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2020 대한민국 기본소득 박람회, 2월 6~8일, 수원 컨벤션센터에서 열려

안효상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상임이사)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수원에서 ‘대한민국 기본소득 박람회’가 “사람을 사람답게, 기본소득”이라는 주제로 열린다. 경기도가 주최하고, 경기연구원,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가 주관하는 이 행사는 말 그대로 기본소득 의제를 널리 알리기 위한 것이며, 기본소득 국제컨퍼런스가 주요 행사이긴 하지만, 박람회라는 성격에 맞게 전 세계와 한국의 기본소득 정책과 실험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기본소득 주제관’과 ‘지역화폐관’이 설치되며, 기본소득 영화제, 기본소득 도서전, 토론회 등 다양한 이벤트도 열릴 예정이다.

중심 행사인 기본소득 국제컨퍼런스는 “공정하고 평등한 세상, 기본소득!”이라는 주제로 6일과 7일 이틀 동안 열릴 예정이다. 이 컨퍼런스에서는 신자유주의적 세계화, 제4차 산업혁명의 대두, 복지국가의 위기 속에서 불평등이 심화되었고, 민주주의의 약화와 퇴행을 가져왔다는 진단 속에서 기본소득이 이에 대한 적절한 해법일 수 있는지를 탐색한다. 또한 공통재에 대한 공동 소유권, 생태적 전환과 생태 배당, 지역화폐 등 다른 정책과 기본소득이 결합할 경우, 어떤 긍정적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지를 모색한다. 여기에 더해 지금 시행되고 있는 경기도 청년기본소득에 대한 평가 속에서 한국에서 적절한 기본소득 실현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기조 연설자로는 경기도 이재명 지사, 세계 기본소득 운동의 베테랑인 영국의 가이 스탠딩(Guy Standing) 교수, 브라질 전 상원의원 에두아르두 수플리시(Eduardo Suplicy) 등이 참석한다. 관심이 가는 세션으로는 기본소득을 둘러싼 논쟁을 벌일 ‘노동과 기본소득’ 디지털 경제와 인공지능 연구의 선두에 서 있는 닉 스르니첵(Nick Srnicek) 교수와 티모 다움(Timo Daum) 교수가 참가하는 ‘4차 산업혁명, 플랫폼 자본주의, 기본소득,’ 생태적 전환과 기본소득을 연결하는 시도를 하는 ‘정의로운 전환, 생태배당, 기본소득,’ 기본소득이 좁은 의미의 경제적 효과만이 아니라 삶의 전반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논의할 ‘현대 자본주의, 삶의 질, 기본소득’ 등이다.

기본소득을 주제로 박람회를 여는 것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일로, 사실 진기한 일이기도 하다. 박람회로 번역되는 exposition은 뭔가를 내놓는 일을 말하며, 대개는 물질적 생산물을 전시하는 게 박람회이다. ‘첫 번째 국제 박람회’인 1851년의 런던 박람회가 당시 발전한 산업 생산물을 과시하기 위해 열렸다는 점에서도 잘 알 수 있다. 이런 식의 물질적 생산물의 과시는 바스티유 함락 100주년을 기념하여 1889년에 파리에서 열린 박람회가 에펠탑을 상징물로 내세우는 것으로 이어졌다.

이렇게 보면 기본소득이라는 아이디어와 정책을 박람회라는 형식으로 보여주는 것은 어딘가 어색하긴 하다. 하지만 좀 더 들여다보면 기본소득 박람회는 기본소득의 실현과 관련해서 한국 특유의 성취와 고민을 확인할 수 있는 장이다. 2016년 성남 청년배당에 이어 2019년부터 경기도 청년기본소득을 ‘시행’함으로써 한국은 사실 포괄적 기본소득으로 가는 발걸음을 사실상 내딛었다고 할 수 있다. 이를 전국적 의제로 고양시키고, 세계적으로 지지와 협력을 받는 일이 다음 걸음이라고 할 때 exposition의 또 다른 뜻인 ‘해설하고 설명하는’ 일이 필요하다. 시간이 흐르면서 국제 박람회의 성격과 목적도 변화해 왔는데, 1939~1940년의 뉴욕 박람회부터는 ‘문화적 교류’의 흐름을 형성했고, 1988년 브리즈번 박람회는 국가 이미지 제시로 나아가는 전환점이었다. 그렇다면 경기도가 주최하는 ‘대한민국 기본소득 박람회’도 기본소득 아이디어의 국내외적 교류 그리고 경기도가 시행하는 기본소득의 적절한 제시라는 점에서 시대의 흐름에 벗어나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이와 더불어 현재 경기도 청년기본소득은 지역화폐로 지급되고 있으며, 이는 광범위한 기본소득 연합을 형성하는 토대가 될 터인데, 박람회는 이를 담아내는 적절한 형식일 수 있다.

Exposition의 또 다른 뜻은 소나타에서 주제를 제시하는 것이다. 1851년 런던 박람회는 ‘진보’라는 주제를 제시했다. 1939~1940년 뉴욕 박람회는 ‘새로운 시대의 여명’을 구호로 삼았다. 기본소득 박람회는 기본소득 자체를 21세기의 주제로 제시하고 있다. 물론 기본소득으로 4악장을 끝내기 위해서는 수많은 변주가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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