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이건민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운영위원이 <시대> 54호(2017년 12월호)에 기고한 글이다.

때를 만난 아이디어의 실행과 구현을 위하여 ― 기본소득 전문가들과의 인터뷰

이건민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박사과정 수료)

기본소득은 진정 리드(Howard Reed)와 랜슬리(Stewart Lansley)의 책 제목처럼 “때를 만난 아이디어”인가? 실로 그렇다 하더라도, 만약 실험(사회적 실험, 모의실험, 사고실험, 기타 다양한 실천들)의 형태로든 현실 정책 및 제도의 형태로든 실제로 실행되지 않는다면, 그 이전의 두 번의 물결과 같이 현재의 세 번째 물결 역시 잠깐 출렁였다가 이내 사그라지는 운명에 처하고 말 것이다. 현재 전 세계 각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기본소득(과 관련된) 실험들, 기본소득 정책을 법제화하고자 하는 일련의 운동들, 기본소득의 기대 효과와 잠재적 영향에 관한 연구, 기고, 기사 등의 급증은 세 번째 물결로 우리에게 다시 찾아온 기본소득을 비단 아이디어와 실험 차원에서 멈추게 하지 않고 우리 시대의 현실로 구현하기 위한 열망과 바람을 담은 것일 테다.

지난 9월 25일부터 27일까지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개최되었던 제17차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 대회의 제목은 바로 “기본소득 실행하기(Implementing Basic Income)”였다. 김주온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과 함께 이번 대회 참가자 및 대회 조직위원과의 인터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필자는 9월 20일에 총 14명에게 서면 인터뷰 또는 현장 인터뷰를 요청하는 이메일을 발송하였다. 서면으로 3명이, 그리고 현장에서 3명이 인터뷰에 응해 주었다. 이 글은 서면 인터뷰 세 건을 대화 형식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이미 우리에게도 익히 잘 알려진 벨기에 루뱅대학교의 필립 판 파레이스(Philippe Van Parijs) 교수는 “기본소득의 경제적 지속 가능성(Economic Sustainability of Basic Income)”에 대해 말한다. 폴란드 아담미츠키에비츠대학교(Adam Mickiewicz University in Poznań)의 마치에이 슐린데르(Maciej Szlinder) 박사는 “일자리 보장(Job Guarantee; JG) 대 기본소득 보장(Basic Income Guarantee; BIG)”이라는 주제에 관해서 논의한다. 마지막으로 P2P 이론가이자 P2P 재단(P2P Foundation)의 설립자로 유명한 벨기에의 미셸 바우엔(Michel Bauwens)은 사회적 지식 경제(social knowledge economy)와 도시 공유재(urban commons)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첫 번째 인터뷰: 기본소득의 경제적 지속 가능성 – 필립 판 파레이스

이건민: 안녕하십니까? 저는 이건민이라고 합니다. 먼저 인터뷰 요청에 흔쾌히 응해 주신 점 깊이 감사드립니다.

필립 판 파레이스(이하 파레이스): 반갑습니다. 필립 판 파레이스입니다. 인터뷰에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건민: 여기서 교수님과 이야기를 나누고자 하는 주제는 바로 “기본소득의 경제적 지속 가능성”입니다. 말콤 토리(Malcolm Torry) 박사는 작년에 나온 저서 『시민소득의 실현 가능성(The Feasibility of Citizen’s Income)』에서 기본소득의 재정적 실현 가능성으로 “정부의 재정적 실현 가능성”과 “가구의 재정적 실현 가능성”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저는 기본소득이 도입되어 있지 않다가 도입되는 이행 과정과 관련한 다양한 실현 가능성이 중요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이와 더불어 교수님께서 야닉 판더보르트(Yannick Vanderborght) 브뤼셀대학 교수와 함께 쓰신 책 『기본소득: 자유로운 사회와 건전한 경제를 위한 제안(Basic Income: A Radical Proposal for a Free Society and a Sane Economy)』(2017년) 제6장에서 다룬 기본소득의 “경제적 지속 가능성” 역시 매우 중요하다고 봅니다. 만약 아직까지 도입되지 않은 어떠한 정책이 미래에 채택된다는 가정 하에서 그것이 경제적으로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일반적으로 예측된다면, 지속 가능하지 않을 것으로 널리 판단되는 그 정책을 현실에서 도입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기 때문입니다.

