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면 중계] 라이브토론회 “코로나19 이후의 세계” (2)
사회: 안효상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상임이사)
패널: 강남훈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이사장, 한신대 경제학과 교수), 금민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소장,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이사), 전용복 (경성대 국제무역통상학과 교수)
재정건전성 이데올로기가 낳은 70% 지급 방안
안효상 한국은 긴급재난지원 문제가 재난기본소득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됐고,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모든 사람에게 지원하는가, 아니면 일부에게 지원하는가, 보편성 문제, 선별성 논쟁이 있었죠. 이에 대해서 누구보다 재난기본소득 실시를 강력하게 주장하신 강남훈 교수님이 말씀을 해주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강남훈 재난소득 ― 기본소득을 붙이지 말자고 하면 안 붙여도 상관없고요 ― 어쨌든 재난소득을 전세계적으로 다 주는데 우리나라는 지금 70%까지는 주는 것인데요, 기재부의 그 건전재정 때문에. 그것도 전 교수님 지적하신 대로 국채를 발행해서 통화를 좀 늘리는 방향으로 해야 좋아지는데, 회복이 빨라지는데, 다른 예산을 줄이면 ― 다른 예산도 써야 경제가 살아나잖아요 ― 그걸 줄여서 이걸로 쓰면 효과가 떨어지는 거죠. 그런 식으로 참 재정건전성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혀 있는데, 어쨌든 70% 주느냐, 100% 주느냐는 갈림길에 있는 것 같습니다. 아마도 여당과 청와대의 일부는 100%를 주자고 하는 것 같고요. 기재부나 청와대 일부는 70%를 주자는 것 같습니다. 70% 주자는 말은 돈이 없다는 거죠. 재정건전성 지키려면. 지금 7조도 다른 거 겨우 줄였다, 스텔스기도 못 산다, 나눠주느라고 하면서. 결국 여당에서 100% 주자고 한 건, 국회의원 후보들이 지역에서 선거운동을 하면서 주민들을 직접 만나보니까 70% 주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얼마나 사람들의 위화감을 만들고 하나된 마음을 만드는 데 얼마나 장애를 주는지를 체험한 것 때문이죠. 이 기회에 꼭 말씀드리고 싶은 게 하나 있는데요. 제가 아는 분은 두 분 다 비정규직입니다. 맞벌이인데, 좀 나은 비정규직이에요. 원청에 가서 일하지만 하청에서는 정규직인 분인데, 두 분은 건강보험을 합치니까 상위 30% 안에 들어가 있어요. 말이 안 되거든요. 되게 슬퍼하더라고요. 이 분은 자기는 평생 민주당만 찍어왔는데, 이번에 안 찍거나 다른 당 찍어야겠다 그랬는데, 그런데 마침 선거 끝날 무렵에 여당인 민주당에서 100% 주자고 얘기해서 찍었다고. 70% 지급의 가장 큰 문제가 두 가지인데요. 하나는 소득 역전이 있고요. 다 아시겠지만 70%와 71% 차이는 소득이 10만 원도 안 나는데, 70%인 가정에 100만 원을 줘버리면 70%가 71%보다 더 잘 살게 돼 버리는, 소득 역전이 일어나는 겁니다. 역전뿐만 아니라 이것도 문제입니다. 경제는 시장의 질서를 어느 정도 존중하면서 복지로 가야 되는데, 시장에서 가령 나와 저 사람의 소득 차이가 100만 원이 있었어요. 저 사람은 지원금으로 99만 원을 받고 나는 못 받으면 결과적으로 차이는 1만 원이 나요. 역전은 안 됐지만 내가 굉장히 불공정하다고 느낄 거 아니에요. 그러니까 격차가 좀 비례적으로 줄어야 되거든요. 미국의 경우는 재난소득을 줄 때 그 격차가 비례적으로 줄도록 점감구간을 설정했어요.
안효상 75,000달러인가요?
강남훈 가구소득 85%까지는 전액을 다 받아요. 하위 85%까지는 다 받고, 4인 가족으로 따지면 15만 달러인데요. 1만 달러 넘어갈 때마다 500달러씩 재난소득을 적게 줬거든요. 그게 95%까지 갑니다. 격차가 1만 달러에 500달러니까 격차의 95%를 유지시켜 주는 거예요. 그게 사람들이 공정하다고 느끼잖아요. 노동시장의 유인도 안 깨트리고.
