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 총선의제화 공동기자회견문

정치란 모름지기 사회구성원 모두의 삶을 돌보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우리는 새로 구성될 20대 국회가 가장 먼저, 가장 진지하게 논의해야 할 것이 기본소득이라고 말한다. 모두가 조건 없이 받게 되는 기본소득은 대다수가 직면한 삶의 위기를 넘어서는 토대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2008년 이후 우리의 삶이 총체적 위기에 빠졌다는 것은 거의 대부분의 지표가 잘 보여주고 있다. 노년층의 빈곤은 심화되고, 청년층의 실업은 늘어나고 있으며, 일자리가 있는 경우에도 많은 경우 낮은 임금에 불안정한 자리이다. 그와 함께 늘어나는 것이 부채이다. 가계 부채가 우리 사회의 시한폭탄이 된 지는 이미 오래이다. 더 큰 문제는 이대로라면 나아질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공지능과 로봇으로 대표되는 기술의 발전으로 사람이 하는 일은 더욱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또한 기후변화와 자원 고갈로 나타나고 있는 생태적 위기는 지금까지 이루어져 온 물질적 생산을 재고해야 한다고 끊임없이 신호를 보내고 있다.

이런 현실을 인정하면서 해법을 찾으려는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현실을 마지못해 인정할 뿐 정면으로 대결하지 않고 있으며, 따라서 그 해법이란 것도 기껏해야 부분적이거나 심한 경우에는 시대착오적이다. 일자리를 늘릴 수 없는 상황에서 일자리와 연계된 복지를 고집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위기가 심할수록 전면적인 대안이 더 현실적인 법이며, 우리는 기본소득이 그렇다고 본다.

또한 경제적 불안정은 그 자체로도 문제이지만 모든 사람이 동등하게 참여해야 하는 민주주의 체제도 잠식한 지 오래이다. 오늘날 대다수에게 정치적 권리는 말뿐인 권리이다. 대다수는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데 힘들 뿐만 아니라 경제적 불안이 정치적 종속과 무관심을 낳았기 때문이다. 정치공동체의 운영 원리이자 목표인 민주주의를 버리지 않는다면, 허물어진 민주주의의 토대를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가 모두의 과제일 수밖에 없다. 이때 공동체의 구성원 자격으로 받는 기본소득은 최소한 민주주의의 한 축인 개별 구성원의 물질적 독립을 뒷받침할 수 있다.

이렇게 기본소득이 우리 시대, 우리 사회의 위기를 넘어서서 더 평등하고 더 생태적인 민주주의 사회를 만들어가는 디딤돌이 될 수 있기에 우리는 기본소득이 이번 총선에 나서는 모든 후보와 정당이 숙고해야 하는 의제이며, 20대 국회에서 가장 빨리 논의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정치는 다시 외면 받고, 그럼으로써 다시 모두의 삶이 외면 받는 위기의 마지막 국면이 열릴 것이며, 우리 사회는 카드로 만들어진 집처럼 무너질 것이다.

그렇기에 정치라는 이름으로, 후보의 자격으로, 정당이라는 틀로 목소리를 높이는 모든 사람들에게 호소한다. 무너진 모두의 삶과 민주주의와 자연을 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해 기본소득이라는 의제를 이제 테이블에 올려놓을 때가 되었다고, 그럼으로써 다음 시대로 가기 위한 문턱을 넘을 때가 되었다고 말이다.

2016년 3월 16일
기본소득 총선의제화 공동기자회견 참가자 일동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기본소득청‘소’년네트워크, 가톨릭농민회, 노동당, 녹색당, 문화연대, 알바노조, 청년좌파, 협동조합 가장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