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는  2020년 4월 17일(금) 오후 7~9시, 코로나19로 달라지는 세상이 무엇인지, 기본소득은 그 세상에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를 이야기하는 <라이브토론회 "코로나19 이후의 세계">를 미디어 데모스와 함께 온오프라인으로 열었습니다. 강남훈 이사장(한신대 경제학과 교수), 금민 이사(정치경제연구소 대안 소장), 전용복 교수(경성대 국제무역통상학과) 등 3명이 패널로, 안효상 상임이사가 사회자로 참여했습니다.
아래의 글은 이 토론회를 지면으로 중계하기 위해 마련되었습니다. “지면 중계” 글은 총 3편으로 나뉘어 있고, 토론 중 나온 질문과 답변이 함께 들어 있습니다.

[지면 중계] 라이브토론회 “코로나19 이후의 세계” (1)

일시: 2020년 4월 17일(금) 19:00 – 21:00
장소: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 유튜브
주최: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미디어 데모스
사회: 안효상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상임이사)
패널: 강남훈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이사장, 한신대 경제학과 교수), 금민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소장,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이사), 전용복 (경성대 국제무역통상학과 교수)
녹취록 생성: 유혜영
녹취록 교열/교정: 박선미

안효상  코로나 바이러스 위기가 언제 끝날지 아직 알 수 없지만, 이미 코로나 바이러스 이후에 우리가 어떤 세계에 살게 될지에 대한 관심과 전망이 조심스럽지만 나오고 있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 위기에 대한 평가 그리고 장래에 대한 전망에서 분명한 한 가지는 지금 사태가 유례없는 일이며, 코로나 바이러스 위기가 지난 후 우리는 지금과는 사뭇 다른 세계에 살게 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우리가 향후 어떤 세계에 살게 될 것인가를 전망하는 일은 우리가 지금 이 위기에 어떤 방식으로, 어떤 태도로 대응하고 있는가 하는 문제와 분리할 수 없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 위기의 성격, 이에 대한 현재 우리의 대응 그리고 이후 세계에 대한 전망에 대해 세 분의 패널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름의 가나다 역순으로 소개해 드리죠. 경성대 전용복 교수님 나오셨습니다. 정치경제연구소 대안의 금민 소장님 나오셨습니다. 한신대 강남훈 교수님 나오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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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위기의 독특성: 보건위기, 경제위기, 금융위기라는 3중의 위기

안효상  먼저 이번 위기를 보건의료의 위기와 경제위기라는 이중의 위기로 말하기도 하고, 여기에 금융위기를 덧붙여 3중의 위기라고도 하는데, 위기의 독특성에 대해 짚어야 하겠습니다. 도입이니만큼 세 분 모두의 말씀을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강남훈 갑자기 생명을 위해서 경제를 스톱시킨 위기죠. 경제를 멈출 수밖에 없는 아주 독특한 위기입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나중에 기후변화, 기후위기가 이렇게 될 거라며 비슷하게 기후위기와 연관시키는데요, 기후변화 때문에 바이러스가 많아진다고 연결시키기보다 저는 이렇게 연결시키고 싶습니다. 생명을 위해서, 지구를 살리기 위해서 내일부터 탄소를 전혀 쓰면 안 된다, 어느 날 그렇게 결정해야 될 것 같아요. 내일부터, 전 세계가 모여서 탄소를 조금만 쓰면 지구는 다 죽는다, 이런 결정을 언젠가 내리게 될 것 같은데, 그런 위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게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합니다.

안효상 금민 소장님, 말씀해주시죠.

