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례세미나 후기] 제3회 공유부 개념에 대한 경제학적 해명 (2022년 6월 11일)

작성자: 윤형중 기본소득연구소 연구실장
경제학의 시각으로 바라본 공유부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와 기본소득연구소가 준비한 2022년 제3회 월례세미나가 6월 11일에 열렸습니다. ‘공유부의 개념과 유형’을 다룬 첫 번째 세미나 이후 ‘공유부 개념의 탄생 : 페인과 스펜스’에 이어 3회 세미나의 주제는 ‘공유부 개념에 대한 경제학적 해명’이었습니다. 이날 세미나의 발제는 곽노완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이사가 맡았습니다.

이날 발제는 기본소득의 원천인 공유부를 경제학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시도였습니다. 발제의 소주제는 크게 세 가지로, 첫째는 ‘기존 경제학의 공공재/공유부 구분 기준과 기본소득의 공유부 개념’이고, 둘째는 ‘현대적 토지 지대의 공유화에 대한 두 가지 패러다임: 자유지상주의 vs 사회적 공유주의’이고, 셋째는 ‘공유부 배당의 경제적 효과: 재분배 효과 + 알파’였습니다.

우선 곽노완 이사는 법률과 경제학에서 ‘공유부’의 개념을 서로 다르게 정의하고 있다는 문제부터 제기했습니다. 경제학은 배제성(excludability)과 경합성(rivalry)이란 두 가지 기준으로 공유재와 공공재 등을 구분합니다. 배제성이란 타인의 사용을 막을 수 있는 특징입니다. 예를 들어 치안서비스는 해당 국가의 국민이라면 누구나 누리는 것이니, 배제성이 없는 서비스입니다. 누구에게나 개방된 목초지는 타인의 사용을 막을 수 없으니 배제성이 없다고 볼 수 있지만, 목초지에 울타리를 치고 출입을 막으면 배제성이 생깁니다. 경합성이란 다른 이가 사용하면 총량이 줄어드는 성격의 재화와 서비스를 일컫습니다. 목초지의 경우엔 적은 수의 동물이 풀을 뜯어먹을 땐 경합성이 거의 없는 재화이겠지만, 많은 동물이 모이게 되면 경합성이 있는 재화가 됩니다. 도로나 어장 등도 마찬가지죠.

경제학에선 공유재(共有財)를 소비에 있어선 경합적이나 배제에 따른 비용이 과다해 배제의 원칙이 적용되기 어려운 재화로 개념화하고 있고, 천연자원이나 녹지, 국립공원, 저수지 등을 대표적인 공유재로 꼽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누구나 사용할 수 있지만, 점점 총량이 줄어드는 재화나 서비스입니다. 이처럼 누구나가 사용 가능하다고 해서 무분별하게 쓰면 결국 누구도 이용할 수 없게 되는데요. 이런 상황을 “공유지의 비극”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이렇게 경제학에서 사용하는 ‘공유지’의 개념은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가 그동안 언급한 ‘공유부’의 개념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경제학에서 비경합성, 비배제성을 갖춘 재화를 ‘공공재(公共財)’라고 하는데요. 누구나 누릴 수 있고, 사용한다고 닳아 없어지지도 않아 다른 사람의 소비에 방해도 되지 않는 국방서비스, 맑은 공기 등이 이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물론 맑은 공기는 이제 오염으로 인해 경합적인 재화가 되어가고 있고, 부유한 사람들만 공기 좋은 곳에서 거주할 수 있어 점점 배제성이 있는 재화로도 변모하고 있죠.

경제학과 법률에서 서로 다르게 정의하는 ‘공유’

이처럼 경제학에선 배제성과 경합성으로만 공공재, 공유재 등을 정의하는 데 반해, 법률에선 전혀 다르게 이 개념들을 정의하고 있습니다. 사용권, 수익권, 처분권 등이 누구에게 있는가에 따라 개념을 구분하고 있죠.

법률적으로 공유는 두 사람 이상이 하나의 물건을 공동으로 소유하는 것을 의미하고, 공동 소유의 법률적 형태로 소유권과 처분권 등의 차이에 따라 공유, 합유(合有), 총유(總有) 등으로 나뉩니다. 공유는 공동소유물에 대해 각각 다른 비율의 소유권을 가질 수 있고, 처분권까지 각각 갖는 소유권입니다.

합유는 공동소유물에 대해 각각 다른 몫을 가질 수 있으나 처분권은 공동체가 갖는 경우를 의미합니다. 총유는 공동소유물의 관리와 처분의 권능은 공동체에 속하지만, 그 재산의 사용과 수익의 권능은 공동체의 각 구성원에 속하는 것을 뜻합니다.

이런 구분에 따라 법률적으론 공유지(公有地)는 수익권과 처분권을 정부나 지자체가 갖는 부동산을 의미하고, 공유지(共有地)는 수익권이나 처분권을 공동소유자 각자가 갖는 부동산을 일컫습니다.

이처럼 경제학에선 배제할 수 없으면서 경합성이 있는 재화를 공유재(땅의 경우 공유지)라고 부르지만, 법률에선 다르게 정의하고 있고 어느 한자를 쓰느냐에 따라서도 수익권, 처분권의 주체가 서로 다릅니다.

