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면 중계] 라이브토론회 “코로나19 이후의 세계” (3)
사회: 안효상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상임이사)
패널: 강남훈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이사장, 한신대 경제학과 교수), 금민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소장,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이사), 전용복 (경성대 국제무역통상학과 교수)
코로나19 이후 시대에 떠오르는 (새로운) 민주주의 문제들
안효상 코로나가 전례 없는 큰 사태다,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이게 새로운 정상이다, 사실 확실한 건 불확실하다는 점뿐이라고 봅니다. 도대체 어떤 세상이 될지, 이게 가장 궁금한데, 어떤 변화가 있을까요? 우리가 어떤 세계에서 살게 될까, 그 세계는 지금보다 더 나아질까 나빠질까, 이게 사람들이 궁금한 것일 거고요. 지금 예상되는 몇 가지가 있기는 합니다. 온라인 기술의 발전, 지구화의 후퇴, 국민국가의 귀환, 권위주의적 감시권력의 등장 등 여러 가지 것들이 있는데, 세 패널께서 각각 주목하는 변화의 지점들을 말씀하셔야 우리가 어떻게 해야 될지 말씀을 이어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금 민 어쨌건 최악의 가정도 가능하죠. 트럼프식 야만경제를 만드는 것. 트럼프는 자동화에 반대해 왔잖아요. 사실은 사적 일자리를 중심으로 생각하는 사람이고. 그러면서 국가는 디지털 테크놀로지를 탑재한 방역국가가 되는 거죠. 그게 최악의 가정일 거라라고 봅니다. 거기서 사실상 자유민주주의 시대가 확보한 기본권은 후퇴하고, 단순히 디지털 프라이버시 문제뿐만 아니라 근대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인 자유로운 이동의 권리가 어쩔 수 없이 제한받고, 제한받는 것에 대해서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게 팽배해지고. 이런 가장 권위적인 야만경제가 하나의 최악의 가정이죠. 또 하나는 예를 들어 보편적인 기본소득을 도입하고, 더 많은 자동화를 하고, 재택근무나 휴무 때 임금을 보조하고 해고를 할 수 없도록 한다든지, 이런 식의 여러 사회개혁들의 총체로서 일종의 새로운 정치체, 새로운 민주주의가 구성이 되고, 궁극적으로 원인에 대해서 인류가 깨닫게 되는, 생태재앙이라는 걸 깨닫게 되는 인식의 비등점을 이룰 수 있다면, 그래서 기후문제에 대해서도 다르게 대처할 수 있게 된다면, 이것이 최선의 대안이겠죠. 아마 각국은 이 두 가지 사이의 스펙트럼에서 우왕좌왕하면서 그때그때의 결정들을 할 거고, 이를 결정하는 것은 사실은 전통적으로 얘기하면 볼롱테 제너럴(volonté général), 일반의지, 인민의 의지겠죠. 지금 독일 정부가 내린 권고는 접촉금지령이거든요. 2인 이상 접촉을 하지 말라고 그래요. 한 사람은 있어야 된다는 얘기잖아요. 예외는 있습니다. 등록된 가족은 예외죠. 이런 식인데, 이게 사실상 물리적인 거리두기를 할 수 없으면 집회는 금지되는 거잖아요. 그렇다고 하면 민주주의 형식 자체도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플랫폼 정당(platform party)도 등장한다든지 ― 한국에서 요새 얘기하는 플랫폼 정당 말고요. 선거연합정당 이런 거 아니고 ― 디지털 민주주의(digital democracy)의 가능성들을 탐색할 수밖에 없는 시대가 열리지 않았나는 생각도 듭니다.
안효상 강남훈 선생님, 말씀해주시죠.
