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

#005 | 2020 여름

|머리글 |

권리와 욕구,
두 날개로 날아온
복지국가

백승호 / 계간 《기본소득》 편집위원장

코로나19로 인한 재난 상황은 한국 복지국가가 얼마나 취약한지를 여실히 드러냈다. 임시일용직, 시간제 근로자, 플랫폼 노동자, 특수형태고용종사자, 영세자영업자, 실업자, 여성, 청년, 일하는 노인 등 열거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수많은 형태의 불안정 노동자와 그 가족들은 사회적 안전망에서 배제되어 생존의 위기에 직면하였다. 중산층 이상의 안정적인 지위에 있던 사람들의 공포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긴급재난지원금은 대한민국 시민 모두에게 전혀 새로운 경험이었다. 일회성이었고 큰 금액은 아니었지만, 국가가 일차적인 소득 안전망을 제공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시민들은 실감하였다.

동시에 긴급재난지원금은 미래 한국사회의 미래 복지국가를 어떻게 설계할지에 대한 치열한 논쟁에 불을 붙였다. 기본소득 관련 논쟁이 그것이다. 기본소득 논쟁이 긍정적으로만 진행된 것은 아니다. 기본소득이 기존의 복지를 대체한다거나, 저소득층의 현금급여를 전체 시민에게 1/n로 나누는 기획이라는 허수아비를 만들어 사실을 왜곡하고, 어려운 사람에게 필요한 재원을 낭비할 것이고, 소득재분배 효과도 없다는 근거 없는 주장 등이 무분별하게 개진되면서 다소 소모적인 논쟁도 있었다. 특히 기본소득이 예산 제약으로 불가능할 것이라는 주장은 ‘복지확대를 최소화’하고자 하는 논리로 활용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기본소득은 뺄셈이나 나눗셈이 아니고 덧셈이다. 기본소득은 기존의 사회안전망에 모든 시민들이 발 딛고 설 수 있는 튼튼한 마루 바닥을 더하는 것이고, 공유부 배당의 권리를 욕구 중심의 복지국가에 더하는 기획이다. 기존의 복지국가는 빈곤, 실업, 질병, 노령 등의 사회적 위험에서 발생하는 욕구를 해결하기 위한 기획에서 출발하여, 인간의 권리를 실현하기 위한 기획으로 이어졌다. 복지국가의 역사 속에서 노동계급이 권력 자원을 동원하여 추구했던 것이 바로 권리로서의 복지국가 실현이었다.

복지국가는 욕구와 권리라는 두 가지 원리로 날아온 것이다. 욕구의 존재 여부에 대한 판단은 주로 자산조사와 사회보험료 기여 수준에 기초하며, 자유주의 및 보수주의 복지체제에서 강조되는 복지국가의 원리에 해당한다. 반면에 권리는 욕구와 무관하게 모든 시민에게 부여되며, 사회민주주의 복지체제에서 강조되는 복지국가의 원리에 해당한다. 자유주의와 보수주의 복지체제는 시민들을 수급자와 납세자로 나누는 강한 이중화, 노동시장에서의 소득 계층 차이가 사회보험료 기여 및 급여 수준에도 반영되는 강한 계층화를 특징으로 한다. 반면에 욕구와 권리가 조화를 이룬 사민주의 복지체제는 높은 수준의 탈상품화와 낮은 수준의 계층화를 보여준다. 복지의 원리로서 욕구만을 강조하는 기본소득 비판론이 지향하는 세계는 자유주의와 보수주의가 결합된 강한 계층화 사회라 할 수 있다.

한국 복지국가는 욕구 중심 복지국가다.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에게는 강한 낙인이,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는 사회보험을 통해서 그대로 재생산된다. 사회적 연대가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복지 수급자와 납세자 사이의 갈등 관계가 형성되어 복지예산의 크기를 키우는 데도 한계가 있다. 한국 복지국가의 패러다임을 전면적으로 재구성해야 할 필요가 여기에 있다. 그 방향은 해방적 기본소득의 실현이다. 이번 계간 《기본소득》 여름호에서는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가 지향하는 해방적 기본소득이 무엇인지를 핵심적으로 다루고자 한다.

추모사

생태문명과 기본소득 – 김종철 선생님을 추모하며 _ 강남훈

머리글

권리와 욕구, 두 날개로 날아온 복지국가 _ 백승호

이 계절의 이슈 1 : 쟁점토론회

기본소득의 정의 _ 금민
생태적 전환과 기본소득 _ 안효상

이 계절의 이슈 2 : 코로나19를 통해서 본 한국 사회

인류세의 관점에서 본 2020년의 세계 _ 김홍중
코로나 팬데믹과 젠더 _ 장숙랑
기본소득 담론의 후퇴를 우려한다 _ 박정훈

화제의 인물 인터뷰

[윤형중 연구활동가] “우리에겐 ‘오늘을 위한 기본소득’이 필요합니다” _ 인터뷰어 오준호
[조성희/신종화 BIKN 전 이사] 결코 낙관주의적이지 않은 희망, 기본소득 _ 인터뷰어 류보선

문학

[시] 제주 바다 문어 _ 이병률
[소설] 계획을 세우다 _ 권여선
[소설] 봉인된 시간. 2 _ 신경숙

류보선의 종횡무진 기본소득

불평등 경제라는 잔혹극과 기본소득이라는 구원의 힘 _ 류보선

동향

[현장스케치] 경기도 재난기본소득 지급 _ 이관형
[현장스케치] 전주형 재난기본소득 이후 전북 지역 기본소득 운동 _ 정우주
[해외 동향] 코로나19, BIEN 대응과 재난기본소득 _ 이지은
[해외 동향] 핀란드 기본소득실험을 읽다: 공식발표와 주석 달기 _ 박선미

특별기고

21대 국회, 기본소득의 시대를 열자 _ 용혜인

기본소득과 나

나와 너를 잇는 기본소득을 향해 뚜벅뚜벅 앞으로 전진 _ 이건민
기본소득, 탐구해야 할 ‘질문들’ _ 이지은
우리 모두의 몫을 찾아 나서는 ‘기본소득’ 운동을 향하여 _ 김수연

친절한 교성 씨의 기본소득 QnA

기본소득은 복지국가를 ‘구축’(驅逐)하는가? _ 김교성

부록

기본소득 논쟁

Basic Income Magazine

| 발행일: 2020년 7월 31일
| 발행처: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 편집위원장: 백승호
| 편집위원: 김교성, 류보선, 서정희, 이관형, 이건민, 이지은
| 편집디자인: 사과나무
|기본소득: Online ISSN 2733-8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