금  민 일단 생태재앙이라고 생각하고요. 얼마 전에 트럼프 대통령이 이렇게 얘기했죠. 중국 연구소 조사해 봐라, 거기서 나온 게 아니냐? 유럽 지도자들도 점점 중국 책임론을 얘기하는데, 책임이 있다고 하면 인간이다, 중국이냐 미국이냐 프랑스냐 이런 문제가 전혀 아니다고 봅니다.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niversity College London, 약칭 UCL)에서 생물다양성을 전공하는 케이트 존스(Kate Jones)라는 교수가 있는데요, 그 사람이 에볼라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연구한 사람인데, 엄청나게 심각하게 자연을 파괴했다, 그래서 바이러스의 숙주가 인간이 될 수밖에 없는 상태가 됐다, 그리고 이건 2년마다 되풀이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번 사태는 글로벌 팬데믹이 나왔다는 것만 다를 뿐이지, 별로 다르지 않다라는 거죠. 제가 생각할 때는 이 토론의 제목이 팬데믹 이후인가요?

안효상 코로나19 이후.

금  민 사실 그 이후가 뭔지 모르겠어요. 이후가 있는 건지. 즉 제목이 잘못됐다. 정확하게 얘기하면 그냥 팬데믹 시대다, 이게. 코로나 시대에 우리가 무엇을 할 건가, 이렇게 얘기를 해야지 코로나 이후가 된다고 하면 그건 트럼프적 사고방식이다. 2개월 지나면 괜찮아져요, 3개월 지나면 괜찮아져요. 백신이 나오는 1년 7개월 이후에는 괜찮아져요, 이렇게 얘기할 수 있는 거냐? 그게 아니라 앞으로 계속 이런 상황을 살아가야 될지 모른다는 거죠. 경제적으로 보면 이건 굉장히 심각한 문제입니다. 보건위기에 의해서 실물경제가 수축됐고, 그게 파급을 일으켜서 금융수축, 글로벌 공급망의 단절이 다 올 텐데, 이걸 정상상태라고 생각해야 된다고 봅니다. 만약 이게 비상상태라고 생각하더라도 2년간 비상상태면 그건 뉴 노멀(New Normal)이에요. 2년간 만들어진 경제질서는 2년 이후의 경제질서를 지배합니다. 완전히 다른 세계로 우리는 이미 진입했다. 그리고 빌 게이츠가 얘기한 것처럼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이게 인식의 출발점이 돼야 하지 않겠냐 싶고요. 경제 사이클과 코로나 사이클이 일치하기 시작했습니다. 코로나 사이클이 거의 경기 사이클이 됐습니다. 얼마 전에 IMF가 경기전망을 발표했는데, 한국이 -1% 정도 성장한다고 하더라고요. 1/4분기 성장했다. 이게 OECD 1위입니다. 한국이 성장한 이유는 간단해요. 경제가 가동했거든요. 다른 나라 다 멈췄잖아요. -3%에서 -7%까지 성장할 거라고 이야기하는데, 한국은 올해도 이 상태 계속되면 -1% 성장. -1% 성장이면 상당히, 2012년 유럽 위기로 보면 거의 경제위기 상태죠. 근데 그게 OECD 1위 성장률이라는 거죠. 보건위기의 코로나 감염 사이클과 경기 사이클이 일치한다, 사실 우리가 경제 따로, 방역 따로 볼 수 있는 문제 아니다, 일종의 방역경제, 코로나 경제, 이렇게 시대가 바뀌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안효상 전용복 교수님, 말씀해주시죠.

전용복 앞의 두 분 선생님께서 생태위기다, 생태위기가 인간을 공격하는 상황이다, 이렇게 말씀을 하셨습니다. 생태계 일반화까지 말씀을 하셨는데요. 저도 대부분 동의를 하고요. 저는 조금 독특성, 경제적인 측면에서 우리나라의 독특성을 말씀드려볼까 합니다. 흔히들 재난조차도 불평등하다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그럴 때 맥락은 위험성, 사망 등등등 이런 부분에서 단지 위험에 노출되는 것조차도 불평등하다, 이런 의미로 통용이 되는데요. 제가 보기에는 이 코로나 바이러스가 발병하면서 우리 경제가, 우리 사회가 가진 민낯을 밝힌 거라고 생각합니다. 왜 그러냐면 사회적 약자들이 가장 먼저 공격을 받았고요, 그 사회적 약자들이 모여 있는 부분이 우선 붕괴가 됐습니다. 그것이 연쇄효과를 미쳐서 경제전체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거든요. 경제적인 측면에서만 보면. 사실은 우리가 소위 괄시하고 무시하고 관심을 두지 않던 그분들이 우리 사회를 지탱하고 있었는데, 그걸 몰랐었다는 거죠. 그렇지만 코로나 위기가 발생하면서 그것이 드러났다는 겁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려보겠습니다.

