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안효상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상임이사가 월간 <시대> 53호(2017년 11월)에 기고한 글이다.

“모두에 의한 모두를 위한 기본소득”이 필요하다!

― 포르투갈 기본소득 활동가 미겔 오르타와의 인터뷰

안효상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상임이사

2017년 9월 25~27일에 포르투갈 수도 리스본에서 제17차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 대회(BIEN Congress)가 열렸다. “기본소득의 실시”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대회에는 높아진 기본소득의 지위를 반영하듯 많은 사람들이 참가했는데, 그 가운데에는 포르투갈 발표자도 적지 않았다. 기본소득이 곧 실시될 수 있는 기대감, 새로운 아이디어가 구체적인 것이 될 때 가질 수밖에 는 조심스러움이 있었다고 할 수 있는데, 이는 예전 대회에서는 보기 힘든 것이었다. 다른 말로 하면 광범위한 사람들이 기본소득을 지지하고 있는 오늘날, ‘온전한’ 기본소득이 아니라 하더라도 일단 합의를 통해 기본소득에 가까운 어떤 것을 실시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커졌다는 것이다. 이는 이후 기본소득 지지자와 연구자 들 사이에서 하나의 쟁점을 형성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대회에 참석하지는 않았지만 최근 포르투갈 기본소득운동의 한 흐름을 형성하고 있는 활동가와 만날 기회가 있었다. 미겔 오르타(Miguel Horta)는 인터뷰 본문에서 알 수 있듯이 국가를 거치지 않은 “모두에 의한 모두를 위한 기본소득”을 주장하고 있다. 그가 제출한 계획에 따르면 개인소득세를 폐지하는 대신 모든 사람이 자기 소득의 50퍼센트를 출자하여 매달 동등하게 분배하는 것이다. 그의 계산에 따르면 매달 분배되는 기본소득은 435유로(한화 약 60만원)다. 참고로, 2016년 포르투갈의 1인당 명목 GDP는 19,759달러(한화 약 2200만원) 정도다. 이런 발상은 사회란 연대성에 의해 구성되는 것이라는 믿음을 바탕에 두고 있다.

인터뷰는 2017년 9월 28일 저녁 리스본의 한 식당과 이메일을 통해 이루어졌다.


With-Miguel-Horta

– 먼저 본인 소개를 해달라.

1995년부터 포르투갈 정부에서 세금 조사관으로 일하고 있다. 나중에 자세히 말하겠지만, “모두에 의한 모두를 위한 기본소득” 운동에서는 다른 회원과 마찬가지로 동등한 회원일 뿐이다. 우리 운동은 회원에게 특정한 지위를 부여하지 않으며 위계제 같은 것도 없다.

– 기본소득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1990년대 초반 나이든 분이 티비에서 “인간은 일을 하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라 창조하기 위해 태어났다”라고 말하는 것을 들은 이래 기본소득 아이디어를 받아들였다. 이 사람의 이름은 아고스티뉴 다 실바Agostinho da Silva이며, 포르투갈의 신비주의자이자 시인이다. 그는 모든 일을 기계가 하고 인간은 창조하고, 숙고하고, 자신을 개선하거나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는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고 글을 썼다. 그의 메시지는 충분히 이해되는 것이었고, 세월이 흐른 후 “기본소득”이라는 개념을 처음 들었을 때 나는 이것이 아고스티뉴 다 실바가 이야기하던 미래로 가는 길이라고 쉽게 이해할 수 있었고, 즉각 이 운동에 뛰어들었다.

– 1990년대 초반 기본소득 아이디어를 받아들인 이후 어떤 활동을 했는가?

사실 2013년까지 기본소득과 관련해서 특별히 한 것은 없다. 2013년에 처음으로 인터넷을 통해 조직화된 활동가 그룹을 알게 되었고 거기에 참가했다. 처음 이삼 년 동안은 주로 기본소득에 대한 공적 토론에 참여하고 재원 마련 문제를 연구했다. 나중에는 리스본에서 지역 운동을 만들었고, 기본소득 아이디어를 토론하는 공개 행사를 조직하기 시작했다. 다른 목적을 가진 조직이나 활동가 그룹과 교류하면서 기본소득 아이디어를 전하기도 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중등학교 학생들이 참여하는 기본소득 토론을 조직했다. 인터넷에서도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블로그, 유튜브, 페이스북 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다.

