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4일 개헌 토론회 “새로운 헌법과 기본소득”

발제 및 토론 요약리포트

2017년 8월 24일 오후 3시, 개헌 토론회 “새로운 헌법과 기본소득”이 프란치스코교육회관 420호에서 열렸다. 이 토론회는 내년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질 개헌 국민투표를 앞두고 기본소득의 개헌의제로서의 의미와 가능성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이준일 교수, 아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오동석 교수,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금민 소장 등이 발제를 맡았고, 서정희 군산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사회를 맡았다. 또한, 기본소득 지지를 밝혀온 노동당, 녹색당, 우리미래 등의 정당과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청년좌파, 청년초록네트워크 등 시민사회단체, 많은 시민들이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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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일 교수는 ‘기본소득의 헌법학적 기초’를 주제로 발제했다. “기본소득의 헌법적 기초는 헌법이 보장하는 사회적 기본권과 사회적 시장경제질서”, 특히 사회적 시장경제질서에 있다고 보는 이준일 교수는 “헌법이 국민에게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는 것은 논리필연적으로 국가에 대해서 사회복지국가적 과제를 부과하는 것”이라 설명했다.

사회적 기본권이 기본소득의 헌법적 기초인 이유에 대해서, 이 교수는 사회보험제도와 비교하며 설명했다. 기본적으로 모든 국민을 가입대상으로 하는 사회보험제도에 대해 사회적 기본권을 구체화하는 제도가 아니라고 말하지 않는다며, “기본소득제도는 모든 국민에게 일정한 소득을 보장한다는 점에서 빈곤선을 정하여 빈곤한 사람들에게만 보장하지 않기 때문에 보편적 복지론의 입장에 서 있지만, 그것만으로 경제적 약자를 우선적 보장주체로 전제하는 사회적 기본권의 본질에 반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사회적 시장경제질서가 기본소득의 헌법적 기초일 수 있는 근거에 대해서는, 헌법에서 경제질서에 대해 국가 개입을 허용하는 목적과 연관 지어 설명했다. 헌법은 경제질서의 균형성, 적정성, 공정성, 민주성 등을 요구함으로써 자본주의 시장경제질서의 모순을 해결하고자 하며, “소득분배의 적정성이라는 측면에서 모든 국민에게 일정한 소득을 보장하는 기본소득제도는 헌법적 정당성을 획득한다고 볼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헌법에 사회적 기본권이 보장되어 있더라도 입법자인 의회가 구체적 법률을 제정하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관철되지 못한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이준일 교수는 “헌법적 명시”, “적극적으로 입법화하려는 의회의 의지”, “의지 결여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적극적 개입”, “시민의 압박” 등을 통해서 사회적 기본권이 관철될 수 있음을 강조했다. 즉, “사회적 기본권의 보장은 헌법적 명시뿐만 아니라 헌법적 권리로 명시된 사회적 기본권을 적극적으로 입법화하려는 의회의 의지, 그리고 그러한 의지의 결여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적극적 개입 및 의회와 헌법재판소에 대해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할 뿐만 아니라 국민의 의지에 부합하는 입법적 결단 혹은 사법적 결단을 내리도록 추동하는 시민의 압박을 통해서만 사회적 기본권은 관철될 수 있다. 이러한 사실은 기본소득의 경우에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6월 26일에 기본소득을 포함한 ‘기본권 보장 강화 헌법개정(안)’을 발표한 국가인권위원회 개헌포럼 연구위원이기도 한 오동석 교수는 ‘기본소득의 헌법적 보장 방법’을 주제로 발제했다. (개헌포럼은 현행 제34조 제1항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에 “국가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기본소득에 관한 시책을 강구하여야 한다”를 제2문으로 덧붙이는 것을 포함하는 헌법개정안을 내놓았다.)

오동석 교수는 현재 국회에서 진행되는 개헌 논의와 우리나라 법치주의 현실에 대한 뼈아픈 지적을 중심으로 발제했다. 오 교수는,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통해 개헌입장을 밝혔지만, 정부형태를 중심으로 논의가 집중되어 있는 국회 분위기와 촉박한 여론수렴기간을 고려하면 “시민사회에서 관심이 많은 인권 영역은 선언적 의미로 정리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게다가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법률로써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법률에 따라 보장하도록 한 기본권의 경우도 입법자가 축소하여 재단하기 일쑤고, 헌법재판소는 그것을 바로잡는 데 적극적이지 않”는 것이 우리 법치주의의 현주소라며 “인권의 경시와 대의민주주의 실패로 정리할 수 있는 구체제를 혁신할 수 있는 민주적 역량을 결집하지 않는 한, 개헌은 헌법 조문의 윤문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날카롭게 지적했다. 그래서 오 교수는 기본소득제도의 헌법 규정뿐만 아니라, 다양한 민주주의 제도를 구축함으로써, 즉 “권리 담론과 함께, 또는 그것을 넘어 민주주의 담론을 통해 복지국가의 제도적 보장을 확립하는 과제”를 구체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오동석 교수는 기본소득 관련 개헌포럼의 헌법개정안에 대해서 ‘권리를 가진다’고 표현하지 않고 국가의 시책 강구에 그치고 있어 아쉽다고 평가했다.