제가 보기에 우리나라하고 서구의 다른 점은, 미국을 포함해서 다른 점은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생산과 소비가 멈춘 건 맞는데, 서구는 늑장 대응을 하다가 집단감염 때문에 공장까지 폐쇄하는 경우가 많이 나타나고 있죠. 그렇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그렇지 않습니다. 부분적으로 중간재 수급의 어려움을 겪어서 조업이 단축되거나 그런 경우는 일부 있지만. 그러면 우리나라는 왜 이렇게 위협을 받고 있느냐, 경제적으로요. 제가 조사해 본 바로는 그렇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실시되자 제조업 부분이 일단 멈췄죠. 근데 제조업 부분이야말로 우리나라에서 영세 중소상공업이나 자영업이고, 거기 고용돼 있으신 분들이 전부 다 일용직, 특수고용직 등의 불안정 노동자였죠. 이 분들이 실직을 하시게 된 겁니다. 오늘 통계청 발표가 났습니다. 아침에 발표가 났는데, 3월 한 달간 160만 명이 임시 휴직을 했습니다. 이분들이 실직을 하고 일거리가 없고 소득이 단절되니까 그다음부터 연쇄적으로 효과가 나타나는데, 소비를 못하시는 거죠.

이것은 단지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소비를 못하는 게 아니고, 돈이 없어서 소비를 못하는 겁니다. 단적인 예로 얼마 전에 발표가 있었죠. 지난 달 신용대출이 굉장히 늘어났고요. 예금, 적금을 해약하는 건수가, 액수가 굉장히 증가했습니다. 예금, 적금 또는 신용대출도 못하시는 분들은 새로운 빚을 얻는 거겠죠. 사적인 영역이든 공적인 영역이든. 그러다 보니까 돈이 없어서 소비를 못하시는 겁니다. 소비를 못하게 되면 수요가 부족해지는 거죠. 그런데 내수 부분이 망가졌는데, 내수를 담당하시는 분이 중소 영세 상공업자들입니다. 이런 분들이 무너진 거죠. 그다음으로는 금융권으로 불똥이 튀었는데요. 왜 그러냐 하면 우리나라는 부채 사회입니다. 가계부채뿐만 아니라 중소, 영세 상공업분들이 굉장히 많은 빚을 지고 계세요. 이분들이 빚을 못 갚을 수도 있겠다는 금융권 인식이 생긴 거죠. 그래서 굉장히 방어적으로, 소극적으로, 그러면서 자금을 회수하기 시작하고, 추가로 융통을 하지 않게 된 거죠. 물론 외국인이 빠져나가고 증시가 폭락하고 그런 부분이 있었지만 근본적으로는 그런 것이라는 거죠. 금융권도 영업을 중단한 겁니다. 자신이 다칠지도 모르는, 유동성 위기를 피하기 위해서. 그러면서 금융권까지 불똥이 튄 것으로 보입니다. 정리를 하자면 흔히 그냥 피상적으로 바이러스마저도 불평등하다, 이렇게 얘기했는데, 저는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우리 사회가 그분들한테 빚지고 살아왔던 거였다, 다만 괄시했던 것뿐이다,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그것을 까발린 거죠. 그분들이 안 계시면 우리 사회는 무너진다. 이런 것들을 보여준 게 독특성이 아닐까,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안효상 잠깐, 제목에 대해 금민 소장님이 말씀해주셔서 설명해 드리자면, 코로나 이후의 이후는 애프터(after)가 아니고, 포스트(post)라고 생각해주시고, 지금부터 이어지는 세계라고 이해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안효상 세 분께서 큰 이야기, 이른바 생태재앙이라는 것과 전용복 교수님은 좀 더 특정하게 한국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제대로 보여줬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마치 공기가 없어져야 공기가 필요한지 아는 것과 비슷하게. 강남훈 선생님은 갑자기 우리가 어느 날 확 이런 결정을, 기후위기에 빗대서, 탄소를 내일부터 쓰지 말자는 급격한 결정을 할지도 모르는 것을 미리 보여줬다고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이번 경제위기의 성격과 지속성, 각국의 대응은…

