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차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 대회 평가서

참고: 이 평가서는 2016년 8월 20일 대회 조직위원회+집행위원회 합동회의에서 검토되었고, 이후 불참한 구성원들을 포함한 모든 구성원들의 회람을 거친 것임.
0. 수치 

1) 기조발제자 + 특별 초청: 11명

2) 발표자(집필자 포함): 100여 명

3) 대회 참여자: 연인원 1,000명

4) 자원활동가: 45명

5) 지출 예산: 약 8,000만 원

1. 타임라인

– 2013년 12월 총회: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를 회원 구조를 가지는 조직으로 전환; 2016년 지구네트워크 대회를 유치하기로 결의

– 2014년 초 ~ 2014년 7월 몬트리올 대회까지: BIEN 집행위원회 및 BIEN 내 지인들과 연락, 홍보 자료 준비

– 2014년 6월 29일 몬트리올 대회 총회에서 서울 대회 결정

– 2014년 8월말 한국네트워크 이사회 중심의 지역조직위원회 결성

– 2015년 9월 지역조직위원회 확대

– 2015년 말까지 기조발제자 선정

– 2015년 12월 발표자 모집 시작 (call for papers)

– 2016년 2월 세션 구성을 위한 조직위원회 워크숍

– 2016년 5월 집행위원회 확대 구성

– 2016년 7월 7-9일 제16차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 대회

– 2016년 7월 4-10일 기본소득 주간

– 후속 작업: 평가, 아카이브 작업

2. 상황과 주제

1) 상황 1

2008년 경제위기 이후의 독특한 상황은 위기를 낳은 기존의 지배적인 패러다임이 전혀 바뀌지 않은 채 위기가 지속되었다는 점이다. 이렇게 된 이유는 기존 좌파나 다른 정치 세력이 대안이 없었기 때문인데, 다른 말로 하면 신자유주의적 패러다임의 자장 안에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새로운 패러다임이 제출되어 공적으로 토론되고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정치 지형 자체의 변화가 필요했다. 그리고 정치 지형의 변화를 위해서는 새로운 사회운동 혹은 대중적 흐름이 선행되어야 했다.

이런 흐름은 2011년 5월 스페인의 ‘분노한 사람들’에서 시작되었고, 그해 10월 월 스트리트 점거를 거쳐 전 세계로 빠르게 확산되었다. 이와 함께 그리스의 시리자가 다시 힘을 얻었고, 스페인에서는 포데모스라는 신생 정당이 탄생했다.

새로운 경제적 대안이 없는 경제 위기의 지속과 악화 속에서 이렇게 정치적, 사회적 정세가 변동함에 따라 대안의 제시가 긴급한 과제가 되었고, 포괄적인 사회 변화 및 경제 운영원리로서의 기본소득이 공적인 논의의 장에 설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되었다.

2) 상황 2

한국의 경우 2008년 경제위기는 일종의 회피와 지연의 방식으로 넘어가고 있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일종의 저온 화상과 비슷한 효과를 가져왔다고 할 수 있다. 분명 경제적 상황의 악화가 대중의 절망을 낳았고, 한국 특유의 계급적 불평등(사실상의 신분제)까지 더해져 청년층을 중심으로 일종의 사회적 현상이 되었지만 이것이 방향을 가진 분노로 나아가지는 못했다. (이에 대한 분석은 이 평가서의 수준과 범위를 넘어서는 문제이다.)

그럼에도 회피와 지연이 지속될 수는 없는 것이기에 새로운 정치 세력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꼭 필요한 대안을 준비하는 것이 하나의 과제가 되었다. 이에 네트워크, 노동당과 녹색당, 일부 사회운동 세력 등이 기본소득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새로운 경제 모델과 운영 방식에 대한 모색을 지속했다.

이런 상황에서 BIEN Congress가 국내에서 기본소득을 확산하는 중요한 계기라 될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 2016년 대회를 서울에서 개최하고자 한 주요한 이유였다.