제가 계산을 한 게 있어요. 이렇게 가정을 했는데요, 소득 역전이 일어나지 않으면서 하위 20%에게 100만 원을 주려면, 5%씩 점감구간을 만들고 ― 국세청 자료로 계산해보니 ― 58%인 사람까지 점감구간을 만들어야 해요. 선별하자는 사람들은 전 국민에게 100만 원 줄 걸 하위 20% 주면 500만 원 줄 수 있잖아, 이렇게 말하는데, 하위 20%에게 200만 원을 주잖아요? 점감구간을 만들면 하위 79%인 사람까지 점감구간을 만들어야 해요. 하위 20%에게 300만 원을 주잖아요? 88%까지 점감구간을 만들어야 하고요. 그러니까 이럴 바에는 진짜 다 주고, 나중에 과세하는 게 좋거든요. 청와대가 제발 이번에 좋은 판단을 하기를 바랍니다. (자세한 설명을 보려면, 여기 클릭)
신자유주의 규범의 문제와 확장적 재정정책
안효상 재난기본소득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반적인 경제 대응과 관련해서 전용복 교수님께서 하실 말씀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이전부터 확정적 재정을 주장하신 만큼, 속 시원하게 들으라고 말씀을 좀 해주시죠.
전용복 답답하고 할 말 많습니다. 청중과도 공감을 해야 되니까 좀 디테일하게 설명을 하다 보면 말이 길어질 수 있겠습니다. 미리 양해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백만 마디 말보다 예산이 진심이다, 저는 이런 말을 하거든요. 현금이 진심이듯이, 아무리 정치권에서 미사여구를 구사해서 뭐라고 해도 예산으로 반영이 되지 않으면 그냥 정치적인 언술일 뿐이지, 아무런 의미가 없는 거거든요. 그래서 이런 관점에서 정부예산을 보는데요. 우리가 흔히 신자유주의 규범, 이런 이야기를 하는데 그게 과연 뭐냐? 저는 정부 역할의 후퇴라고 명확하게 얘기하고 싶습니다. 아까 말씀드렸지만 어떤 충격이 왔을 때 그 완충 역할을 정부가 해줘야 하는데, 우리 정부는 안 하거든요. 정부의 후퇴를 나타내는 지표가 예산, 긴축재정이라는 거죠. 긴축재정을 하다 보니까 아무도 돌봐주는 사람이 없습니다. 각자도생의 사회가 되는 거죠. 정글의 사회가 되는 겁니다. 공동체도 깨지고. 회복하기는 어렵죠. 사실 신자유주의 이념이라는 게 별 게 없었습니다. 1979년도에 대처가 영국에서 신자유주의를 도입하면서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돈이 없다, 그 돈이라는 건 뭐냐 하면 공짜 돈은 없다, 세금밖에 없다, 예산을 그렇게 본 겁니다. 설명을 한 겁니다. 그래서 당시에 실제 영국 정부가 적자였으니까 기존대로 운영을 하다 보면 정부는 더 이상 예산 적자를 안 볼 거니까 세금 더 내라. 당연히 사람들이 거부했죠. 그런 다음에 대처가 명언을 남겼습니다. 뭐라고 했냐 하면 개인으로서 남자, 여자, 가족만 존재할 뿐이다, 사회 같은 건 없다. 그러면서 사회를 파괴한 거죠. 이게 신자유주의입니다. 대처는 ― 그분이 경제학적인 소양이 있었다고 보지 않습니다 ― 본능적으로 파악을 한 거죠, 오랜 의정활동을 통해서. 그래서 이게 신자유주의다, 예산이 진심이다, 이렇게 얘기합니다. 우리나라가 얼마나, 방송에서 이런 말을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짠돌이인지, 사례를 들어 드리고 싶습니다. 그 이전에 이 사회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경제학을 조금 공부해야 합니다.
