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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bate] OECD 평균만 해도 전 국민 월 30만원 기본소득 가능하다 by 유종성

(1) 전 국민 기본소득, 선진복지국가보다 한국이 먼저 도입할 수 있다
전 국민 기본소득을 의미 있게 실현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재정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이를 위해서 상당한 증세가 필요할 텐데, 과연 우리 국민이 그러한 증세에 동의하겠느냐는 질문에 부딪히게 된다. 실제로 국내외의 기본소득 관련 여론조사에서 증세 필요성 언급 없이 기본소득에 대한 지지 여부를 물을 때에 비해, 증세 필요성을 언급하며 물으면 지지도가 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기본소득이란 이상은 현실적으로는 실현 불가능한 꿈이라는 비관론에 빠지거나, 지금보다도 생산력 수준이 월등히 발전해야만 가능한 미래의 꿈으로 치부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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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bate] ‘진짜 불쌍한 사람’만 지원하자는 사람들에게 by 박정훈

박원순 서울시장의 잘못된 정치적 프레임으로 탄생한 기본소득 vs. 전국민고용보험 논쟁이 뜨겁다. 사실 전국민고용보험이란 말은 거짓이다. 전국민고용보험은 모든 국민이 아니라 경제활동을 하는 근로자, 자영업자, 특고노동자들이 폐업 실업, 소득감소로 경제적 위기를 맞았을 때 실업급여 등으로 보호하자는 ‘보험’이다. 잘못된 구도 때문에 전국민에게 무조건적인 소득을 보장하는 기본소득과 전국민고용보험이 양립할 수 없는 제도처럼 여겨진다.
논쟁의 와중에 양재진 연세대 교수는 연금, 실업급여, 육아휴직급여 등 한국의 모든 현금 복지지출 73조 4천억 원을 없애고 11만 7천 원씩 전 국민에게 나눠주는 것을 기본소득인 것처럼 얘기하면서 취약계층에게 더 불리해진다고 악의적인 주장을 하고 있다. 기초생활보장제도를 통폐합해서 안심소득제를 지급하자고 주장하는 박기성 성신여대 교수나 오세훈씨 같은 우파들과 증세 없이 기본소득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일부 기본소득론자들을 제외하고 기존복지를 축소해서 기본소득을 하자는 사람은 없다.
논쟁은 가난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교수들과 정치인들이 벌이는데, 이들이 내세우는 싸움의 명분은 ‘진짜 불쌍한 사람’이다. 진짜 불쌍한 사람들을 위해서는 기본소득보다는 선별적 복지가 낫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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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보고서] ‘핀란드 기본소득 실험’ 결과 개요

핀란드에서 2017~2018년에 기본소득 실험이 실시되었다. 실험에서, 25세에서 58세 사이의 실업자들 가운데 무작위로 뽑힌 2,000명이 조건 없이 그리고 자산심사 없이 매달 560유로를 받았다. 기본소득 효과를 연구하기 위해, 2,000명의 개인으로 이뤄진 실험군이 실험에 뽑히지 않은 173,000명의 개인으로 구성된 대조군과 비교되었다. (역주: 대조군의 실업급여 실수령액 또한 560유로이다. 장기실업자들의 실업급여 또한 소득세 적용을 받기 때문인데, 560유로는 실업급여 700유로에서 소득세 20%를 제한 금액이다.)
정부는 참가자들이 기본소득을 받게 될 때 고용상의 지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실험 착수를 결정했다. 참가자들의 소득과 일반적 웰빙에 기본소득이 미치는 영향 또한 조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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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bate] 기본소득 지급액이 ‘충분’할 필요는 없다 by 정원호

반면에 남재욱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부연구위원은 기본소득이 권리라는 점을 인정하면서 “기본소득보다 전 국민 고용보험이 먼저”라고 선후 관계를 논하고 있으니, 함께 논의해 볼 가치가 있다. 필자도 코로나19로 인한 고용 참사를 맞아 허술함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기존 고용보험제도를 확대·개편·강화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점에 동의한다. 임금 기반이 아니라 소득 기반으로 전 취업자(국민이 아니라)를 포괄하고, 아울러 실업부조도 함께 도입해야 한다는 남 부연구위원의 주장에 동의하기 때문이다.
다만, 그도 위의 무조건적 반대자들과 마찬가지로 충분성과 예산제약이라는 프레임은 공유하고 있다(그는 기본소득의 “5가지 원칙”을 거론하면서 “보편성, 무조건성, 개별성, 충분성, 정기성, 현금지급”의 6가지를 제시하고 있는데, 이것이 오타인지, 아니면 어떻게 해서든 국제적으로 공인되지 않은 ‘충분성’을 넣어보고자 하는 욕구인지 분간이 어렵다). 그리하여 그는 당장 급한 전 국민 고용보험만 해도 10조 원 이상의 큰 재정을 필요로 하는데, 그보다 훨씬 큰 재정이 필요한 기본소득을 어떻게 할 수 있냐고 강조한다. 정말인지 좀 구체적으로 따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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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bate] “기본소득이 소득재분배 효과가 없다는 거짓말” by 이건민

양재진 교수는 6월 3일자 <프레시안> 기고에서 기본소득이 정책의 ‘가성비’가 낮아 사각지대 해소에는 거의 도움이 안 되고, 소득재분배 효과와 소비증대 효과도 미미하며, 예산제약 문제로 인하여 기존 사회보장제도를 위축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를 들어 기본소득을 비판했다. 양 교수는 비판의 근거로 ‘가성비’라는 용어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지만, 정책의 가격과 성능을 포괄적으로 논의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내용이 불충분하며, 현실의 행정과 정치를 거의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공허하다.
양 교수가 기본소득 도입이 기존 사회보장제도를 거의 필연적으로 구축하리라고 부당하게 전제하고 있음을 논박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또한 복지국가의 역사는 ‘복지의 원리’가 고정불변이 아니라 역사적으로 진화·발전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노동과 소득의 불안정성이 심화하는 현실에서 다양한 형태로 발생하는 사회적 위험과 욕구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기본소득이 도입될 필요성이 있음을 강조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면의 제약상 여기서는 그가 기본소득의 소득재분배 효과에 대해서 치명적인 오류를 범하고 있음을 비판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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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bate] 기본 없는 기본소득논쟁 by 윤형중

총 14조2448억원 규모로 5월11일부터 지급한 ‘긴급재난지원금’은 현금성 복지를 전 국민에게 확대한 최초의 사례다. 이런 전례 없는 정책이 나온 배경은 코로나19가 야기한 경제위기의 독특한 특징 때문이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전세계 정부는 주로 금융사와 기업을 지원했다. 기업의 연쇄도산, 금융시스템 붕괴를 막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자영업을 비롯해 사람들이 대면 접촉하는 업종부터 생산과 영업이 어려워지기 시작한 ‘감염병 위기’를 이전 방식으로는 대응할 수 없었다. 이전에 주요 지원 대상이던 대기업과 금융사는 상대적으로 상황이 낫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