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경기도의회는 청년기본소득 예산을 복원하라!
커다란 사건은 그 자체로 충격을 줄 뿐만 아니라 그 사회의 문제적 상황을 드러내는 일이기도 하다. 1년 전에 있었던 현직 대통령의 쿠데타 시도도 헬기의 굉음이 준 충격만큼이나 우리 사회의 이른바 엘리트 혹은 기득권층의 민낯을 드러냈다. 그들은 모두의 민주주의를 지키는 데는 비겁했고, 자신들의 자리와 이익을 지키는 데는 용감하고 교묘했다.
이런 상황에서 12월 11일 경기도의회 여성가족평생교육위원회는 내년도 예산안을 심사하며 청년기본소득 예산 614억 원을 전액 삭감하였다. 모두가 알고 있듯이 청년기본소득은 이재명 대통령이 2018년에 경기도지사가 되자마자 추진한 대표적인 ‘청년 정책’이자 새로운 시대의 방향을 제시하는 담대한 실험이다. 그리고 2022년 대통령 선거 및 지방선거를 거치면서도 지속되어 이번에 유일하게 예산 삭감에 반대한 더불어민주당 유호준 의원의 말처럼 “청년 정책의 마중물이자 상징”으로 남아 있었다. 그런데 그 정책 실시의 장본인이 대통령이 되고, 기본소득을 포함한 ‘기본사회’가 국정 과제로 떠오른 그 원형이라 할 수 있는 청년기본소득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여성가족평생교육위원회 김동희 부위원장의 말에 따르면 “청년기본소득 사용처 제한이 없어 유흥비로 사용될 수 있다는 국민의힘 측 우려와, 결식아동 급식비나 고립은둔청년 지원 등 보다 시급한 정책 수요를 고려해 일단 삭감했다”고 한다.
여기서 우리는 클리셰를 본다. 우선 ‘사회적 약자’가 받는 지원은 사용처를 ‘주는 쪽’에서 정할 수 있고, 정해야 한다는 가부장적인 사고방식이다.
다음으로 예산은 한정되어 있는데, (기본소득과 같은 정책보다는) 시급한 데가 있다는 논리이다. 이른바 “국민의 힘 측 우려”는 정확하게 기본소득의 취지와 반대되는 논리일 뿐이다. 모두의 권리인 기본소득은 무엇보다 사람들에게 실질적 자유를 가능케 하자는 것이며, 우리는 이것이 민주주의를 확대하고 강화하는 밑바탕이라고 본다.
실제로 경기도 청년기본소득과 부산 청년기본소득 실험에 관한 연구를 보면, 소득의 증가로 인한 여유가 생기면서 각자가 생각하기에 더 의미 있는 곳에 돈을 사용했다. 누구는 교제와 여가 활동비에 더 많은 돈을, 또 누구는 자신이 하고 싶었으나 돈과 시간이 없어서 못 하던 일에 더 많은 돈을, 또 누군가는 ‘자기 개발’과 ‘자기 계발’에 더 많은 돈을 썼다. 그러니 그 우려란 것은 기본소득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할지에 대한 걱정이 아니라 새로운 정책과 제도를 막겠다는 관심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 측의 “고려”인 이른바 ‘예산 제약성’은 우리가 함께 민주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를 불변의 사태처럼 간주하며, 결국은 아무것도 바꾸지 않고 기존의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소심함을 드러낼 뿐이다.
우리는, “정책 자체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한 김동희 부위원장의 말이 진심이기를 바라면서 경기도 청년기본소득 예산이 제대로 복원되기를 요구한다. 더 나아가 이번 소동이 기본소득 자체에 대한 우리 사회의 논의를 좀더 진지하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덧붙여 이번 논란 속에서 그동안 묻혀 있다 드러난 일은 경기도에서 성남시와 고양시가 청년기본소득을 실시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예산의 70퍼센트를 담당하는 경기도가 나서든 두 도시의 행정 담당자들이 마음을 바꾸든 조속히 실시하기를 촉구한다.
2025년 12월 15일
대표 안효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