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 청년배당 추진을 공표하다
2015년 10월 1일, 이재명 성남시장이 청년배당의 추진을 공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이재명 시장은 청년배당 정책의 취지와 목표, 시행방식을 밝혔고, 더불어서 중앙정부에서 청년배당 정책을 실시할 것을 제안했다.
성남시의 청년배당은 3년 이상 거주한 만 19~24세의 모든 청년들에게 분기마다 25만 원씩, 연 100만원을 청년배당으로서 지급하는 소득이다. 이 청년배당은 자산심사나 노동 요구라는 조건이 없고 모든 청년에게 개별적으로 지급된다. 이런 점에서 성남시의 청년배당은 선별복지와는 다른 (부분)기본소득의 개념을 실현하는 정책이다. (물론, 기본소득은 정치공동체의 모든 구성원들이 존엄함을 잃지 않으면서 살아갈 수 있도록 보장하는 소득이고, 그렇기 때문에 적절한 삶을 보장할 정도로 충분한지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성남시에 따르면, 현재 3년 이상 거주한 만 19~24세 청년은 6~7만명이고 24세 청년만 따지면 11,300명이다. 연 100만원의 청년배당을 만 19~24세 청년에게 지급할 경우, 600억원 이상의 예산이 필요하다. 성남시는 시행 첫 해의 예산을 증세나 중앙정부 추가지원 없이 자체 예산을 효율적으로 운용해서 마련하려고 한다. 그래서 예산상의 제한으로 인해 2016년에는24세 청년 11,300명에게 지급하고, 이후 23세, 22세, 21세 등으로 매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정책의 목표는 두 가지이다. 청년배당을 통해 “청년복지를 획기적으로 확장시켜 자기 역량을 높일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고, 청년배당을 현금 대신 지역상품권 또는 지역 전자화폐로 지급함으로써 “지역경제활성화에 기여하는 것”이다.
청년배당이 비참한 삶을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정치가 던지는 희망메시지라고 생각하는 이재명 시장은 “좀 더 근본적인 청년문제 해결을 위해 청년배당을 박근혜 정부의 중앙정부 정책으로 채택할 것을 제안”하면서 최근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청년희망펀드’에 비판의 날을 세웠다. ‘청년희망펀드’는 청년의 취업/창업 관련 교육과 시범사업을 실시하기 위해서 시민의 자발적 기부로 기금을 마련한다는 취지로 추진되고 있다.
이에 대해 이재명 시장은 정치의 의무를 저버린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청년문제는 기부를 통한 시혜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며“우리 사회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 정부가 직접 나서 정책적으로 해결해야 할 정부의 의무”라고 그는 말했다.
그가 청년배당을 중앙정부의 정책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배경에는, 조세법률주의로 인한 지자체 예산 한계와 조세정의라는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이재명 시장은 청년문제 해결을 위한 재원은 “엄정한 조세정의를 통해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면 법인세의 정상화를 통한 재원 마련이 그것이다. 최고세율이 22퍼센트인 법인세를 OECD 수준인 25퍼센트로 인상하면 상당한 재원이 마련된다고 보고 있다. 그래서 그동안 감면한 법인세를 3분의 1만 정상화해도 청년배당을 위한 재원은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청년배당이 지자체의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정책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두 가지의 절차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돼야 한다. 보건복지부와의 “협의”에 성공해야 하고, 시의회에서 조례가 통과돼야 한다. 그래서 성남시는 지난 9월 24일에 보건복지부와 협의 신청을 했고, 9월 29일에 기본소득 개념을 바탕으로 한 ‘청년배당 지급 조례안’을 입법 예고했다.
보건복지부와 협의하는 절차는 사회보장기본법에 따른 것이다. 사회보장법 제26조는, 지방자치단체가 사회보장제도를 신설 또는 변경할 경우에 보건복지부와 협의하도록 정하고 있다. 그래서 협의 신청을 하면, 보건복지부는 수용, 보완 및 변경 후 수용, 불수용 등의 결정을 내리는데, 문제는 사실상 ‘협의’가 아니라 허용 권한을 행사하는 것이다. 그동안 보건복지부가 불수용 결정을 내려 지자체 사업에 제동이 걸린 사례가 적지 않았다.
권위주의적이고 신자유주의적인 현 정부와의 협의를 낙관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두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비록 충분하지는 않지만, 기본소득 개념이 한국 사회에서 최초로 구현되는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