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한국 기본소득 포럼
“기본소득이 있는 복지국가로 가는 길”
2021년 한국 기본소득 포럼에 참가하신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다중적 위기의 시대를 넘어 사회적, 생태적 전환을 이루는 길에 함께하는 여러분을 만나는 일이기에 기쁩니다.
올해 한국 기본소득 포럼의 주제인 “기본소득이 있는 복지국가로 가는 길”이 가리키고 있듯이 기본소득이 당장 가능한, 시급히 실시해야 할 정책이 되었습니다. 중앙 정치 무대에서부터 밥상머리까지 기본소득은 어느새 일상의 이야깃거리가 되었습니다. 기본소득에 대한 시대적 요청이 커지고, 기본소득에 대한 우리의 주장이 강해졌기 때문일 것입니다.하지만 기본소득 의제가 부상한 더 중요한 배경은, 누구나 알고 있듯이,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따른 위기입니다. 이제 시간이 흘러 ‘위드 코로나’를 말하긴 하지만,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은 말 그대로 일상의 중지를 가져왔습니다. 이때 우리는 물려받은 지식이든 상상력이든 닥치는 대로 방책을 마련해야 했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모두에게 지급되는 재난지원금과 재난 기본소득입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가 위험에 처해 있고, 기존의 소득보장 제도가 작동하기 어려운 상태에서 실시된 재난지원금의 보편적 지급과 재난 기본소득은 기본소득의 한 측면을 경험하게했습니다. 정치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동등자라는 원칙에서 출발해서 행정의 효율성까지 여느 때 같으면 도저히 경험할 수 없었던 일을 우리가 공유했습니다.
이런 점에서 기본소득 의제의 부상은 전혀 즐거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도리어 비극적이었다고 말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은 비극을 구성하는 여러 위기 가운데 하나일 뿐이며, 우리가 겪고 있는 다중적 위기를 어떤 때는 고스란히 보여주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구부려서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기후 위기, 경제 위기, 재생산의 위기 등 우리가 겪고 있고, 또 넘어서야 할 사태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보다 더 심각하거나 심각할 것입니다. 이런 위기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기본소득의 다른 측면도 구현할 수 있어야 합니다. 공유부를 어떻게 나눌 것인가, 심각한 불평등을 어떻게 없을 수 있는가, 약탈적인 인간의 경제 활동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가 등이 함께 논의되고 추구되어야 할 것입니다.
기본소득이 있는 복지국가는 이런 위기 속에서 사회적, 생태적 전환을 이루는 도정에 우리가 제시한 과정이자 목표입니다. 모두에게 무조건적으로 주어지는 기본소득이 있을 때 우리 모두가 제대로 된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어찌 보면 매우 간명한 원칙과 목표를 이렇게 표현한 것입니다.
하지만 이 간명한 원칙과 목표를 구현하는 일은 분명 간단치 않을 것입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이를 로드맵이라는 형태로 제출했습니다. 하지만 이 길은 이미 닦여 있는 게 아닙니다. 길이 얼마나 넓을지, 얼마나 단단할지, 경사는 얼마나 될지, 어디서 구부러져 있을지 아직은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그러기에 우리에게는 지혜의 대화와 대화의 지혜가필요합니다. 여전히 우리가 “인간은 자신이 해결할 수 있는 과제만을 제출한다”는 말을 믿는다면 각자가 가진 지혜를 내놓고 대화할 때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2021년 한국 기본소득 포럼에 참여하는 발표자와 토론자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리고 대화자로 참여하실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2021년 11월 25일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이사장
안효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