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5월 오세훈 서울시장이 “안심소득” 시범사업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한 후, 최근 오세훈 시장과 이재명 경기도 지사를 비롯한 정치권 안팎에서 안심소득과 기본소득 논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 글은 안심소득 주장의 내용과 문제점을 다룬 김찬휘 운영위원(정치경제연구소 대안 부소장)의 “안심소득제 비판” 3부이다. <오마이뉴스> 2021년 6월 3일자 기사로 실렸으며, 기사 전문은 오른쪽 버튼을 클릭하면 볼 수 있습니다.

안심소득 비판 ③ “대선 승리 방법이 뭐냐” 오세훈의 결론, 그 허점

김찬휘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운영위원,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부소장)

기본소득에 대한 오해 혹은 왜곡: 기본소득은 기계적 평등이 아니다

안심소득 주창자들은 기본소득이 모든 국민에게 동일 금액을 지원하므로 소득불평등 개선 효과가 없다고 한다. 얼핏 들으면 그럴 듯하다. 하지만 이것은 착각(?)인데, 이런 착각이 생기는 이유는 걷는 것을 빼고 주는 것만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제로는 모든 사람이 ‘똑같이’ 소득의 10%를 기본소득 기여금(세금)으로 낸다고 하더라도, 소득의 불평등이 심하므로 그 ‘똑같은’ 10%의 액수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즉 부자는 많이 내고 가난한 사람은 적게 내므로 기본소득은 커다란 소득재분배 효과가 생기게 된다. 기본소득은 능력에 따라 보편적으로 부담하고 권리에 따라 보편적으로 지급받는 제도이다.

아래 그림은 작년부터 올해까지 여러 정치인들이 기본소득을 비판할 때 거듭 등장해서 너무나 유명해진 그림이다. 오세훈 시장이 안심소득을 설명하던 현장에도 이 그림은 등장하였다. 요컨대 기본소득은 왼쪽의 것으로서 기계적 평등(equality)을 추구하기에 불평등 해소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그림만 봐도 너무나 불공정하게 느껴지는 왼쪽의 그림을 잘 보면, 밑받침의 크기가 모두 똑같다. 즉 ‘주는 것’만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기본소득은 왼쪽이 절대 아니다. 둘 중의 어느 것이냐고 굳이 답한다면 기본소득은 오른쪽에 오히려 가깝다.

[그림1] 평등 vs 공평 기본소득 비판에 거듭 사용된 그림(출처: Interaction Institute for Social Change | Artist: Angus Maguire.) ⓒ Angus Magui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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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4] 소득세만을 재원으로 한 기본소득 단순모델 (기여금:추가 소득세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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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표에서 볼 수 있듯이 다양한 기본소득 비판자들은 290만을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기여금과 기본소득을 종합적으로 보게 되면 맨 아랫줄처럼 상이한 + ‒ 가 발생하게 된다. 기본소득을 이제 오세훈 시장의 어법으로 설명해 보자. 기본소득은 “하후상박(下厚上薄)으로 어려운 사람일수록 많이 드리기 때문에 소득양극화 개선에 가장 탁월한 효과가 있다.” 기본소득은 절대 왼쪽 그림이 아니고 오른쪽 그림에 더 가깝다.

실은 음의소득세도 이론적으로는 기본소득과 똑같이 짤 수 있다. D의 2,900을 음의소득세의 기준소득액으로 하고 소득세율을 10%의 평률세로 정하면 다음과 같은 음의소득세 표를 얻는데, 결과는 위의 표4와 같다.

[표5] 표4와 동일한 재무적 결과를 낳는 음의소득세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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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재무적으로 똑같은 음의소득세 표를 짠다고 해서 기본소득과 철학적, 사회적 의미가 같은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음의소득세는 기준 미달자들을 기준 초과자들이 도와준다는 시혜적 개념에 기초해 있는 반면, 기본소득은 공유부의 소유자로서 사회구성원들이 함께 권리를 누린다는 개념 위에 서 있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음의소득세는 소득세만을 재원으로 하지만, 기본소득은 소득세 외에도 토지보유세, 탄소세, 빅데이터세 등 다른 세금은 물론이거니와 공유지분권이나 공유기업, 협동조합 등에서 나오는 수익을 재원으로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최소한 숫자는 똑같이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앞에서 말했듯이 안심소득은 이 음의소득세와 같지 않다. 안심소득은 E가 부담해야 할 710을 숨기거나 없다고 말한다. A, B, C에 주어야 할 710이 예산의 증가에 따라 자연스럽게 마련될 것처럼 말한다. 따라서 증세를 가능한 회피하려고 하는 안심소득은 710을 실제로는 마련하지 못한다. 따라서 A, B, C가 받는 혜택도 실제에서는 줄어든다. 그래서 안심소득은 53조에서 멈추는 것이다.