곽 이사는 공유에 대한 개념적 혼란이 일상과 정책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정부가 소유한 공유지(公有地)에서도 마치 사회 구성원들의 사용권, 수익권, 처분권이 담보된다는 착각을 가지게 되어, 현실 사회주의의 국유화 선호 경향이 생겼고, 이런 국유화가 실제로는 특권층의 사적인 이익과 부패로 이어졌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기본소득에선 공유부의 개념을 기존 경제학의 공공재와 구분되는 개념으로 새롭게 정립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으로까지 이어졌습니다. 특히 빅데이터, 지식 등 긍정적인 외부효과를 가지는 공유재는 경제학적으론 경합성을 기준으로 ‘공공재’로 구분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사용권, 수익권 등이 공동체 성원 각자에게 귀속되는지, 정부에 귀속되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개념을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토지보유세를 새로 설계하자

두 번째 발제의 주제는 ‘현대적 토지 지대의 공유화에 대한 두 가지 패러다임: 자유지상주의 vs 사회적 공유주의’였습니다. 토지 지대를 환수해 공유하자는 패러다임은 기본소득론자들이 대체로 공유하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곽 이사는 이 패러다임에서 두 가지 차별적인 전통을 가지는 사상이 있고, 이 둘을 구분하면 서로 다른 정책적 대안을 내놓을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한쪽 패러다임은 좌파쪽의 조지주의 자유지상주의(Georgist libertarianism) 또는 자연적 공유주의라 불리는 흐름이고, 다른 한쪽은 ‘사회적 공유주의’입니다.

조지주의 자유지상주의는, 자연자원은 모두가 평등하게 소유하는 재산이므로 이에 대한 지대는 모든 사람들에게 동일하게 배분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즉 원초적 공동소유권이 모두에게 있기 때문에 지대 수익에 대한 청구권도 모두가 가지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이 입장의 난점도 존재한다고 곽 이사는 지적합니다. 이미 수천 년, 수백 년 전에 사유화되어 소유자가 여러 차례 바뀐 토지의 공유권을 어디까지 설정할 것인지에 대해 제대로 해답을 제시하지 못한다고 말이죠.

그에 반해 사회적 공유주의의 입장에선 도시 개발 등 사회적 투자로 인해 토지의 가치 및 지대가 상승하므로 이 지대상승분을 사회성원 모두가 공유하자는 주장을 제시합니다.

이렇게 두 패러다임은 서로 다른 논리체계와 전통을 가지고 있고, 정책적 대안도 서로 다르게 도출될 수 있다고 합니다. 곽 이사는 사회적 공유주의에 따를 때 이상적인 토지배당은 일률적인 토지보유세라기보다는, 공시지가 상승분의 일정 비율을 환수하는 형태라고 주장합니다. 기존 토지보유세와 연계한 기본소득과는 다른 형태의 정책적 대안입니다.

이날 세 번째 발제 주제는 ‘공유부 배당의 경제적 효과: 재분배 효과 + 알파’였고, 그간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에 소속된 여러 연구자들이 제시한 토지배당, 정률세-기본소득 등 여러 모델에 따른 재분배와 경제효과 등을 간략히 정리해 제시했습니다.

사회적 공유주의라는 대안

이날 토론은 곽 이사가 발제 도중에 금민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소장에게 던진 질문으로 시작됐습니다. 곽 이사는 원천적 공동소유권을 주장하는 금민 소장이 좌파 자유지상주의자들과 동일한 논리적 난관에 봉착했다고 지적했고, 금 소장은 토지가 시장에서 여러 번 매매된다고 해도 원천적 공유권이 사라지지 않는다고 반박했습니다. 토지는 그저 소유자가 투하한 노동을 포함해 수요와 공급의 균형 속에서 팔린 것이지 첫 번째 소유자의 무상점유분은 계속 승계된 것이란 주장입니다. 하지만 금 소장은 “제가 원천적 공유권만 주장한 게 아니라, 토지의 가치는 사회적 조건과 공공투자 등 ‘도시지대’에 따라 결정된다는 견해를 함께 개진했다”고 말했습니다.

강남훈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명예이사장은 “국내 조지스트들의 주장이 랜드밸류택스(토지보유세)와 렌트택스(지대세)로 나뉜다”며 “곽 이사의 주장은 렌트택스에 가깝다”고 밝혔습니다. 강 명예이사장은 보유세의 저항을 줄이는 차원에서 토지보유세와 지대세 모두를 시행해 보고, 유리한 것을 선택하자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이에 곽노완 이사는 자신의 제안이 지대세와 비슷한 점이 있지만, 다른 점이 더 크다고 강조했습니다. 곽 이사는 “집값이 매우 비싼데도 전월세 가격은 굉장히 싼 곳들도 있다. 투기적 이익이 크게 기대되는 곳들이 대개 그렇다. 이 경우 지대보단 집값 상승분에 과세를 하는 게 적절하다”며 공시지가 상승분에 과세하자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집값이 떨어질 경우엔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엔 곽 이사는 “그렇기 때문에 올랐을 때에도 전액을 환수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토지보유세와 연계한 기본소득이 지난 대선에서 현실의 정책으로 만들어졌지만, 국민들 다수에게 폭넓은 지지를 받은 공약은 아니었습니다. 곽 이사가 제시한 ‘사회적 공유주의’의 제안이 토지배당의 논의를 보다 심화시킬 수 있길 기대합니다.

참고로 다음 월례세미나는 7월이 아닌 8월 둘째주 토요일인 8월 13일에 개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