통화정책이라는 게 있는데요. 흔히 기준금리라고 우리가 알고 있죠. 사실 기준금리라는 게 존재하지 않아요. 공산당도 아니고, 강제로 금리를 어떻게 맞추지는 못합니다. 다만 시중에는 여러 가지 금리가 있는데, 그중 하나를 타깃으로 하는 거예요. 특히 은행들끼리 빌려주고 빌리고 하는 단기 자금시장에서 우리나라는 7일씩 빌리는 금리가 있습니다. 7일물 금리라고 하는데, 미국에서는 1일물 금리를 목표 금리로 하죠. (7일물 금리를) 목표 금리로 해서 맞추는 거예요. 그 금리가 올라가면 중앙은행이 나서서 내려야 되겠죠. 근데 강제로 내릴 수 없으니까 ― 금리가 올라간다는 얘기는 시중에 돈이 없다는 뜻 아닙니까? ― 돈을 공급해야 하죠. 그걸 헬리콥터처럼 뿌릴 수는 없고, 돈을 주긴 주되 민간이 가지고 있는 자산을 가지고 옵니다. 그걸 보통 국채로 합니다. 일반적으로 민간 채권을 안 하고요. 반대로 금리가 내려간다면, 시중에 돈이 남아돈다는 얘기겠죠? 돈을 흡수하기 위해서 중앙은행이 가지고 있는 국채를 매도합니다, 팝니다. 매도 자금이 중앙은행으로 들어가는 거겠죠. 이걸 통화정책이라고 부르는데, 그래서 국채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통화정책을 위해서라도. 그래서 실제로 1990년대 말에 호주와 캐나다에서는 웃픈 일이 있었는데요. 그 시절에 워낙 신자유주의 정책에 경도돼 있어서, 호주와 캐나다도 국채 발행을 안 했어요. 그랬더니 시중에 통화정책을 하기 위해서 필요한 국채가 말라버린 거죠. 그래서 중앙은행이 정부에 국채 좀 발행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거 가지고 오랫동안 토론을 하다가, 다른 방법도 고려를 했죠. 그러다가 어쨌든 발행을 했습니다. 정부가 부채를 질 필요도 없는데도 불구하고 통화정책을 위해서 발행을 해준 거예요.
우리나라도 이런 일이 벌어졌던 것 같아요. 명시적으로 이야기하지 않지만 제 분석에 따르면. 왜 그러냐 하면 2월 말 한국은행 대차대조표를 보면 한국은행은 약 16조 좀 넘는 규모의 국채를 가지고 있어요. 그게 얼마나 많은 건지 감이 안 잡히죠. 근데 거의 쓸모가 없는 거예요. 반면에 중앙은행, 우리나라 한국은행이 스스로 발행한 통화안정화 증권, 즉 통안채인데, 통안채 발행액이 170조 정도 됩니다. 무슨 얘기냐 하면 우리나라 한국은행은 통화정책을 취하기 위해서 국채를 사용하는 게 아니고, 스스로 채권을 발행해서 사용을 하고 있습니다. 무슨 말이냐 하면, 자본주의 경제를 운영하는 한, 현재의 시스템을 운영하는 한 170조 정도의 국채는 더 필요하다는 거죠. 이걸 정부가 발행해주지 않으니까 한국은행에서 스스로 발행해서 하는 거죠. 당시 호주와 캐나다 정부도 이 안을 생각했습니다. 중앙은행이 직접 채권을 발행할까 그랬다가 여러 가지 다른 고려사항 때문에 그러지 말고 국채를 발행하자, 그렇게 했던 거죠. 또 하나 방식이 2008년 이후에 미국의 중앙은행인 페드(Fed)가 했던 방식이죠. 이자를 주는 거죠. 민간 은행들한테, 민간은행이 중앙은행에 예금을 하면 이자를 주는 방식, 이렇게 세 가지 정도 방식이 있는데, 우리나라는 ― 국채가 부족해서라고 저는 예측을 하는데 ― 중앙은행 스스로가 통화정책으로 인해서 채권을 발행할 정도로 국채가 메말라버렸다, 저는 그렇게 얘기합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이 참에 통안채 170조를 국채로 바꿔주자, 그 170조를 재난대응자금으로 사용하자고 주장을 하거든요.
강남훈 좋은 아이디어예요.