안효상 큰 그림 속에서 이야기를 이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중국은 우한 지역 중심으로 초기 방역에 실패했지만 통제를 어느 정도 확보한 것처럼 보이고, 한국은 방역에 상당히 성공한 것이라고 봐야 되겠죠, 현재까지는? 이에 비해 유럽, 미국은 초기 방역 실패로 엄청난 위기를 겪고 있고, 이는 계속 말씀해주시는 경제위기, 저는 이걸 교과서에 나오는 경제위기라고 불러야 될지 모르겠고, 그냥 경제적 재앙이라는 느낌이 드는데, 어쨌든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앞에서 간략하게 말씀해주셨지만 이번 경제위기의 성격, 지속성에 대한 말씀들을 깊이 있게 해주시고, 각국의 대응에 대해서도 말씀해주십시오. 전용복 교수님께서 말씀을 시작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전용복 경제재앙이라고 부르셨는데, 그 원인이 자연재해 중의 하나인 바이러스 창궐로 발생했다는 뜻에서 그런 것 같습니다. 위기 맞습니다. 경제위기 맞는데, 다만 그 형태가 과거랑 다른 것 같아요. 전형적으로 금융 부분에서 먼저 금융위기 형태로 나타나고, 그것이 경제 실물 부분으로 전이되는 형태를 띠었던 게 일반적인 자본주의 경제위기 형태였는데, 이번에는 양적, 금융위기 이전에 실물 부분에서 무너지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좀 다른 거고요. 얼마나 오래 지속될 것이냐에 대해서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나중에 토론할 기회가 또 있을 것 같은데, 다만 현재의 코로나19 위기는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돼야 끝날 것 같은데, 저는 이 부분에 대해서는 낙관적입니다. 왜냐하면 지금 알게 모르게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서 제약산업에 부과되던 제약들을 과감하게 생략하는 형태가 많이 나타나고 있거든요. 실제로 미국의 임상실험 절차는 세계적으로 까다롭기로 유명한데, 보통 3상까지 하는데, 1상에 보통 3년 정도 걸린다고 얘기를 하는데, 이미 백신 임상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암시적으로 발표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세계 곳곳에서 임상실험이 이미 실시되고 있다, 그래서 조만간 백신과 치료제가 나오지 않을까 하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렇게라도 희망을 가져야 되겠죠.

