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 이번 오피니언은 꼼꼼하게 이슈를 다루어 다소 긴 글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특별히, 요약문과 전문을 함께 싣습니다.

[오피니언] 데이터 기술 R&D PIE는 ‘공유지분권에 입각한 사회배당’과 결합되어야 한다

금민(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이사,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소장)

[요약]

혁신성장이 데이터에 눈을 돌리고 있다. 지난 8월 31일, 정부는 판교 스타트업캠퍼스에서 데이터 전문 인력 5만 명 양성을 국가가 지원하고, 빅데이터전문연구센터를 6곳으로 확대하며, 국가공인 데이터 자격제도를 도입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하는 데이터 기술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데이터 관련 R&D PIE의 새로운 점은 정부가 플랫폼 경제를 지향하는 데이터 기술 R&D PIE를 전개하고자 한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플랫폼 경제를 수립하기 위한 데이터 중심 혁신성장은 어떤 효과를 낳을 것인가? 국민의 삶은 과연 나아지게 될까?

기재부는 데이터 기술 R&D PIE의 목표를 플랫폼 경제의 수립이라고 말한다. 데이터를 수집, 분석, 활용하는 플랫폼 경제는 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추동하고 생산비용 절감효과를 낳는다. 생산비용 절감에는 단지 자원절감만이 아니라 노동력절감까지 포함한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데이터 기술 R&D PIE를 고용창출과 연관시키는 것은 그저 홍보에 지나지 않는다.

나아가, 플랫폼 경제는 매우 중립적인 표현이고 그 실제적 귀결은 플랫폼 자본주의일 것이다. 플랫폼 자본주의란 실생활 데이터와 산업 데이터가 집적되는 인터넷 인프라인 플랫폼을 소수의 독점기업들이 소유하고 사회구성원 모두의 디지털 활동의 결과물인 빅데이터를 무상으로 활용하여 인공지능을 개발하고 지식 지대(Knowledge-Rents)를 획득하는 새로운 형태의 자본축적 방식이다.

플랫폼 기업의 이윤창출 메커니즘은 이용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수익이 커지는 네트워크 효과에 의존하며, 따라서 플랫폼 기업은 필연적으로 거대화, 독점화 경향을 띨 수밖에 없다. 정부의 데이터 기술 R&D PIE로 등장할 플랫폼 경제에서 중소기업이 설 자리는 별로 없어 보인다. 네트워크 효과를 추구하는 플랫폼 경제의 경쟁관계에서 살아남으려면 대안적 플랫폼도 시장 경쟁을 통해서이든 법률적 보호에 의해서든 스스로 독점적 지위를 확보해야만 한다.

데이터 기술 R&D PIE가 일자리를 만들 것이라는 막연한 추측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것이 분배를 직접적으로 개선하는 산업정책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하여 플랫폼 자본주의의 동학으로부터 데이터 기술 R&D PIE의 역진성을 해소할 좀 더 구체적인 대안을 끌어내어야 한다. 예를 들어, 빅데이터 공유지에 근거하여 플랫폼 기업이나 플랫폼 기업이 개발한 인공지능에 대해 공유지분권을 설정하는 방식, 또는 플랫폼 자체를 사회 전체의 소유로 바꾸는 방식이 플랫폼 자본주의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아울러 이와 같은 공유론적 대안은 분배차원의 기본소득(basic income), 곧 보편적 사회배당(social dividend)과 결합되어야 한다. 플랫폼 경제에서는 수익의 원천이 빅데이터이기 때문에 수익을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배당하는 것은 정당하다.

데이터 기술 R&D PIE는 공공데이터의 개방이라는 매우 민감한 탈규제 정책을 포함하고 있다. 이 문제에서 비식별 기술이나 개인 프라이버시 보호의 문제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공공데이터의 소유권이다. 즉 공공데이터는 사회구성원 모두의 소유이며, 따라서, 카탈루냐의 바르셀로나 시가 2016년에 채택한 디지털 아젠더(Digital Agenda)처럼, 공유지분권 플랫폼이나 공공플랫폼에 대해서만 개방해야 한다.