파레이스: 네. 그렇습니다.

이건민: 제가 보기에 기본소득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입장에서 들고 있는 주요한 논거는 다음의 세 가지로 압축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본소득이 도입될 경우, 1) 대다수 사람들이 전혀 일을 하지 않을 것이다, 2) 높은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것이다, 3) 심각한 경제적 변동성과 불균형성을 낳을 것이다. 하나씩 여쭈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첫 번째 비판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파레이스: 설문조사, 인터뷰 등을 통해 사람들에게 “만약 기본소득이 도입된다면 당신은 계속 일하시겠습니까?”라고 묻는다면, 거의 대다수는 자신은 계속해서 일할 것이라고 대답합니다. 반면 “만약 기본소득이 도입될 경우 사람들이 계속 일할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라고 물어본다면, 상당수 사람은 많은 이들이 일을 그만둘 것이라고 응답합니다. 아마도 사람들은 타인이 무엇을 할 것이냐보다는 자기 자신이 무엇을 할 것이냐에 대해 더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전자에 대한 대답이 후자에 대한 대답보다는 기본소득이 초래할 결과들을 추측하는 데 더 나은 지침이라 하겠습니다.

노동 공급 측면에서 기본소득 제안이 부딪히는 진정한 도전 지점은 많은 사람이 전혀 일하지 않게 될 가능성보다는 많은 사람이 시간제 일자리를 선택하고, 경력 단절 기간을 더 길게 가지며, 비록 보수는 좋지 않지만 더 높은 내재적 가치(특질)를 갖는 일자리를 취할 가능성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러한 효과들은 추상적인 견지에서(in abstracto) 기본소득의 지속 가능성을 논의할 때 고려되어서는 곤란하며, 특정한 기본소득 제안들의 지속 가능성을 논할 때 감안되어야 할 것입니다. 기본소득의 지급 수준이 어떠한지, 기본소득이 무엇을 대체하고 무엇을 보완하는지, 기본소득의 재원이 어떻게 조달되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따져 보아야만 합니다.

이건민: 명쾌한 답변에 감사드립니다. 다음으로, 기본소득이 도입되면 인플레이션이 초래될 것이라는 비판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파레이스: 기본소득이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은 기본소득 재원이 어떻게 조달되는지, 도입되는 기본소득의 수준이 어떠한지에 밀접히 관계되어 있습니다. 만약 통화 발행을 통해 재원이 마련될 경우, 인플레이션 효과가 발생할 것입니다. 경제가 디플레이션 상황일 때 우리는 경기 부양을 위해서 일회성 기본소득으로서 ‘인민을 위한 양적 완화(quantitative easing for the people)’를 고려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방법은 ‘정기적인 기본소득(regular basic income)’의 지속 가능한 재원 마련 방법은 아닙니다.

만약 과세를 이용한다면, 경제 전체에 걸친 항구적인 인플레이션 압력은 발생하지 않을 것입니다. 물론 물품세(sales tax)나 부가가치세와 같은 간접세를 활용할 경우, 새로운 제도의 도입기에 물가에 즉각적으로 영향을 줄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영향은 명목소득의 증가로 인해 평균적으로는 상쇄될 것입니다.

더욱 중요하게는, 만약 기본소득의 도입이 부자에서 빈자로의 상당한 구매력 이전을 수반한다면, 주로 빈자가 구매하는 재화와 서비스의 가격(예를 들어, 빈곤 지역의 주거비)을 증가시킬 가능성이 있습니다. 적어도 증가된 수요에 발맞춰 공급이 조정되기 전까지의 기간 동안에는 그러할 것입니다. 만약 보편적인 유로배당(Euro-Dividend)이 유럽연합 전체 수준에서 도입된다면, 부동산 가격(과 간접적으로는 기타 재화와 서비스의 가격)은 불가리아와 루마니아에서 대부분 상승할 것입니다.