강남훈 저는 경제학자답게 우리나라가 방역에서 그랬던 것처럼 새로운 경제체제, 새로운 제도, 이런 것에서도 세계적으로도 앞서 나가는 나라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방역에서 두 주 일찍 이렇게 테스팅을 시작한 게요, 그게 이렇게, 다른 나라 경제성장율이 -8%일 때 우리는 -1%로 막을 수 있는 상황을, 조금 앞서서 대처한 것이 어마어마한 경제성장의 차이를 가져왔잖아요. 기후위기 문제도, 탄소 문제도 한 달만 먼저 시작하면, 다른 나라에 막상 위기가 닥쳤을 때 우리는 경제를 스톱 안 시킨 채로 지나갈 수 있는데, 다른 나라는 탄소를 안 쓰기 위해서 경제를 스톱시켜야 하는 어마어마한 격차가 생길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것도 한 발 앞서서 방역을 하듯이 체크해 나가는 것. 아까 막대한 가계부채로 상징됐지만, 우리나라는 불평등, 특히 부동산 불평등, 투기로 일어나는 부동산 불평등이 심하잖아요. 사실 이런 시기가 되면 임대료를 누구도 못 내는 거 아니에요. 낼 수 없잖아요. 그런 불평등을 빨리 해결해야 우리나라가 또 발전한다. 역사적인 시기에서는 기술에서 앞서 나가는 나라, 그런 나라도 앞서 가지만, 세계적으로 새로운 시대에 앞서 나가는 경제의 긴 역사를 보면 기술만 앞서 나가는 게 아니라 제도도 같게 앞서 나가는 거거든요. 그 제도의 특징은, 역사의 교훈은, 단순한 것 같아요. 한마디로 말씀드릴 수 있는 것 같아요. 더 평등하고, 더 많은 사람을, 특히 가난한 사람을 포용하면서 생산된 부를 골고루 나누는 나라, 그런 제도를 빨리 만드는 나라가 앞서 나가는 거거든요. 영국이 제패한 것은 노동조합을 인정하고 투표권을 주어서죠. 기술만 발전시킨 게 아니라. 미국도 그렇죠. 링컨이 토지를 분배하는 식으로 했기 때문이죠. 기본소득도 결국은 ― 만약 이게 금민 선생님이 얘기하신 대로 뉴 노멀이 된다면 ― 다 주게 될 텐데, 한 발 앞서 가면 경제성장율에서 몇 % 격차가 나는 거죠. 그게 몇 년 가버리면. 그러니까 우리나라 사람들이 춤추고 노래하는 것도 잘하고, 방역도 잘 하게 됐으니까, 좋은 제도도….
전용복 저는 당위 얘기보다는 실천전략을 얘기했으면 좋겠어요. 우리가 미래를 전망하는 데 어떤 관점, 태도를 가져야 하느냐에 대해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굉장히 낙관적으로 이야기하시는 분도 많아요. 신자유주의가 균열을 맞느니, 공공의료 시스템이 더 들어온다느니, 앞으로 생태를 위해서 탄소저감노력이 더 증가할 것이라느니,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하시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건 결국 비용 문제거든요. 비용을 누가 댈 것이냐의 문제인데, 자본가들이 그걸 쉽게 포기 안 할 겁니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계급투쟁의 문제일 거고, 그러면 어떻게 계급투쟁을 유리한 방향으로 ― 저한테 유리한 것 말고요 ― 자연한테, 지구한테 유리한 방향으로 끌고 갈 것인가를 좀 생각해 봤는데, 이런 예를 들어 볼게요. 2010년도에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 재신임 투표 기억하시죠? 그때 당시에 무상급식 논의가 세간에 뜨거웠습니다. 그게 당시만 해도 보편적인 가치는 아니었어요. 당시에 대권을 노리던 오세훈 서울시장이 베팅을 한 거죠. 무상급식을 저지하는 대가로 대권주자로 나설 수 있다고 계산을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재신임투표를 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됐습니까? 오세훈 서울시장이 패배하고, 무상급식이 전면적으로 서울시에 도입됐고, 그다음에 전국적으로 퍼져 나가서 10년이 지난 지금은 그 누구도 무상급식에 대해서 토를 달지 않습니다. 이건 새로운 규범이 형성된 거죠.
마찬가지로 지금 이 재난상황을 잘 활용한다면 그런 새로운 규범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저는 새로운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쳐 보는 거죠. 왜 그렇게 생각하냐면, 처음에 이 재난기본소득이든 뭐든 이름을 뭐라고 부르든 간에 하자고 제안한 게 이재명 경기도지사였죠. 그다음에 지자체를 중심으로 서울시, 전남, 경남, 이런 식으로 지자체 중심으로 들불처럼 번져나갔거든요. 이제는 지급하는 것 자체에 대해서는 아무도 토를 달지 않습니다. 그래서 지금 어떻게 해야 향후에 새로운 규범을 만들어낼 수 있는가를 고민해야 된다고 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전 국민들한테, 아까 말씀드린 170조을 즉각 지불한다면 기존 신자유주의 규범이 크게 파손되고, 새로운 규범이 등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그렇게 되면 사람들 더 이상 돈 없다는 말을 안 믿을 겁니다.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됐습니다. 2008년도에는 그건 미국이니까 가능한가 했는데, 이제는 전 세계가 다 하지 않습니까? 정부가 돈이 없다는 얘기는 거짓말이라는 것을 알게 됐어요. 여기에다가 우리는 어떻게 해야 되느냐? 그런 뭔가 트리거(trigger)를 당겨야 한다는 거죠. 그게 재난기본소득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그렇기 때문에 과감하게 대규모로 해야 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합니다. 이렇게 해서 역사적 의미를 부여하고 싶습니다.
