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암호화폐, 금융위기의 불씨인가 공유경제의 타산지석인가
곽노완(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학술위원장)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가 국내시장에서 지난 몇 달간 개당 2,500만 원을 넘어서는 폭등 후 600만 원대로 폭락하다가 2018년 3월 3일 현재 1,200만 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한때 600만 원대를 넘던 김치프리미엄은 현재 30만원 내외로 줄어들었다. 몇 달 전까지 새로운 희망처럼 보였던 암호화폐 열풍은 급락추세로 전환되면서 흙수저 청년들에게 새로운 좌절을 불러 왔다. 최근 1, 2 주 동안은 시세가 1,200만 원대까지 다소 상승하면서 횡보하는 국면이다. 이번 3월 중 G20 회담에서 암호화폐에 대한 국제적 규제 공조방안이 적극 검토될 예정이라 다시 요동치면서 하락세로 접어들 수도 있다. 그 진폭이 얼마나 될 지는 규제 정도에 따라 크게 달라질 것이다.
암호화폐가 블록체인 기술을 촉진하고 이와 연계된 파생 어플을 통해 사람들이 공유하는 새로운 산업 및 사용가치를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암호화폐 시장에 수반된 직간접적인 사기와 도박은 많은 투자자들의 파산과 좌절을 불러올 것이다. 더 나아가 암호화폐는 거시경제 차원에서 새로운 금융위기의 불씨가 될 수도 있다.
자본주의 금융위기는 가공자본의 진화에 따라 새로운 단계로 진전되어 왔다. 주식, 국채, 외환, 모기지증권 및 이와 연관된 파생금융상품 등 가공자본의 새로운 형태들은 자본주의가 겪어 온 금융위기의 불씨가 되었다. 이제 암호화폐가 금융위기의 불씨로 등재될 것인가를 물을 차례가 된 것으로 보인다.
지금 국내 암호화폐 투자자는 300만 명, 시장 규모는 최근에 반 이하로 축소되었음에도 불구하고 100조 원 내외이다. 이미 가상화폐시장이 블랙홀이 되어 내수경기를 위축시키고 있다. 이게 10, 20배로 커진다면, 폭등락을 거듭하는 암호화폐의 가격 급락 시 금융위기가 닥칠 것이다. 가상화폐 투자액의 80% 이상은 대출로 충당되기에 파산자와 파산기업이 속출하고 내수가 급격히 위축되기 때문이다. 이런 거시경제적인 부작용때문에 정부는 암호화폐를 엄격히 규제해야 한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그간 시급한 규제가 필요한 순간에, 정책혼선을 겪으면서 국내 암호화폐의 거품을 방조하고 결국 많은 청년들의 피해를 수수방관했다. 정부는 지금도 암호화폐에 대해 강력한 규제를 추진하다가 다시 머뭇거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단 우리나라의 외화(국부)가 해외 개발자나 해외 큰손에게로 막대하게 유출되는 문제를 보자. 현재 국내시장으로 유입된 암호화폐를 매수하느라 유출된 외화는 700~1000억 달러로 추정된다. 이는 우리나라 1년 총GDP의 4.5~6.5%로, 최근 수출이 호조를 보였던 1년간 무역으로 버는 무역흑자와 맞먹는 규모이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1년간 번 돈을 암호화폐의 개발자와 큰손들에게 갖다 바친 꼴이다.
암호화폐는 폭등기에는 돈을 암호화폐시장으로 쏠리게 함으로써 내수와 서민경제를 위축시키고, 폭락기에는 금융파산자를 양산해서 국가경제를 총체적인 위기로 몰아넣는다. 암호화폐 시장이 커지면 커질수록 이러한 폐해는 그 폭이 커질 수밖에 없다. 분명 블록체인 기술은 새로운 인터넷 공유경제의 촉매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정부가 나서서 또는 새로운 공유기업이 나서서 블록체인의 암호와 어플을 창출하고 이를 사용자들이 무상으로 공유하면서 공유기업은 투기대상인 기존의 암호화폐와 다른 광고수익 등의 수익원천을 갖고 이 중 일부를 기본소득으로 공유하는 체계가 가능할 뿐만 아니라 기존의 암호화폐보다 더욱 유망한 것으로 보인다. 기본소득의 지지자들이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엄격한 규제와 더불어 공유의 블록체인 어플을 이용한 광고수익 등을 공유하는 대안적 공유경제의 체계를 앞장서서 주장하고 추진하고 요구해야 할 이유이다.
게시일: 2018년 3월 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