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배틀 배심원 참고자료]
‘청년배당과 기본소득’ 자세히 알기
1. 청년배당이란 무엇인가?
청년배당이란, 청년층 모두에게 아무 조건 없이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현금 소득입니다. 다시 말해, 자산 심사나 구직활동계획서 심사 같은 심사가 없이 모두에게 보장되는 소득입니다. 그래서 청년배당의 다른 말은 ‘청년기본소득’입니다. 청년배당은 모든 구성원에게 보장하는 기본소득제의 첫 단계 정책입니다.
청년배당으로 긍정적인 결과를 얻게 되면, 이를 발판으로 전 국민의 기본소득제로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청년배당은 일종의 기본소득 실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청년배당 액수를 20만원으로 잡은 것도 이런 실험적인 성격 때문입니다. 이후 기본소득이 실시될 경우, 일인당 기초생계비를 논의의 기준으로 잡아야 할 것입니다.
2. 그렇다면 기본소득이란 무엇인가?
기본소득은 국가나 지자체 같은 정치공동체가 모든 구성원에게 아무런 조건 없이 개별적으로 지급하는 소득입니다. 또한 현물이 아니라 현금으로, 정기적으로(예컨대 매달) 지급합니다.
기본소득 금액은 해당 정치공동체가 재원과 목표 등을 고려해서 민주적으로 결정할 문제입니다.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기본소득 수준은 각 개인의 기본적 생계를 보장할 수 있는 금액입니다.
3. 모두에게, 그것도 아무런 조건 없이, 돈을 주는 이유가 무엇인가?
모두가 받는 이유는 “모두가 정치공동체의 구성원”이기 때문입니다. 현대 민주주의 국가는 모두에게 자유권, 정치적 권리, 사회적 권리를 보장하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대한민국 헌법도 다음과 같이 이를 보장하고자 합니다.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10조). “①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 ②국가는 사회보장·사회복지의 증진에 노력할 의무를 진다”(34조).
자유권과 정치적 권리가 아무런 조건 없이 보장되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사회적 권리, 즉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도 동일하게 보장되어야 한다는 정신에서 기본소득은 제안되는 것입니다.
기존의 다양한 사회복지수당들이 ‘필요의 원리’나 ‘기여의 원리’(응분의 원리)에 입각해 지급되는 것인 반면에, 기본소득은 ‘시민권의 원리’에 기초해서 지급되는 것입니다.
4. 지금 기본소득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모두에게 일자리가 있다면 기본소득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지 않는가?
대한민국 헌법에도 “①모든 국민은 근로의 권리를 가진다”(32조)라고 말하면서 이른바 노동권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노동권은 지난 150년 이상 생존권을 대신하는 말로 사용되었습니다. 그리고 기존의 복지국가(케인스-베버리지 복지국가)는 여기에 바탕을 두고 설계되었습니다. 즉 노동 가능한 연령대의 사람들은 ‘모두’ 적절한 일자리를 얻게 되고, 그들이 노동으로 얻은 소득의 일부를 사회보험과 조세 등으로 납부하며, 이것을 재원으로 해서 사회보장제도를 실시합니다. 역사적으로도 1960년대에 서구의 복지국가가 사실상 완전고용과 함께 황금기를 누리게 됩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몇 가지 이유 때문에 복지국가의 토대가 되는 완전고용이 불가능합니다. 아니 완전고용은 고사하고 일자리 자체의 급감이 예상되는 시점입니다.
먼저 신자유주의 하에서 새로 생겨난 일자리는 대부분 질 나쁜 일자리, 즉 장시간, 저임금의 일자리이며, 이마저도 불안정합니다. 그러니 미래를 대비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당장의 생계를 유지하기도 힘듭니다.
여기에 더해 인공지능(AI)과 로봇으로 대표되는 ‘제4차 산업혁명’의 물결이 닥치고 있습니다. 많은 SF는 기계가 인간을 지배하는 암울한 미래를 그렸지만, 지금 예측되는 것은 기계가 인간을 대신하는 착잡한 내일입니다. 이것이 착잡한 이유는 일자리를 잃게 되면 소득도 함께 잃게 되는 현재의 자본주의 체제에서 삶의 기반을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가라는 질문 때문입니다. 하지만 또한 착잡한 이유는 기계가 인간을 대신하게 되면 인간은 노동에서 해방되어 다른 활동을 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획기적인 개혁 없이는 고용상황이 나아지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대대적인 노동시간 단축과 일자리 나누기, 최저임금 인상, 유급노동 의존성 줄이기와 다양한 활동들에 대한 인정 및 화폐적 보상 같은 개혁이 있을 때, 좋은 일자리 증가와 고용률 개선의 가능성이 생길 것입니다. 또한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새로운 일자리 창조/적응을 위한 노력과 함께 다양한 인간 활동에 대한 모색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기본소득은 이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는 기초가 될 것입니다. 기본적인 생활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소득을 모두에게 보장하는 기본소득제야말로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정책입니다.
5. 그래도 노동은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활동이 아닌가? 노동하지 않는 인간의 삶은 상상하기 어렵지 않은가?
그동안 인간의 생존을 위해 노동이 필요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노동의 사회적 지위와 인식은 시대마다 달랐습니다.