안효상 금민 소장님, 묘사만 해주셨는데, 무엇을 할 것인가 관련해서 말씀해주고 싶은 게 있으신가요?
금 민 기본소득 도입 운동을 해야죠.
안효상 다른 정치나 민주주의를 아까 강조해서 말씀하셨는데.
금 민 사실 사회적 투쟁의 방향에 따라서 최악과 최선 사이의 어떤 값이 나올 텐데. 한국은 거리에 자주 모일 수 있잖아요. 집회를 할 수 없지만. 여기(라이브토론회 촬영장)에도 10여 명 앉아 있고. 이것도 못하는 나라가 많아요. 혼자 앉아 있어야 하는 나라. 그러면 사실 정치적 의사를 형성하고 결집하는 다른 방식이 창출돼야 할 거다, 줌(Zoom)이 지금 우버보다 더 시장가치가 높잖아요. 줌은 이 재난에서 갑자기 떠오른 기업인데, 그렇다면 저항정치 또는 진보정치 역시 레프트 줌 같은 게 있어야죠. 새로운 형식에 대한 실험들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국가가 시키는 대로 하면서 불만의 개인화를 낳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3중의 위기, 즉 보건위기, 경제위기, 금융위기 가운데 경제위기와 금융위기는 나눌 수 없는 것 같고, 사실 저는 멘탈 위기가 더 큰 것 같아요. 저는 마스크 쓰고 있잖아요. 이게 멘탈 위기를 겪고 있는 증거거든요. 멘탈 위기를 겪거나 아니면 국가가 시키는 대로 자유로운 시민이 아니라 복종하는 신민이 돼 버리는 꼴이 될 거다, 그러니 다른 소통의 형식들을 개발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강남훈 제도 차원에서 기본소득을 말씀하셨으니까 관련해서 얘기하자면, 지금 여당이 180석이 되었기 때문에 ― 보통은 대통령 취임할 때 가능한 일이지만 ― 정부조직법을 좀 바꿨으면 합니다. 지금 기재부가 5가지 일을 하거든요. 기획, 예산, 거시, 금융, 세금, 이런 5가지 기능을 하는데, 그런 나라가 없는 것 같아요, 전 세계적으로. 특히 OECD 나라들은. 그중에서 김대중 대통령께서 하셨듯이 기획과 예산을 합쳐서 미국처럼 청와대에 넣었으면 좋겠어요. 트럼프 대통령이 이렇게 예산에 구애를 안 받고 막강하게 예산을 쓰잖아요. 장벽도 다 건설하고, 돈도 팍팍 나눠주고, 미국은 95% 나눠주는 거거든요. 뉴욕주 주립대 교수들을 보니까 부부가 교수인데, 트럼프한테 재난수당을 받았더라고요. 그렇게 무지막지하게 어쨌든 선출직의 뜻대로 예산을 쓸 수 있는 나라로 만든 건 대공황 때 루즈벨트 대통령이 예산 부서를 백악관으로 넣으면서부터였거든요, 재선하자마자. 처음 4년 임기 동안 기재부 때문에 너무 고생하신 거예요, 루즈벨트 대통령이. 사람들이 너무 말을 안 듣고, 예산을 자기들이 만지는데, 정치인들은 잘 모르니까, 그래서 고민고민 하다가 재선해서 예산 부서를 백악관에 넣었거든요. 그게 지금까지 이어지는데, 넣고 나니까 말을 잘 듣는 거예요. 재난소득 필요한데, 마련해 와, 하면 마련해 오는 거예요. 기재부 관료들 진짜 똑똑하거든요. 만들어와요.
전용복 저도 하는데요.