데이터 기술 R&D PIE가 일자리를 만들 것이라는 환상을 가질 필요도 없고 일자리를 줄일 것이라는 공포를 가질 필요도 없다. 한국의 데이터 기술은 주요 국가와 비교하여 20개월 정도 뒤졌다고 한다. 정부 주도의 데이터 기술 R&D PIE는 필요하다. 하지만 이러한 산업정책이 플랫폼 기업에 대한 퍼주기가 아니라 사회구성원 모두를 위한 분배정책이 되려면 처음부터 데이터 기술 R&D PIE는 조세로 재원을 조달하는 국민 모두의 공유지분권과 결합되어야 하며, 마찬가지로 공개 여부에 관한 논란 이전에 빅데이터의 소유권도 사회구성원 모두의 공동소유(common ownership)라는 점을 명확히 하여야 할 것이다.

[오피니언] 데이터 기술 R&D PIE는 ‘공유지분권에 입각한 사회배당’과 결합되어야 한다

금민(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이사,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소장)

“대한민국은 인터넷을 잘 다루는 나라에서 데이터를 잘 다루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
_ 문재인 대통령, 2018년 8월 31일 판교 스타트업캠퍼스에서

혁신성장이 데이터에 눈을 돌리고 있다. 지난 8월 31일 정부는 판교 스타트업캠퍼스에서 데이터 전문 인력 5만 명 양성을 국가가 지원하고, 빅데이터전문연구센터를 6곳으로 확대하며, 국가공인 데이터 자격제도를 도입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하는 데이터 기술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이른바 ‘데이터 경제 활성화 방안’에 올해 예산은 5068억 원이 편성되어 있고 2019년에는 1조를 투입한다. 이 계획에는 청년대상 실무중심의 빅데이터 전문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청년인재 일자리연계’ 사업으로 2022년까지 9000명을 양성한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고, 인력양성 전체에 예산의 대략 절반 정도가 투입될 것이라고 한다. 언뜻 보면 일자리 정책 비슷하게 보이지만 인력양성은 ‘패키지형 R&D 체계’의 일환이다. 기재부는 과거처럼 핵심기술 개발에 예산을 배정하는 일에 그치지 않고 1) 인력양성, 2) 제도·규제 개선, 3) 민간 참여방식 등도 R&D 정책에서 함께 고려하는 ‘패키지형 R&D 체계’인 R&D PIE(R&D Platform for Investment & Evaluation)를 발표했다.

플랫폼 경제의 구축을 위한 R&D PIE의 주요 내용으로 기재부는 1) 공공데이터 개방, 2) 인프라구축 및 인재육성, 3) 자율주행차 보급을 위한 도로 인프라 구축, 4) 친환경 수소를 만들 수 있는 시설 및 유통체계 구축, 5) 태양광 시설 설치 지원, 5) 빅데이터와 AI 기반의 스마트팜 확대, 6) 데이터 기반 스마트시티 구축, 7) 사물인터넷(IoT) 기반 스마트팩토리 지원, 8) 공공분야 드론 활용 등을 들고 있다. 자율주행, 스마트시티, 대안에너지, 드론산업 등 개별 영역들이 플랫폼 경제 구축이라는 목표 아래 제시된다는 점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지만, 가장 특징적인 점은 ‘공공데이터 개방’과 ‘인력양성’이 데이터 관련 R&D PIE의 중요 과제로 제시된다는 점이다. 공공데이터 개방은 데이터 관련 제도 개선과 규제완화의 핵심적 내용이다. 민간참여 역시 탈규제와 마찬가지로 패키지형 R&D 체계의 중요한 특징인데, 정부는 전문성이 필요한 인공지능(AI) 및 빅데이터 등 응용기술분야에서는 민간전문가와 기업이 기획 단계부터 참여하는 시스템을 마련하고자 한다. 이미 지난달 자율주행차 개발을 위한 자율협력주행산업발전협의회와 스마트시티 개발을 위한 시범도시 지원단이 출범했다.