– 기본소득의 어떤 측면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가?

기본소득 아이디어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시작했을 때부터 첫 번째 관심사는 재정 문제였다. 기본소득의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어떤 자원으로 마련할 것인가, 민중과 국가 영역 모두에 미치는 재정적 효과는 무엇인가 등이 관심사였다. 그러나 그 이후 초점을 바꾸었다. 현재 나의 주된 관심은 서로 다른 기본소득 모델이 민중의 자유, 물질적 재화의 목적과 물질적 재화에 대한 태도에 가지는 심원한 함의를 이해하는 것이다.

– 현재 포르투갈 기본소득운동의 상황을 설명해 달라.

기본소득운동이 느리지만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많은 활동가와 대중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기본소득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최근에 이는 더욱 확대되었다. 기본소득운동이 양적으로만 성장한 게 아니다. ‘기본소득’이 매우 다양한 어떤 것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을 사람들이 하면서 질적으로도 성숙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리스본에 있는 사람들이 기본소득의 여러 가능성 가운데 하나를 분명하게 옹호하는 조직을 만들게 되었다. 이삼 년 전이면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것이 “모두에 의한 모두를 위한 기본소득(Basic Income of All for All)” 운동이다.

– 당신이 구상한 기본소득 계획의 정치적, 철학적 배경은 무엇인가?

사람들 사이의 연대가 사회의 올바른 토대라는 확신이다. 사람들이 상호 연대성으로 연결된 공동체는 모두에게 가능한 가장 좋은 삶을 고취할 것이다. 이를 개인의 성향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고대의 모든 인간 사회가 연대에 기반하고 있는 것이 이런 생각을 뒷받침한다. 부족사회에서 사냥한 동물은 그 동물을 사냥한 사람에게 속한 것이 아니라 집단 모두에게 속했다. 부족사회에서 모두는 동일한 행운과 자원을 공유했으며, 서로를 돌보았다. 인류는 최초의 복잡한 문명과 제국이 등장하기 이전까지, 자본주의의 ‘제국’이 등장하기 이전까지 – 지구상에서 인류가 살았던 거의 모든 시기 동안 – 오랫동안 이렇게 살았다. 오늘날 모든 곳에서 자본주의가 지배하고 있으며, 인간 사회는 협동 대신 경쟁의 가치를, 공유 대신 축적의 가치를 우선시하고 있다. 분명 이것은 과거의 연대보다 자유나 행복을 증진시키고 있지 못하다.

– “모두에 의한 모두를 위한 기본소득” 운동과 포르투갈의 다른 기본소득 그룹 혹은 개인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

다른 그룹이나 개인은 대개 기본소득을 사람들이 국가, 혹은 국가가 아닐 경우 중앙은행 혹은 금융 부문 혹은 대기업에 요구하는 권리로서 파악한다. 이것은 기본소득을 “위로부터의” 프로그램으로 보는 것이며, 권력의 프로그램으로 보는 것이다. 정치 권력이건 화폐 권력이건 경제 권력이건 말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우리 운동은 기본소득을 보통사람들의 구성물로 본다. 이 보통사람들은 자신의 노력과 재화로 스스로를 해방시키고 다른 사회를 만들 것이다. 따라서 우리의 기본소득 모델은 ‘민중의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다르다. 여기에는 중요한 함의가 있다. 우리는 앞서 말한 그러한 ‘권력’에 의해 만들어진 기본소득이 그 권력에 봉사하는 것으로 끝나게 될 것이라고 본다. 정부가 제공하는 기본소득은 결국 그 정부 혹은 장래의 다른 정부가 선거라는 목적을 위해 이용할 것이고, 최악의 경우에는 주민을 통제하는 데 이용될 것이다. 마찬가지로 경제 권력이 제공하는 기본소득은 경제에 봉사하게 될 것이며, 화폐 권력에 의해 제공되는 기본소득은 인플레 등등을 관리하는 도구에 불과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에 우리가 말하는 기본소득, 즉 보통사람이 직접 재원을 마련하고 통제하는 기본소득은 전적으로 보통사람에게 봉사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다른 그룹이나 개인 들이 주장하는 기본소득 모델은 종종 이들이 가지고 있던 이전의 이데올로기나 운동 목적에 맞게 만들어져 있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자본에 과세하여 재원을 마련하는 기본소득의 경우, 노동자계급에게 유리하게 만든 것이다. 투기적인 금융 활동에 과세하여 재원을 마련하는 것은 금융 활동을 도덕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다. 혹은 술에 과세하는 경우에는 사람들의 건강 등등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다.