금민 소장(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이사)은 “기본소득 보장을 위한 헌법개정안”을 중심으로 발제했다. 금민 소장은 헌법이 보장하는 사회적 기본권의 해석문제, 국가인권위원회 개헌포럼 안(案)의 의의와 한계 등을 발제한 후, 기본소득 개념을 명확히 하고 국가 의무를 강조하는 헌법개정안을 내놓았다.

금민 소장은 먼저, 헌법이 보장하는 사회적 기본권을 “사후적 시정” 또는 사후적 권리로 보는 기존 해석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기존 해석은 헌법 제34조 제5항의 “기타 사유로 생활능력이” 없게 되었을 때라는 조문을 들어 ‘모든 종류’의 사회적 기본권이 사후적 시정이라고 보지만, 이 문제는 “사회국가의 보충성 원칙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의 문제와 직결된다고 금민 소장은 말한다. 다수의 사람들이 노동소득으로 존엄을 지키는 생활을 하기 어려운 현실, ‘완전고용’이 불가능한 현실에서, “보충성 원리가 근로능력이 없는 자에 대한 선별적이고 사후적인 소득보장만을 허용한다고 해석할 필요는 없”고, 기본소득의 도입은 “모든 ‘개인’에게 ‘스스로의 주도하에 그리고 스스로의 힘으로’ 경제생활에 참여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며 기존 해석에 대한 비판적 견해를 피력했다.

기본소득 관련 개헌포럼의 헌법개정안에 대해서는, “기본소득을 보장받을 권리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에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문리적 근거를 부여”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국가의 시책 강구’에 그치고 있는 점은 한계이며, 따라서 기본소득의 권리적 성격과 국가 의무를 좀 더 명확히 하는 조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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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금민 소장은 개헌포럼의 헌법개정안을 비판적으로 발전시킨 헌법개정안을 내놓았다. 즉,

“제4절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제30조 ① 모든 사람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 모든 사람은 기본소득을 보장받을 권리를 가지며 국가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모든 사람에게 개별적으로 조건 없는 기본소득을 보장하여야 한다.”

라고 개헌함으로써, 기본소득의 무조건성, 보편성, 개별성을 헌법 조문에 담고, 기본소득 지급액과 지급주기 등은 법률로 정해지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더불어서, 금민 소장은 ‘근로의 의무’를 규정한 현행 헌법 제32조의 제2항 삭제를 연동된 헌법개정안으로 제시했다. 제32조 제2항 “모든 국민은 근로의 의무를 진다. 국가는 근로의 의무의 내용과 조건을 민주주의원칙에 따라 법률로 정한다.”는 헌법 제15조가 보장하는 직업선택의 자유에서 소극적 직업선택의 자유(‘직업을 선택하지 아니할 자유’)를 배제함으로써 ‘헌법 조항 충돌’ 문제를 일으키고, “가장 제한적인 해석에 따르더라도 헌법상 근로의무에 따라 근로연계형 복지(workfare)만 허용하는 해석이 나올 수 있다”는 점에서 독소조항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후 토론 과정에서는, 기본소득 개헌운동의 의미, 사회적 기본권에 대한 기존 해석 등을 중심으로 청중 질의와 상호토론이 이어졌다.

금민 소장은 헌법이 보장하는 사회적 기본권이 구체적 입법과정과 집행과정에서 제한되고 제대로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고 해서 ‘법 허무주의’로 빠지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며, 이번 기본소득 개헌(운동)을 “규범투쟁”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오동석 교수는 규범투쟁으로서의 의미를 충분히 공감하면서 이에 덧붙여 “규범 작동 원리, 규범 작동의 힘이 대의제 민주주의하에서 약화되어 있는 현실”을 함께 고치려는 노력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이준일 교수는 헌법의 사회적 기본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되기 위해서는 규범투쟁, 입법투쟁과 더불어서 “해석투쟁”이 중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리고 “지난 촛불과정에서 국민들이 요구하는 것을 반영하는 개헌은 직접민주주의 요소를 강화하는 것이어야 한다”면서 사회적 기본권 강화와 직접민주주의 요소 강화 모두에 주목하는 개헌이 되길 바란다는 의견을 밝혔다.

사회적 기본권을 ‘경제적 약자를 위한 기초’ 문제로 접근하는 기존 해석에 대한 토론도 뜨거웠다. 사회자 서정희 교수는 오늘날 사회복지학과 사회복지정책의 기초가 되는 사회적 기본권의 방향은 “보편적”이라면서 사회적 기본권에 대한 현대적 규정이 필요하지 않느냐는 문제제기를 했다. 이에 금민 소장은 현행 헌법의 사회적 기본권은 ‘사회복지국가론’에 기초한 형성물인데, 사회복지국가 또는 사회국가 자체가 “완전고용이 고정변수인 시대”, “빈곤의 구제만이 문제가 되던 시대”의 국가 인식이라면서, “빈곤의 예방”이 시급한 오늘날의 사회적 기본권은 더 확대 해석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준일 교수는 사회적 상상과 사회정책, 복지정책 분야의 여러 활동들이 활발하게 일어나면 법학계는 관련된 법적 틀을 확인하고 마련하는 과정을 거친다면서 사회적 학문적 협업을 해나가자고 제안했다.

글쓴이: 박선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