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결정에 대하여
오늘 정부는 3차 비상경제회의를 통해 소득 하위 70퍼센트 가구에 대해 긴급재난지원금이라는 이름으로 1인 가구 40만원, 2인 가구 60만원, 3인 가구 80만원, 4인 가구 기준 100만원을 지역상품권과 전자화폐로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코로나19 감염증 대유행이라는 상황의 압력 속에서 기획재정부가 마지못해 절반 정도의 가구까지만 지급하려던 계획이 정치 과정을 통해 70퍼센트까지 확대된 것이 다행이긴 하다. 하지만 지급 범위나 규모로 볼 때 미흡한 조치이다. 코로나19 감염 유행과 이것이 몰고온 경제 상황의 변화를 생각하면 기본소득 원칙, 즉 모두에게 아무런 조건 없이 지급하는 ‘재난기본소득’이 더 효율적이고 정의로우며 사회 통합적이다. 아무리 확대했다고 해도 70퍼센트에게만 주는 것은 불필요한 행정력의 낭비, 자의적인 선별로 인한 불만, 긴급재난지원금을 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
코로나19 감염증 대유행은 강제적 단절과 의식적인 물리적, 사회적 거리두기를 통해 경제 활동을 축소하면서도 삶을 살아가야 하는 독특한 상황을 우리에게 강제하고 있다. 이 속에서 기존의 저소득층이나 이른바 취약계층은 말할 것도 없고 정말로 소수를 제외하고는 기존의 삶이 무너지는 경험을 하고 있다. 이러한 비상사태 속에서 경제가 무너지는 것을 최대한 막고, 사람들의 삶을 최대한 버텨줄 수 있는 것이 재난기본소득이다.
일시적이긴 하지만 모두에게 아무런 조건 없이 개별적으로 지급하는 재난기본소득은 코로나19 감염증 대유행으로 인해 모두가 고통과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정당하고 필요한 것이며, 긴급한 사태에 맞게 효율적인 조치이다. 더 나아가 이번 사태가 얼마나 장기화될지 알 수 없으나 재난기본소득은 코로나19라는 공동의 위험에 맞서는 공동의 방패이며, 이번 재난을 넘어서서 나아갈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다. 그것은 재난기본소득이 우리 공동체 구성원의 삶의 기반이자 공통성을 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 재난긴급지원금을 결정하는 자리에서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국민이 고통받았고, 모든 국민이 함께 방역에 참여했다. 모든 국민이 고통과 노력에 보상받을 자격이 있다.” 이 말이 그대로 실현되기를 기대하며, 재난기본소득을 제대로 실시할 것을 촉구한다.
2020년 3월 3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