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기후긴급행동 형사재판 2심 선고 기자회견문

작성자
노공투
작성일
2023-04-18 00:11
조회
226
노동자 투쟁의 힘으로 사회주의정부가 들어선다면 기후행동도 적대적 모순을 갖지 않을 것이며 과잉생산도 제자리를 찾게 될 것이다.
노동자의 인간노동 실천처럼 생태적이고 정의로운 힘은 없으며 노동자의 계급적 단결처럼 환경문제의 해결책은 없다고 할 것입니다.


청년기후긴급행동 형사재판 2심 선고 기자회견문

<법 앞에 선 우리들의 행동이 결국엔 법을 바꿔낼 것입니다>


안녕하세요, 더 나은 지구를 상상하고 실천하는 청년기후긴급행동입니다. 2023년 4월 12일 오늘, 청년기후긴급행동이 분당 두산타워 앞 론사인에 녹색 스프레이를 뿌린 직접행동에 대한 2심 선고가 이뤄졌습니다. 오늘 대한민국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선의를 알지 못하는 것은 아니나 보다 적법한 방안을 강구하라’는 소견과 함께, 500만 원 벌금형을 선고했습니다. 이는 검사 구형 및 1심 선고와 동일한 금액입니다.

2023년 1월 12일에 대한민국 재판부는 산업통상자원부와 포스코를 대상으로 시행한 녹색당의 직접행동에 대해 검사 구형 벌금 1200만원에서 550만원으로 감형하여 선고하며 판결문을 통해 "현재 전 세계는 기후위기라는 심각한 상황에 직면하고 있고, 산업화 이전 대비 1.5℃ 정도 이내로 온도 상승을 막지 못한다면 되돌릴 수 없는 기후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고 작성한 바 있습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IPCC의 보고서 및 파리협정, 탄소중립 기본법안을 인용하며 산업화 이전 대비 2도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 1.5도 이내로 지구의 온도 상승을 막지 못한다면 전 세계를 되돌릴 수 없는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공감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더하여 피고인들의 주장이 타당성이 없다고 볼 수 없으며, 정부 차원에서 현재보다 더 높은 수준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메시지의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밝혔습니다.

청년기후긴급행동은 오늘 재판에서 지난 1월 녹색당의 기후불복종 재판에 호응하는 판결이 나오지 않은 점에 대해 심심한 유감을 표하는 바입니다. 그리고, 2021년 2월 18일 분당 두산타워 앞에서 실시한 청년기후긴급행동의 직접행동은 사유재산을 성역화하고 기업이 경제 활동할 자유와 재산권을 법익의 최우선으로 삼는 현 체제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정치적인 불복종 행동이었음을 다시 한 번 천명합니다.

“대한민국 국회는 기후위기 대응이 국가 범위를 뛰어넘는 전 지구적으로 추진되어야 하는 과제임을 인지하고, 국제적으로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하여 정부와 적극 협력한다.” 2020년 9월 대한민국 국회에서 통과된 <기후위기 비상대응 결의안>에는 이러한 내용이 명시되어 있습니다. 본 결의안은 97% 이상의 찬성율로 가결되었습니다. 하지만, 기후위기 비상대응 결의안이 국회를 통과하기 열흘 전, 경제부총리가 주재하는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정부가 석탄발전 수출 사업을 강행하기로 논의했다는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었습니다.

붕앙 2호기 수출 사업 추진이 정부 차원에서 최종 결정되었다는 사실을 접하고, 우리는 더 이상 정부가 기후위기 대응에 진정성이 없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한 셈이라고 받아들였습니다. 기후위기 앞에서 정부는 우리의 편에 서 있지 않다는 냉혹한 현실을 받아들여야만 했습니다. 더 이상 정치인들의 공허한 약속에 우리의 미래를 맡길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의 집요한 문제의식이 절망과 체념에 잠식당하지 않기 위해 몸부림치는 미약한 행동일지라도, 우리는 여기에서 물러서기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는 불복종 행동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지난 2023년 4월 9일, 청년기후긴급행동은 광주비엔날레에서 ‘세대간 기후범죄 재판소(CICC), 멸종 전쟁’ 을 통해 시민법정을 진행한 바 있습니다. 이 곳에서 우리는 피고인의 자리에 서지 않았고, 오히려 활동가들에게 1840만 원 민사소송까지 걸었던 두산과 포스코, 정부를 피고인석에 세웠습니다. 그들은 멸종 전쟁의 전범으로 지목받아 피고인석에 섰습니다. 온실가스 다배출로 기후위기를 심화하고, 지역 주민들의 생명과 안전, 공동체를 파괴하며 자연생태계의 동식물을 살해하는 생태학살의 가해자로 그들은 법정에 불려나왔습니다. 논리적인 통계부터 일상 속 체험을 담은 증언이 이어졌고, 비수도권 지역을 식민화하는 강원도 삼척의 삼척블루파워, 베트남 하띤 성의 붕앙2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두고 배심원들은 유죄로 평결하였습니다.

우리는 광주에서 열린 법정에서 강원도 삼척과 베트남 하띤성의 증언 이외에도 바다에 이는 파도 소리, 새와 풀벌레 소리, 여러 동식물의 움직임을 불러들였습니다. 법정 곳곳에는 이미 멸종한 생물종들의 초상화와 함께 ‘동지’라는 이름이 붙어 있었습니다. 청년기후긴급행동의 마스코트인 ‘김공룡’ 역시 그 자리에 함께했습니다. 오늘 기자회견 현장에도, 김공룡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멸종된 존재들을 기억하고 이들과 함께한다는 것의 의미는, 계속해서 죽음을 향해 빠른 속도로 치닫는 자본주의와 성장주의, 착취가 착취를 낳는 식민주의에 저항하는 것이며, 동시에 존엄한 삶과 죽음을 지키고자 함입니다.

이 세상을 죽음으로, 우울로, 절망으로 내몰고 있는 기업-국가의 지배가 국경을 넘어 생물종을 초월해 파멸적인 악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삶과 미래의 운명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입니다. 법에 맞서는 행동과 더불어 더 나은 법을 상상하고, 더 나은 사회- 더 나은 지구를 만드는 생태정치 운동을 통해 법정을 아래로부터 바꿔낼 것입니다. 오늘 이곳에서 법의 심판을 받은 청년기후긴급행동의 행동이, 결국에는 법 질서를 바꿔낼 것입니다.

이를 위한 청년기후긴급행동의 다음 행보로, 저희는 4월 22일 지구의 날 “우리를 돌보는 지구에 연대와 투쟁으로 화답하라”는 목소리와 함께 지구의 해방을 외치며 ‘둥지’ 선포식을 가질 예정입니다. 생태법정과 생태정부로 가기 위한 첫 걸음에 자리해주십시오. 우리 함께 법 질서와 정치, 세계를 바꿉시다.

2023. 4. 12.

청년기후긴급행동 (김공룡과 친구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