오늘날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이라고 하면 돈을 받고 하는 노동, 즉 고용 노동을 가리킵니다. 예를 들어 똑같은 청소나 설거지를 해도 가정에서 하면 노동이 아니라고 하고, 어느 빌딩이나 식당에서 하면 노동으로 취급되며, 당연히 GDP 같은 통계에 들어갑니다. 우리가 일자리가 사라진다고 할 때 우선적으로 말하는 것은 고용 노동입니다. 물론 기계화와 자동화가 가사에도 도입되면 우리가 편해지겠지만 이걸 일자리가 사라진다고 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고용 노동’ 이외에도 다양한 ‘노동’을 하고 있습니다. 저명한 한 학자는 인간의 ‘노동’에는 ‘고용 노동’ 이외에도 다양한 ‘작업’과 ‘활동’이 있음을 지적합니다. 고용 관계 밖에서 필요한 무엇인가(예를 들어 책상)를 만드는 것을 작업이라고 한다면, 어떠한 물질적인 결과물을 남기지 않는 노동, 예컨대 정치적 대화 같은 것을 활동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기본소득은 현재의 자본주의 체제에서 ‘노동’의 구성을 변화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습니다. 기본소득이 지급되는 사회에서는 ‘고용 노동’에의 의존이 이전보다 줄어들며 따라서 노동시간이 감축될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확장된 자유시간을 이용하여 사람들은 ‘고용 노동’ 밖에서의 다양한 창조적인 노동(작업과 활동)을 더욱 풍성하게 수행할 수 있으며, 삶의 질과 만족도, 행복 역시 증대될 것입니다.
6. 기존의 복지국가 정책도 목표가 같은 것 아닌가? 둘은 어떻게 다른가?
삶의 안녕이라는 추상적인 목표라는 점에서 동일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구체적인 정책에서 다릅니다. 기본소득은 모두에게, 즉 노동 가능한 인구 집단(경제활동인구)에게도 조건 없이 지급합니다. 이와 달리 복지국가에서는 노동 가능한 사람의 경우 일시적으로 실업 상태에 빠졌을 때에만 실업급여를 줍니다.
또한 충분한 금액의 기본소득이 도입될 경우, 최저생계보장제도(예컨대 한국의 국민기초생활보장법나 유럽의 최소소득 보장)가 불필요하게 됩니다. 최저생계보장제도는 대표적인 선별 복지로서 낭비적인 행정비용과 수치심을 일으키는 낙인 효과라는 부정적인 면이 있는 제도입니다(이를 잘 그린 것이 켄 로치 감독의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입니다).
7. 기본소득이 도입될 경우, 기존의 복지제도는 어떻게 되는가?
일부 사람들은 기존 복지제도를 없애고, 이를 기본소득으로 대체하자는 주장을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복지라는 관점에서 보면 기존의 현물 복지와 기본소득은 상호보완적인 관계입니다. 교육, 의료, 주거 등 현물로 제공하는 것이 적절한 복지 영역은 그대로 남거나 공공성을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현금 복지의 경우, 일부는 기본소득과 상호대체적, 일부는 상호보완적 관계일 것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앞으로 더욱 정교한 진단과 분석, 연구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그 어떤 경우에도 복지수준을 떨어뜨리지 않는 방향으로 정해져야 함은 분명합니다.)
우리나라와 같이 사회복지가 턱없이 부족한 나라에서는 기본소득 도입이 공적 사회보장체계를 강화하는 것과 함께 가야 합니다. 물론, 전통적인 복지제도를 우선 확충하고 난 후에 기본소득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렇게 주장하는 한 가지 이유는 재원 부족이고, 다른 한 가지 이유는 점진적인 변화만이 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재 상황은 현물 복지제도의 완비만으로는 삶의 안전망을 제공하는 사회가 되기 어려운 심각한 상황입니다. 현재의 고용․노동 구조는 ‘사회보험-사회부조’ 중심의 기존 사회보장제도와 잘 들어맞지 않으며 다양한 사각지대를 양산하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나라는 조세가 아닌 사회보험료를 기반으로 한 국민건강보험제도를 갖추고 있으므로, 필연적으로 ‘의료’와 같은 현물 사회복지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우리나라의 사회보장제도는 법․제도 면에서는 어느 정도 구색을 갖추었으나 실제로는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므로 앞으로 대대적인 개편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기본소득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 것입니다.
8. 청년배당이 지금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새로운 제도가 도입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앞서 인간이 노동에서 해방되어 좀 더 자유로운 시간을 누릴 수 있는 세상을 상상했지만, 그만큼 필요한 것이 거기까지 가는 과정을 상상하는 일입니다. 청년배당(기본소득)은 더 나은 세상으로 가는 징검다리로 제안되는 것입니다.
청년배당은 심각한 고용 위기를 겪고 있는 청년층에게 최소한의 생활 조건을 마련해주는 것을 직접적인 목표로 합니다. 이를 통해 청년들이 어느 정도 자존감을 유지할 수 있으며,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경제적으로 볼 때 청년배당은 심각한 소비 절벽에 부딪힌 현 상태를 개선하는 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사회적으로는 신자유주의적 경쟁 사회를 넘어서는 사회연대성을 발휘함으로써 향후 정치 과정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청년배당정책은 우리 사회의 ‘미래’인 청년들을 아무런 조건 없이 신뢰하고 그들에게 우선적으로 지원하는 정책, 청년들이 급격한 산업변화 속에서도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창조적으로 열어갈 수 있도록 그들에게 든든한 경제적 토대를 보장해주는 정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