3) 주제와 토픽

– 대회 주제를 ‘사회적, 생태적 전환과 기본소득’으로 정한 것은 이런 정세에 대한 대응이었다. 이것은 기본소득의 정당성에 대한 논구보다는 기본소득의 현실적 효과에 대한 탐구 속에서 전환의 패러다임과 모델을 찾기 위한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 토픽: 신자유주의 이후 사회의 경제 모델과 이 속에서 기본소득이 차지하는 위치와 역할; 정치적 민주주의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의 민주주의의 확대라는 목표 속에서 기본소득의 역할; 생태적인 사회로의 전환이 문화 사회로의 전환을 수반한다고 할 때 기본소득의 역할; 노동력의 탈상품화의 한 가지 요소로서의 기본소득이 노동 사회의 전환에서 하는 역할; 프레카리아트의 시대와 기본소득; 젠더 평등의 추구에서 기본소득이 하는 역할; 청년 실업 해결의 수단으로서의 기본소득; 지역 수준의 파일럿 프로젝트에 대한 평가와 전망; 포스트휴먼적 전망과 기본소득.

(더 자세한 것은 대회 웹사이트 참조.)

3. 준비 과정

1) 지역조직위원회

– 지역조직위원회는 네트워크에 더해 기본소득청’소’년네트워크, 노동당, 녹색당, 문화연대 등 한국에서 기본소득을 확고하게 지지하는 집단의 일정한 대표성이 있는 인물들로 구성했다. 이는 당시 한국의 기본소득 운동 수준을 감안할 때 적절하면서도 불가피한 것이었다. 하지만 대회라는 계기성을 감안할 때 좀 더 확대할 여지가 있었다는 것도 분명하다.

– 지역조직위원회의 주요한 두 가지 임무는 재정과 세션의 구성이었다. 뒤에서 살펴보겠지만 재정은 규모, 조달, 집행 등 모든 면에서 적절했다고 볼 수 있다. 세션의 구성은 전체적으로는 무난했다고 할 수 있으나 규모, 주제 적합성, 다양성 등에서 각각 어려운 점이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뒤에서 다시 살펴볼 것이다.

2) 기조발제자(keynote speakers)

– 기조발제자는 대회의 성패를 가르는 주요한 요인 가운데 하나이다. 이는 불가피하게 지명도 있는 인물(celebrity)이 얼마나 참여하는가로 가늠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기본소득 운동을 넘어서는 기조발제자를 초청하지 못한 것은 아쉬운 일이라 할 수 있다.

– 주제와의 연관성 및 지명도를 감안할 때 나오미 클라인(Naomi Klein)과 폴 메이슨(Paul Mason)을 초청하지 못한 것은 아쉬운 일이다(각각 생태적 전환과 경제적 전환). 로버트 라이시(Robert Reich)에 대해서도 비슷하게 말할 수 있다.

– 기본소득 운동 내부로 보자면 나미비아의 제파니아 카미타(Zephania Kameeta)가 오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할 수 있다.

– 정치적, 도덕적 기준으로 볼 때 지역 안배는 어느 정도 이루어졌으나 젠더 안배는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이유로 불균형했다고 할 수 있다. 그나마 에블린 포르제(Evelyn Forget) 대신 알마즈 젤레케(Almaz Zelleke)의 참여로 최악은 면했다고 할 수 있다.

– 전체적으로 볼 때 앞서 말한 젠더 안배를 제외하면 무난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국제적인 기본소득 운동의 현 주소를 반영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다만 한국의 지리적, 정치적, 문화적 위치로 인해 불리한 점이 있었을 것이라 짐작한다.

3) 기본소득 주간

– 기본소득 주간의 목표는 대회를 문화적, 정치적 행사로 감싸는 것을 통해 대중적 관심을 유도하는 것이었다.

– 기획했던 여러 행사 가운데 영화제는 축소되었고, 정치적 캠페인은 취소되었다. 이는 제한된 역량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발생한 것이었는데, 따라서 애초 계획이 무리한 것이었는지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

– 또 다른 난점은 (물론 이것도 주체 역량과 관계가 있지만) 일정한 시간 안에 많은 행사가 벌어질 경우 대중적 참여가 쉽지 않다는 점을 염두에 두지 못한 것도 지적할 필요가 있다.

