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상생 국민지원금 논란과 재난기본소득의 전망

경기도 “재난기본소득” 지급 결정에 부쳐

9월 15일 경기도는 중앙정부의 “상생 국민지원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 경기도민 약 253만 7000명에게 1인당 상생 국민지원금과 같은 25만 원씩을 10월 1일부터 지급한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경기도민은 재난기본소득 혹은 국민지원금을 사실상 모두가 받게 되었다. 그리고 우리는 1차 재난지원금 그리고 여러 지방자치단체가 모든 주민에게 지급한 재난지원금에 의해 다시 한 번 중요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정치공동체가 그 구성원 모두에게 아무런 조건 없이 개별적으로 지급하는 급여를 또 한 번 경험하게 된 것이다.

상생 지원금을 하위 88퍼센트에 해당하는 사람들에게만 지급하겠다는 중앙정부의 결정은 코로나 위기에 대한 몰이해 그리고 현실에 대한 안이한 인식 때문에 강한 반대에 부딪혔다. 코로나 위기와 같은 재난은 모두가 겪고 있기 때문에 모두가 지원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1차 재난지원금 지급과 관련해서 이미 논란이 있었지만 일부를 선별하는 것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소득 역전’ 같은 불공정한 일이 발생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그럼에도 정부는 88퍼센트 지급을 밀어붙였고, 이는 수많은 이의 신청에서 볼 수 있듯이 사람들의 불만을 부채질했다. 이때 불만은 그저 지원금을 받느냐 받지 못하느냐가 아니라 이런 정책 자체가 불공정한 결과를 낳고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 위기로 인해 기본소득이라는 의제가 부상했고, 이 속에서 기본소득이 무엇인가라는 논쟁이 불붙었다. 한쪽에서는 기본소득의 여러 원칙과 조건을 만족하지 못하는 기본소득은 가짜 기본소득이라는 비난이 나온다. 말 그대로 모두에게 충분하게 주지 않는 기본소득은 어떤 정치적 목적을 위한 수사이며, 가짜라는 주장이다. 다른 한쪽에서는 기본소득이 절박하긴 하지만 새롭고 파격적인 정책이기 때문에 단번에 도입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어떤 방식으로 어떤 수준에서 도입되는 게 적절할지를 고민한다.

이러한 고민과 논쟁에서 중요한 것은 각자가 왜 자신의 주장이 가장 적절한 대안이라고 말하면서 논쟁을 벌이는가를 이해하는 일이다. 현재 어떤 것이든 개혁적인 주장을 하는 사람 모두가 인정하는 것은 세계의 변화 속에서 현재의 시스템이 탈구되어 있다는 것이다. 좁혀서 말하면 기존의 복지 체제와 경제 체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기존의 체제를 보완하는 것으로 만족할 것인지 아니면 좀 더 근본적으로 뜯어 고쳐야 하는지는 차이가 있다. 하지만 이러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새롭게 바꾸어야 한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없다. 그렇다면 우리로 하여금 새로운 인식과 실천을 요구하는 상황에 주목하는 게 자기 주장을 원론적인 수준에서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할 것이다. 누구 말대로 세계는 혁명가의 논리학 연습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요구되는 것은 사태에 대한 꼼꼼한 관찰이며, 새로운 흐름을 읽어내는 용기이다.

재난기본소득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한국에서 유례없는 보편적 지원 방식이 왜 필요했고, 이를 재난 ‘기본소득’이라고 불렀을 때 어떤 효과가 있으며, 또 여기서 결여된 것은 무엇인지를 꼼꼼하게 찾아내는 일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보다 더 중요하게는, 이를 경험함으로써 우리의 인식과 실천은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바뀔 수 있는지를 발견하는 일이다.

재난기본소득에 한정해서 말하자면, 코로나 위기가 이미 장기화하고 있고, 주기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에 대한 경고가 있다는 점을 전제로 정기적인 재난기본소득을 계획할 필요가 있다. 또한 재난지원금이건 재난기본소득이건 주로 긴급한 필요에 의해 사람들에게 지급하는 것에만 논의의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것을 벗어나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는 게 정당한 일인지를 본격적으로 말해야 한다. 이럴 경우, 재난기본소득은 필요의 산물이긴 하지만, 코로나 위기 이전부터 이미 우리가 느끼고 있던 기존 체제의 탈구와 새로운 체제의 필요성이라는 시대적 요청에 응답하는 논의를 뒷받침하는 게 될 것이다.

2021년 9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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