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글 |
기본소득 ‘제도’를 넘어
기본소득 ‘체제’로의 사회 전환
백승호 / 계간 《기본소득》 편집위원장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는 지난 8월 ‘한국 사회 전환: 리얼리스트들의 기본소득 로드맵’을 발표하였습니다. 로드맵은 그동안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의 기본소득 실현을 위한 운동의 제1막을 마무리하고, 제2막을 예고하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본소득 운동의 제1막은 제도로서의 기본소득을 어떻게 한국 복지국가에 실현할 것인가에 집중되어 있었다고 평가됩니다. 자유주의적이고 보수주의적인 이데올로기가 그 어느 사회보다 강고하게 자리잡고 있는 한국 복지국가에 ‘모두의 몫을 모두에게’라는 공유부 배당 기본소득의 정당성을 알려내는 작업은 전혀 녹록하지 않은 작업이었고, 그 시도는 여전히 진행형입니다. 그러한 기본소득이 한국 사회에서 다른 복지제도들과 어울어져 어떻게 실행 가능하고, 지속 가능하며, 실현 가능한지를 보여주는 제1막의 마무리가 로드맵이었다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로드맵은 ‘기본소득이 있는 복지국가’로의 사회적 대전환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이는 기본소득 운동이 ‘제도’로서의 기본소득 도입을 넘어, 이제 ‘체제’로서의 기본소득으로 나아가야 함을 천명하는 것입니다. 체제로서의 기본소득이란 한국 복지체제를 변혁하는 중요한 매개로서의 기본소득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사실 체제로서의 기본소득은 애초부터 기본소득에 내재된 속성이기도 하며,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의 기본소득 운동 속에서 꾸준히 관철되어왔던 지향입니다. 다만 기본소득의 실행 가능성을 과학적이고 체계적이며 근거에 기반해서 보여주는 작업들이 선행적으로 필요했고, 그 작업을 통해 이상 속의 기본소득을 현실로 소환하는 일들에 집중했던 것이 그동안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의 활동 방향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많은 분들이 ‘제도’로서의 기본소득 도입을 넘어 기본소득이 있는 ‘체제’ 전환적 복지국가의 관점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번 호에서 이선우, 한동우, 최영준 교수님은 한국 사회의 체제 전환을 위해 기본소득 운동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고견을 담아주셨습니다. 최경준 기자님은 현재 우리 사회의 단계를 기본소득 도입 여부를 넘어 어떤 기본소득이냐에 대한 논쟁의 단계로 평가하고 계십니다.
지금까지의 기본소득 운동과는 달리 아마도 이후의 기본소득운동은 더 거센 저항의 파도를 만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러한 파도를 넘어설 수 있는 힘은 일반 대중들로부터 나옵니다. 기본소득의 실현 가능성을 위한 다양한 근거들과 적극적인 공론화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박누리 선생님은 옥천에서의 기본소득 실험 경험에서 ‘직접행동(실천)’의 중요성을, 이상민 선생님은 사회문제 해결형 기본소득의 중요성을, 기본소득당의 신지혜 대표님과 장은수 선생님은 기본소득 정치의 중요성을, 김재형 선생님은 기본소득 공론화의 중요성을 강조해주고 계십니다.
[화제의 인물]에서는 지방자치단체의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기본소득을 실현하고자 노력하시는 최승준 정선군수님을 만났고, 『불로소득 환수형 부동산 체제론』의 저자이신 남기업 토지+자유연구소 소장님을 통해 토지배당 기본소득에 대한 소중한 의견을 들어보았습니다.
그리고 이번 호에서도 계간 《기본소득》을 빛내주시는 송경동, 이문재 시인님, 이서수 소설가님이 문학 속의 기본소득을 전해주셨습니다. [동향]에서는 탈성장과 돌봄(이지은), BIEN대회 리뷰(박선미), 가이 스탠딩의 『공유지의 약탈』과 앤드루 퍼시의 『기본소득을 넘어 보편적 기본서비스로』를 중심으로 공유와 분배(이관형)가 소개되었습니다.
[함께 만들어가는 기본소득]에서는 김홍중 교수님께서 ‘오징어 게임’에 대한 비평을 통해 ‘함께-생존하기’의 의미를 성찰할 수 있는 글을 보내주셨습니다. [기본소득과 나]에서는 최인숙 박사님, 김기수 선생님. 이주희 교수님께서 당신들의 삶에서 기본소득 경험을 소개해주시고 계십니다. 마지막으로 신진연구자의 연구를 소개하는 [기본소득의 새로운 지평]에서는 신영규 박사님의 박사논문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다시 한번 소중한 글들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 인사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