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례세미나 후기] 제4회 공유부 개념과 분배윤리학 (2022년 8월 13일)

작성자: 윤형중 기본소득연구소 연구실장
공유부의 정당한 분배 방법은 무엇일까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와 기본소득연구소가 준비한 2022년 제4회 월례세미나가 8월 13일에 열렸습니다. 올해 월례세미나는 공유부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는 기본소득을 ‘공유부에 대한 모든 사회구성원의 권리에 기초한 몫으로서 모두에게, 무조건적으로, 개별적으로, 정기적으로, 현금으로 지급되는 소득’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정관 제2조). 기본소득의 원천이 ‘공유부’라고 분명히 한 것이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개념 정의의 특징입니다. 그렇다면 공유부가 무엇이고, 공유부의 분배 방식으로서 기본소득이 정당한지를 충분히 토론하는 것이 올 한 해 월례세미나의 목적입니다. 그간 진행된 월레세미나의 내용은 후기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날 세미나의 주제는 ‘공유부 개념과 분배윤리학’이었고, 발제자는 지난번 세미나에 이어 곽노완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이사가 맡았습니다. 발제의 소주제는 ‘외부자원(external resources)와 공유부’, ‘현대 분배정의론과 공유부 개념’, ‘공유지 사유화와 공유지의 역설’이었습니다.

어린이대공원 인근에 폭등한 부동산의 가치는 누구의 것일까

곽노완 이사는 외부자원과 공유자원을 구분하며 발제를 시작했습니다. 그에 따르면 “외부자원 중에 자연의 선물로 주어지거나, 역사적으로 전승되었거나, 동시대 공동체성의 협력에 의해 생산된 것만 원리적인 차원에서 공유자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는 “외부 공유자원의 소유권은 오늘날 현실에서는 거의 대부분 오래전부터 사유로 전환되었거나 공공소유로 전환되었거나, 아직 소유권이 확립되지 않은 형태로 존재”한다며 “이러한 외부 공유자원을 지속가능한 수준에서 최대한 공유부로 전환하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적절히 과세하여 기본소득이나 공유부배당으로 지급하자는 것이 공유주의 기본소득론자들의 입장(판 빠레이스, 스탠딩 등)”이라고 설명을 이어갔습니다.

곽 이사는 “개별 공유자원들을 수익화하여 기본소득 재원의 원천으로 할지, 아니면 그냥 모두가 무료로 사용할 수 있게 할지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개진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산과 어린이대공원을 사례로 들었습니다. 북한산 국립공원의 입장을 무료화하면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지만, 장애인에겐 여전히 쉽게 접근할 순 없으니, 사용료를 받아 장애인을 포함해 모든 사람들에게 지급하는 것이 공유주의 기본소득론에 부합한다는 의미입니다.

어린이대공원의 사례는 보다 복잡합니다. 곽 이사는 “보수 정당 소속 지자체장(오세훈)이 무료화했는데, 매우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평지라 장애인 접근성도 괜찮다. 하지만 무료화가 되고나서 유료일 때랑은 인근 부동산 가격이 달라졌다. 이 공원을 자기 앞마당처럼 누리는 인근 건물의 가치가 올라갔다. 공유자원에 인접해 생기는 공유자원 수익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를 어떻게 환수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검토를 해야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발제에서는 롤스와 미드, 드워킨이 주장한 ‘재산소유 민주주의’의 개념을 설명하며 이들의 분배정의론이 소개됐고, 이들과 공유주의 기본소득론자의 차이가 제시됐습니다. 특히 롤스와 드워킨은 노동 의무를 전제로 한 분배정의론을 주장했고, 판 빠레이스 등 공유주의 기본소득론자들은 공유자원 및 그 수익에 대한 권리 자격을 모두에게 개방했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공유할수록 불평등해지는 ‘공유지의 역설’

이날 발제에서 현실에 중요하게 접목될 수 있는 주제는 세 번째 소주제였던 ‘공유지 사유화와 공유지의 역설’에 대한 내용입니다. 곽 이사는 “압구정 아파트 재개발시 용적률이 상향되면 막대한 이익이 발생한다. 아파트 위의 공중의 공간은 당연히 누구의 것도 아닌 모두의 공간이다. 또, 2조원 들여 용산공원 조성하면 아모레퍼시픽의 소유주는 5천억원, 근처 빌딩의 소유주는 30억원, 아파트 소유자는 10억원 등의 이익을 얻게 된다”며 “이렇게 공유하는 것들이 늘어날수록 부자들이 더 많이 혜택을 얻게 되는데, 이런 현상을 ‘공유지의 역설’이라고 한다”고 말했습니다. ‘공유지의 역설’이란 곽 이사가 명명한 개념입니다.