강남훈 대통령이 아침저녁으로 다니면서 ‘마련했어?’ 물어보기만 하면 돼요. 지금도 무리가 있지만 180석의 첫 번째 기념으로, 누구는 검찰개혁, 언론개혁 다 말씀하시는데, 저는 행정부 조직을 바꿔서 기재부를 청와대에 넣으면 대통령께서 이 재난을 훌륭하게 극복하는, 역사적으로 남는 업적을 이루지 않으실까, 그런 기대를 하면서 제안을 해 봅니다.
자본주의 너머의 세상으로 가는 길은…
안효상 민주주의의 기초와 정부의 책무에 관해서 말씀해주셨는데, 혹시 전용복 교수님은 보태실 말씀이?
전용복 너무 길어져서, 말하면 눈치가 보이거든요. 그래도 조금 말씀드리겠습니다. 이렇게 된 거 어쩔 수 없죠. 대안 또는 전망, 실천전략 이런 걸 이야기하는데요. 저는 개인적으로 자본주의 너머의 세상을 꿈꿉니다. 그런 비전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역사적 사회주의가 몰락하면서, 후쿠야마인가요? 역사는 끝났다고 했죠.
안효상 프랜시스 후쿠야마(Francis Fukuyama).
전용복 최근에 (후쿠야마가) 반성했습니다. 제가 잘못했다고. 어쨌든 간에 그 이후의, 자본주의 너머의 세상에 대한 비전을 상실했습니다. 굉장히 슬픈 이야기죠. 우후죽순으로 대안들이 나타나고 있는데, 아직 명확한 건 없고요. 저도 나름대로 그 부분에 대해서 고민을 하는데, 저는 자본주의 내의 비자본주의 영역을 만들고 씨앗을 뿌리고, 지금도 좀 존재하긴 하지만, 확장을 하고 정착을 시키자, 그래서 자본주의 영역과 경쟁할 수 있는, 때로는 자본주의 영역을 위협할 수 있는 이원체계를 갖자는 생각을 합니다. 그런 세상이라면 가치에 따라서 돈이 좋다고 생각하면 자본주의 영역에 가서 좀 더 빡세게 일하고 돈을 더 많이 받고, 다른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이라면 비자본주의 영역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거고, 그건 스스로 선택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한 로드맵은 뭐냐? 실행전략은 뭐냐? 저는 화폐의 민주화라고 생각합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설명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은데, 뭐냐 하면, 아까 말씀드렸듯이 정부가 화폐를 공급해야 합니다. 다른 말로 하면 화폐라는 것은 공공재입니다. 지금은 민간 금융기관들이 독점하고 있죠. 그래서 화폐의 공공성을 회복하는 일부터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되느냐, 그 얘기하면 너무 길어질 것 같고요. 화폐의 공공성이 확보되고, 화폐의 발행과 공급의 권한이 주권자한테 주어진다면 그 화폐를 이용해서 아까 말씀드린 대로 비자본주의 영역을 확장하고 정착시키는 데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안효상 제가 질문을 전망과 실천전략으로 나눠서 했는데, 말씀하신 분들은 두 가지를 묶어서 말씀하셨네요. 대충 시간도 많이 지나가고 해서 마지막으로 못다하신 말씀을, 실천전략 중에서 빠진 말씀을 해주시면 되겠습니다. 금민 소장님부터 말씀해주시죠.
