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한국기본소득포럼
‘생태-사회-경제’ 전환의 단초를 찾아서
한국기본소득포럼은 기본소득이 한국 사회에서 그래도 널리 퍼지고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한 2018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이런 자리를 마련한 것은 기본소득을 더 깊게 논구하면서도, 기본소득이 더 커다란 변화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그리고 왜 꼭 필요한지를 다양한 비판 이론 및 정책과 공유하고 토론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고, 세월이 지나갔습니다. 어떤 때는 우리가 직면한 위기를 넘어서기 위해 제출된 여러 의제들이 부분적으로나마 실현될 수 있겠다는 희망을 가져보기도 했습니다. 또 어떤 때는 티핑포인트는 이미 지나갔고, 더 이상의 희망은 없다는 절망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그 사이에 무수히 많은 크고 작은 마음의 떨림도 있었겠지요. 하지만 오늘 우리는 다시 이 자리에서 만났습니다. “‘생태-사회-경제’ 전환의 단초를 찾아서”라는 제목이 암시하듯이 희망이나 절망이 아니라 용기를 내기 위해서 말입니다.
근본적인 전환 속에서 그리고 진지하게 기본소득을 생각하고 지지하는 사람들은 기본소득이 만병통치약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또한 기본소득이 전환 속에서 필수적인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기본소득을 대안적인 정책이자 원칙이자 방향으로 제시할 때 그 밑에 깔려 있는 것은 기본소득이 정당하다는, 즉 모두가 가지고 있는 몫을 분배한다는 윤리적 태도입니다. 우리 앞에 놓인 커다란 전환 속에서 제각기 다른 강조점과 이름으로 대처하고자 하는 많은 분들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물론 그 이름들의 범위와 수준은 각기 다릅니다. 긴급한 개혁 과제로 제시되는 것도, 생각의 근본적인 변화가 요구되는 것도 있습니다. 또 매우 포괄적으로 보이는 어떤 것이 있고, 정밀한 목표 지점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이는 것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잠정적으로 알고 있는 것은 다양한 이름의 비전과 정책이 교차하고 정렬해서 커다란 흐름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포럼의 주제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단초를 찾아서’입니다. 이미 자신의 지향과 대안을 충분히 제시했다고 여기는 분들에게는 의아할 수도 있는 문구입니다. 하지만 아마 우리가 찾고자 하는 여기서의 단초는 두 가지일 것입니다. 하나는 ‘생태-사회-경제’의 전환이라는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해 우리가 가지고 있는 물감을 나란히 늘어놓고 그 배합을 구상하는 것입니다. 아마 이 일은 앞으로도 반복될 것이고 그때마다 새롭게 시작될 것입니다. 물론 그 사이에 우리의 그림은 더 두터워질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전환을 위한 행동의 실마리를 찾는 일입니다. 우리가 그동안 때로는 절망에 빠진 이유가 우리 앞에 놓인 과제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세상이 마치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돌아가면서 위기를 더욱 가속화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돌파구 혹은 행동의 지점을 찾아야 하고 또 이를 연결해야 합니다. 이는 앞서 말한 것처럼 용기를 내야 하는 일입니다.
함께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해 선뜻 자신의 물감을 내어 놓고, 여러 물감을 섞어 더 다채롭고 더 두텁게 칠하고자 이 자리에 오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리고 캔버스를 마련하느라 애쓰신 포럼 준비위원회를 비롯한 여러분들께도 고마움을 전합니다.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이사장
안효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