그다음에 각국의 정부 대응을 어떻게 평가하느냐? 저는 그걸 말하기 전에 평가의 기준이 뭐냐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기본적으로 전제를 해야 하는 것이 죽음과 삶이 물리적인 효과라고 한다면 그 뒤에 남는 경제적인 효과는 훨씬 더 지속되고, 그래서 어쩌면 더 고통스러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왜 그러냐 하면 지금 충격을 받는 사람들은 대부분 경제적으로 빚을 통해서만 생계를 유지할 수 있고, 이후를 도모할 수 있는 상태거든요. 그런데 이미 우리나라는 과도하게 가계든 기업이든 부채를 지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여기에 추가로 부채를 진다면 설사 경제가 정상화된다고 해도 그것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남는다는 거죠. 그래서 지금 위기가 빚 아니면 견딜 수 없는, 극복할 수 없는 거라면, 빚은 과연 누가 져야 되는가라는 질문을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개인보다 기업이 훨씬 낫고요. 왜냐하면 기업은 그래도 자금순환이 빠르고 크기 때문에 상환능력이 개인보다는 낫거든요. 그리고 기업보다는 정부가 낫습니다. 바람직하기도 하고요. 정부가 빚을 지려는 태도를 보여야 하는데, 이것이 서구 자본주의 국가에서는 보인 태도였죠. 물론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 학습 효과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정부는 아주 독특하게, 나는 절대 빚을 지지 못하겠다는 스탠스(stance)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기재부 장관은 나는 자리에 연연하는 사람이 아니다, 라고 하면서까지 정부 부채를 지지 못하겠다고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1차 추경 때는 마지못해서 7조 약간 이상 빚을, 국채를 발행했는데, 어제 선거가 끝나자마자 발표한 2차 추경에서는 조삼모사식으로, 그러니까 기존에 책정돼 있던 예산을 빼다가 쓰는 방식으로 하고 있거든요. 이렇게 보면 우리나라 정부의 스탠스를 알 수 있는데, 이것은 위기가 끝난다고 해도 더 큰 고통을 민간 부분에 떠넘기는 게 아닌가, 그렇게 생각합니다. 한 가지만 더 말씀드리고 싶은데, 기본적으로 정부의 부채와 개인의 부채는 완전히 다릅니다. 그런데 지금 정부는 그것을 가계, 기업이 예산을 관리하는 방식으로 하고 있어요. 빚을 못 지겠다는 게 그런 관점인 거죠. 예를 들면 정부는 빚을 지더라도 안 갚아요. 역사적으로 정부는 갚지 않습니다. 그런 경우가 예외적으로 있었는데, 대체로 안 갚습니다. 대신 경제가 성장하면서, 분모가 되는 경제가 성장하면서 빚의 부담이 줄어드는 거죠. 또 빚을 갚으라고 독촉하지도 않습니다.

안효상 그렇죠. 누가 독촉할까요?

전용복 더 중요한 것은 정부가 빚을 지지 않으면 민간이 성장할 수 없습니다. 이건 굉장히 중요한 얘기인데, 설사 경제가 성장한다고 해도 빚을 동반해서 성장할 수밖에 없습니다. 근데 정부에서 나는 절대로 빚을 지지 못하겠다고 하는 얘기는 경제가 성장하든 말든 나는 상관없다, 이런 태도라고 생각하고요. 저는 이 신자유주의 교리가 우리나라에서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안효상 한국 정부, 기재부가 왜 그런 마인드를 갖고 있는지 이따가 더 말씀해주시기로 하고, 금민 소장님, 말씀해주시죠.

금  민 일단 백신이 1년 반이면 나올 거라고 그러고, 저도 나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근데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건 이런 것입니다. 인간이 페니실린을 발견해서 박테리아를 이겼죠. 박테리아로부터 해방이 된 건데, 이에 비해 바이러스와의 전쟁은 상당히 오래될 거라고 봅니다. 사실 인간은 어떤 바이러스도 완전히 극복하지 못했습니다, 지금까지. 계속 변종이 생기고, 이건 자연파괴와 관련이 돼 있고, 인간이 너무 많다는 것과 관련이 돼 있고, 인류학적 조건을 벗어나지 않는 이상 해결이 안 될 것이고, 그 속에서 (바이러스에 맞서는) 의학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겠죠. 그런 (바이러스와 인간 의학의) 경주 상태로 계속될 거라고 봅니다. 따라서 경제건 사회건 국가건, 팬데믹이 계속 일어날 수 있는 상태를 정상성으로 받아들이면서 약자를 보호하고 민주주의를 수호하고 대비책을 세워야 되는 것이지, 3개월 후면 괜찮아, 조금 있으면 공장 가동할 수 있어, 1년 반 후에 백신 나올 테니까 괜찮아, 이렇게 얘기할 수는 없는 겁니다. 설혹 1년 반 후에 백신이 나온다고 해도 1년 반 동안 비상경제는 새로운 놈(norm), 뉴 노멀이 될 거라고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그다음에 국민국가가 대응을 잘했다 ― 한국이 대응을 참 잘했죠 ― 거의 국뽕처럼 얘기를 하고, 신문에서 다 그러는데, 사실 맞습니다. 근데 지금 성공적인 겁니다, 지금. 그리고 이탈리아, 스페인은 지금 실패하고 있는 거고. 사실 바이러스에는 국경이 없습니다. 국민국가가 그때그때 반응을 잘 할 수 있지만 국민국가가 영원히 대응을 잘 할 수 있느냐, 국민국가 차원의 정책으로? 사실 글로벌 차원의 대응이 없다면 국민국가는 속수무책일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과도한 세계화를 줄이려는 노력들이 일어나겠죠. 과도한 세계화 자체가 생태를 파괴하고 있으니까. 그런데 아우타르키(Autarkie), 즉 모든 것의 자립경제는 가능하냐 하면, 불가능하다고 보죠. 그렇다면 사실은 이것도 시계열적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시간 속에서 한꺼번에 자립경제 달성이 가능한 게 아니니까. 그렇다고 하면, 사실 어떤 국민국가도 국경 없는 바이러스에 대해서 100% 방역할 수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물어야 할 건, 이게 정상 상태라면 무엇을 보호하고 무엇을 지켜야 할 건가입니다. 민주주의와 정치 영역에서 우리가 보호해야 할 건 뭐고, 끝까지 고수해야 할 건 뭔가, 이런 논쟁들을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안효상 강남훈 선생님께서 기재부라든지 한국정부의 대응을, 다른 나라의 대응과 비교해서 말씀해주시죠.

