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한국기본소득포럼
다시, 기본소득
2025년 한국기본소득포럼에, 그것도 ‘다시, 기본소득’이라는 주제로 여러분을 초대하게 되어 기쁩니다. ‘다시’라는 말의 밑바탕에는 ‘성공과 실패’, ‘좌절과 바람’ 같은 사태와 감정이 있습니다. 또한 안도감이 있습니다. 어쨌든 살아남았다는 것입니다. 지난 몇 년간 우리는 반동의 폭풍 속에서, 그것도 끝을 알 수 없는 후퇴 속에서 지냈을 뿐만 아니라 완전히 잿더미로 남을 뻔한 일을 겪었습니다. 그러니 우리가 ‘다시’ 뭔가를 할 수 있게 해준 많은 사람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안도감은 여기에서만 오는 것이 아닙니다. 반동의 폭풍은 그 이전의 기본소득의 밀물이 빠지는 것과 함께 이루어졌지만, 그 썰물은 모든 것을 가져가지는 않았습니다. 그 이전에 뿌려진 기본소득의 씨앗은 ‘에너지 배당’, 그리고 다양한 ‘부분 기본소득’으로 싹을 틔우고 있었고, 그보다 더 중요하게 많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기본소득이라는 희망을 심어주었습니다. 이런 이유로 우리는 정말로 밑바닥에서 ‘다시’ 시작하는 게 아니라는 안도감을 가질 수 있습니다.
이런 안도감은 당연히 기대감으로 이어집니다. 반동의 폭풍을 이겨내고 기본소득을 비롯한 진보적인 의제를 실천할 수 있는 공간이 열렸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미 제도적으로, 정신적으로 실행되고 있는 (부분적) 기본소득이 있기에 그 어느 때보다도 보편적 기본소득의 실현이 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안도감과 기대감에 불안감이 겹쳐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 불안감이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해 느끼는 막연한 감정은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가 겪은 폭풍이 우연이 아니라 그동안 차곡차곡 쌓여왔고, 지금은 널리 퍼져 있으며, 앞으로도 쉽게 사라지지 않을 불안과 분노와 불안정에 터 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기본소득은 그동안의 모험을 뛰어넘는 만만치 않은 과제를 감당해야 할 처지에 있습니다. 그것은 길을 만들면서 길을 걸어가는 일과 비슷할 것입니다.
이번 포럼을 구성하는 세 개의 세션은 ‘다시, 기본소득’이라는 주제의 변주들입니다. ‘전환의 상상’의 첫 번째 세션은 우리가 겪고 있는 정치적 변화와 정권의 교체 속에서, 과연 기본소득의 공간이 열린 것인지, 열렸다면 우리는 어떤 전략을 가지고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는가를 토론하는 라운드 테이블입니다. ‘모두의 삶을 묻다’라는 제목의 두 번째 세션은 폭풍 속에서도 대지에 뿌려진 씨앗에서 자라난 ‘에너지 전환과 기본소득’ 그리고 ‘농어촌기본소득’이 열린 공간 속에서 어떻게 실현되어갈 수 있는지, 이것이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다시 변화된 삶은 우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를 검토하는 라운드 테이블입니다. ‘기술과 능력을 넘어’라는 제목의 세 번째 세션은 우리를 휘감고 있는 불안과 분노와 불안정을 ‘능력주의’와 ‘기술 변화’라는 두 개의 키워드로 살펴보고, 기본소득이 하나의 해답이 될 수 있는지를 탐색합니다.
누구나 느끼겠지만 분명 또 다른 폭풍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 폭풍이 우리를 어디로 데려갈지 사실 우리는 정확하게 알기 힘듭니다. 하지만 우리가 폭풍 속으로 걸어 들어가야 한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2025년 한국기본소득포럼이 그 입구에서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누구와 함께 가는지, 무엇을 향해 가는지, 어떻게 가야 하는지를 살피는 장이 되기를 바랍니다.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이사장
안효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