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우리는 꿈이 있습니다. 기본소득이라는 꿈이…
– 마틴 루서 킹 목사(1929~1968년) 탄생 기념일에 부쳐
셀마 행진의 비폭력 저항과 워싱턴 행진에서 했던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라는 연설 때문에 마틴 루서 킹 목사는 여전히 민권운동의 위대한 지도자로 기억된다. 돌이켜 보면 너무나 터무니없는 일이지만 지독한 폭력의 인종 차별을 없애기 위한 보통사람들의 투쟁은 당대로서는 굉장한 일이었다. 게다가 결국 승리했다는 점에서 더욱 굉장한 일로 기록될 것이다.
하지만 “그저 백인과 같은 식당에서 햄버거를 먹기 위해 싸운 게 아니다”라는 어느 흑인의 말처럼 제도적, 법적 차별의 철폐는 사실 첫걸음에 불과한 일이었다. 거대한 경제적 불평등은 형식적 평등의 성취가 매우 적은 성과에 불과하며, 또 언제라도 사실상 역전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거대한 장벽이다.
이런 점에서 마틴 루서 킹 목사가 정말로 위대한 인물이었다고 한다면, 그것은 이러한 사태의 핵심을 외면하지 않고 그 해결을 위해 분투했다는 것이다. 1964년과 1965년에 각각 민권법과 투표권법이 통과되면서 미국에서 형식적인 차별은 사라지게 된다. 하지만 바로 그 직후 미국 북부의 대도시에서는 해마다 이른바 ‘흑인 폭동’이 일어난다. 폭동의 계기는 주로 오늘날과 마찬가지로 백인 경찰의 폭력이지만, 그 근원은 오늘날과 마찬가지로 심각한 빈곤이다.
이런 상황에 맞서 마틴 루서 킹 목사는 1967년 말에 ‘빈민 운동’(Poor People’s Campaign)을 시작한다. 그리고 해결 방안은 1967년에 발간한 우리는 여기서 어디로 가는가: 혼돈인가 공동체인가?에서 제시한 “기본소득”이다. 그는 이 책에서 “나는 빈곤을 해결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기본소득 보장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경제적 안정감이 퍼지면 심리적으로도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한다. 우리로서는 너무나 아쉬운 것은, 그런 그가 얼마 후인 1968년 4월 4일 암살당했다는 것이다.
마틴 루서 킹 목사의 여든여덟 번째 생일에 들려온 불길한 소식은 해가 갈수록 지구적인 수준의 불평등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옥스팜이 발간한 <99퍼센트를 위한 경제> 보고서에 따르면, 단 8명의 슈퍼리치가 전 세계의 하위 인구 50퍼센트에 맞먹는 부를 가지고 있다. 게다가 이런 추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여기서 어디로 가는가?’라는 마틴 루서 킹 목사의 질문을 떠올리지 않는다면 너무나 무책임한 일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모두에게 아무런 조건 없이 개별적으로 지급하는 기본소득을 주요한 대안으로 떠올리지 않는 것은 너무나 무심한 일이다.
2017년 1월 17일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