데이터 관련 R&D PIE는 정부의 혁신성장이 탈규제 정책만이 아니라 재정을 투입하는 적극적인 산업정책을 포함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 점은 별로 새로운 점이 아니다. 가까운 예로 창조경제도 탈규제와 재정투입의 결합이었다. 정작 새로운 점은 정부가 데이터에 눈을 돌리고 플랫폼 경제를 지향하는 R&D PIE를 전개하고자 한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플랫폼 경제를 건설하기 위한 데이터 중심 혁신성장은 어떤 효과를 낳을 것인가? 국민의 삶은 과연 나아지게 될까?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분야에서의 혁신경제가 진정으로 국민의 삶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발전하려면 어떠한 형태를 취해야 할까? 이 글은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한 시도이다.

분배의 개선 없는 산업정책의 역진성

산업정책의 경제적 효과는 국민경제 전체의 성장에 대한 기여뿐만 아니라 경제구조와 소득분배에 미치는 영향도 고려하여 종합적으로 평가되어야 한다. 극단적으로 불평등한 분배구조, 고용과 소득의 탈동조화(de-coupling), 조세의 재분배 기능이 미약하거나 심지어 역진적인 상태가 온존하는 산업정책은 소득분배에 대해 역진적일 수밖에 없다. 국가재정을 자본축적에 도움을 줄 R&D에 투하한다는 것은 일단 과세자원의 분배 차원에서도 아래로부터 위로의 재분배이며 역진적일 수밖에 없다. 탈규제는 그 자체로는 재정이 투하되지 않지만 규제완화의 효과가 공공재의 감소와 자본수익의 증대를 의미할 때 마찬가지로 역진적인 효과를 낳는다. 이와 같은 이유에서 1990년대 신자유주의의 “바닥을 향한 질주”의 시대에 전통적 사회민주주의 좌파는 산업정책에 대해 침묵했고 분배정책에 우선순위를 두게 된다. 에너지 전환의 관점에서 그린딜(Green Deal)이 새로운 산업정책으로 등장하기 이전의 시기에 유럽 좌파에 고유한 산업정책을 찾아볼 수 없었던 이유는 여기에 놓여 있다.

물론 분배의 개선 없이 추진되는 산업정책도 결과적으로 일자리가 많이 창출되어 임금소득이 늘어나게 되면 역진성이 완화된다. 이러한 이유로 전통적 좌파는 산업정책의 정책적 타당성 기준을 일자리 창출에 맞췄다. 그래서 국가재정이 조금이라도 투하되는 산업정책에는 언제나 이로 인해 창출될 일자리 개수가 얼마라는 선전이 따라 붙었다. 물론 그로 인해 초래될 산업변화가 총고용량에 대해 전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해서는 침묵한다. 오직 새로운 산업분야에서 생겨날 일자리에 대한 예상만이 산업정책의 타당성을 위한 지표로 제시되곤 했다. 정부의 데이터 관련 R&D PIE, 나아가서 R&D PIE 10대 융합과제 전체에 대한 홍보에서도 마찬가지 현상이 나타난다. 정부는 혁신성장이 만들어내는 일자리 개수만 홍보할 뿐, 일자리 총량 전체에 미칠 효과에 대해서는 침묵한다. 하지만 어떻게 선전하든, 그 분야에서 신규 일자리가 얼마나 생겨나든, 총고용량이 증가하지 않는다면 R&D PIE는 조세자원을 아래로부터 위로 재분배하는 것이고, 만약 이로 인해 일자리의 급격한 감소가 일어난다면 R&D PIE의 역진성은 한층 더 심각해진다.

플랫폼 경제와 일자리, 플랫폼 경제와 소유의 집중

정부가 추진하는 데이터 기술 R&D PIE의 목표는 플랫폼 경제의 수립이다. 만약 이와 같은 플랫폼 경제를 좁은 의미에서의 플랫폼 기업들과 등치시킨다면 고용효과는 오히려 역진적이다. 대표적 플랫폼 기업인 구글은 약 6만 명, 페이스북은 약 12만 명의 직접 고용 인력을 거느리는 반면에, 케인즈주의가 최정점에 달한 1962년 당시 전성기의 AT&T는 56만 4천 명, 엑손은 15만 명, GM은 60만 5천 명의 피고용인이 있었다. 여기에 왓츠앱이 페이스북에 190억 달러에 팔릴 때 왓츠앱의 피고용인이 55명이었고, 인스타그램은 10억 달러에 인수될 때 13명의 직원만 있었다는 사실을 대비해 보면 디지털 기업이 일자리를 늘릴 것이라는 가정이 허망한 가정이라는 점이 분명해진다. 미국에서 디지털 경제는 현재 사기업이 생산하는 부가가치의 약 6.8퍼센트를 차지하지만 노동력의 2.5퍼센트만을 고용하고 있다. 디지털 전환을 가장 먼저 시작하여 가장 많이 탈산업화되었음에도 미국의 제조업은 디지털 경제보다 4배나 많은 인력을 고용하고 있다.