강남훈 우리가 방역은 아주 잘했는데요. 경제를 멈추지 않은 채로 사람들이 살아갈 수 있게 됐기 때문에 (방역은) 잘됐는데, 경제 정책은 재난시기에 아주 후진적인 것 같습니다. 물론 방역이 더 중요하니까 방역효과가 있지만 경제정책이 후진적이고, 어떻게 보면 코로나로 불평등이라는, 바이러스가 불평등하게 죽음을 가져온다는 현상이 드러나고 있는데, 그러나 그런 불평등 부분이 기후위기 쪽으로 가면 훨씬 더 문제가 될 거라고 봅니다. 왜냐하면 내일부터 석탄을 조금이라도 때면 지구가 망해서 다 죽는다, 내일부터 때지 말자, 전 세계 지도자가 결의해 놓고 나면 그날 저녁으로 에너지 가격은 폭등하거든요. 그러면 가난한 사람은 얼어 죽는 거죠. 걸어 다녀야 되는 거고, 식품 사러도 못 걸어 다닙니다. 미국 같은 경우는 지금 걸어 다니지도 못하고 있죠. 훨씬 더 불평등이라는 게 재난에 크게 영향을 끼칠 거기 때문에 불평등 문제를 이 상태로 더 이상 방치하면 안 되는데, 위기극복이나 불평등 완화 같은 마음이 기재부에는 전혀 없는 거죠. 재정 건전성만 지킨다고 하는데, 제가 마침 <세계 대공황의 교훈>이라는 책을 읽어드리려고 가져왔습니다.

안효상 이 책은 PPL이 아닙니다.

강남훈 피터 테민(Peter Temin)이라는 원로 대학자가 세계 대공황이 왜 일어났고, 왜 오래 갔나를 분석했는데,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 우리는 수출주도 국가잖아요. 전세계의 상황이 끝날 때까지 우리 경제공황은, 위기는 계속되는 거잖아요 ― 1929년 세계 대공황이 발생한 이후, 1929년 수준의 GDP를 1939년에 회복하거든요. 딱 10년이 걸렸는데, 그 원인을 이 대학자는 결론적으로, 부적절한 거시경제정책에서 찾았습니다. 부적절한 거시경제정책이, 그 당시 금본위제의 고수로 상징되는 건전재정정책이, 대공황을 유발했을 뿐만 아니라 오래 가도록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건전재정정책은 디플레이션을 만성화한 여러 정책들 중 최악의 것이었다는 것이, 이 대학자가 세계 대공황을 분석한 결론입니다. 기재부가 보여주는 잘못된 경제 신념, 건전 재정성이라는 신념, 저 신념을 갖고 있는 한, 이 위기에서 제대로 못 벗어나고 이 위기를 오래 끌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