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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선방류(上善放流)?
이관형 / 계간 《기본소득》 편집위원장
노자(老子)는 ‘상선약수(上善若水)’라고 한다. 최고로 좋은 것은 물과 같다.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며 다투지 않는다. 물은 많은 사람들이 싫어하는 곳에서도 편안히 머문다. 물의 이런 속성은 자연의 이치이자 인간이 따라야할 이치인, 도에 가깝다.
그런데 이런 말은 말 그대로 늙은이(노자)의 낡은 말이 된다. 이 시대는 불(火)의 시대다. 온 세상이 절절 끓는다.(시베리아가 40도? 레알? 레알!) 남반구, 북반구를 가리지 않고 가뭄과 결부된 큰 불이 끊이지 않는다. 이 시대는 물도 불같이 화를 내는 시대다. 노자는, “소나기는 하루 종일 내리지는 못한다(취우불종일驟雨不終日)”고 했다. 그런데 요즘은 하루 종일 정도가 아니라 몇 날 며칠을 쏟아 붓는 비가 흔하다. 물은 더 이상 ‘편안히 머물지’ 않는다. 가뭄과 홍수의 극단을 오간다. 화를 넘어 조증(mania)과 울증(depression)을 오가는 양극성 정동장애(bipolar affective disorder)상태라 할 만하다.
이런 상황에서 바다에다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방류한다고 한다. 일본 측 방류논리에는 한국과 중국의 원전에서 방류하는 삼중수소의 양이 후쿠시마의 그것을 상회한다는 것도 있다. 논리학에서 말하는 ‘피장파장에 의한 논변’ 혹은 ‘피장파장의 오류’다. 너희들은 다 방류하는데, 나라고 못할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그럴 듯해 보이지만 잘못된 말이다. 논리학에서는 이런 논변(argument)을 대표적인 ‘오류’(fallacy)가운데 하나로 분류한다.
오염수 방류가 잘못된 행동이라면 너도 나도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지 너도 나도 다 해도 좋다는 논거가 될 수는 없다. 한국과 중국의 원전에서 이미 오염수를 방류하고 있다면, 그것도 중단되어야 한다. 미국, 러시아, 프랑스 등 소위 원전 강국들이 그러하다면 그것 역시 마찬가지다.
국제사회라는 것이 있다면 내가 방류하면서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괴이한 양심(?)에 따라 묵인하는 태도를 보여서는 안 된다. 일본 혼자만의 문제라고 생각하지 말고 함께 지혜를 모아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는 것인가? 이것도 협력하지 못하는 국제사회가 기후위기, 생태위기를 공동으로 극복할 수 있을까?
이번호는 먼저, 8월 23일에서 26일 서울에서 열리는 제22차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와 관련하여 지난 2016년 서울대회 참관기, 진행상황, 이번 대회에 대한 기대 등을 다룬다. 두 번째로 지난 5월 6일 독일금융과세시민연합,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기본소득한국 및 독일 네트워크 등이 공동개최한, 한독학술교류 온라인 컨퍼런스 “기후정의와 기본소득”을 게재한다. 서정희 기본소득연구소장이 “공유지, 공유화, 공유부 배당”관련 논점을 알려주며, 간판코너가 된 문학에서는 천양희, 최지인 시인과 조경란 작가의 귀한 글을 볼 수 있다.
한인정은 어김없이 팔메통신으로 우리를 찾는다. 한국 녹색당 김찬휘 대표는 2023세계 녹색당 총회의 이모저모를 전한다. 문학평론가 이경수 중앙대교수가 “함께 만들어가는 기본소득”을 통해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세상에 대한 꿈”을 피력하며, 김명하, 이지상 두 분이 “기본소득과 나”, 김병수 선생이 “기본소득의 새로운 지평”에 소중한 글을 보내온다. 유감스럽게도 일정이 맞지 않아 인터뷰가 빠진다. 독자의 혜량을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