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강남훈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대표가 페이스북에서 쓴 글이다.

기본소득을 둘러싼 몇 가지 비판에 대한 답변

1) 핀란드에서 현물로 제공되던 복지를 줄이려고 기본소득을 도입하려는 것인가요?

아닙니다. 현금으로 지급되던 복지 중에서 일부가 대체되는 것입니다. 현물로 지급되던 복지(교육, 의료 등)는 그래도 유지됩니다. 어떤 부분을 현물로 제공하고 어떤 부분을 현금으로 지불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핀란드 사람들의 사회적 합의에 따라 결정될 것입니다.
현물로 주는 것이 좋은 재화는 가치재(merit goods)라고 생각합니다. 가치재는 모든 사람이 (동일한 양으로) 소비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바람직하다고 합의하는 재화입니다. 가치재는 보험의 원리 또는 기회균등의 원리 또는 좋은 외부효과 때문에 생길 수 있습니다.
무엇이 가치재가 되어야 하는지 사람마다 생각하는 바가 약간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저는 식품을 현물로 주는 데는 반대합니다. 옷이나 주택도 현물로 주는 것에 반대합니다.(물론 공공주택에 반대하는 것은 아닙니다.) 교육, 의료, 대중교통, 통신, 학교무상급식,(이것은 싫어하는 사람에게도 강제로 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문화 예술(원하는 사람에게 무상으로 제공, 국립오페라 시청앞 광장 공연 등) 등을 현물로 주는 것에 찬성합니다.

2) 기본소득을 주면 국가가 강화되어 걱정이 될까요?

아닙니다. 관료주의가 줄어들 뿐입니다. 복지 대상자를 선별하던 관료들의 권한이 줄어들게 됩니다.

3) 기본소득을 주면 국가가 약화되어 걱정이 될까요?

아닙니다. 국가가 공공재를 만들어서 공급하는 기능은 그대로 수행됩니다. 생태세 같은 것이 도입되므로, 국가는 환경 관리에도 더 신경을 쓰게 될 것입니다. 복지 대상자를 선별하고 감시하던 공무원들을 양질의 공공서비스(공공재) 제공 업무로 돌릴 수 있습니다.

4) 기본소득을 주면 소비가 늘어나서 나쁠까요?

요즈음 소비를 악이라고 가르치는 경제학은 없습니다. 소비가 부족하면 불황이 옵니다. 케인즈 이래로 소비를 미덕으로 보는 경향이 주류입니다. 우리나라도 소비가 부족해서 일본식 장기불황이 올 것으로 전망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생태경제학에서 소비를 나쁘게 말하기도 하는데 이때 소비는 자원을 낭비하고 환경을 더럽히는 물질적 소비입니다. 문화, 예술, 책 같은 비물질적 소비는 생태적으로 보더라도 늘어나야 합니다.
가난한 사람들은 소비가 불충분합니다. 많은 청년들이 삼각김밥으로 끼니를 때우고 있습니다. 청년들 소비가 늘어나야 합니다. 그래야 건강해지고 환경도 오히려 보호됩니다. 소비가 부족한 계층에서 환경에 나쁜 소비가 많습니다. 싼 음식 중에 저영양 고열량 식품이 많습니다. 굶주린 사람이 가장 반생태적입니다. 가난한 사람은 산에서 나무를 베어 땔감으로 씁니다. 가난한 사람은 비물질적 소비를 거의 못합니다.
아주 부자들도 반생태적 소비를 합니다. 명품 같은 것들이지요. 기본소득이 지급되면 이런 사람들은 세금을 많이 내게 되므로 사치품 같은 과시적 소비, 지위재(positional goods) 소비는 줄어들게 될 것입니다.
그래도 기본소득 때문에 소비가 너무 많이 늘어날까봐 걱정하신다면, 기본소득의 재원 일부를 소비세로 하면 됩니다. 소비세는 소득에서 저축을 뺀 부분에 과세하는 세금입니다. 지금 제 기억으로는,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제임스 미드가 이렇게 소비세에 과세해서 기본소득 재원으로 삼자고 주장했습니다.(찾아보고 확인하겠습니다) 누진적 소비세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5) 기본소득은 자본주의를 살리니까 나쁜 제도인가요?

노동조합도 자본주의를 살리는 효과가 있습니다. 최저임금도 자본주의를 살리는 제도고, 무상교육도 자본주의를 살리는 제도입니다. 그러나 자본주의를 넘어서기를바라는 사람 중에 아무도 노동조합 없애자고 말하지 않습니다.
자본주의를 살리기 위해서 기본소득에 찬성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자본주의를 넘어서기 위해서 기본소득에 찬성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기본소득을 주면 자본주의가 어떻게 될 것인가는 어떤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더 많아지느냐에 달려있겠지요.
저는 단순하게 세금만 걷어서 하는 기본소득이 아니라, 공유경제로부터 나오는 수익을 배당해 주는 기본소득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자본주의를 살리는 모든 정책에 반대하는 분이라면, 최저임금제도 없애고 노동조합도 없애고 기초생활보장제도도 없애자고 주장해야 할 것입니다
자본주의를 살리냐 죽이느냐 보다 어떻게 하면 가난한 사람들이 자살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느냐가 중요할 것입니다.
기본소득은 권리입니다. 인권입니다. 기본소득은 인권을 회복시켜주는 것이 목적입니다. 설령 인권을 보장하기 때문에 자본주의가 살아난다고 하더라도, 인권을 보장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