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례세미나 후기] 제1회 공유부 개념과 유형 (2022년 4월 9일)

작성자: 윤형중 기본소득연구소 연구실장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와 기본소득연구소가 준비한 2022년 월례세미나가 4월 9일에 진행됐습니다.

이번 월례세미나는 오랜만에 열렸습니다.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는 2020년 4월부터 월례 쟁점토론회를 열어 2021년 6월까지 총 20회의 월례 쟁점 토론회를 열었습니다.

기본소득 월례 쟁점토론회를 통해 로드맵 발간

그동안 다뤘던 주제들도 다양했습니다. 기본소득의 정의를 다룬 첫 토론회부터 생태전환, 젠더 평등, 부동산 불평등, 사회복지, 등의 주제들이 어떻게 기본소득과 연관되는지, 기초자산과 참여소득, 일자리보장 등 다른 대안들과 기본소득은 어떤 차이와 관계가 있는지, 기본소득의 재정원리와 주요 재원 방안 등의 구체안들까지 월례 쟁점토론회에서 논의가 된 주제들입니다. 이렇게 충실하게 논의한 결과를 모아 2021년 8월 ‘한국 사회 전환: 리얼리스트들의 기본소득 로드맵’을 발간했습니다.

다시 기본소득을 공부하고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됩니다. 2021년 6월 창립된 기본소득연구소가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가 함께 준비해 매달 월례세미나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올해엔 기본소득의 원천인 ‘공유부’를 테마로 하여 공유부와 관련된 여러 쟁점들을 매달 다뤄볼 계획입니다. 지난 4월 9일에 진행된 첫 세미나의 주제는 ‘공유부의 개념과 유형’이었습니다. 발제자는 금민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이사이자 정치경제연구소 대안의 소장이었습니다.

한국네트워크가 앞장서 이끈 ‘공유부’ 논의

공유부는 기본소득 논의에서 중요한 위상을 차지합니다. 기본소득이 어디에서 비롯되는지, 왜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게 정당한지를 설명해주기 때문입니다.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BIEN)는 기본소득을 “자산 심사나 노동에 대한 요구 없이 무조건적으로 모두에게 개별적으로 주어지는 정기적인 현금 이전”(2016)이라고 정의합니다. 기본소득의 5가지 요건(무조건성, 보편성, 개별성, 정기성, 현금성)이 도출되는 이 정의는 기본소득의 지급 방식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이 요건들은 다른 복지 정책과 기본소득을 구분하는 특징이기도 합니다.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BIKN)는 이 기본소득의 개념 정의에 더해 기본소득의 원천을 ‘공유부’라고 정관 제2조를 통해 밝히고 있습니다. 이날 금민 소장은 발제를 통해 기본소득의 원천이 공유부임을 분명히 함으로서, 공유부 배당이 ‘기여한 만큼 몫이 돌아가는 정의로운 분배’와 ‘헌법상의 사유재산권 보호’와 충돌하지 않고, 오히려 이들 원리들과 병립 가능하다고 설명했습니다.

공유부의 유형은 원천적 공유부(자연적 공유부)와 사회적 공유부가 있습니다. 토지, 해양, 대기, 생태환경 등과 같은 누구도 만들지 않은 것이 자연적 공유부이고, 지식과 빅데이터 등이 사회적 공유부입니다.

공유부의 개념과 유형에 대한 보다 자세한 내용은 발제문을 참고해주세요.

지식 공유부는 꼭 배당을 해야할까

금민 소장의 발제 이후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다양한 질문들이 나왔고, 그 질문들을 중심으로 토론이 벌어졌습니다.

기본소득대전네트워크의 이선배 운영위원이 흥미로운 질문들을 던지며 토론이 달아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이 운영위원은 “토지는 유한하고 배타적으로만 이용할 수밖에 없지만, 지식은 사용한다고 닳지도 않고, 동시에 여러 사람이 이용하는 것도 가능하니, 지식공유부는 배당이 필요 없고, 그냥 사용하면 되는 게 아닌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금민 소장은 “그런 문제의식으로 등장한 것이 로렌스 레식 교수가 주장한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운동”이라고 대답합니다. 하버드 로스쿨의 레식 교수는 창작물의 공유와 이를 통한 원활한 활용을 위해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CCL)를 개발했고, 이 라이센스에 따라 창작자와 이용자들은 정해진 규약에 맞게 창작물을 공유하고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공유부는 접근성이 높아지지만, 이런 방법만으로 해결이 되지 않는 문제들이 공유부엔 존재합니다. 바로 공유부에서 생성되는 이익을 소수가 독식하는 문제죠.