– 그럼에도 음악회와 변형된 전시회 모두 집행 단위의 노력으로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다고 할 수 있다.

4. 대회 진행

1) 집행위원회

– 집행위원장, 부집행위원장(네트워크 사무국장) 2인으로 구성된 집행위원회를 대회 2개월 전에 확대

– 모든 집행위원이 각각 자기 영역을 맡는 방식으로 진행

– 이에 따라 업무의 정도가 불균형할 수밖에 없었고, 각 개인의 능력, 스타일, 의지 등에 많은 부분이 맡겨짐

– 자원활동가적 성격의 집행 단위가 가지는 불가피한 성격이라고 볼 수 있음. 따라서 이런 성격을 유지하면서도 종합적이고 균형적인 집행 단위를 구성하는 방식에 대한 고민이 필요함

2) 자원활동가

– 자원활동가는 일반 자원활동가와 통역 자원활동가로 나뉨

– 일반 자원활동가의 경우 모집, 교육, 운영 등에서 전반적으로 큰 문제는 없었음. 다만 각각의 과정에 대해서 좀 더 세밀하고 충분한 준비가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음. 업무의 디자인이 상세하지 않아 실제 인력배치에 혼선이 발생. 서포터즈 측에서 먼저 업무의 구체적인 내용을 알아보고 계획을 짜는 것이 필요했음. 이 또한 조직위원회와 집행위원회 전반의 역량과 함수 관계에 있다고 보여짐

– 통역 자원활동가의 경우에는 세션 통역을 자원활동가로 진행하려 한 계획 자체가 무리였다고 평가해야 함

– 서포터즈 처우에 관련하여 많은 자원이 투자되었다고 평가함. 그러나 앞서 언급한 업무의 비계획성 때문에 효과적으로 사용되지 못함. 식비, 상비약 등의 물품구매가 즉흥적으로 이루어진 면이 있음

3) 홍보

– 동원한 홍보 수단은 보도자료 및 개별 접촉을 통한 언론 홍보, 공적, 개별적인 수준의 SNS 홍보, 공식적인 이메일 전송 등이 있었음. 여기에 더해 홍보 동영상 제작 유포. 오프라인 홍보는 포스터와 현수막, 세 개의 매체(녹색평론, 작은책, 월간 좌파) 지면 광고

– 언론 홍보의 경우 결과가 예상한 것보다 좋았다고 할 수 있음. 이는 우리의 노력보다는 상황적 조건에 기인한 것으로 보임

– SNS 홍보의 경우 대회 자체에만 초점을 맞출 경우 효과를 평가하기가 어려우나 무난한 정도였다고 보여짐

– 전체적으로 볼 때 결과론의 차원에서 언론 홍보는 어느 정도 성과를 낳았으나 SNS를 비롯해서 자체적인 홍보는 시간과 역량의 부족으로 미흡했다고 볼 수 있음. 이는 홍보 동영상 제작에서도 나타났는데, 결과와 상관없이 일찍 준비하지 못한 점은 내용적으로나 활용이라는 면에서 아쉬움.

4) 세션

– 규모와 짜임새: 기조발제자 + 특별 초청 11명, 일반 세션 발표자(집필자 포함) 100여 명이 참가하여 전체 규모 면에서 역대 대회 가운데 상위에 속한다고 할 수 있음. 하지만 짜임새라는 면에서 전체 세션과 일반 세션 각각이 양적으로 많았다고 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전체 세션과 일반 세션의 불균형도 약간 드러났다고 할 수 있음. 물론 부족한 것보다는 넘치는 게 더 나은 방향이었다고 할 수 있지만 이런 평가를 하는 것은 주체 역량 및 주제 집중성과 관련해서 좀 더 응집력 있게 진행하려는 노력이 필요했다는 것을 지적하기 위한 것임

– 통역: 국제 대회가 가지는 기본적인 난점이 이번 대회에서도 드러났다고 할 수 있음. 동시 통역은 대체로 무난했다고 할 수 있지만, 일반 세션의 통역에서는 어려움이 많이 드러남. 물론 시간, 청중의 조건, 비용 등을 고려할 때 이후에라도 해결 가능한 문제인지는 가늠하기 어려움