디지털 경제의 피고용인 숫자만이 디지털 전환이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을 가늠할 지표는 아니다. 디지털 전환이 전체 고용량에 미치는 영향을 따져야 한다. 여전히 논쟁 중인 주제이지만 여기에는 낙관론보다 비관론이 우세하다. 예를 들어 미국 직업의 절반 정도가 자동화될 수 있다고 예측한 프레이와 오스본(Frey & Osborne, 2013)의 연구와 2015년에서 2020년 사이에 세계적으로 510만 개의 일자리 감소가 나타날 것이라고 예측한 세계경제포럼(WEF)의 『고용의 미래』 보고서(2016년)는 큰 파장을 일으켰다. 데이터를 수집, 분석, 활용하는 플랫폼 경제는 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추동하고 생산비용 절감효과를 낳는다. 생산비용 절감에는 단지 자원절감만이 아니라 노동력절감까지 포함한다. 물론 GE나 지멘스 같은 산업 플랫폼 기업들의 현재의 주력 업무는 제조기술의 급진적 변형보다 가동중단 시간의 절감과 과잉설비 축소에 도움을 주는 것이다. 이는, 전 세계 제조업이 중국의 부상 이후 만성적인 과잉설비 및 과잉생산 상태라는 점에 기인한다. 현재 GE나 지멘스의 산업 플랫폼은 설비를 축소하고 비용을 낮추어 자국 제조업의 가격경쟁력을 키우고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하지만 과잉설비의 축소라는 단계를 거치고 나면 산업 플랫폼은 자동화와 노동력절감에 본격적으로 기여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데이터 중심 R&D PIE가 추구하는 목표인 플랫폼 경제를 고용창출과 연관시키는 것은 그저 홍보에 지나지 않는다. 특히 중소기업이 일자리의 대부분을 제공하고 있는 한국 경제에서 데이터 중심 R&D PIE를 일자리와 연관 짓는 것은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중심 경제’라는 기조와 논리적 일관성만을 가질 뿐이지 사실을 반영하는 것도 아니며 합리적 전망도 아니다.

산업정책의 효과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단지 일자리 증감만이 아니라 경제구조에 미치는 영향도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데이터 기술 R&D PIE가 성공적으로 완결되었을 때 경제구조는 어떻게 바뀔까? 기재부는 데이터 기술 R&D PIE의 목표를 플랫폼 경제의 수립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플랫폼 경제는 매우 중립적인 표현이고 그 실제적 귀결은 플랫폼 자본주의일 것이다. 플랫폼 자본주의란 실생활 데이터와 산업 데이터가 집적되는 인터넷 인프라인 플랫폼을 소수의 독점기업들이 소유하고 빅데이터를 무상으로 활용하여 인공지능을 개발하고 지식 지대(Knowledge-Rents)를 획득하는 새로운 형태의 자본축적 방식이다.

플랫폼 경제는 사용자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데이터가 쌓이면 쌓일수록, 플랫폼 기업의 지식 지대가 그만큼 커져가는 네트워크 효과를 특징으로 한다. 따라서 플랫폼 기업들에게 데이터의 집적은 사활을 건 문제이며, 플랫폼에서 어떤 서비스가 제공되고 어떤 사람들이 연결되는가는 오히려 부차적인 문제가 된다. 따라서 데이터의 추출과 이용이야말로 플랫폼의 고유 기능이라고 말할 수 있다. 데이터의 중심성(centrality of data)이야말로 플랫폼 자본주의의 핵심 원리이다. 네트워크 효과가 플랫폼 자본주의의 가장 핵심적인 동학이기 때문에 플랫폼 기업은 필연적으로 거대화, 독점화 경향을 띨 수밖에 없다. 플랫폼 자본주의의 세계는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알리바바, 텐센트(Tencent) 같은 독점적 지위를 가진 기업들로 채워져 있다. 디지털 의존 비즈니스의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를 소유하고 필요로 하는 기업들에게 임대하는 ‘클라우드 플랫폼(cloud plattform)’의 세계도 아마존웹서비스(AWS)나 세일스포스(Salesforce)가 독점적 지위를 형성하고 있다. 전통적인 제조업의 ‘산업 플랫폼’ 영역에서는 미국과 독일의 제조업을 각각 대표하는 GE와 지멘스가 독점적 지위를 차지하고 초독점적 지위를 둘러싼 자존심을 건 경쟁을 시작했다.