이건민: 흥미로운 지적이십니다. 만약 유로배당이 지급된다면, 유럽연합 내 부국으로부터 빈국으로 소득이 이전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기 때문에(마치 한 국가 내에서 부자에서 빈자로 소득이 이전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유럽 내에서 빈국에 속하는 불가리아와 루마니아 국민들의 구매력은 높아질 것으로 예측해볼 수 있겠네요. 아무래도 부동산은 공급 증가에 제한이 있기 때문에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며, 이와 더불어 다른 재화와 서비스의 가격도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말씀이시군요. 물론 수요 증가에 조응하여 공급이 다시 조정된다면, 해당 재화와 서비스의 가격은 다시 안정을 찾게 되겠군요.

파레이스: 네. 그러합니다.

이건민: 이제 마지막 비판에 대해서 논의할 때가 되었습니다. 기본소득이 도입된다면 심각한 경제적 변동성과 불안정성이 초래될 것이라는 비판에 대해서는 어떻게 답변하시겠습니까?

파레이스: 상대적으로 관대한 수준의 기본소득을 급작스럽게 도입할 경우에는 심각한 경제적 변동성과 불안정성이 초래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도시 지역 1인가구 생계비를 충당할 정도의 엄격하게 개인 단위로 지급되는 완전기본소득의 경우에는 그러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저는 부분기본소득(partial basic income)에서 완전기본소득(full basic income)으로 점진적으로 나아가는 것이 현명한 방안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런 소득과 자산이 없는 2인 가구에게 지급되는 자산조사 기반(means-tested) 급여액의 절반에 지나지 않는, 보통 수준의 개별적 기본소득(modest individual basic income)은 분명히 심각한 변동성을 낳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 정도의 기본소득조차도 수급률의 증가, 빈곤 덫의 감소, 가구 내 빈곤 문제 대처 등으로 인해 빈곤 감소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부분기본소득에서 시작하여 지급수준을 점차 증가시키는 전략과 기본소득이 도입되지 않은 지역으로 기본소득 정책을 전파하고 수출하는 전략이 중요할 것입니다. 우리는 사회보호(social protection)의 앞선 두 모델인 사회부조와 사회보험 역시 이러한 방식으로 확장되고 전파되었음을 명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건민: 귀중한 말씀 잘 들었습니다. 기본소득의 경제적 효과에 관심이 많은 제게는 특히나 뜻 깊은 시간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파레이스: 도움이 되었다니 다행입니다. 저 역시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두 번째 인터뷰: 일자리 보장 대 기본소득 보장 – 마치에이 슐린데르

이건민: 안녕하십니까? 저는 이건민이라고 합니다. 인터뷰 요청을 기꺼이 수락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치에이 슐린데르(이하 슐린데르): 반갑습니다. 마치에이 슐린데르입니다. 인터뷰에 초청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이건민: 박사님과 함께 논의하고자 하는 주제는 바로 ‘일자리 보장 대 기본소득 보장’입니다. 첫 번째 질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기본소득 보장이 일자리 보장보다 우월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둘 사이의 관계는 경합적입니까 아니면 보완적입니까? 저는 ‘일할 권리(right to work)’뿐만 아니라 ‘일하지 않을 권리(right to not work)’까지 보장하는 ‘진정한’ 일자리 보장 정책은 기본소득 보장 정책을 필연적으로 요청하는 반면에 그 역은 성립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떠한 의견을 갖고 계십니까?

슐린데르: 우선 저는 기본소득 보장(BIG)이라는 다소 애매모호한 표현보다는 무조건적 기본소득(Unconditional Basic Income; UBI)이라는 용어를 선호한다는 것을 밝히면서 논의를 시작하겠습니다. 기본소득은 빈곤 문제에 직접적으로 대처하며 훨씬 더 효율적인 반면, 기본소득 없는 일자리 보장 정책은 제안된 일자리(proposed guaranteed job)를 받아들이지 않는 개인들이 계속해서 빈곤 상태에 머무르도록 방치합니다.