따라서 분배정의의 원칙을 적용해 ‘개발 이익의 일정 비율을 기본소득의 재원으로 전환하거나, 환수하여 모두에게 분배하는 것이 합당한 방향’이고, 그 방향으로 곽 이사가 제시하는 방안은 ‘재개발과 재건축 등 사유지 신규개발은 기부채납, 개발부담금, 법인세, 배당소득세 원천징수, 종합소득세, 양도소득세 등으로 개발이익의 상당 부분이 환수되기에 기존 세입을 단계적으로 기본소득의 재원으로 전환’하는 것입니다. 특히 용산공원, 경부고속도로 지하화 등의 공유지 조성사업으로 인근 부동산의 가격이 급등할 경우 기존에 재산세, 종부세, 양도소득세 등으로 미약하게 환수되었지만, 향후 막대하게 상승한 공시지가의 일정 비율을 지가상승배당금으로 부담하게 하자는 게, 곽 이사가 제시한 방안입니다. 이런 정책을 시행할 경우 ‘공유지의 역설’이 ‘공유지의 선물’로 전도될 것이란 입장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자세한 발제 내용은 발제문을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공유부 과세에 새로운 이름 붙이자는 제안

이날 토론에서 발제 내용보단, 다시 공유부의 원론으로 돌아가 ‘공유부의 범주’를 주로 다뤘습니다. 공유부를 환수하는 방식에 대한 논의도 있었습니다.

경기연구원의 유영성 기본소득연구단장이 “공유부를 어디까지로 볼 것인지, 협의의 개념에선 토지, 자연 등이고, 광의적 개념으론 인간의 모든 경제적 활동까지 포괄할 수 있다. 이미 우리가 소유하고 있는 것조차 공유부가 이미 깔려있는데, 기본소득의 원천인 공유부를 어디까지로 볼 수 있는가는 명확하지 않은 것 같다”는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이에 대해 곽 이사는 “현재 상태로 보면 일단 남극과 같이 무주공산인 것과 중앙정부나 지자체 등 공공소유인 것, 또한 온라인 플랫폼 등은 명확히 공유부이고, 토지는 원리적으론 공유부지만, 이미 개인이 소유한지 오래된 것은 100%를 공유로 돌릴 수는 없다. 토지의 가치가 올라가는 개발시에 일정 수익을 환수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본다”고 답변했습니다. 같은 질문에 대해 금민 정치경제연구소 소장이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금 소장은 “소유권에 대해선 처분권 뿐만이 아니라, 용익권, 수익권 등을 분절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소유권은 등기상의 처분권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공유부의 환수하는 방식에 대한 논의도 있었습니다. 유 단장은 “공유부 재원을 조성할 때 세금을 걷는다고 하니까, 논의가 진전되지 않는다”며 “외부성이란 측면에서 사회적 자본을 이용해 수익을 냈으면 그에 대한 사용료를 내는 게 합당하고, 부정적인 외부효과를 미치는 것에 대해서는 피해에 대한 회복 비용을 내야하니 부담금 등의 표현을 사용하면 어떨까”라고 제안했다. 공유부와 관련된 외부효과가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에 따라 각기 다른 표현을 쓰자는 제안이다. 이날 토론에 참여한 이권능 정책연구소 함께살기 소장은 “프랑스는 1990년대 이후 늘어난 세금 항목을 ‘부담금’이란 개념으로 신설했고, 이를 고통 분담, 사회적 부담 등으로 표현했다”고 말했습니다.

다음 월례세미나는 9월 둘째주 토요일에 진행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