기본소득에 대한 오해: 총액과 순액은 다르다

기본소득 반대자들은 기본소득이 엄청난 재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실현불가능성을 말하기를 좋아한다. 예를 들어 모든 국민에게 월 30만원씩 주는 기본소득을 도입하면 186조가 드는데 이것은 2021년 국가 예산의 1/3이다 등등. 왜 월 30만원 기본소득은 186조가 드는가? 30만원 X 12개월 X 인구수로 계산한 것이다. 즉 이것은 ‘총액’ 개념이다. ‘순액’은 이것보다 훨씬 적게 든다. 이해를 위해서 앞의 표를 다시 가져오자.

[표4] 소득세만을 재원으로 한 기본소득 단순모델 (기여금:추가 소득세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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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표에서 5명이 받는 기본소득을 다 더하면 290 X 5 = 1,450이다. 이게 총액이다. 하지만 + ‒를 계산해 보면 이 기본소득 계획은 E가 부담한 710을 A, B, C에게 이전하는 계획이다. 따라서 실제로 필요한 돈은 710이다. 이게 순액이다. 음의소득세와 같다. 따라서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월 30만원을 주는 기본소득이 186조가 소요된다는 주장은 총액을 말하고 있을 뿐이므로 틀렸다. 실제로는 186조보다 훨씬 적은 90조, 100조 언저리에서 형성될 것이다. 월 50만원 기본소득은 300조가 드는 것이 아니다. 그 절반 어딘가의 예산이 필요할 뿐이다.

따라서 기본소득이 안심소득보다 순재원이 더 필요한 것은 맞지만 안심소득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천문학적으로 더 드는 것이 아니다. 기본소득 액수에 따라 53조와 90조, 53조와 150조의 차이에 그친다. 그리고 순액 차원에서 재원이 더 든다는 것의 의미는, 기본소득이 그만큼 더 많은 사람에게 혜택을 가져다주고 그만큼 더 큰 재분배효과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안심소득을 계산할 때는 ‘순’ 부담액, ‘순’ 조세로 계산하고, 기본소득을 얘기할 때는 ‘총액’으로 말하면서 후자가 엄청나게 많은 돈이 필요한 것처럼 말하는 것은 정직하지 않다.

안심소득제의 이데올로기적 함의

안심소득의 의도는 무엇일까? 기본소득을 막고 싶은 것이다. 왜 막고 싶을까? 고소득층이 세금을 훨씬 많이 내야 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고소득층이 세금을 많이 내지 않아도 그럭저럭 잘 굴러가는 부실한 ‘복지제도’가 그들에게는 최선이다. 그러려면 순재원이 작은 어떤 제도가 더 좋은 효과가 있는 것처럼 꾸며야 한다. 안심소득제는 그래서 등장한 것이다.

안심소득제가 우월한 제도인 것으로 설득하는데 성공하면, 결국 증세는 최소화되고 복지의 범위와 크기는 작아지며, 그 결과 빈곤과 소득불평등 완화는 매우 제약적이 된다. 안심소득은 이런 실물적 이해관계를 밑바닥에 깔고 이루어진 이론적 결과물이다. 이건 학문 연구가 아니다. 이익집단들의 이데올로기 공세이다.

2017년에 안심소득제를 처음 주창한 박기성 교수는 뉴라이트 경제학자로 활동했다. 그 후 한국노동연구원 원장에 취임한 것이 2008년 이명박 정부 때. 이때부터 그는 악명을 떨치기 시작했다. 취임 이후 “모든 노동자를 비정규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발언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고 2009년 9월 국회 정무위에서는 “헌법에서 노동3권을 빼야 한다는 것이 제 소신”이라고 말해 당시 여당이었던 한나라당 김성태 의원이 “헌법체제에 도전하고 자유민주적 질서를 위협하는 후안무치한 발언에 책임을 져야 한다”며 사퇴를 촉구한 일도 있다.

