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지금 여기의 기본소득

2021년 4월 광역단체장 보궐선거에 대한 논평

시간은 이성보다 더 많은 개종자를 만든다고 한다. 하지만 이때 시간은 그저 흘러가는 크로노스가 아니라 적절한 기회의 카이로스일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한 방역 위기와 경제 위기는 기본소득과 관련해서 그런 시간인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장과 부산시장을 다시 뽑는 이번 선거가 치러지는 것은 시대착오적이고 부적절하며 잘못된 일 때문이긴 하지만, 특히 한국 사회에서 두 지역이 차지하는 위치 때문에 우리가 직면한 문제들에 대한 나름의 해법이 제출되고 경합하는 또 한 번의 계기가 되고 있다.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가 기본소득과 관련해서 여러 후보들에게 요청해서 받은 답변서를 보면, 모든 후보가 국민의 경제적 삶을 지키기 위해 정부가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 또한 그동안 실제로 지급된 재난지원금이 부족했다는 점에도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

지원의 규모만큼이나 중요한 것이보편지급 대 선별지급이라는 쟁점이었다. 코로나19가 누구라도 심각한 소득 감소와 단절을 겪을 수 있을 미증유의 사태였을 뿐만 아니라 특히 한국의 경우 기존의 선별 체제 자체가 미비하기 때문에 선별 지급은 심각한 사각지대 문제를 발생시킬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보편지급이 필요한 이유로 두 가지가 더 있었다. 하나는 피해에 대해 그저 지원하는 것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소비의 자극을 통해 경제를 어느 정도 돌게 한다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여기에 사는 모두가 그런 지원을 권리로서 받을 자격이 있다는 것이다. 답변을 보내온 대부분의 후보가 이런 재난지원금의 성격에 대해 이해하고 또 동의를 표하고 있다.

재난지원금의 지급 규모와 지급 방식을 둘러싼 논의는재난기본소득의 제기와 함께 이루어지면서 기본소득 자체에 대한 관심과 지지가 높아졌다. 후보들의 답변은 이런 변화를 반영하고 있는데, 기본소득에 대한 지지 여부와 상관없이 기본소득이 무엇인지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다. 다시 말해 기본소득은 보편성, 무조건성, 개별성, 정기성, 현금 지급 등 다섯 원칙이 있을 뿐만 아니라 공유부에 대해 모두가 가지고 있는 몫이라는 점에 대해 알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기본소득을 지지하는 경우, 그 이유가 개인의 실질적 자유 증대에 대한 기여와 경제적 불평등 완화부터 생태사회에 대한 기여와 보편적 인권 보장까지 다양하기는 하지만, 기본소득의 긍정적 효과에 대해서도 공감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재 시행되고 있거나 제출되어 있는 몇 가지 범주형 기본소득 그리고 특정 목적을 위한 탄소세탄소배당, 국토보유세국토배당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전면적인 기본소득의 도입 과정 그리고 우리 사회가 직면한 부동산 문제와 기후 위기에 맞서는 과정에서 개별 기본소득 정책에 대한 실천적이고 깊이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이번 정책 질의에 대해 서울과 부산 모두에서 이른바 주요 후보들이 답변을 하지 않거나 답변을 한 경우에도 무관심한 태도를 보였다. 안타까운 일이긴 하지만, 현재 선거가 돌아가는 양상을 보면 이해가 가지 않는 것도 아니다. 오늘날 선거가 이른바 네거티브 전술로 점철되어 있는 현실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 네거티브 전술이 효과가 있다고 느끼고, 또 실제로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 상황 자체가 문제이다. 우리는 여기서 정치공동체의 분열과 극단화를 목격하고 있다.

코로나 19가 잠시나마 우리 모두가 한 배에 타고 있음을 느끼게 해주었다면, 앞으로 기본소득이 그런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2021년 3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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