전용복 저는 오래전부터 주장을 해 왔습니다. 정부가 부채를 지는 것은 당연히 문제가 아닌데, 이것은 현재와 같은 현대 자본주의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인 건데, 그거마저도 안 한다는 거죠. 좀 일반적으로 얘기를 하면, 경제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통화가 증가해야 됩니다, 통화량이. 당연하죠. 경제가 커진다는 얘기는 실물 생산이 늘어난다는 얘기고, 그걸 거래하려면 더 많은 돈이 필요할 겁니다. 그 돈을 공급하는 방식은 두 가지예요. 하나는 민간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거죠. 우리나라 대부분이 그렇게 흘러가고 있죠. 또 하나의 방법은 정부가 빚을 지는 거예요. 국채를 발행하는 거죠. 그런데 만약에 정부가 국채를 발행해서 통화를 공급하지 않으면 경제성장을 한다고 해도 빚이 증가할 수밖에 없는 거죠. 우리나라 빚이 많은 이유가, 특히 가계부채가 많은 이유가 이거라고 봅니다. 정부가 빚을 안 지려고 하기 때문에. 그래서 정부부채가 이렇게, 사실은 경제운영을 위해서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근데 우리나라 정부는 마치 민간기업을 운영하듯이 하고 있습니다. 굉장히 불만스러운데, 좀만 더 얘기해도 되죠?
제가 하나 제안을 하는 게 뭐냐 하면 ― 재난기본소득이든 뭐든 좋습니다 ― 저는 1인당 100만 원씩 3회 정도 하자고 제안을 하는데요. 이렇게 되면 다른 여타 정책을 할 필요도 없습니다. 저는 이것을 1타 3피라고 생각을 하는데요. 최소한 3피는 넘습니다. 첫 번째, 아까 우리나라 경제진단을 했는데, 기본적으로 사회적 약자들의 실업과 소득단절이 제일 문제였다고 얘기했습니다. 그분들한테 소득보전을 해주는 거죠. 인도적인 차원에서 보면 생계비 지원인데, 단지 그것이 아니라 실제로 경제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거죠. 그런 분들한테 소득을 보전해줌으로써 수요가 늘어납니다. 그 수요처는 뭐냐 하면 또 다른 영세 소상공인들이나 자영업자들이에요. 또 다른 약한 부분. 이 부분이 살아나면 실업도 줄어들 수 있다는 거죠. 두 피 됐죠, 나머지 하나는 뭐냐 하면 이 돈이 어느 정도가 되면 금융 부분으로 갑니다. 모든 돈은 금융으로 쌓일 수밖에 없어요. 저도 주머니에 돈이 별로 없거든요. 현대는 대부분의 돈이 은행, 금융권을 통해서 유통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돈을 지급하면 그 돈은 금융권으로 갈 수밖에 없어요. 그러면 따로 금융안정화 정책을 쓸 필요가 없어요. 지금 정부에서 가장 먼저 신경 쓰기 시작했던 게 금융권 안정 아니었습니까? 1차부터 나오기 시작했죠. 2차에서 확대됐는데, 약 48조 1000억 원 정도의 금융안정화 기금을 만들겠다고 얘기했죠. 그럴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더군다나 이 정부가 지급하는 돈은 소위 얘기해서 유동성이 가장 큰, 금융위기 시의 오매불망 모든 금융기관들이 찾고자 하는 지준금(지급준비금)입니다. 중앙은행 화폐라는 거죠. 쉽게 말해서 ‘현찰’이라고 부르죠. 현찰입니다. 정리를 하면, 정부가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다음에 실제로 이런 식으로 대응을 하게 되면 금융안정화까지 다양한 측면에서 바람직한 결과가 나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제발 좀 ‘나는 기업이다’가 아니고, 나는 최고의 공적 영역이라고 생각을 하고 정부가 마음을 고쳐줬으면 좋겠습니다.
기획재정부는 왜 그럴까?
안효상 그 부분에 관해서 질문이 들어와 있는데요. 기획재정부는 왜 그렇게 재정건전성을 신념으로 가지고 있나요? 자기 돈도 아니고. 국민들이, 국회에서 하자고 하는데 기재부는 왜 그런지? 이 질문을 하신 이유는 지피지기의 심정으로, 기재부는 왜 그런지, 어디서 근원하는지 알아야 물리칠 수 있지 않겠나, 하는 질문이 들어왔습니다. 어떻게 대답해주시겠어요?