이와 같은 독점화 경향은 네트워크 효과에 의존하는 플랫폼 기업의 이윤창출 메커니즘의 필연적 결과이다. 정부의 데이터 R&D PIE의 목표가 플랫폼 경제의 수립인 한에서 중소기업이 설 자리는 별로 없어 보인다. 아울러 플랫폼 협동조합(platform cooperatives)이든 공공플랫폼(public platform)이든 이와 같은 독점화 경향 속에 노출된다. 네트워크 효과를 추구하는 플랫폼 경제의 경쟁관계에서 살아남으려면 이와 같은 대안적 플랫폼도 시장 경쟁을 통해서이든 법률적 보호에 의해서든 스스로 독점적 지위를 확보해야만 한다. 플랫폼 경제가 전통적인 제조업 자본이나 일반 소비자에게 이제는 소유의 시대가 끝났고 ‘소유권이 이전되는 상품 생산’에서 ‘사용료가 부과되는 서비스 생산’으로 물적 생산의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웅변하고 있지만, 정작 플랫폼 경제 자체는 소유의 종말이 아니라 소유의 극단적인 집중을 뜻한다. 경제 전반에 강력한 힘을 미치는 플랫폼 자체를 극소수의 플랫폼 기업이 소유한다. 사태를 뒤집어 말하자면, 디지털 활동을 제공하는 다중의 플랫폼 소유권으로부터의 배제가 데이터의 집적, 분석, 활용에 대한 플랫폼 자본의 사적 전유의 전제조건이다. 데이터 수집과 분석은 플랫폼 기업과 솔루셔니스트들이 찬양하듯이 갈등이 없거나 자동화된 과정이 결코 아니다. 대부분의 데이터는 유용해지려면 표준화된 형태로 정돈되고(cleaned) 조직되어야 한다. 플랫폼 자본이 데이터를 정돈하고 조직하는 사회인프라를 소유한다는 것은 플랫폼 자본이 사회를 통제한다는 뜻이다. 진행 중인 빅데이터 혁명은 사회에 대한 통제권을 플랫폼 자본에게 통째로 맡기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러다이트 좌파가 될 것인가? 플랫폼 경제에 대한 대안적 조직형태와 대안적 분배방식을 모색할 것인가?

정부의 혁신성장에 대한 비판은 규제완화 정책의 역진성에 대한 비판이 주를 이루었다. 재정을 투입하는 데이터 기술 R&D PIE에 대한 비판도 일자리 창출가능성을 중심으로 역진성에 대한 비판이 주를 이룰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인력양성에 재정을 투입하지만 고용창출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므로 역진적인 정책이라고, 문재인 정부가 제대로 된 일자리 정책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비판한다면, 정작 문제가 되고 있는 데이터 경제나 플랫폼 경제에 대한 대안적 논의는 들어설 자리가 없게 된다. 오늘날과 같은 기술혁명의 시대에 임금노동 일자리의 보호와 확대만을 경제정책의 유일한 지표로 보는 태도는 일종의 러다이트(Luddite) 좌파의 입장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러한 태도는 기술혁명이 자동으로 유토피아를 이끌 것이며 일자리도 늘 것이라고 말하는 기술만능주의적 우파의 입장만큼이나 유해하다. 왜냐하면 이 두 가지 입장은 언뜻 보면 정반대의 입장이지만 기술혁명을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도움이 되도록 이끌기 위해서 어떻게 개입해야 하는지에 대해 침묵한다는 점에서는 동일하기 때문이다.