일자리 보장 정책은 제안된 일자리를 수용하는 사람에게도 그렇지 않는 사람에게도 수치심을 줄 수 있습니다. 먼저 사람들은 제안된 일자리에서 일하는 사람을 기존의 ‘정상적인normal’ 민간 및 공공 일자리에서 일하는 사람과 비교하여 ‘특수한’ 일자리에서 일하는 사람, 교육수준이 낮으며 능력이 부족한 사람이라고 낙인찍을지 모릅니다. 다음으로 많은 이들은 제안된 일자리를 거부한 사람을 노동 윤리, 노동의무, 공동체의 의무에 따르지 않는 게으른 사람이라고 앞선 경우보다 훨씬 더 심한 낙인을 찍을지 모릅니다.

또한 일자리 보장 정책은 가부장적입니다. 기본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조건으로 임노동을 강제합니다. 그것도 오직 빈자와 무산자에게만 말입니다. 만약 보장된 일자리에서 해고되기 쉽다면 그것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보장’이라 할 수 없을 것이며, 만약 보장된 일자리에서 해고되는 것이 어렵다면 보장된 임노동으로부터의 산출 내지 성과는 매우 형편없을 것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일자리 보장 정책은 임노동을 물신화하고 무보수노동(non-remunerated work)의 가치를 절하합니다. 그리고 일자리 보장 정책에서 제공된 일자리에서 종사하는 노동자는 (재)교육, (재)훈련, 학습 등에서 다른 사람들보다 뒤쳐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반면 기본소득은 모두에게 경제적 보장(economic security)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재)교육, (재)훈련, 학습, 사회적 ‧ 정치적 참여를 증진시키고 사회적으로 유용한 활동들을 위한 시간과 자유를 부여합니다. 여기에다 일자리 보장 정책은 관료주의, 부패, 행정적 낭비 등을 초래할 수 있는 반면, 기본소득은 그렇지 않다는 점도 추가로 지적하고 싶습니다.

기본소득과 일자리 보장 정책은 상호 보완적일 수도 있지만, 그것은 오직 기본소득이 먼저 도입된 후 일자리 보장 정책이 채택될 때만이 가능할 것입니다. 만약 특정한 제도적 환경에서 정부가 처한 예산 제약이 엄연히 존재할 경우에는, 이 둘은 경합적인 제안들이 될 것입니다.

이건민: 논쟁적인 주제에 대해서 입장을 분명하게 밝혀 주셔서 고맙습니다. 기본소득이 일자리 보장보다 실현 가능성, 지속 가능성, 바람직성 면에서 우위에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연구들이 앞으로 더 많이 제출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또 그렇게 되리라 기대합니다. 이어서 두 번째 질문입니다. 기본소득과 노동 윤리, 그리고 기본소득의 ‘실현 가능성’과 ‘지속 가능성’과 관련한 일종의 딜레마에 관한 것입니다. 기본소득 제도를 처음으로 도입하는 문제(‘실현 가능성’)를 고려해 보자면, 노동 윤리와 노동 중심성이 상대적으로 약한 사회가 그렇지 않은 사회보다 더 쉬울 수 있습니다. 반면 에릭 올린 라이트가 『리얼 유토피아』(56∼57쪽)에서 서술한 바와 같이, 기본소득이 도입된 이후를 상정하면 노동 윤리가 상대적으로 강한 사회가 그렇지 않은 사회보다 기본소득의 ‘지속 가능성’을 유지하는 데에는 우월할 수 있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슐린데르: 기본소득 도입과 관련한 다양한 실현 가능성 문제들이 존재합니다. 그중 하나는 지배적인 문화, 가치와 연관됩니다.

