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글 |
코로나가 쏘아올린 기본소득
백승호 / 계간 《기본소득》 편집위원장
2020년은 우리가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감염병의 위기로 시작되었다. 코로나19는 모두의 건강을 위협했고, 지난 1년 동안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코로나19의 공격으로 정작 가장 먼저 추락한 사람들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사람들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었지만 다수는 임시일용직 등 불안정 노동자들이었다. 많은 가게들이 임대료조차 낼 수가 없어 문을 닫았고 대부분은 영세한 소상공인들이었다. 거리의 노숙인들은 무료급식소들의 폐쇄로 끼니조차 때우기 어려웠다. 이러한 와중에도 소득 상위 20%의 가구소득은 2.9% 증가했다. 소득 하위 20%의 가구소득이 1.1% 감소했다. K-방역의 성공으로 인한 양호한 경제성장 성적표는 코로나 불평등이 자양분이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러한 전례 없는 위기는 우리의 일상을 송두리째 바꾸었고,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사회, 경제 전반의 대변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들에 힘을 실어주었다. 20세기에 만들어진 사회보험 중심의 복지국가만으로는 자연과 인류가 공존하는 21세기를 만들 수 없다는 성찰이 그 출발이었다. 이러한 대안 논의의 중심에 기본소득이 있었고, 2020년 3월 경기도를 시작으로 5월에는 전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긴급재난지원금이 지급되기에 이르렀다. 전국민 긴급재난지원금은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후 전체 인구를 대상으로 하는 최초의 보편적 현금지급이었다. 전국민 고용보험, 소득기반사회보험, 탄소배당, 기초자산(기본자산), 참여소득, 농민기본소득, 예술인기본소득 등 다양한 사회정책적 대안들이 역동적으로 논의되었던 해가 2020년이었다. 이외에 기본소득당이 만들어졌고, 국회에서는 민주당과 시대전환에서 기본소득법안을, 기본소득당에서 기본소득공론화법안을 발의하기도 하였다.
2020년 계간 《기본소득》겨울호의 이 계절의 이슈를 통해서 새로운 사회의 대안으로 올 한해 이슈가 되었던 기본자산, 참여소득을 심도 있게 다루었고, 기본소득 법안 좌담회를 통해 기본소득법안의 의의와 한계를 살펴보았다. 화제의 인물로는 국무총리 산하 청년정책조정위원회의 부위원장이자 『기본소득이 온다』의 저자 이승윤 중앙대학교 교수와 『동네의사와 기본소득』의 저자 정상훈 선생님과의 인터뷰를 기획하였다. 이승윤 교수는 온전한 기본소득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공론화의 중요성과 참여소득 전략 그리고 청년기본소득의 필요성과 방향을, 정상훈 선생님은 이론 속에서의 기본소득보다 현장에서 기본소득을 자신의 삶으로서 열성적으로 지지할 주체 형성에 대한 관심의 중요성을 언급해주셨다.
계간 《기본소득》의 꽃이라 할 수 있는 문학 코너에서는 신경림 선생님이 두 편의 시를, 정세랑, 김경욱 선생님이 산문을 그리고 신경숙 선생님이 이번 호에도 연재소설을 보내주셨다. 학술동향에서는 이건민 연구원이 우어술라 휴스Ursula Huws 교수의 신간 『복지국가의 재발명: 디지털 플랫폼과 공공정책Reinventing the Welfare State: Digital Platforms and Public Policies』(Pluto Press, 2020)을 꼼꼼하게 소개해주었고, 윤형중 선생님이 아시아 미래포럼에서 기본소득 발표동향을 소개해주었다. 현장스케치에서는 2020년에 실시된 경기도 공론화를 경기도의 정재환 팀장님이, 4당 4색 기본소득 토론회에 대해 기본소득당 신지혜 대표님과 정치경제연구소 대안의 김찬휘 부소장님이 스케치해주셨다. 해외동향은 이지은 선생님이 기후위기와 녹색 기본소득 논의를 소개해주셨고, 특별기고로 용혜인 의원실 오준호 비서관님이 기본소득 공론화법 입법 과정을 자세히 소개해주셨다. 이번호의 기본소득과 나는 팟캐스트 이럿타의 사회자 마돈나님, 기본소득전남네트워크의 문지영님, JNH뮤직 대표이자 작사가이신 이주엽님이 소중한 원고를 보내주셨다. 친절한 교성씨의 기본소득 QnA에서는 선별주의 제도인 사회부조의 문제점을 다루었다.
2020년 한 해를 보내면서 상상 속의 기본소득이 한 걸음 더 현실 속으로 들어오고 있음을 많은 사람들이 느끼고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각자의 일상에서 기본소득이 실현하고자 하는 이상을 실천할 준비가 되어있는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2021년은 일상에서 실현되고 있는 기본소득의 이상을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