강남훈 기재부가 왜 그러는지 참 알 수가 없죠. 물어보면 왜, 그렇게 얘기하면 어떨까요? 왜 사람들이 신천지를 믿죠? 케인즈가 <세계 대공황에 관한 일반이론>의 끝부분에서 “오늘날의 종교가 있다면 경제학이다”라고 했죠. 그 당시 주류경제학은 잘못된 경제학을 믿고 있었다고 했고, 케인즈가 옳은 게 나중에 다 확인이 됐죠. 잘못된 경제학을 믿고 있었는데, 제가 케인즈의 책을 그대로 정확하게 인용은 못하겠습니다만, 잘못된 경제학은 현대에서 강력한 종교다, 그 강력한 종교가 끼치는 피해가 막대하다, 그런 식으로. 그것 때문에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불행해져서 고통에 시달린다고 하는데, 저도 그렇게 얘기하고 싶습니다. 재난시기에 재정건전성이라는 경제 신념은 관료들이 믿는 가장 강력한 종교이고, 그 해악은 종교 이상으로, 신전지가 끼친 피해 못지않을 피해를 끼칠 수 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렇게 믿는 사람은 설득해서 되는 게 아니거든요. 그건 설득하는 게 아닙니다.
안효상 중요한 답을 하셨습니다.
강남훈 관료를 설득하라고 국회의원을 뽑는 게 아닙니다. 대통령을 뽑는 게 아닙니다. 대통령이 명령하고 국회에서 정하라고 뽑는 거거든요. 설득하는 게 아닙니다.
안효상 전용복 교수님, 덧붙이고 싶은 말씀 없으세요?
전용복 금민 선생님 먼저 말씀하세요. 저는 일단 1타 3피 얘기를 했습니다.
금 민 그거야 뭐, 옛날에 노론이 하던 것과 비슷한 거죠. 170조 통안채를 국채로 돌려서 재난기본소득 재원으로 하자는 전용복 선생님 말씀이 있었는데, 저는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기본소득과 관련해서 시기와 방법이 많이 논의되는데, 저는 그것도 그거지만 규모가 그래서 되겠느냐, 생각을 했는데요. 다른 나라와 비교해 보면 ― 물론 다른 나라들은 기본소득 방식으로 뿌리고 있지 않죠 ― 어쨌든 다른 나라의 규모가 훨씬 크죠. 독일은 GDP 30%고, 대개의 나라는 20% 상회하죠. 한국의 재난경제대책 규모는 미미합니다. 규모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고요. 일단 방역의 경제효과가 있는데, 현재 경제성장률 예측이 -1%로 OECD 국가들 중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데, 사실 방역효과 때문에 그렇죠. 다른 이유 없습니다. 만약 재정건전성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혀서 돈 뿌리는 걸 머뭇거리다 보면 상황은 좀 달라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원하는 방식에서 기본소득을 하자는 논의가 나왔던 게 미국과 한국이에요. 좀 유사하게 접근했고, 이유가 있다고 봅니다. 미국 역시 부채의존 성장국가였고, 소비가 굉장히 중요하고요, 미국 경제 재생산에서. 한국은 내수는 별로 중요한 나라는 아닌데, 그런데 한국의 특수성이 있습니다. 경제가 가동되는 나라예요. 그리고 타격을 받은 게 중소 영세 상공업이고, 가장 심각한 타격을 받은 건 사실 비정규직, 열외에 있는 노동자들, 사회적 약자들이고, 그러다 보니까 총수요 관리 경제정책으로 재난지원금, 기본소득 문제가 먼저 논의될 수 있는 기반이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반면에 벨기에는 임금의 75%를 보존해주거든요. 영국 보수당 정부는 80%까지 보조해주겠다고 하고. 그런데 조건이 있습니다. 고용을 유지하면 주겠다는 거죠. 고용을 유지하지 않으면 안 주겠다. 왜 그런 정책이 나오느냐면, 이 나라는 가동중단이라는 걸 생각하셔야 돼요. 공장이고 뭐고 다 닫고 집에 있어라, 집에 가만히 있으라고 하거든요. 가동중단이기 때문에 임금소득을 보존해주는 방식으로 펼쳐지고 있고, 반면에 우리나라는 임금소득이 있다고 가정하고 있는 거죠. 그런데 소비가 안 되고 있으니까 총소비 차원으로 얘기가 되고 있고, 그래서 기본소득 운동을 해야 하는 저희 입장에서는 임금보존 문제보다 보편적인 총수요 관리로 재난기본소득이 논의된 맥락은 행운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안효상 한국경제 구조가 원래 그런 거라서 저희가 기본소득 하는 거죠.
