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심소득 비판 ① [주장] 오세훈의 안심소득은 허상이다
김찬휘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운영위원,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부소장)
오세훈 서울시장이 핵심공약으로 내세운 ‘안심소득’ 시범사업이 곧 추진된다고 한다. 서울시는 안심소득 도입으로 소득양극화 완화, 근로동기 부여, 경제 활성화, 기존 복지‧행정절차 보완, 의미 있는 일정소득 보장 등 5대 효과를 거둘 것이라 말하고 있다.
오 시장은 서울시장 선거 때 안심소득이 “하후상박(下厚上薄·낮을수록 후하고 높을수록 박하다)으로 어려운 사람일수록 많이 드리기 때문에 소득양극화 개선에 가장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기본소득은 “가난한 분은 너무 적은 돈을 받아 고통 받고, 부자는 굳이 안 받아도 되는 돈을 받게 된다”고 비판한 바 있다. 안심소득은 무엇인지, 과연 그 말이 맞는 것인지 살펴봐야 할 때이다.
안심소득제의 주요 내용
안심소득제(safety income system)는 박기성, 변양규 두 사람이 2017년에 「안심소득제의 효과」라는 논문을 발표하고, 복거일, 김우택, 이영환 등과 함께 『기본소득 논란의 두 얼굴』이란 책을 발간하면서 알려지게 되었다. 이 책에서 두 사람은 안심소득제가 기본소득제보다 예산이 덜 들지만 소득불평등 해소에는 더 큰 도움이 되는 훨씬 우월한 제도라고 주장하였다. 2020년, 2021년을 거치면서 오세훈 시장이 이 견해를 받아들인 이후에 수치 한 두 개가 바뀌었지만 그 기본 골자는 변화하지 않았다.
안심소득제의 기본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 현재의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7개 급여 중 생계급여, 주거급여, 자활급여, 그리고 국세청의 근로장려금과 자녀장려금을 폐지하고, 그 대신에 안심소득제를 도입한다.
② 안심소득제를 통해 기준 중위소득(4인 가구 기준 연 6,000만원) 미만의 가구를 대상으로 현금을 지원하며, 그 이상의 소득을 가진 가구의 경우에는 현재의 소득세 제도를 유지한다. 즉 증세하지 않는다.
③ 안심소득제 지원가구에게 적용되는 세율(‘안심소득세율’)은 50%로 정한다.
이 제도는 밀턴 프리드먼(Milton Freedman)의 ‘음(陰)의 소득세’(Negative income tax, NIT) 이론을 한국에 수입한 것인데, 기준액 이상 구간에서는 소득세를 내니 ‘+ 소득세’이고 기준액 미만 구간에서는 소득세를 내지 않고 오히려 돈을 받으니 그 상황을 소득세 개념으로 설명하면 “‑ (minus, 陰)의 소득세를 낸다”고 말할 수 있기에 그런 이름이 붙었다.
안심소득세율이란 기준 소득액에 미달되는 금액의 몇 %를 지급하는가를 말한다. 4인 가구 기준소득인정액이 연 6,000만원이고 안심소득세율이 50%라면, 가구 연 소득인정액이 4,000만원일 경우 미달액 2,000만원의 50%인 1,000만원을 안심소득(음의 소득세)으로 지급받게 되어 처분가능소득(disposable income)이 5,000만원이 된다. 다음의 그래프는 50% 안심소득세율에 따른 안심소득의 추이를 보여준다. 검은색 점선은 소득인정액, 붉은색 실선은 소득인정액에 안심소득을 더한 처분가능소득이다.
[표1] 안심소득제(4인가구 기준)
4인 가구 기준 안심소득을 수식으로 표현하면 [0.5 x (6천만원 ‑ 소득인정액)]이다. 1인/2인/3인 가구의 경우 기준소득액을 정할 때 ‘규모의 경제’를 반영할 것인지 수학적 배수로 할지는 오세훈 시장의 언급에는 등장하지 않지만, 박기성 교수의 책(2017)에는 수학적 배수로 되어 있다. 즉 1인 가구 기준소득액은 4인 가구의 1/4이 된다. 그렇게 되면 1인 가구 기준소득액은 1,500만원이 된다. 이에 따라 수식을 일반식으로 바꾸면 이렇게 된다.