금 민 전용복 선생님이 중요한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저도 몇 마디 덧붙여보겠습니다. 당연히 국가 화폐 ― ‘주권 화폐’라고 번역하죠 ― 소버린 머니(sovereign money)가 그렇게 바뀌어야 하고, 이 팬데믹 상황이 ‘인민을 위한 양적 완화’에서 출발해서 주권 화폐까지 가는 경로가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을 합니다. 양적 완화 문제에서, 예를 들어, 얼마 전 BBC 토크에서 메르세데스 벤츠 CEO가 나와서 얘기를 하는 걸 봤는데, 이렇게 얘기를 해요. 우리 유동성이 6개월밖에 없다, 돈 꿔주고 그래 봐야 얼마 안 된다, 그냥 국가가 사라. 그리고 독일 같은 경우는 폭스바겐이 그런 모델이죠. 니더작센 주가 최대 주주일 겁니다. 그렇게 돼 있는데, 국가가 양적 완화를 하면서 국채만 사지 않고 회사채라든지 심지어는 증권 같은 걸 사들인 케이스가 많죠, 유럽에. 근데 산 다음이 문제입니다. 다시 되팔아요, 사정 좋아지면. 그건 거의 역진적인 재분배를 하는 거고, 재난 때 부자 도와주기, 자본 도와주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려운 기업이 있으면 국가가 지분투자를 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사정이) 좋아졌을 때 그 이익을 공유지분권으로 생각하고, 그 이익을 국민들한테 n분의 1로 배당하는 방식이어야 합니다. 그렇게 가면, 이번에 경제재난상황이 제임스 미드(James Meade)가 생각했던 아가소토피아(Agathotopia)로 가는 길이 될 수 있을 거다, 공유지분권에 입각한 기본소득 모델이 수립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합니다. 어려운 기업인데 국가의 재정투자, 투하가 필요하다면 (재정을 넣어서) 지분을 획득하고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나중에 이익이 나오면 기본소득 재원으로 사용하는 모델이 도입이 되면 좋겠다, 그렇게 되면 비자본주의적인 영역들이 커지는 게 아니겠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안효상 다른 두 분 말씀 전에 댓글 질문에 답변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첫 번째 질문은 ― 아까 금민 소장님이 말씀해주시긴 했지만 ― 방역국가의 위험성이 부각되고 있는데요, 방역국가가 일상화될 때 과연 민주주의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그 상황에서 어떤 민주주의 행위 양식을 개발해야 할까요? 이런 질문이 하나 있었고요. 두 번째는 조세 문제인데요. 국가부채를 늘려서라도 기본소득을 주는 것과 함께 결국 증세를 얘기해야 하는데, 재난상황이 시급해서 그런지 증세 논의는 기본소득 논의에서 좀 밀려나 있습니다. 코로나가 좀 소강되어도 문 정부가 감세로 흘러갈 가능성이 큰 것 같은데, 증세 요구가 나와야 하지 않을까요? 이런 게 있었고요. 그다음 질문은 기본소득에 대한 전용복 선생님의 입장이 궁금하시다고. 이런 재난상황에 국한해서, 즉 코로나19 시대, 포스트 코로나19 시대를 전제로 할 때만 기본소득 같은 것이 필요한지, 이 재난상황이 극복되고 일상성이 회복된다고 가정할 경우에는 기본소득과 일자리 보장 어느 게 더 낫다고 보는지?
금 민 재난상황이 극복 안 된다니까요.
안효상 금민 소장님의 입장을 택하면 재난상황이 극복이 안 되는 거니까 질문이 성립하지 않겠지만.
금 민 큰 재난은 극복할 수 있겠지만 간헐적 재난 속에서 사는 새로운 질서가 생깁니다.
안효상 전반적인 전망이니까요. 민주주의의 문제는 아까 말씀하셨으니까, 증세 문제하고 정책으로서 일자리 보장과 기본소득이 꼭 대립되는지는 다른 문제지만, 어쨌든 질문이 올라왔으니까 말씀을 해주시죠.
전용복 세 번째 질문하신 분은 정말 날카로우신 분이네요. 제가 최대한 기본소득에 대한 입장을 숨기고 있었거든요. 그랬는데, 날카롭게 지적을 하십니다. 기본소득 좋죠. 그런데 저는 잘 모르겠어요. 다만 하나 말씀드리고 싶은 건 기본소득 하나만으로 세상을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전반적인 비전이 짜여지고 그 안에서 기본소득을 논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기본소득으로 무엇인가를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고요. 그렇지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지금 현재는 아까 얘기했던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서. 그리고 조세 이야기, 증세 이야기를 하셔야 된다고 하는데요. 저는 이럴 때 좌절합니다. 제가 계속 얘기한 게 증세 없이 할 수 있다는 건데 또 얘기하시면 제 잘못이죠. 다음에는 길게 저한테 2시간만 주시면 이해하실 수 있도록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제가 말씀드린 것은 정확하게 답변을 드리면 원리상 조세는 정부 지출, 또는 정부 재원수단이 아닙니다. 원리상. 그게 제가 말씀드린 거고요. 그러면 세금이 필요하냐? 예, 필요합니다. 지금 당장은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10년쯤? 만약 저를 기재부 장관 시켜준다면 매년 100억씩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안효상 100조.
전용복 죄송합니다. 100조 정도. 그렇지만 정부 부채가 좀 늘어나긴 하겠죠. 그렇지만 세금 걷자고 안 할 겁니다. 제 입장입니다.