금 민 저야 항상 비관론자니까. 어느날 2차 파고, 3차 파고가 올지 모르고, 한국이 방역을 지금 잘하고 있는 거지, 영원히 잘할 수 있다, 그렇게 믿는 건 건신천지고요. 그러면 대안은 뭔가라는 문제가 벌어질 거라고 봅니다. 트럼프처럼 야만경제를 할 거냐? 죽으라면 죽고, 가서 일해라 하면 할 거냐? 아니면 가동을 중단시키고, 막을 거 막고 적절한 경제대책을 할 거냐, 이런 거에 부딪힐 거고, 가동을 하는 나라도 있겠죠. 그런데 사실 5차 확진까지 보고되고 있잖아요. 재확진도 일어나고 있고. 알 수가 없습니다. 가동을 했을 때 보건에 드는 비용이 노동자 1인이 생산하는 것보다 훨씬 더 상회할 수 있고요. 경제학적으로도 비용이 많이 드는 이유일 수 있습니다, 트럼프의 야만경제가. 그렇다면 실제 대안은 일종의 계절 실업상태가 되는 거다, 자본주의가. 가끔씩 쉬어야죠. 3개월씩 집에서 쉬고, 그리고 좀 잠잠해지면 일하고, 그렇게 하는 건데, 그러면 쉴 때 뭘 해야 하는 거냐? 제가 생각할 때는 항구적인 기본소득을 도입을 해야 한다, 스페인에서 논의가 되고 있는데, 어떻게 될지 모르죠. 지금 실업자 780만 명에게 주자는 사람들도 있고, 포데모스(Podemos)는 다 주자고 그러고, 결국 또 실업보조금으로 끝날 수 있습니다. 이 문제도 지켜봐야 될 문제지만 총수요 관리 측면에서 기본소득을 주고 해고를 금지해야 하든지, 해고를 금지하면 기업이 망한다고 그러면 일종의 임금보조금을 준다든지, 보조적인 정책들을 배치해서 가끔씩 계절실업을 하고, 사실 이런 말하면 이상하지만, 코로나로 중국 우한에서 죽은 사람보다 공기가 깨끗해져서 살아난 노인이나 어린이가 더 많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가끔씩 쉬는 경제를 뉴 노멀로 생각하고, 거기 맞춰서 경제질서를 재편하고, 정작 지켜야 할 건 민주주의죠. 한국이 투표를 했다, 이게 굉장히 중요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집에 있어라, 거리에 나오면 잡아가겠다고 하지 않고, 이탈리아처럼 하지 않았다는 것만 해도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전용복 답변 안 하신 것 같은데요, 기재부는 왜 그럴까에 대해.
금 민 그건 낡은 교조에 빠져 있는 거죠. 그런 세상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을 때까지 계속 빠져 있을 텐데, 문제는 그 사람들이 모든 걸 다 좌지우지한다는 거죠. 선출된 권력이 아닌데 좌지우지한다는 게 문제죠. 관료와 민주주의의 투쟁, 여기서 항상 민주주의가 져왔던 역사였죠, 한국 민주주의의 역사가, 이걸 뒤집지 않는 이상은 국회의원 누구를 뽑든, 대통령으로 누구를 뽑든, 해결이 안 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강남훈 재난소득을 기본소득 형태로 주게 되면 아까 얘기하신 게 좋은 아이디어고, 바이러스가 유행할 때마다 1년에 3개월은 쉬어야 되겠네요.
안효상 3개월만 쉬면 될까요?
