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다시 한 번 온국민 재난기본소득 실시를 촉구한다
코로나19 감염증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소상공인, 불안정 노동자 등 이른바 취약계층의 삶이 말 그대로 위협당하고 있으며, 시간이 흐르면서 이는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 전염될 가능성이 커졌다. 사실 이는 불가피한 일인데,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한 직접적 피해뿐만 아니라 이에 대처하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는 이른바 정상적인 경제 활동을 위축시키는 일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오늘날처럼 지구화된 경제 속에서 벌어지고 있는 팬데믹은 전 세계적인 경기 후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며, 일부 경제학자들은 대공황보다 더 심할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이에 각국 정부는 직접적인 현금 지원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과감한 재정 정책을 실시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홍콩은 모든 영주권자에게 1만 홍콩달러(약 155만 원)을 지급하겠다고 하며,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도 1천 달러를 지급한다는 방안을 내놓았다. 물론 우리 정부도 “특단의 대책과 조치들”을 하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내놓은 대책은 그 말의 무게와 범위에 비해 턱없이 모자란다. 도리어 전주를 시작으로 해서 서울, 강원, 경기도 화성시, 대구, 경북 포항시 등 지방자치단체가 사태의 시급성을 더 제대로 파악하고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예산의 제약 때문에 그리고 여전히 상황의 긴급성을 제대로 보지 못하면서 보편적인 재난기본소득을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
더 늦기 전에 중앙 정부가 나서서 재난기본소득을 실시해야 한다. 코로나19 감염 사태에 대응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책이 가능하면 많은 사람들이 경제 활동을 포함한 모든 활동을 축소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소득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이는 불가능한 일이기에 재난기본소득이 필요하다. 또한 지금 상황에서 ‘취약계층을 선별해서 지원’하는 일은 행정적으로 낭비적일 뿐만 아니라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이런 이유로 지난 3월 19일 전 세계에서 700명이 넘는 학자, 정치가, 사회운동가가 각국 정부에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한 사람들을 위해 ‘비상사태 보편적 기본소득’을 실시하라고 요구하는 공개 서한을 발표했으며, 영국에서는 당파를 막론하고 170명이 넘는 하원 의원과 상원 의원 들이 보편적 기본소득을 정부에 요구했다. 무조건적 현금 지급은 그레고리 맨큐나 폴 크루그먼 같은 저명학자들도 지지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서울시사회복지사협회, 대전시사회복지사협회, 충북복지단체(충북사회복지협의회, 충북사회복지사협의회), 농민기본소득전국운동본부, 민주노총, 공공연대노동조합 그리고 대전, 부산, 구미, 충북의 시민단체들이 재난기본소득을 촉구하고 나섰다. 또한 200명 넘는 교수, 연구자 들이 발기인이 되어 재난기본소득 실시를 촉구하는 서명 운동이 시작되었다. 이제 더 늦기 전에 중앙정부가 나서야 한다. 코로나19 감염 사태 속에서 시작된 경제 위기 그리고 이 속에서 무너지는 사람들의 삶을 살리기 위해서는 당장 재난기본소득이 실시되어야 한다.
2020년 3월 2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