 등장하기 때문에 가구의 크기와 사람들의 처지에 따라 혜택이 늘기도 하고 줄기도 하며, 는다고 해도 느는 폭이 다 다르다. 안심소득은 한마디로 53조에서 현금 복지를 끝내려는 기획이다. 이런 기획이 등장한 이유는 기본소득에 대한 지지가 급속도로 퍼져나가는 것을 막으려는 것에 있다. 따라서 안심소득은 기본소득이 실현되었을 경우 순부담금이 크게 증가할 계층을 대변하고 있는 것이다.

안심소득은 복지국가를 멀어지게 할 것이다

안심소득의 문제점은 더 근본적인 것에 있을지도 모른다. 안심소득은 기본적으로 중위소득 100% 미만의 가구에게만 소득 지원을 하면 우리나라의 빈곤 문제와 소득불평등 문제가 해소될 것이라는 희망에 근거해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중위소득은 평균소득에 비하면 너무 낮다. 그만큼 국민소득 중 가계소득의 비율이 낮고 가계소득에도 양극화가 심하기 때문이다.

2020년 현재 1인당 명목 GNI(국민총소득)는 3,747만3천 원이다. 4인 가구라면 1억4,989만 원 정도가 되어야 하지만, 실제로 국민총소득에서 가계소득이 차지하는 비율은 61.3%(2017년 기준, OECD)에 지나지 않는다. 나머지는 기업과 정부 부문이 차지하는바, 그만큼 기업이 생산해서 벌어들인 소득이 임금, 배당 등으로 분해되지 않으며 정부의 공적이전지출도 작다는 뜻이다. 결국 GNI 3만불 시대라는 말은 대부분의 국민들에게는 공허한 얘기인 것이며, 대기업이 초국적 기업 수준으로 살찌고 있는 동안에 그 성장의 과실이 국민에게 제대로 돌아가지 않은 것이다. (OECD에 따르면 미국은 국민총소득 대비 가계소득 비중이 79%, 독일은 73%, 일본은 64%였음)

가계부문 만으로 축소해서 보면, 1억 4,989만원의 61.3%는 9,188만원이다. 이것이 가계 부문에서 4인 가구의 평균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그런데 2021년  4인 가구 중위소득은 월 487만6,290원이므로 연 5,851만5,480원이다. 다시 말해 5,851만원과 9,188만원 사이에 무수히 많은 평균소득 ‘이하’의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가계소득의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이 폭은 점점 커지고 있다.

안심소득이 “소득양극화 개선에 가장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믿어버리는 순간, 중위소득보다는 소득이 많지만 평균소득에 못 미치는 수많은 사람들, 더 나아가 평균소득을 넘지만 부유하지는 않은 모든 사람들의 소득 개선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하게 된다. 이것은 안심소득 외에 “전국민 고용보험, 한국형 실업부조제도 3종 세트를 추진”한다고 해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왜냐하면 실업급여와 실업부조는 꼭 필요한 제도이지만 성격상 모두 실업이라는 ‘위험’에 대비하는 정책이기에, ‘연속적 근로’에 있지만 여전히 사회적으로 빈곤한 사람들에 대한 처방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안심소득은 분명히 기존의 기초생활수급자와 근로/자녀장려금 수령자를 더한 것보다 더 많은 사람들을 현금 복지 혜택 속에 포함시킬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중위소득 100% 미만, 즉 인구 절반만을 대상으로 하는 안심소득은 매우 나쁜 사후적 결과를 미칠 것이다. 중위소득 이상이지만 부유하지 않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복지제도에 대한 불신을 불어넣을 것이고 복지제도를 위한 기여, 즉 증세에 대한 거부를 안착시킬 것이다. 어쩌면 이것이 안심소득 주창자들이 정말로 원하는 것일 수 있다.

작년 1차 긴급재난지원금 때를 상기해 보라. 처음에 홍남기 기재부 장관이 소득 하위 70%의 국민에게만 지급해야 한다고 고집했다. 그때 상위 10% 안에도 들지 못하고 하위 70%에도 들지 않는 상위 10~30%에 속하는 사람들이 격한 불만의 소리를 토해내었다. 세금은 꼬박꼬박 걷어가면서 국가로부터 처음으로 혜택 좀 보려니까 제외하려 하느냐고. 만약에 하위 70% 안이 통과되었다면 복지제도에 대한 그들의 반대 정서는 더욱 강화되었을 것이다. 다행히 모두에게 지급하는 안으로 실행이 되었고 이후 많은 기관에서 시행했던 여론조사에서는 “이런 제도를 실시한다면 세금을 더 낼 용의가 있다”는 사람들의 비율이 크게 늘었다.

이 사례는 모두가 혜택을 보는 보편적 복지야말로 복지제도에 대한 믿음을 강화하고 증세의 선한 점을 깨닫게 하며 사회적 연대와 공동체 의식을 강화한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하위 70% 선별’에도 이런 사회적 분열이 나타날 뻔했는데 ‘하위 50%’ 선별로 특징지어지는 안심소득이 만약에 실시된다면, 이것은 세금을 내는 상위 50%와 복지수혜를 입는 하위 50%로 사회를 분열시킬 것이며 결국 세금을 내는 대부분의 사람들을 복지국가의 반대자로 내몰 것이다. 특히 부유하지 않은 일반 사람들을 그렇게 만든다는 것은 매우 뼈아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