– 사회자와 발표자 등에 대한 사전 조율: 사회자와 발표자 확정이 늦어지면서 일부 세션 현황(불참자 등)에 대한 파악이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가 있으며, 진행 등과 관련해서 사회자 등과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부분이 있음. 준비, 시간, 인원 등의 부족에 기인한 것으로 보이며 이후에는 꼭 점검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생각됨

– 일반적인 진행: 시간, 시설 등에서 약간의 문제가 드러나긴 했지만 대부분의 경우 불가피한 것이었고, 시설은 주최 측에서 통제할 수 없는 부분이 있어서 부정적으로 평가하기 어려움

5. 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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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총평

– 아시아 지역에서 처음으로 열린 BIEN Congress를, 진행이라는 면에서는 무난하게, 정치적, 사회적 효과라는 면에서는 상당히 성공적으로 치른 일은 함께 기뻐할 일이라고 생각됨

– 기본소득 연구와 운동이 학계, 정치계, 노동조합 운동, 사회운동 등 모든 부문에서 상당히 제한되어 있는 한국에서 국제 기본소득 연구와 운동의 가장 중심적인 행사를 어느 정도의 효과를 낳으면서 할 수 있었던 것은 조직위원회와 네트워크 사무국의 헌신적이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봄. 다시 말해 조직적 역량의 집결이라기보다는 개별 역량 및 네트워크의 동원에 의해 가능했다고 생각함

– 이는 이후 기본소득 연구와 운동이 더욱 커지기 위해 조직적인 힘의 강화 및 공적인 네트워크의 확대가 필요하다는 근거가 되기도 함. 특히 효과라는 면에서 이번 대회의 성공이 많은 부분 정세적인 것에 힘입은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특히 이에 대한 계획이 필요함.

– 향후 기본소득 연구와 운동을 강화하고, 정치 일정에 적절하게 대응하기 위해 두 가지 방향의 노력이 필요하다. 하나는 기본소득네트워크의 조직적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대회의 후속 작업이자 기본소득 의제화를 목표로 한 일련의 이벤트를 조직하는 것이다.

6-1 참가자 분류

1) 사전 등록 과정을 통해 196명의 국내 참가자 및 발표자의 소속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래 분류는 이후 활동 계획을 세울 때 참고하기 위한 것이다.

2) 분류는 학계(개인, 독립 연구기관, 조직), 정당, 노동조합, 사회운동, 종교, 기타로 되어 있다.

3) 분류

학계 73명; 정당 35명; 노동조합 5명; 사회운동 42; 종교 3명; 기타 38명

7. 감사의 말

제16차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 대회 조직위원회는 이번 대회가 제대로 진행되고, 상당한 효과를 낳을 수 있도록 한 것에 대해 모든 개인, 조직, 기관에 감사의 말을 전한다. 특히 기조발제자, 발표자, 참가자 여러분 모두에게 감사한다.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 집행위원회도 이번 대회가 제대로 진행되는 데 커다란 도움이 되었다.

이번 대회에 공동 주최자로 참여한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서강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서강대학교 국제한국학선도센터, 기본소득청’소’년네트워크, 청년좌파, 녹색전환연구소, 협동조합 가장자리, 문화연대,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수유너머 N, 토지+자유연구소, 혁신더하기연구소, 전국교수노동조합,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에 감사의 말을 전한다. 또한 이번 대회를 뒷받침해준 후원자인 노동당, 녹색당, 알바노조, 팟캐스트 새가 날아든다. 팟캐스트 이럿타, 팟캐스트 절망라디오, 경향신문, 한겨레,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녹색평론사, 박종철출판사. 도서출판 작은책, 평화캠프, 좌파노동자회, 월간 좌파, 한국연구재단에 감사한다.

공동 주최와 후원으로 참여한 조직과 기관 그리고 거기에 소속된 많은 분들 가운데에서도 몇 분의 이름을 거론하지 않고 지나갈 수는 없을 것 같다. 대회를 상징하는 디자인과 편집을 도맡다시피 한 이명재 님과 자원 활동가 조직을 운영하느라 애쓴 오경택 님 두 분에게 특히 감사의 말을 전한다.