강남훈 어쨌든 그때 되면 예를 들어서 100만 원씩이면 50조잖아요. 150조, 170조 정도 되는 예산을 쓰면서 기재부의 손에서 벗어납니다. 기재부가 어떻게 할 수 없잖아요. 전 국민 다 똑같이 주니까. 통장으로 쏴 주면 되니까. 기재부의 재량이, 권한이 없어지는 거예요. 심사가 없어지는 거예요. 누가 80%인지,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되는지를 정하는 관료들의 심사권한이 없어지니까, 규칙에 따라 예산이 나가버리니까, 자기 권한을 잃는 것처럼 생각할 거예요. 그 돈을 자기 돈으로 착각해 왔거든요, 나랏돈을. 자기들의 심사 없이 바로 나가게 돼서 자기 권한이 없어지는 걸 누가 좋아하겠습니까?
안효상 정리해 보면 세 분 다 설득해서 안 된다는 거죠?
금 민 네.
전용복 분란을 일으킨 제가 마지막으로 정리하겠습니다. 강남훈 교수님께서 굉장히 위험한 발언을 하셨는데, 기재부의 공식적인 입장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국가부채 위기의 가능성이 있다, 또 하나는 인플레의 위험이 있다. 공식적인 거고요. 제가 보기에는 진정성이 전혀 없어 보이고요. 그러면 저는 어떻게 보느냐? 그냥 게스(guess)입니다. 제가 기재부 관료도 아니고, 기재부 내부에 들어간 것도 아니지만, 제가 생각하기에는 ― 신자유주의는 정부 예산으로 표현된다고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 정부가 지출을 많이 하는 게 싫은 거예요. 경제 전체에서 정부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는 것이 싫은 것 같습니다. 신자유주의 체제를 유지하고 싶은 거죠. 이렇게 보면, 신자유주의 체제로부터 이익을 받고 있는 자본가라든가 기타 등등 이해집단들의 의견이 반영된 게 아닌가,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안효상 이런 질문이 들어왔네요. 기본소득이 사회적 거리두기에 도움이 될까요? 아까 답변이 좀 나오긴 했으나, 묶어서 어느 분이 정리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금 민 요즘 이웃을 사랑하려고 하면 이웃을 가능한 멀리하고 만나지 않고 그러는 시대가 됐죠. 우리가 공동체의 동등한 구성원이라는 것을, 국가가 작동하고 있는 걸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있다고 하면 기본소득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강남훈 대봉쇄죠, IMF의 표현대로 하면. 그 봉쇄 기간에 갑자기 소득이 없어졌잖아요. 일을 하지 못하게 했으니까. 하지만 죽을 수 없잖아요. 사 먹어야 하니까. 기본소득을 미국 같은 나라에서 고려를 안 할 수 없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전 세계적으로도, 불안정 노동자가 너무 많습니다. 교황께서 이번 부활절 편지에서 기본소득을 주자고 ― 정확한 표현은 ‘보편기본임금’이었는데 ― 하시면서 하나하나 대상자들을 호명했어요. 아마 기도를 하시면서 다 떠올렸던 것 같아요. 여성, 아이들에게 스프를 끓이는 여성, 그림자 노동, 지금 타격을 받은 노점상, 하나하나 이름을 부르거든요. 그러면서 그 편지 끝에서 이들에게 보편기본임금을 줄 때가 됐다, 이렇게 얘기를 하는 걸 보면 ― 그게 임금인지는 가톨릭을 아시는 분께 설명을 부탁드리고 싶은데 ― 이 재난 속에서 가장 고통을 당하는 계층들에 대해서 최소한의 생활을 보장하자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교황의 편지에서 “혼자서는 구원할 수 없는 우리들”이라는 표현도 나오는데, 정확한 워딩은 잘 생각이 안 나지만, 그건 뭐냐 하면 한 사람만 거리두기를 한다고 끝나는 게 아니다, 모든 사람이 합심해서 거리두기를 하고, 오후 8시가 되면 창밖에 나가서 박수를 치는 등 스스로 자발적인 협동의 표시를 해야 한다는 거죠. 그렇게 해서 이 위기를 극복해 가자고. 기본소득의 정신이 편지에 잘 나와 있다고 생각이 듭니다.
안효상 금민 선생님, 추가로 말씀해주시겠어요?