0.5 X (1,500만원 X 가구원수 ‑ 소득인정액)
이때 소득인정액이 0원이면 수식은 [0.5 X 1,500만원 X 가구원수] = [750만원 X 가구원수]가 되므로 안심소득은 1인당 연 보장소득(guaranteed income) 750만원의 정책이 된다. 1인 소득인정액이 1,500만원을 넘게 되면 안심소득은 0이 된다. 정리하면 1인 기준으로 볼 때 안심소득제는 연 소득인정액 1,500만원 미만인 사람을 대상으로 최대 750만원까지 소득 지원하는 것이다.
안심소득제는 짝퉁 NIT
여기까지의 얘기를 듣고 안심소득제를 1인당 최대 750만원까지 보장하면서 1인당 1,500만원을 손익분기점(break-even point)으로 하여 추가 소득이 발생할 경우 세금으로 걷는 음의 소득세(NIT)의 일종으로 오해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안심소득제는 음(‑)의 소득세 구간에 대한 언급은 있는데 양(+)의 소득세 구간에 대한 언급이 없다. 한마디로 이것은 반쪽짜리 NIT, 짝퉁 NIT이다. 음의 소득세 형태로 주려면 양의 소득세 형태로 거둬야 하는데, 후자에 대한 구상이 전혀 없다.
물론 양의 소득세가 음의 소득세와 똑같이 세율이 50%일 수도 있고 그보다 더 높거나 낮을 수도 있지만, 어쨌든 본질은 동일하다. 세율이 어떻든 음의 소득세는 손익분기점을 넘어서는 소득을 갖는 계층으로부터 ‘양의 세금’을 거둬서 손익분기점 미만의 소득을 갖는 계층에게로 소득을 이전한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즉 소득재분배 기능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프리드먼의 원래 구상이다.
그런데 안심소득제는 이 ‘양의 세금’ 부분에 대해 얼렁뚱땅 넘어간다. 일단 2017년 박기성 교수의 설명을 보자. 그는 2016년 가계동향조사 자료를 이용하여 안심소득제에 필요한 총 재원을 37조 6,828억 원이라 하고 있다. 여기서 12조 3,752억 원은 생계급여, 주거급여, 자활급여, 근로장려금, 자녀장려금의 5개 제도 폐지를 통해 확보된다고 하지만 나머지 25조 3,076억 원의 추가 소요 예산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순부담가구에 대한 추가 과세가 전혀 가정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박기성, 변양규(2017)는 논문에서 안심소득제를 실시할 경우 시장소득을 기준으로 할 때 지니계수 0.344를 0.259로 0.085(24.7%)만큼, 가처분소득을 기준으로 할 때 지니계수 0.298을 0.259로 0.039(13.1%)만큼 감소시킨다고 보고한다. 반면 동일한 예산의 기본소득제의 경우 시장소득을 기준으로 할 때 지니계수를 0.050(14.5%)만큼, 가처분소득을 기준으로 할 때 지니계수를 0.004(1.3%)만큼 낮추는 데 그치므로 안심소득제가 우월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동일한 예산”이라면 저소득층에 집중하는 안심소득제가 모두에게 주는 기본소득보다 지니계수 개선 효과가 더 큰 것은 너무 당연하다. 안심소득제의 문제는 저소득층에 수혜를 집중한다는 명분을 내걸고 있지만 사실은 중간층을 포함한 대부분의 국민을 순부담자로 전락시키는 것에 있다. 혜택은 없고 부담만 생기는, 스스로도 넉넉하지 못한 대부분의 국민들에게 ‘조세저항’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이런 제도는 동태적으로 보면 재원을 늘리기 어렵게 되어 저부담-저복지의 구조가 고정되며, 그 결과 순부담자가 된 대부분의 국민들은 물론이거니와 늘어나지 않는 복지규모로 인해 순수혜자인 저소득층 또한 결국 피해를 보게 된다.
