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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념은 쉬운 일이다
이관형 / 계간 《기본소득》 편집위원장
국제정세가 아주 유동적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세계의 화약고라 불리는 중동에서 다시금 불이 붙는다. 여기에 대만 문제로 현상하는 미·중 대립도 점점 강도를 더해가고 있다. 국제관계가 얽히고설켜 있으니 세계대전의 가능성은 한층 높아진 상황이다.
전쟁이 아니더라도 기후 자체가 전쟁 이상의 위기 상황이다. 그러니 “하고 싶으면 맘대로 해라, 전쟁.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마찬가지다”라는 단념의 말이 절로 나온다. “의지로 낙관”하고 싶으나 잘 되지 않는다. 2차 대전이 결국 발발한 1939년 발간한 책에서 독일의 실존철학자 칼 뢰비트Karl Löwith는 이렇게 말한다. “일이 뜻대로 되지 않을 때, 단념은 쉬운 일이다.”
이번 호가 많이 늦었다. 기한을 지키는 것도 중한 일인데 그러지 못했다. 글을 쓰신 분들에게도 읽는 분들에게도 죄송한 마음이다.
지난 2022년 겨울호에서부터 편집위원장 일을 해 왔다. 원래 예정대로라면 지난 가을에 가을호를 내고 그만두었을 텐데, 책을 더 내지도 못하면서 직책만 오래 끌어왔다. 아무튼 이번 가을·겨울 합본호를 끝으로, 전임 백승호 교수님에 비해 짧은 임기를 마친다.
열심히 해오신 선생님들께서 좀 지치신 듯하다. 좀 더 정력 넘치는 젊은 분들이 일을 하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