강한 노동 윤리가 있는 곳에서는 임노동과 소득 간 탈동조화(decoupling), 즉 고용과 연계되지 않은 무조건적 현금급여의 지급은 정당성 차원에서 문제시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에는 노동(work)의 의미를 재정식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유급노동(paid work)만을 배타적으로 강조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노동은 돌봄 노동, 자발적 노동, 다양한 사회적 ‧ 정치적 활동들까지 모두 포괄하는 훨씬 더 광범한 의미를 갖습니다.

제기하신 딜레마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고는 말할 수는 없겠지만, 저는 충분히 극복 가능한 성격의 문제라고 봅니다. 기본소득의 재원 조달은 임노동에 대한 과세에만 국한되지는 않습니다. 빈곤 덫과 실업 덫을 제거하고, (부자에서 빈자로의 소득 이전과 빈자와 부자 간 한계소비성향의 차이에 기인한) 유효수요 증대로 노동 수요(고용)와 투자를 증가시키는 기본소득의 효과를 감안한다면, 기본소득이 노동 공급을 필연적으로 줄인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이건민: 우리 시대에 노동의 의미와 가치를 새롭게 할 필요가 있다는 말씀에 동의합니다. 기본소득의 소득재분배 효과, 노동시장 효과, 거시경제 효과 등과 관련한 연구와 논쟁은 향후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슐린데르: 이 주제에 대해서 함께 말씀 나눌 수 있어서 저 역시 즐거웠습니다. 고맙습니다.

세 번째 인터뷰: 사회적 지식 경제와 도시 공유재 – 미셸 바우엔

이건민: 안녕하십니까? 저는 이건민이라고 합니다. 먼저 인터뷰 요청을 흔쾌히 승낙하여 주신 점 깊이 감사드립니다.

미셸 바우엔(이하 바우엔): 반갑습니다. 미셸 바우엔입니다. 인터뷰에 초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건민: 지난 9월 19일 서울에서 벨기에 겐트 시의 공유재 전환 도시 계획에 관하여 발표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행사에 참여하지 못하여 무척 아쉬웠습니다. “사회적 지식 경제”라는 개념과 벨기에 겐트 시의 “공유재 전환 도시 계획”에 대해서 설명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바우엔: 사회적 지식 경제라는 개념은 2014년 에콰도르 정부에서 P2P재단과 관련된 연구팀에 요청한 FLOK(Free-Libre, Open Knowledge) 프로젝트에서 개발된 것입니다.

이 용어는 희소 자원에 기초한 경제 대신, 지식과 같은 풍부한 비고갈성 자원(inexhaustible abundant resources)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음을 나타내기 위한 것입니다. 지적재산권은 인위적으로 지식을 희소한 재화로 만들어 버립니다. 인간 행동의 모든 영역에서 광범하게 이용할 수 있는 지식 공유재(knowledge commons)에 기초한 경제와 사회조직을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여기에는 공유된 지식, 무상 소프트웨어, 오픈 디자인의 일반화가 포함됩니다. FLOK라는 첫 프로젝트에서 우리는 이를 성취하기 위해 필요한 물적 조건들(infrastructures)과 비물질적 조건들(regulations)을 탐색했습니다.

FLOK 프로젝트 후 몇 년이 흘러, 올해에 벨기에 북부에 위치한 겐트 시로부터 ‘공유재의 도시(city of the commons)’로의 전환 계획을 작성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습니다. 우리는 30만 인구의 도시에서 500개에 달하는 도시 공유재를 발견했습니다. 신자유주의적 주류에 맞선 대안으로서 공유재 중심의 형태들(commons-centric forms), 즉 생태적으로 더욱 지속 가능하며 사회적으로 공평한 형태들을 보여 주었습니다. 이 새로운 공유재 전환 계획(Commons Transition Plan)에서 우리가 답하고자 했던 질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공공 당국이 어떻게 공유재 이니셔티브(commons initiatives)에 협력할 수 있는가?” 따라서 이 계획은 그러한 협력의 제도적 설계, 즉 기존의 공공-민간 파트너십(public-private partnership; PPP)과 대비되는 새로운 공공-공유재 파트너십(public-commons partnership; PCP)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인프라를 상호적으로 만드는 것(mutualizing infrastructure)은 생태 발자국을 줄이며 현재와 미래의 인간 생존을 위하여 요청되는 급진적인 대안이자 우리 사회에 불가결한 실천입니다.