이에 반해 기본소득제는 극소수 순부담자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국민들을 순수혜자(기본소득을 위해 부담하는 기여금보다 기본소득으로 받는 액수가 많은)로 만들기 때문에 ‘조세저항’을 약화시킬 수 있고 동태적으로 재원 규모를 키울 수 있다. 기본소득은 그 원리상 복지 규모를 키울 수 있는 자체 기제가 내장되어 있는 것이다. 따라서 “동일한 예산”을 전제해 놓고 배분 방식만을 달리해서 지니 계수 차이를 보여주는 방식은 악의적이다. 안심소득이 37조가 필요하고 기본소득이 186조(월 30만원 기준)가 필요하다면, 안심소득은 37조만큼 소득재분배를 하는 것이고 기본소득은 90-100조만큼 소득재분배를 하는 것이다. 둘은 “동일한 예산”이 아니다.
증세도 아니다, 국채발행도 아니다? 그럼?
더구나 안심소득은 나머지 25조에 대한 재원 계획이 없다. 책에서 저자들은 이 추가 재원의 조성 방법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쉽게 말하고 있다. 1) 중앙정부의 보건‧복지‧노동 분야 사업 예산을 절약하거나, 2) 안심소득제 실시로 인한 국내총생산의 증가에 따른 세수 증가로 상당 부분(?) 충당할 수 있을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그런데도 부족분이 발생한다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하면서 “증세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재원을 검토하는 이런 순서만 봐도 이들이 ‘증세’를 얼마나 싫어하는지 잘 알 수 있다. 예산 절약 -> GDP증가에 따른 자연스런 세수 증가 -> 증세 검토. 부유층의 부담이 늘어나는 증세를 피하기 위한 방법이 안심소득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이토록 재원 계획이 애매하다면 앞의 지니계수 운운은 다 무의미한 일이다.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느냐에 따라 소득재분배 효과는 달라질 것이고, 만약에 증세를 하게 되면 안심소득제 주창자들이 했던 지니계수와 관련된 수치들은 다 달라져 버리기 때문이다. ‘양의 세금’ 부분이 비어있는 안심소득제의 결정적 구멍은 이것이 태평양을 넘다가 ‘한국형 탱자’가 되어버린 NIT ‘귤’의 짝퉁 버전임을 드러내 준다.
논문과 책이 나온 지 3년이 흐른 2020년 안심소득제를 꺼내든 오세훈 시장은 이 미지의 재원에 대해서 어떻게 얘기했을까?
“안심소득제를 시행하는데 2023년 기준 53조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53조 원 중 11조 원은 원래 기초생활보장제도 7가지 급여 중 3가지(생계, 주거, 자활급여)를 폐지해 그 예산을 전용해 마련할 수 있다. 남는 42조원은 앞으로 늘어나는 복지예산에서 충당이 가능하다. 우리가 계산해보니 매년 30조 원 이상 복지예산이 늘어나고 있다. 2023년에는 90조원이 늘어나있는 셈이다. 이 중 절반도 안 되는 돈을 안심소득제 재원으로 쓰면 증세 없이도 시행이 충분히 가능하다.”
국가 예산을 매년 증액할 때 그 증액의 재원은 증세 아니면 국채 발행이다. 저성장이 new normal이 되어 버린 지금은 더욱 그렇다. 자연증가해서 갑자기 손 위에 굴러 떨어진 것처럼 오세훈 시장이 말하는 연간 30조 원의 복지예산 증가도 증세 아니면 국채 발행의 결과이다. 그런데 증세는 하지 말아야 된다고 하고 국채 발행에 대해서는 나라 빚이 늘면 큰 일이 난다고 확장적 재정지출을 반대한다. 두 개의 방법을 다 반대하면서 두 개의 방법 중에 하나로 나온 재원은 매년 꼬박꼬박 42조를 사용하겠다고 하고 있는 것이다.
지하에 있는 밀턴 프리드먼이 이것을 듣는다면 무덤에서 벌떡 일어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