앞서 2007년에 발표한 『한국의 노동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공동저서에서도 “노사정위원회 같은 사회적 합의주의를 배격”하며 “노동위원회 조정과 법원의 법률적 심판에 의존할 것”을 제안한 바 있다. 2009년 2월 노동연구원 노조 쪽과의 단체협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하고 노사갈등을 조장한 일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가 전경련의 출원금으로 시작된 자유기업원 원장이 아니라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책연구기관, 그것도 노동 문제를 연구하는 노동연구원의 원장으로 이런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박기성 교수는 2016년 12월 25일 촛불시위가 한창일 때 자유기업원에 글을 기고하였다. 자유기업원은 전경련의 부설기구였던 자유기업센터가 그 전신이다. 글의 제목은 “기초연금·최저임금·근로장려…기본소득제가 필요한 까닭은?”이다. 이 글에서 그는 기초연금, 최저임금제, 노동조합 및 비정규직 보호법제, 청년고용 할당제, 가격보조, 관세나 각종 무역장벽 등이 “시장기능을 왜곡하거나 방해”한다는 이유로 다 부정하고 있다. 그리고 “시장기능을 왜곡시키지 않으면서 도와주는 제도”인 “기본소득제(safety income system)”를 주장하고 있다.

안심소득제가 나온 배경과 함정

영어로는 ‘safety income’이라 표기하고 한국어로는 ‘기본소득’이라 한 것이 눈길을 끈다. 그러다가 ‘진짜 기본소득’이 2016년 이후 알려지기 시작하자, 그것과 구별 짓기 위해 2017년 한국어도 영어와 같게 바꾸어 ‘안심소득’이란 이름을 창안한 것으로 보인다. 2013년 8월 토마 피케티의 『21세기자본』이 출간된 이후 ‘피케티 열풍’이 불면서 전세계적으로 불평등 해소의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을 때, 선별적 복지만으로 충분하다고 강변했던 사람들과 비교한다면 그들보다는 안심소득제가 그래도 낫다.

하지만 안심소득제 제안의 배경에는 기본소득에 대한 시대적 필요성과 요구가 갈수록 거세질 것이며 이러한 추세는 불가피하다는 정세 인식이 바탕에 놓여 있었던 것이다. 소위 “기본소득의 광풍”이 불어와 향후 기본소득의 지급액수가 마치 “눈덩이”와 같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지도 모른다는 우려 속에서 이것을 뉴라이트적으로 변형하여 자기 것으로 하려는 프로젝트, 그것이 안심소득제이다. 즉 안심소득제는 기본소득의 영향력이 강해져서 등장한 불가피한 양보이다.

『기본소득 논란의 두 얼굴』(2017)은 한국경제신문사에서 출간되었다. 한국경제신문은 전경련 소속 대기업들이 지분을 함께 가지고 있는 신문사로서 최대주주는 현대자동차(20.55%)이다. 사시(社是)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창달”이다. 이 책의 공저자인 복거일은 뉴라이트 운동을 대표하는 사람 중의 하나이다. 그만큼 뉴라이트가 기본소득 운동의 확산에 큰 위협을 느낀 것이 분명하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배경을 가지고 있는 안심소득제에 오세훈 시장이 2020년에 합류하였다. 왜 그는 안심소득제를 지지하고 나선 것일까? 유튜브 오세훈TV의 ‘우파정권 재탈환의 최종병기 – 안심소득’ 편에서 오세훈 시장(당시는 시장이 아니었지만)은 이렇게 말한다.

“(대통령) 선거에서 이기는 방법이 뭐냐? 어떤 유권자들의 표를 가져와야 우리가 51% 이상을 얻을 수 있는 거냐? 저는 요즘에 그것만 고민하고 살기로 했습니다.”

“어떤 유권자들의 표를 가져와야” 한다는 말에 주목해 본다. 안심소득을 받는 구간은 이 유권자들을 타게팅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는 안심소득 시범사업 자문단 구성을 완료하고 5월 27일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했다. 자문단에는 박기성, 변양규 두 사람이 포함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