금 민 판 파레이스(Van Parijs)가 (교황의 편지에서) 기본소득에 접근한 개념을 사용했다고 해석했다는데, 가톨릭 논리로 보면 기본소득을 얘기한 거라고 보고요. 가톨릭의 기본소득 옹호론은 일의 개념을 확장함으로써 모든 사람이 일을 하고 있다, 그러니 기본소득을 받아야 된다, 이렇게 전개돼 왔죠. 그 이유는 가톨릭과 개신교의 구원론이 다른데, 개신교의 경우에 예수가 메시아임을 믿는다, 즉 믿음에 입각해서 모든 사람이 구원을 받죠. 그리고 중요한 건 개인의 동등성입니다. 그런데 가톨릭 같은 경우에는 업적에 따른 구원 ― 예전에 면죄부도 팔았죠 ― 일을 한 것에 따라서 구원받는다는 건데, 이 일의 개념을 이번 교황님이 굉장히 확장했다, 그래서 열거한 것들을 보면 거의 모든 유의미한 활동을, 유익한 활동을 일이라고 했다고 봅니다. 국가에서 공동체가 정한 어떤 활동에 참여한 것으로서 받는 것도 아니고. 그렇기 때문에 가톨릭, 특히 오스트리아 가톨릭의 일부 교구라든지 독일의 마인츠 교구라든지 이런 데서 주장하는 기본소득 옹호론과 똑같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전용복 갑자기 성스러워졌습니다, 토론이. 저는 맨날 돈 얘기, 예산 얘기하고, 세속적인 얘기할 수밖에 없는데. 한 가지만 더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돈이 없다고 하는데, 왜 돈이 없어? 이게 제 대답이거든요. 하나 또 얘기를 해 드리겠습니다. 뭐냐 하면 아까 말씀드렸듯이 국가부채는 당위적으로 필요한 겁니다, 자본주의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서. 또 하나는 뭐냐 하면, 우연히 제가 발견했는데, 잉여 예산을 봤어요. 지방정부 예산을 봤더니 ― 지방정부365라는 웹사이트에 공개된 자료가 있습니다 ― 결산자료가 2018년까지밖에 없어요. 2019년 자료는 아직 없는데,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지방정부가 꾸준히 예산을 남겼습니다. 그 규모가 어느 정도 되냐 하면 2018년은 69조 정도가 돼요, 지방정부만. 돈 안 쓰고 남긴 거죠. 물론 그 돈을 당장 은행에 예치하고 있어서 쓸 수 있느냐, 그건 아니죠. 그런데 예산을 1년 단위로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사고방식인 거잖아요. 왜 꼭 1년 단위로 맞춰야 하냐는 거죠. 5년, 10년 단위로 결산을 맞춰도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굉장히 융통성이 없다. 또 하나는, 실제로 오늘 신문에 나온 건데요, 정부가 노동시장 관련, 직업재훈련 같은 사업들에 필요한 돈을 기금에서 갖다 썼습니다. 원래 실업기금인가, 정확하게 이름이 안 나왔는데, 원래는 그렇게 하면 안 되는 거죠. 그런데 불법은 아니에요. 할 수는 있다는 거죠. 우리나라가 특히 심각한 게, 기금을 엄청나게 쌓고 있다는 거예요. 국민연금, 의료보험, 기금을 엄청 쌓고 있지 않습니까? 정말 돈이 없으면 갖다 쓰면 안 되나요? 방법은 되게 많이 있습니다. 또는 중앙은행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고요. 돈은 있다고 말씀을 드리고요. 아까 제가 말씀을 드렸습니다. 이런 재난에서는 빚으로 버틸 수밖에 없어서, 누군가는 빚을 져야 합니다. 재난이니까요. 그게 정의니까. 그렇다면 누가 빚을 지는 게 바람직하고, 효율적이냐? 이런 관점에서 봐야 된다는 거죠. 절대로 개인은, 특히나 재난에 취약한 불안정 고용 노동자들, 영세소상공인, 자영업자들, 내수 기반 기업들이 빚을 지면 안 됩니다. 그분들이 빚을 지면 그 이후에도, 이 재난이 설사 지나간다고 해도 회복하기 어려울 거다, 국가의 책무성을 다시 한 번 진지하게 고민해야 되지 않느냐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