기재부에서는 주요 선진국에 비해 데이터 기술 발전이 20개월 이상 늦었다는 소리가 나온다. 이러한 상태에서 국가재정을 투입하는 데이터 기술 R&D는 필요하다. 하지만 이와 마찬가지로 요구되는 것은 데이터 기술 R&D의 역진성을 없애고 플랫폼 경제로의 전환을 아래로부터 전유할 틀에 대한 사고이다. 20개월 이상 늦은 것이 오히려 기회가 되려면 빅데이터와 플랫폼 경제에 대한 대안적 접근이 요구된다.

빅데이터 공유지의 설립과 플랫폼 경제에 대한 공유지분권 설정

데이터 기술 R&D PIE가 일자리를 만들 것이라는 막연한 추측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것이 분배를 직접적으로 개선하는 산업정책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위에서 간략하게 서술한 플랫폼 자본주의의 동학으로부터 데이터 기술 R&D PIE의 역진성을 해소할 좀 더 구체적인 대안을 끌어낼 수 있다. 첫째, 네트워크 효과는 플랫폼의 본래적 메커니즘이므로 필연적 독점화를 막을 수 없고, 이는 플랫폼 소유자가 공공(public)이거나 공유(common)라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라는 점이다. 플랫폼의 소유관계와 무관하게 플랫폼 경제의 생산성은 네트워크 효과에 의존한다. 플랫폼 기업을 대신할 대안적 조직형태, 즉 공영 플랫폼도 네트워크 효과를 반감시키는 방식이 아니어야 한다. 둘째, 플랫폼 자본의 이윤 원천인 빅데이터는 사회구성원 모두의 공유지(commons)이며, 이와 같은 데이터 공유지(data commons)에 빅데이터 영구기금과 같은 적절한 법률적 형태가 부여되어야 한다.

이와 같은 두 가지를 결합시키면 구체적인 모델이 등장한다. 예를 들어, 빅데이터 공유지에 근거하여 플랫폼 기업이나 플랫폼 기업이 개발한 인공지능에 대해 공유지분권을 설정하는 방식, 또는 플랫폼 자체를 사회 전체의 소유로 바꾸는 방식이 플랫폼 자본주의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아울러 이와 같은 공유론적 대안은 분배차원의 기본소득(basic income), 곧 보편적 사회배당(social dividend)과 결합되어야 한다. 플랫폼 경제에서는 수익의 원천이 빅데이터이기 때문에 수익을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배당하는 것은 정당하다.

이렇게 보면 데이터 기술 R&D PIE에 반대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데이터 기술 R&D PIE는 공유지분권에 근거한 사회배당을 도입할 수 있는 매우 유리한 출발조건이 된다. 관건은, 국가재정의 투입이 단순히 데이터 기술력을 높이고 플랫폼 자본이 등장할 조건을 만들어 주는 일에 그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데이터 기술 R&D PIE를 추진하되 데이터 기술 스타트업 사업에 50% 이상의 공유지분권을 설정하고 향후 수익을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배당할 수 있도록 소유권적 장치를 수립해 두어야 한다. 또한 국가공유지분을 단순히 국가의 재정수입으로 편입시키지 않고 사회배당을 실시해야 할 이유는 플랫폼 경제의 생산성이 네트워크 효과에 놓여 있고 빅데이터의 주인은 사회구성원 모두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한다면 플랫폼 경제가 일자리를 만들 것인가 아닌가의 논란, 또는 디지털 전환이 노동소득분배율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공포에서 벗어나서 사회구성원 모두의 삶에 도움이 되는 디지털 전환을 추진할 수 있다. ‘공유지분권 플랫폼 경제’는 데이터 기술 R&D PIE의 역진성을 완전히 해소한다. 이러한 모델은 플랫폼 기업들에게 빅데이터 인클로저(enclosure)를 허용한 후 조세를 거둬들이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인 공유부(common wealth) 배당 방식이 될 것이다. 공유지분권 모델은, 지속적인 조세 수입을 위해 지속적으로 인클로저를 허용하고 결과적으로 공유부가 줄어들게 하는 모델보다 효과적이다. 더욱이 플랫폼 경제로 인하여 고용이 축소되는 경향이 나타난다면, 대중과세에 근거한 20세기형 복지국가 모델 또는 조세형 기본소득 모델이 지속가능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반면에, 공유지분권 플랫폼 경제에 입각한 사회배당은 이러한 위험과 아무런 상관이 없이 지속가능하다. 이미 진행되어 되돌릴 수 없는 사태가 된 토지 인클로저에 대한 해법은 토지보유세와 토지배당의 결합처럼 조세형 모델에서 찾을 수밖에 없지만, 지금 진행 중인 사태인 지식 인클로저, 빅데이터 인클로저에 대해서는 조세형 모델이 아닌 공유론적 대안이 훨씬 유용하며 근본적으로 정당한 접근방식이다.