이건민: 매우 흥미로운 시도라고 생각합니다. 앙리 르페브르, 데이비드 하비 등이 말하는 “도시에 대한 권리(the right to the city)”, 그리고 도시 공유재와 관련한 이론적 논의만을 주로 접했던 저로서는 더욱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겐트시 공유재 전환 도시 계획을 요약하신 부분을 살펴보니, 사회적 ‧ 생태적 전환을 명시적으로 추구한 점, 더욱더 포용적이고 다양한 도시 공유재를 만드는 과정에서 참여, 숙의, 협력을 촉진함으로써 민주주의를 실질적으로 발전시키고자 한 점, ‘파트너’ 도시와 메타조정(meta-regulation) 체계를 활용한 ‘다중거버넌스 모델(Polygovernance model)’을 통하여 다중스케일(multi-scale) 문제에서 흔히 제기되는 거버넌스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 점 등이 모두 인상적이었습니다. 앞으로의 왕성한 활동도 기대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바우엔: 저에게도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지금까지 ‘기본소득의 경제적 지속 가능성’, ‘일자리 보장 대 기본소득 보장’, ‘사회적 지식 경제와 도시 공유재’를 주제로 한 인터뷰 내용을 정리하여 소개하였다. 사실 이 세 주제는 학술 ‧ 정책 ‧ 여론 등 다양한 차원에서 논쟁이 추후에 더 첨예하게 펼쳐질 것으로 예상되는 영역이며,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도 하다. 즉 완전고용 내지 강한 완전고용에 대한 집착, 유급노동 중심성과 노동 윤리의 고수, 성장주의 · 생산력주의 · 소비주의 추구가 세 이슈를 관통하고 있다. 예를 들어, 만약 어떠한 개인이나 집단, 사회가 완전고용 내지 강한 완전고용을 바람직한 것으로 상정하고 이의 달성을 강력히 추진할수록, 돌봄 노동, 자발적 노동, 다양한 사회적 ‧ 정치적 활동들에 비한 유급노동의 우위성을 계속해서 고집하면서 노동 윤리의 중요성을 강조할수록, 화폐 단위로 환산되는 이윤, 수익과 경제성장을 명시적으로 추구할수록, 기본소득(보장)보다는 일자리 보장을 선호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기본소득을 경제적으로 지속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하여 기각할 확률이 커지며, 자본이나 정치권력 등 특권층을 중심으로 한 지식 인클로저와 도시 공간의 사유화 문제에는 둔감해지거나 이를 방기할 가능성이 커지고, 다중 활동 사회, 문화 사회, 협동 경제, 생태 경제 등을 추구하는 사회적 ‧ 생태적 전환을 검토할 만한 대안의 목록에서 완전히 삭제할 확률은 높아질 것이다.

기본소득의 지지 여부와 무관하게, 현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모두가 명심해야 할 점은 바로 현재의 생산력과 물적 조건을 토대로 향후 우리가 지향해야 할 사회를 과거와 현재의 가치와 문화, 척도와 잣대로 판단하는 것 자체가 완전히 허튼 시도일 수 있다는 것이다(뤼트허르 브레흐만, 2017). 우리가 추구하는 ‘특정한 기본소득’(정책 패키지)이 사회적 정의 ‧ 공평성과 생태적 지속 가능성을 담보한 사회적 ‧ 생태적 전환에도 부합하고, ‘진정한’ 의미에서의 공유경제와도 적합하며, 사회경제적으로 실현 가능하고 지속 가능하며 바람직하다는 것을 정교하게 드러내고 이를 통해 대중의 지지를 확보해나가는 것, 이러한 실천이야말로 “때를 만난 아이디어”의 실행과 구현을 위해 앞으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