우리 운동은 이런 점에서도 다르다. 우리는 기본소득이 모든 사람의 자유 및 존엄성에서 분리된 다른 대의에 봉사하는 수단이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목적이 이러하기 때문에 우리는 오직 사람people에게만 초점을 맞추고 특정한 인구 집단(부자와 가난한 자, 노동자와 자본가, “좋은 소비자”와 “나쁜 소비자” 등등)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그 목표는 우리가 이해하는 연대의 과정을 통해 다른 동료와 절대적으로 같은 방식으로 모든 사람을 대우하는 것이다. 따라서 모두가 동일한 노력을 하며 모두에게 동일한 보상을 하는 게 필요하다.

따라서 우리의 운동을 추동하는 아이디어는 다음과 같은 점에서도 다른 것과 다르다. 우리는 한 사회집단 혹은 경제집단을 다른 집단보다 지지하기 때문에 기본소득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모든 개인에게 혜택이 돌아가기를 원하며,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조화시키고 사회의 모든 사람에게 가장 좋을 것을 촉진하기를 원한다.

– 포르투갈에서 기본소득 제도를 도입하기 위한 전략은 무엇인가?

몇 달 전에 나는 이런 목적으로 위한 계획을 만들었고, “모두에 의한 모두를 위한 기본소득” 운동의 동료들과 포르투갈 노동연대사회보장 장관에게 이 계획을 제출한 바 있다. 간단하게 말하면 이 계획은 정부의 시범 시행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다. 소규모 지역공동체가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거기서 이 프로그램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개인소득세의 일부(절반)를 참여자끼리 공유하는 것이다.

이렇게 자발적인 공동체 그리고 이 속에서 자발적인 참여자에게 적용되는 것이다. 이 공동체들에서 공동 기금이 만들어질 것이고 자발적 참여자들은 소득의 절반을 이 공동 기금에 낼 것이다. 매달 말에 모인 기금 전부가 참여자 사이에서 동등하게 무조건적으로 분배될 것이다. 이렇게 지역의 연대성에 기초한 기본소득을 만드는 것이다. 정부는 시범 시행 프로그램의 규모를 관리할 것이다. 한두 개의 공동체에서 시작할 수 있으며, 결과가 좋을 경우 다른 공동체가 참여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해서 프로그램이 확대되면 결국에 가서 전국적인 프로그램이 될 것이다.

포르투갈의 현실에서 이 프로그램이 국가 예산에 미치는 영향은 부정적이지 않다. 보편적 소득보장제도가 만들어지면 많은 사회 프로그램이 쓸모없게 될 것이고, 여기서 절약된 돈이 국가의 개인소득세 수입의 상실분과 맞먹을 것이다. 포르투갈 정부의 반응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이 계획은 세계의 다른 곳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본다.

– 포르투갈 정부가 당신의 그룹이 제안한 것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는가?

현재 포르투갈 정부는 이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는 것 같다. 장래에는 그랬으면 좋겠지만 포르투갈 사회 내에서 그리고 해외에서 지지가 있을 때 가능한 일이다. 물론 우리는 정부가 시민에게 어떤 역할이나 노력도 요구하지 않으면서 일종의 ‘헬리콥터 머니’를 제공해서 시민들을 즐겁게 하는 게 더 쉬운 일이 될 것이라는 점을 안다. 이런 점은 우리 계획가 같은 것이 될 수 있다.

어느 쪽이건 우리는 우리의 생각을 제출하고 사람들이 어떤 해결책을 지지하는지를 의식적으로 결정하도록 노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