공유지분권에 입각한 사회배당은 일찍이 제임스 미드(J. Meade, Agathotopia: The Economics of Partnership, 1989)가 제안한 바 있다. 미드의 모델에서는 사회 전체의 주식자산의 대략 50%를 국가가 소유하지만, 국가는 경영권은 행사하지 않으며 단지 배당권만을 행사한다. 국가공유지분권을 근거로 하여 사회 전체의 자산소득의 절반은 “사회 배당(Social Dividend)”으로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평등하게 분배된다(Meade, 1989: 38, 40). 미드의 모델은 사회 전체의 주식소유에 관한 제안이라서 오늘날 이를 어떻게 실현할 수 있을지는 난감한 문제가 된다. 하지만 이 모델을 데이터 기술 R&D PIE에 적용하여 데이터 기술기업에 대한 퍼주기가 아니라 향후 플랫폼 경제에 대한 공공지배와 사회배당을 실현하는 것은 의외로 간단한 문제일 수 있다. 데이터 기술 R&D PIE의 초기 자금은 조세로 형성된 국가재정이며, 결국 국민이 낸 것이다. 이에 대한 소유권을 자본을 조달한 국민이 가지며 수익도 국민에게 배당하는 것은 자본주의 소유원리에도 합당하다. 특히, 국가가 공유지분권을 통해 거둬들인 수익을 일반 재정에 편입시키지 않고 모든 사람에게 배당해야 하는 이유는 설령 공유지분권의 법률적 소유자가 국가라고 하더라도 그 수익은 빅데이터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이다. 빅데이터에 대한 사회구성원 모두의 공동소유는 나머지 50%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민간기업에 대한 과세의 근거가 될 수도 있다. 1조의 재정으로 시작한 플랫폼 경제가 발전하여 적어도 한국어 사용권에서는 중국어권의 플랫폼 기업인 알리바바, 텐센트처럼 비중이 커진다면 그만큼 공유부가 증대하는 것이기도 하다.

데이터 기술 R&D PIE는 공공데이터의 개방이라는 매우 민감한 탈규제 정책을 포함하고 있다. 이 문제에서 비식별 기술이나 개인 프라이버시 보호의 문제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공공데이터의 소유권이다. 즉 공공데이터는 사회구성원 모두의 소유이며, 따라서 공유지분권 플랫폼이나 공공플랫폼에 대해서만 개방해야 한다. 카탈루냐의 바르셀로나 시가 2016년 채택한 디지털 아젠더(Digital Agenda)는 ‘시 데이터 공유지(City Data Commons)’를 법률적 체계로서 형성하고 상업적 이용은 플랫폼 협동조합이나 공공플랫폼에 허용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Barcelona Digital City, “City Data Commons”, 2016).

그러한 경우에만 공공데이터 개방이 빅데이터 인클로저가 아닐 수 있으며,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사기업에게 빅데이터라는 공유 자원을 퍼주는 꼴이 된다. 데이터 기술 R&D PIE를 처음부터 공유지분권 모델과 결합시킬 필요성은 이 점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난다. 아울러, R&D PIE의 또 다른 영역인 민간참여에 대해서도 단순히 기업참여로 이해해서는 안 될 것이다. 빅데이터에 대한 공동소유권에 입각하여 시민참여와 투명성을 보장해야 한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데이터 기술은 중립적이지 않으며 데이터를 추출하고 분석하는 알고리즘도 결코 중립적이지 않다.

작성일: 2018년 9월 1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