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이 시대 ‘복지국가’의 쓸모?!: ‘불평등’ 문제 해결을 위한 제언 by 김교성
복지국가는 ‘노동-자본-국가’ 간 합의와 타협의 결과로 개인의 생존과 기본적인 생활을 집합적 비용부담의 방식을 통해 보장하는 국가체계이다. 그 바탕에는 생산을 담당하는 표준화된 남성 노동자 중심의 완전고용에 대한 추구와 노동력의 유지 및 재생산을 뒷받침하는 가부장적 가족구조에 대한 지지가 존재한다.
본 연구는 기본소득이 노동공급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였다. 분석모형으로는 표준적인 신고전파 여가-노동 선택 모형을 활용하되, 시장노동 또는 사업을 수행함으로써 발생하는 다양한 비용들(거래비용, 기회비용)과 제약들(유동성제약, 돌봄제약), 최소소비수준 등을 추가로 고려하였다. 비교대상으로는 완전기본소득과 조건적 사회보장제도를, 분석대상으로는 기존 공공부조 수급 집단, 손익분기점 소득층, 고소득층을 각각 설정한다. 그리고 신고전파 이론 모형에 기초한 대체효과, 소득효과 분석을 핵심 분석방법으로 선택하였다.
1. 들어가는 말
정책 효과를 분석하는 데에는 용어를 명확히 정의하고 사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또한 서로 경합하는 여러 제도 간 효과를 비교하고 분석하는 데에는 공정한 비교가 전제되어야만 한다. 그러한 비교가 선행 연구 검토가 용어를 정의하고 사용하는 데, 또한 정책 효과의 비교 상에서 범할 수 있는 실수를 미연에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박기성, 변양규(2017)는 이 점에서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반면교사가 된다. 저자들은 그 연구에서 기본소득제와 자신들이 “한국형 음의 소득세”로 강력하게 제안하고 있는 “안심소득제(safety income system)”의 빈곤 및 소득불평등 개선 효과를 비교한 바 있다.
최근 기본소득 논의의 확산에는 두 가지 배경이 있다. 하나는 1980년대 이후의 소득불평등 심화이고, 다른 하나는 4차 산업혁명과 더불어 일자리의 희소화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여기서는 주로 두 번째 문제에 초점을 맞춘다.
기술진보가 총고용을 감소시키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은 대다수 기존 일자리가 파괴되었지만 신규 일자리가 크게 늘어났던 1차 및 2차 산업혁명의 역사적 경험에 근거한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에서도 이와 같은 가정이 들어맞을지는 알 수 없다. 오히려 일자리 총량이 크게 줄 것이라는 연구가 주목을 끌고 있다.
최근 들어 무조건적 기본소득 논의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기본소득을 지지하는 세력은 사회운동 단체, 단일 의제 정당인 기본소득동맹(Bündnis Grundeinkommen), 또는 좌파당과 녹색당의 일부만이 아니다. 이제는 기독민주연합 소속의 전 튀링엔 주지사 디이터 알트하우스(Dieter Althaus), 독일텔레콤 대표이사 티모테우스 회트게스(Timotheus Höttges)도 기본소득을 지지하고 나섰다. 디지털 혁명으로 인해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는 문제의식이 확산되면서 보수 진영에서도 기본소득 지지자들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기본소득 지지층이 다양한 이념적 성향을 보인다는 것은 하나의 기본소득 모델이 없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실제로 서로 다른 세계관과 정치적 배경을 가진 다양한 기본소득 구상이 존재하며 사회개혁의 방향과 목표도 상이하다. 그에 따라 지급 금액, 재원 조달 방법, 조세제도 개혁, 기존 노동 및 사회 시스템과의 관계 등 기본소득의 구체적 방안에서도 입장들이 다양하게 갈라진다.
1. 1980년대의 특이성 – 생태주의와 기본소득의 만남
1960년대 말부터 1970년대 중반까지 미국과 캐나다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기본소득 논의의 사회적 배경은 소득불평등과 탈빈곤이었다. 몇 차례의 모의실험을 거친 후 북미의 기본소득 논의가 소강상태에 접어들자 1980년대 중반부터 유럽에서 다시 현대적 기본소득 논의가 점화되었다. 1980년대 논의의 특징은 생태주의를 배경으로 한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