여러 논의가 치열하게 전개되는 와중에 분명한 개념 구분을 하자는 제안도 나왔습니다. 백승호 가톨릭대 교수는 “커먼즈와 커먼웰스를 구분하자”는 제안을 합니다. 누구나 접근 가능한 지식은 ‘커먼즈'(commons)이고, 그 지식을 활용해 창출한 부는 ‘커먼웰스'(common wealth)이니, 이 둘을 구분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안효상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이사장은 “로렌스 레식의 문제의식은 안티 커먼즈의 비극, 즉 폐쇄적 지식생태계에서 혁신이 일어나지 않는 것에 주목하면서 개방적인 체제의 의미를 주장한 것이고, 레식에게 배당은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다”고 설명합니다.

필자는 지식공유부로 창출하는 수익의 크기가 ‘자본의 규모’와도 관련이 있지 않느냐는 문제 의식을 공유하기도 했습니다. 예를 들어 애플(apple)의 아이폰엔 미 국방부가 개발한 기술들인 GPS, 터치스크린 등이 적용됐고, 그 기술들은 결국 미국 국민들이 세금을 들여 개발된 것들이었습니다.

공유부를 꼭 현금으로 모두에게 배당해야 할까

서정희 기본소득연구소장도 두 가지 쟁점을 던지며 토론을 유도했습니다. 하나는 공유부에 대해 ‘누가 얼마나 기여했는지 계산할 수 없는 것’인데도 불구하고, 각 유형별 공유부를 제시하다보면 그 공유부의 크기가 얼마나 되느냐는 질문을 받는다는 것입니다. 아마도 기본소득의 원천이 공유부기 때문에 지급 규모도 공유부의 크기만큼 정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문제 의식에서 나온 질문들일 겁니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 기본소득이 현실의 정책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대중의 관심이 ‘기본소득의 금액’에 맞춰진 영향도 있을 겁니다. 기본소득전북네트워크의 박대선 대표는 “기본소득을 실현하려는 과정에서 공유부를 ‘계량화’할 수 있는가하는 질문이 나왔을 것”이라며 “이제는 기본소득의 정신, 기본소득을 통한 공동체성의 회복 등을 더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공유하기도 했습니다. 금민 소장은 “공유부는 현 GDP의 체계에서 계량될 수 없다”며 광범위하게 사용하고 있는 경제지표의 한계를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서정희 소장은 “공유부가 모두의 것이라곤 하지만, 그렇다고 공유부를 모두에게 기본소득으로 분배해야 하는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현금이 아닌 보편적 사회서비스로도 분배될 수 있는 게 아닌가. 보편적 사회서비스도 무조건성, 보편성, 개별성을 충족한다”는 논쟁적인 쟁점을 던지기도 했습니다. 금민 소장은 “공유부 수익의 재량권을 가진 공동체가 기본서비스의 확충을 원한다면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이란 견해를 보였습니다.

“공유부가 국가주의로 편향되는 것을 경계”

이날 나온 흥미로운 질문 가운데 하나는 이선배 운영위원이 던진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는 왜 한국네트워크만큼 ‘공유부’를 얘기하지 않을까요”였습니다. 지구네트워크보다 한국네트워크가 선도적으로 공유부 논의를 이끌고 있지만, 한편으론 지구네트워크에선 이 논의가 얼마나 공감대를 얻고 있는지가 궁금해지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이에 대해 금민 소장은 “한국네트워크가 공유부를 더 강조하곤 있지만, 지구네트워크의 주요 이론가들도 기본소득의 원천에 대해 무관심하진 않다. 가이 스탠딩이나 판 파레이스도 기본소득의 원천인 공동의 자원을 커먼 리소스란 개념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공유부 논의가 지향해야 할 방향에 대한 의견도 있었습니다. 곽노완 교수는 “공유부 논의가 국가주의로 편향되는 것을 경계한다. 국가는 모두의 것을 환수해 처분하는 권한을 가진다면 부분적으론 복지로 쓰이지만, 더 큰 부분이 기업을 밀어준다든가, 강자를 위해 쓰일 수 있다”며 “공유부를 국가에 의탁하는 식으로 논의가 진행되선 안 된다”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5월 14일에 진행되는 제2회 월례세미나에서는 ‘공유부 개념의 탄생 : 페인과 스펜스’에 대해 다룹니다. 많은 참여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