강남훈 마지막에 반복하고 싶은데요. 행정조직에 주권자의 주권이 미쳐야 하는데, 주권자가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것만으로는 관료들이 말을 듣지 않습니다. 일반 부처 관료들은 두 주인을 섬깁니다. 한 주인은 대통령이고요. 인사권이 일부 있으니까, 고위직에. 또 한 주인은 기재부입니다. 두 주인을 섬기는데, 이 기재부가 더 무섭습니다. 매년 예산을 가지고 다른 관료들을 벌 줄 수 있으니까. 이런 상태에서 국민들은 대통령을 뽑고 국회의원을 뽑으면 자신들의 주권이 그분들의 공약이행을 통해서 잘 실천될 거라고 착각하고 있지만 기재부라는 숨은 주인, 선출되지 않은 권력에 가로막혀서 공약이행율이 되게 떨어집니다. 미국 대통령과 전혀 다르죠. 그래서 특히 예산부서를 청와대에 넣는 건 민주주의 주권자의 뜻에 따라서 예산이 쓰이도록 하는 데 매우 중요한 원칙이기 때문에, 반드시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 정치적 결정을, 예산에 대한 결정을 하면 안 됩니다.
금 민 제가 조금 더 보충을 하자면요, 자꾸 시간이 늘어나는데, 괜찮아요?
안효상 말씀하세요.
금 민 일단 유럽은 예산법률주의예요. 예산은 법률이기 때문에 예산을 의회에서 만듭니다. 그 얘기는 한국의 국회처럼 예산을 심의, 의결하는 게 아니라 예산 자체를 국회에서 만듭니다. 그리고 의회 내각제에 의해 돌아가는 거죠. 미국도 예산법률주의입니다. 그런데 예산은 백악관이 만드는 거죠. 근데 원래 법률주의는 사실 의회에서 만들었던 건데, 의회에서는 심의하겠다면서 대통령한테 위임한 권력입니다. 대통령한테 왜 위임할 수 있느냐? 선출된 권력이기 때문에, 위임받을 수 있는 민주적 정통성을 대통령도 가지고 있는 겁니다. 한국은 어떻게 돼 있느냐? 사실은 예산 비법률주의입니다. 예산 비법률주의를 취하고 있는 유일한 나라는 한국과 일본입니다. 일본에서 받아온 거고요. 흠정헌법적인 잔재다, 예산 비법률주의는. 국회는 예산의 심의의결만 하지, 예산안은 행정부가 내는 거죠. 그런데 예산안을 내는 부서는 대통령이 아닙니다. 기재부죠. 사실은 선출된 권력이 예산안을 만드는 게 아니라, 위임받은 권력, 즉 선출된 권력이 보장하는 위임받은 권력인 공무원이 만들어내는 거죠. 그리고 국회는 심의의결만 합니다. 그래서 사실상 이 예산 자체가 옛날의 왕정예산 비슷한 겁니다. 대통령이 쓰실 예산을 이렇게 저렇게 관료들이 뽑아서 국회에 묻는 거죠. 국회는 된다, 안 된다만 하는 겁니다. 민주주의 바깥에, 민주주의에서 상당히 먼 쪽에 있는 예산제도를 한국이 가지고 있다는 약간의 보충설명이었습니다. 대통령제를 하는 한에서는 청와대로 가져가는 게 옳다는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만약 내각제로 한다면 의회에서 예산법률주의를 채택해서 의회에서 만들면 되는 거고요.
안효상 이 사태의 규모가 크기 때문에, 아까 전용복 교수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우리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우리 사회의 문제가 무엇인지를 폭로했고, 규모가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거기에 대처하는 것 속에서 새로운 미래에 대한 전망,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말씀이 나온 것 같고, 크게 보면 두 가지 말씀을 나눈 것 같아요. 하나는 돈은 많다, 돈이 있다. 또 하나는 한국이 여전히 정치적으로 역동적이긴 하나 민주주의를 충분히 소화할 만한 제도들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이것이 이번 기회에 드러났고, 금민 소장님이 마지막에 그걸 교과서적으로 설명해주셨습니다. 그런데 이런 재난 속에서 미래를 엿보려면, 아까 전용복 선생님 말씀하신 것처럼 큰 전망이 필요하고, 새로운 일상의 시기에 긴급한 사태들을 해결하면서 나가야 된다는 점, 재난기본소득으로 170조를 깔아야 되고, 더불어서 새로운 민주주의 형식들을 개발해야 된다는 점, 이런 말씀들을 나눈 것 같습니다. 오늘 긴 시간에도 충분히 다 이야기를 못 나눴지만, 다음 기회에 말씀을 나누기로 하고, 이것으로 모두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